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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미술관에서 배운 ‘빅데이터’ 혁신: 한국은 왜 실패했나

by | 2019년 7월 12일 | 정책

이제 곧 방학 시즌이다. 아이들과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횟수도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시 수준에 만족하는가.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재방문을 늘리기 위해 각종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 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재방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꼽히는빅데이터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문제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이다. 데이터는 삶을 개선하는 도구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나, ‘디지털 혁신’이라는 구호에만 매몰돼 종종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오류에 빠진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윤호영 서울시립대 객원교수가 해외 미술관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혁신을 위한 선결 조건을 조언한다. [편집자]

Perfect Case, 완벽한 사례

미디어 산업, 빅데이터 기획 및 분석 또는 데이터기반 디지털 혁신에 대한 논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드는 사례가 있다. “박물관(또는 미술관)의 빅데이터 분석 도입이다. 이 사례가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분석 목적에 따라 수집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상이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복수의 사례가 존재한다.

둘째, 디지털 혁신의 도입이 단순히디지털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조직의혁신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셋째, 해외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였기 때문에 상호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완벽한 비교 예시 사례가 있을 수가 없다.

미술관, 박물관의 디지털 혁신

2013박물관과 웹 컨퍼런스’(The Annual Conference of Museums and the Web)에서는 박물관 관람객의 관람 경험을 증진시키고, 이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치화하여 재방문을 획기적으로 늘린 사례가 발표되었다. 시 재정에 의해 운영되는 미국 텍사스의 댈러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_링크)은 관람객이 늘지 않아 고민이었다. 지역 미술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 재고를 위해서는 관람객의 재방문율을 높여야 했고, 그 방안으로 빅데이터 기반 행위 분석을 도입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평범하다. 미술관에 입장하자마자 전시물과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각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참여를 데이터로 기록해 분석하는 것이다. 관람객이 즐거워하고 오랫동안 하는 활동,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다시 방문하지 않을 때 참여하는 방식, 재방문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식, 반복적으로 모두가 행하는 활동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관람객이 참여를 하면 게임화(gamification)의 일환으로, 마치 도장찍기 놀이를 하듯이 뱃지를 수여하고, 일정한 수의 뱃지가 모이면 주차할인이라든가 재방문을 높이기 위한 약간의 보상 체계를 마련했다. 이른바미술관 프렌즈 프로그램이다.

성과는 놀라왔다. 첫해에만 약 5만 명이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매주 900명 정도가 새로 가입한 꼴이다. 연간 11만 명 정도가 방문하는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매우 큰 숫자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방문객 대부분이 관광객이 아닌 지역 주민이라는 점이다. 참여의 증표인 뱃지는 34만 개나 수여되었고, 12000여 건의 보상이 제공됐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행위 분석 모형을 도입한 이후 댈러스 미술관의 방문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프로그램이 좋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곳곳에 태블릿 등 데이터 수집 포인트를 만들고, 관람객이 미술관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조직 차원의 지원이 수반되었다. 미술관에 배치된안전 요원의 명칭을고객 응대 요원으로 바꾸고,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참여를 유도했다. 미술관의 모든 인력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프로그램이 향상되었다.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된 빅데이터 분석팀은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댈러스의 지도를 펼쳐놓고, 어느 지역 주민들이 주로 방문하는지, 어느 지역 주민들은 왜 잘 안 오는지 등 가능한 많은 분석을 했다. 프로그램이 성공하자, 당연히 전 세계적인 문의가 쏟아졌고, 2015년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해당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데이터 수집목적 분명해야 한다

빅데이터 수집 목적이 댈러스 미술관처럼재방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영박물관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방문하면 오디오 안내 기기, 스마트폰 앱, 무료 와이파이 등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활용하여 관람객들의 동선을 수집했다. 무료 와이파이 사용을 위해 박물관내에서 움직이는 본인의 위치정보 제공 정도는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우리의 마음가짐이지 않은가. 대영박물관은 재방문율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박물관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전시물을 관람하는지, 어떻게 전시물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면 자연스러운 동선과 어울리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재방문에 관심없는 대영박물관은 오직 전시 효율을 위해 빅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다.

뉴욕의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취했다. 디지털 기반 전시를 위해 박물관 전체를 리노베이션해서 디지털 스크린과 상호작용(interactive)하는 전시 시스템을 추구했다. 그리고 방문객이 입장할 때 디지털 펜을 나누어주고, 해당 펜을 통해 스크린을 활용하고, 맘에 드는 전시물이 있으면 펜으로 태그해서 정보를 저장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저장한 전시물은 집에 돌아가서 입장권에 있는 코드를 입력해서 웹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활동의 결과를 수집하여 어떠한 전시물에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지, 어떤 전시물에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하여, 다음 전시에 활용하였다. 전시물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이상 3가지 사례를 정리하면, 박물관 및 미술관들은 모두 자기 목적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자한 공통점이 있다. 비록,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의 운용, 수집하고자 하는 데이터의 내용과 분석이 각각의 목적에 맞게 특화된 차이는 존재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은 참여 포인트를 만들어 데이터를 수집했고, 어떤 프로그램은 기존에 존재하는 장비를 활용했고, 어떤 프로그램은 박물관 전체를 리노베이션하면서 도입했다. 그야 말로, 빅데이터 수집 과정에 있어서도 수집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채택한 완벽한 케이스이다.

