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프랑스의 생화학자이자 세균학자 파스퇴르는 미생물학에서 거둔 성공만큼이나 열렬한 와인 애호가이자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와인이 있는 식사나 술자리에서 인용하기 좋은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한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 "와인이 없는 식사는 햇빛이 없는 날과 같다." 등이 특히 유명하다. 그는 "와인이 있는 곳에는 슬픔과 걱정이 날아간다."라고도 했는데, 이제 그 말은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후위기는 세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와인산업도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로는 상황의 심각성을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용어를 검색하면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원조(ODA) 사업들이 많이 보인다. 흙탕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꿔주는 라이프 스트로우(Lifestraw), 낮시간 동안 축구공 놀이로 운동에너지를 저장해 저녁에 LED 전구에 연결해 공부를 돕는 쏘켓(Soccket), 전기가 필요없는 아프리카식 냉장고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적정기술은 해외 원조사업용으로 많이 연구되었는데, 2015년 설립된 한국적정기술학회도 원조
동아프리카의 내륙국 남수단은 30년 이상 이어진 다르푸르 내전을 거쳐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다. 멀고 낯선 나라로 여길 법한데 고(故) 이태석 신부의 활동을 담은 다큐 영화 의 무대로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다.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수단은 인종, 종교, 언어, 경제사회적 조건에서 남북간 차이가 컸다. 역사적으로 북부지역은 이집트와 밀접하여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가 대다수인 데 반해, 남부지역은 기독교와 토속신앙을 믿는 여러 부족이 혼재되어 있다. 식민시절부터 영국-이집트 지배 기간 동안 북부 아랍계가
기후위기는 결국 인류 모두의 문제일 텐데, 그래도 더 먼저 더 민감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시민'이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다. 녹색연합 윤정숙 대표와 플랜1.5 윤세종 변호사 두 분은 기후시민이자 기후활동가다. 어쩌면 기후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소에 기후 걱정을 하다가도 막상 선거철이 되면 모든 의제에서 뒤로 밀리는 대한민국 정치현실일지도 모르겠다. 두 기후시민/활동가가 생각하는 기후정치 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 주]2024년, 기후정치 원년윤정숙: 2022년 대선 때 한 청소년 단체에서 ‘모두의 기후정치’라
환경운동이나 기후활동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말이 있다.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쓰레기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지구별에 남아 차곡차곡 쌓여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협할 뿐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는 프랑스 면적의 세 배에 달한다는 플라스틱 쓰레기섬은 그냥 흘려들을 지구괴담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삶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상의 실천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다. 오늘은 알맹상점의 이야기로 그 소중함을 생각한다. [편집자 주]‘제로웨이스트 매장(zer
기후위기는 영화 에 나오는 지구로 돌진해오는 혜성과도 같다. 결국 파국이 닥치면 누구도 그 문제에서 피할 수 없다. 2월 14일, 22대 총선을 맞아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하며 '기후정치시민물결'이 출범했다. 이번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이들의 활동기간은 24년부터 28년까지다.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2030년을 준비하는 마지막 골든타임과 겹친다. 단지 기후 관련 공약을 몇 개 추가하고, 후보를 공천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기후정치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기후정치시민물결과 피렌체의식탁 공동으로 기획대담을 준비했다. 먼저 녹색연
https://www.weather-photo.kr/nsimsa/agree.php기상은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물리적 변화를, 기후는 장기간에 걸쳐 측정된 기상의 평균과 변동을 의미한다. 기상은 순간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국지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 종로와 잠실의 기온과 강우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후는 평균값(대체로 30년)이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예측가능하며 변동도 서서히 나타난다. 그래서 인간의 생활주기와 농사주기 등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올 수 있었다. 기상은 지구의
북극 지역의 최상위 포식자 북금곰은 ‘해양 포유류’다. 고래처럼 물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북극해에 떠 있는 해빙(海氷, sea iceberg)이 꼭 필요하다. 북극곰의 주식은 바다표범인데, 바다표범이 해빙에 난 구멍으로 숨을 쉬러 올라올 때 북금곰의 먹이 사냥도 시작된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해빙의 면적이 줄면 북극곰의 사냥활동이 가능한 면적이 줄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체수의 수도 줄어든다.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북극곰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 이하 PBI)은 2월
한국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요새 우울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온통 정치 뉴스 뿐인 와중에 나라 경제도 나빠지면서 사람들 주머니 사정마저 안 좋으니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기가 쉽지 않다.세계 뉴스를 보면 이미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를 재난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좋게(?!)' 한국은 아직 극단적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 시베리아만큼 추운 겨울에 남국의 열대만큼 더운 여름을 오가는 한국의 날씨인지라 그만큼 기후변화에 덜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아쉽지만 이럴 때일수록
