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폭염으로 모든 학교 3월 18일부터 휴교, 기후재난 현실화

휴교령과 학교 폐쇄가 더 큰 기후재난으로 이어질지 걱정

수단과 남수단, 국제구조위원회가 뽑은 최악의 위기국가 1위와 3위

가뭄이 사막과 사람의 남진으로... 기후 내전, 해결기미 안 보여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의 외곽 마을.  남수단 정부는 2주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대비해 3월 18일 월요일부터 모든 학교의 폐쇄를 결정했다. 보건부와 교육부는 토요일 늦은 성명에서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모든 어린이를 실내에 두도록 부모에게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AP,  Gregorio Borgia)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의 외곽 마을.  남수단 정부는 2주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대비해 3월 18일 월요일부터 모든 학교의 폐쇄를 결정했다. 보건부와 교육부는 토요일 늦은 성명에서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모든 어린이를 실내에 두도록 부모에게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AP,  Gregorio Borgia)

동아프리카의 내륙국 남수단은 30년 이상 이어진 다르푸르 내전을 거쳐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다. 멀고 낯선 나라로 여길 법한데 고(故) 이태석 신부의 활동을 담은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의 무대로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수단은 인종, 종교, 언어, 경제사회적 조건에서 남북간 차이가 컸다. 역사적으로 북부지역은 이집트와 밀접하여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가 대다수인 데 반해, 남부지역은 기독교와 토속신앙을 믿는 여러 부족이 혼재되어 있다. 식민시절부터 영국-이집트 지배 기간 동안 북부 아랍계가 정부를 독점하고 남부를 개발에서 소외시키면서 사회경제적 격차가 더 커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와 빈번한 가뭄이 분쟁의 씨앗이었다. 1979년 사헬 지대(사하라사막 남쪽에 길게 분포하는 사막과의 경계 지대)에 가뭄과 대기근이 발생했고, 이어 1983년과 1984년에도 가뭄이 반복되었다. 가뭄을 피해 초지로 내려온 북부의 아랍계 유목민과 남부 흑인 간에 초지를 둘러싼 갈등이 커졌는데, 정부민병대가 남부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탄압하면서 갈등은 피를 부르는 내전으로 격화되었다. 정부민병대와 남부수단인민해방운동(SPLM) 간 무력충돌이 가장 심각했지만, 다양한 종족 간 분규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수단과 남수단의 경계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지역 갈등의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이처럼 30년 가까이 이어진 다르푸르 내전으로 20만 명의 희생자와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여 2005년 포괄적평화협정체결과 2011년 국민투표로 남수단의 독립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북쪽의 수단도, 신생독립국 남수단도 여전히 무장갈등과 빈번한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인구의 수가 많다.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는 지난해 말 <2024년 세계 위기국가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매년  연말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190개 국가와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인도적 위기가 새로 발생하거나 악화될 것이 예상되는 20개 국가를 제시한다. 수단과 남수단은 위원회가 올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최악의 위기국가 1위와 3위에 각각 올랐다. (참고로, 5개월 넘게 이스라엘에 의한 무자비한 보복 폭격에 노출된 팔레스타인이 2위다.)

2023년 4월 이후 내전을 겪고 있는 수단은 수도 하르툼과 만성적 분쟁지역인 다르푸르 이외의 지역으로도 전투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66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는데, 국가 기능이 거의 붕괴된 상태라 안타깝지만 인도적 위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수단도 위기를 겪고 있다. 남수단의 위기는 지난 5년간 매년 발생한 홍수 그리고 올해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혼란에서 유래한다. 몇 년 간 반복된 홍수로 집을 잃고 식량생산이 준 것도 문제인데, 수단의 내전 심화로 대규모 난민이 남하하면서 남수단의 식량위기와 내부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전이 있는 북부지역에서는 무장세력 간 충돌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수단은 건기(11~3월)와 우기(4~10월)의 구분이 뚜렷하다. 지난 몇 년간 남수단을 괴롭한 극단적 기후현상은 홍수였다. 올해도 심각한 엘니뇨가 예상되어 우기에 홍수피해가 다시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홍수에 앞서 건기인 지금 무지막지한 폭염으로 이미 기후경보에 빨간등이 켜졌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건기의 막바지로 지난 20년 평균 35~6℃를 넘나드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주 간 남수단 전역에서 40℃를 넘는 날들이 이어졌고, 결국 남수단 보건부는 지난 토요일 무기한 휴교령을 선언하였다. 보건부의 결정은 두 가지다.

첫째, 3월 18일부터 모든 학교를 폐쇄한다.

둘째, 학교가 폐쇄되는 동안 부모는 자녀가 장시간 야외에서 놀지 않도록하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열 탈진 및 열사병의 징후가 있는지 모니터링하라.

지난해 국제구조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남수단에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이미 9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2%에 달한다. 휴교령을 내릴 만큼 학교가 열악하다지만 집이라고 안전이 더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빈곤국가에서 학교는 오히려 긴급구호와 영양공급의 최전선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휴교령과 학교 폐쇄가 더 큰 기후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남수단이 지금 직면한 폭염 재해는 5월부터 시작될 우기엔 홍수로 모습을 바꿀 것이고, 12월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정치갈등과 곳곳의 무력충돌은 또 빈번해질 것이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갈등과 기후재난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해결하기 난망한, 저 멀리 가난한 나라 사정의 디테일은 이처럼 처참하다. <울지마, 톤즈>와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이 소식이 전달되기를 손모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