한국에 들어온프렌즈 프로그램 어떻게 되었을까?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프렌즈 프로그램을 들여왔지만 기대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프렌즈 프로그램 참여 계층의 심한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부터 프렌즈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여자가 올린 글을 봐 미리 정보를 알고 있거나, 또는 미술관에서 우연히 해당 부스를 발견한 사람들만 참여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결과 모든 관람객이 아니라 정보 접근성이 높은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로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댈러스 프로그램이 미술관의 모든 조직의 스텝이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인 것과 달리, 현재도 프렌즈 부스는 한쪽 벽에전시되어 있을 뿐 해당 프로그램은 달라스 박물관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백엔드에서 움직인 박물관 내 조직 팀의 노력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프로그램은 조직 전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별도의 팀이 해야 하는 일로 설정되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가입 연령대가 20~30대에 치중되어 있는 것도 박물관 데이터팀의 고민이었는데, 20~30대 외에 가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새로운 홍보 방식의 도입이 박물관 전체 조직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해당 고민이 조직 전체의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되기는 만무했다. 인력공고에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난다. 데이터 분석 인력을 뽑기 위한 인력 공고를 보면 박사급 전문 인력이 아니라 엔트리급의 인력에 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적극적인 관람을 유도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면 주어지는 보상 체계도 재방문을 유도하기보다는 재방문과 아무 상관없는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경품 지급과 같은체리 피킹수준에 그쳤다.

프로그램 도입과 운용에 있어서 조직 전체가 혁신되어야 하는데, 특정한 부서의 일로 남겨지고, 미술관 참여와 관련된 이벤트(예를 들어, 미술관 경내 러닝 이후 관람하기 등)는 프렌즈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운용되니, 프렌즈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이 크게 관심 있어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었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박물관이 위치한 곳의 입지나 관람객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서울관이 아니라 오히려 과천관이 더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는 것도 한 가지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되었는데 왜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 설명할 거리가 매우 많은 사례가 되었다. 말 그대로 퍼펙트 케이스.

이와 달리 댈러스 프렌즈 프로그램은 5년간의 실험을 마치고 2017년 프렌즈 프로그램 실험을 종료한다. 충분히 성과를 이루었고, 다음 단계로 진입할 필요성을 느낀 것인데, 멤버십 서비스로 전환해 갔다. 우리나라도 공연장과 미술관 및 박물관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현대 미술관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렇게 되고나니 이제 프렌즈 프로그램의 위상 자체가 더욱 모호해졌다.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혁신의 요건은?

디지털 혁신이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도입이든 핵심은 조직 전체의 변화이다. 특정 부서나 프로젝트팀에게만 주어지는 디지털 혁신 과제는데이터 분석정도에 그친다. 전체 조직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전체 조직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가장 적나라한 사례가 뉴욕타임즈의 디지털 혁신 보고서를 따라디지털 혁신을 외쳤지만, 한 걸음도 못 나간 국내 언론사들이다. 앞다퉈 철지난디지털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지만, 따라하기도 전에 트렌드는 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시대로 달아나 버렸다.

조직 전체의 변화 없이 디지털 혁신이 특정한 팀의 문제라고만 설정할 경우, 혁신은 혁신의 목적을 잃은 채 기술 개선의 문제로 전락하게 된다. 5G 시대 인공지능, VR/AR 기술의 도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가서 관심 있던 작품과 전시물을 보고, 우연한 기회에 특별 전시 등 예상치 않았던 전시물도 보게 되는가 하면 경내를 거닐기도 하는경험의 세계이다. 그런데 가상현실로 옮겨와서 VR로 구현만 하면 혁신이 되는 것일까? 미술관의 작품이나 박물관의 유물을 3D로 보는 것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가능하다. 미술관이 AR/VR을 도입한다면 해당 서비스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할까, 왜 사람들이 이런 기술을 활용할까 등 실제 서비스의 취지와 목적 등이 실제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전체 조직 차원에서의 대답이 가능할 때 디지털 혁신은 의미 있다.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어선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 말을 했다는 데, 이 말은 단순히 AI기술을 구현할 알고리즘의 개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창의적 직업을 늘린다고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조직이다.

또 한 가지 혁신의 요건은 인력을 우대해 주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관을 뽑는데, 2년 이상의 데이터 분석 경험이나 대학원 졸업을 채용 요건으로 제시한 다음, 분석 프로그램 ‘R’이나파이썬을 다루고 기계학습을 활용한 분석 능력이 있는 인력의 지원을 바란다고 명시한 후, 세전 월 160만 원의 급여를 제시하면, 해당 인력이 그 자리에 지원할까? 데이터와 디지털 혁신에 대한 조직의 인식이 높지 않으니 이런인사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해야지, 무작정 데이터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문제가 명확해지면, 데이터가 없어도 데이터를 만들면 된다. 대영박물관은 존재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인 반면, 댈러스 미술관 프렌즈 프로그램은재방문 유도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관람객의 참여 유도 방식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풀고자 하는 문제, 즉 목적이다. 데이터는 풀고자하는 문제에 맞추어 있으면 수집하고 없으면 만들면 된다.

박물관, 미술관뿐만 아니라 앞으로 곳곳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서비스 혁신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미 VR AR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건축 현장, 공장 신입 사원 교육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시험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기존의 영역에 적용하는 기술력의 혁신이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이 항상 혁신적인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구글 글라스가 과거가 아니라 5G 시대인 지금 나오면서 VR/AR 기기로 선전되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과 조직 내 협업이다.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목적지까지의 지도부터 다시 그릴 때다.

윤호영 /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빅데이터분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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