2월 들어 각종 소셜미디어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의 소감문을 올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이 다큐는 1985년 최고의 음악인 를 녹음한 1월 28일, 하룻밤의 기록을 담고 있다. 당대 최고의 팝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극적 재미를 더하는 영화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오랜 기간 이 노래는 목적과 결과 때문에 더 유명했다.이 가수들을 불러모은 것은 그 3개월 전(1984년 10월) BBC 뉴
주말 동안 청소년 환경 분야 신간 《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 이야기》를 읽었다. 여섯 명의 현장 교사가 기후변화와 인류세의 시대 주목해야 할 18종의 동물을 선정해, 동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책은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목차와 관계없이 궁금한 순서대로 읽어도 무관하다. 목차를 훑어내리다가 내 눈에 들어온 동물은 '산호'다. 다음 차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동물과 식물을 가르는 가장 큰 특성을 '이동성'에서 찾는다면 산호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이름은 지구(地球)다. 사람의 삶터가 땅 위이기 때문. 하지만 지구 표면의 훨씬 더 넓은 면적(70%)은 단연코 바다다. 그래서 우주에서 본 지구는 황색(땅)도 녹색(숲)도 회색(도시)도 아닌 파란색 구슬(The Blue Marble)이다.여기 남다른 시선으로 바다에 주목한 사진전이 있다. 아이들에게 더 생생한 지리 지식을 보여주기 위해 지리교사들이 카메라와 드론을 들고 주말과 방학 때 발품 팔아 건진 사진들이다. 서울지하철의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햇수로 9회째를 맞이한 전국지리교사모임 지리사진전의 올
지난주 서울 성동구 중랑천에 집결한 200여 마리의 원앙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새박사 윤무부 교수의 발언이 여러 언론에서 다루어졌고, 원앙을 보려 중랑천을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늘었다.원앙은 화려한 색감의 암수한쌍의 결합이 오래 유지되어 百年偕老(한평생 사이좋고 즐겁게 함께 늙어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원앙 나무조각은 전통혼례식의 꼭 등장한다. 상징성이 커 천연기념물의 지위에도 올랐는데, 생각보다는 흔한 새이다. 그래도 이런 겨울 철새 손님이 한두 쌍이 아니라 수백마리 떼로 모여있으니 시민들의 반
2023년 3번째 임기를 시작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이한 신년사를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Washington Post, 2024/01/08). 일성은 1년 전의 쿠데타 시도를 저지한 것과 브라질 민주주의의 승리 선언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월 8일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3대 권력 기관(행정부, 연방대법원, 국회)을 침탈해 난동을 부렸다. 선거 결과를 부인하는 이 극단주의자들의 행태는, 딱 1년 전인 2022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을 침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를 서식처로 삼은 해양포유류다. 몸길이 최대 2.7m, 체중 최대 230kg 정도의 중형 돌고래로, 평균수명은 40년이다. 마라도를 포함한 제주 전역에서 발견되지만, 구좌읍에서 성산읍에 이르는 북동쪽과 대정읍이 포함된 남서쪽에서 가장 자주 목격된다. 수심 100m 미만의 제주 연안을 돌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만 있다면 배를 타고 좇지 않더라도 망원경이나 육안으로 연안에서 볼 수도 있다.한 때 1천 마리 정도에 달했을 제주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는 현재 120마리 내외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혼획된 후 수족관으로 팔려
[뉴질랜드] 2023년 10월 14일 총선으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이 38%의 득표율로 1당이 되었고, 당수 크리스토퍼 럭슨이 새 총리가 되었다. 국민당은 행동당 및 제일당과 연정을 구성했고, 부총리 자리는 여당연합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제일당의 피터스에게 돌아갔다. 보수적 입장의 피터스는 기후변화 부정론의 편. 과거 배출감축은 국가를 파산시킬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보수 정부의 등장으로 뉴질랜드의 에너지기후정책은 후퇴가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 조치가 전임 노동당 정부의 2018년 “신규 석유 및 가스탐사 금지” 결
구상나무는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도 불리는 고유종으로, 나무 이름은 제주도에서 성게를 부르는 방언인 ‘쿠살’에서 유래한다. 성게처럼 짧은 바늘같은 잎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나무는 한국의 크리스마스 트리로도 유명하다.덕유산, 지리산, 가야산에서도 분포가 확인되지만, 한라산에 가장 넓게 분포한다. 또한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이곳의 고산기후에 적응하여 유전적으로도 독특한 특성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수년 전부터 한라산 구상나무가 고사하거
여기 새 그림에 진심인 맹순씨(정맹순, 83)가 있습니다. 딸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을 보며 볼펜으로 촘촘하게 새의 특성을 담아내고 색연필로 색을 더하는 지난한 작업. 맹순씨의 새그림은 짧은 그림일기가 되었다가 딸과 손주들을 위한 생일 축하 엽서도 되기도 합니다.맹순씨가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심리상담사였던 딸 임자씨는 일이 끊겨 집에 있어야 했고, 심장마비로 죽음 앞까지 다녀온 후 딸과 합가한 맹순씨도 감옥 같은 집에 갇힌 시절이었습니다. 임자씨는 당시 탐조가 취미였는데, 코로나로
반지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공간이다. 1970년 박정희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대피용 지하층을 의무화 한 것이 출발이다. 서울이 급성장하면서 이 공간은 임시 주거용으로 개조되었다. 처음엔 법의 사각지대였지만 주택난이 심화되자 공식 허용되었다. 1980년대 중반 다세대주택이 도입되면서 독립 세대로 등기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2005년 아직은 고밀도 아파트의 비중이 높지 않던 시절 반지하는 서울 가구의 11%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늘어났었다.반지하의 생활 환경은 취약하다. 습기와 곰팡이에 취약하고 외부로 노출된 창문은 지나가는 행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의 발생빈도가 커지면서 국제적 재난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캐나다의 산불이 미국 뉴욕에까지 영향을 미쳐 산업화 시대 스모그가 다시 발생하기도 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은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와 같은 토착종의 개체수를 크게 줄였다.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산불피해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는 누적 건수 6,327건의 산불이 발생해 총면적 13,867ha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되었다(위 14년을 평균하면 연간 452건의 산불이 발생해 매년 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