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제목이 ‘해냈어요, 멸망’이다. 무엇을? 눈치 빠른 독자라면 제목과 표지만 스윽 보고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룡, 배달용기, 시든 화분, 넘치는 옷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웃는 사람, 그 모든 것을 배경으로 뒤쪽 창문에... 어라, 지구가 망하고 있네?“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무려 1632년에 철학자 스피노자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그때도 지구의 종말을 걱정했던가. 어쨌든 이제 그 말은 이렇게 수정될 거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특가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2천 명씩 5년간 늘어난다. 지난 20일 정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의대 정원은 증원하지 않고, 경기인천 361명, 나머지 1639명은 지역 대학에서 늘린다고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지역의료 강화 목적에 부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지만, 오랫동안 의료문제를 고민해온 이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 의료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일이예요. 증원 2천 명 중 764명이 수도권 병원과 연계한 지역의대 학생 숫자입니다. 지역보다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은 의대의 정원을 절반 가
유럽 바다를 경험했다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풍차를 기억할 것이다. 외국까지 갈 것 없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제주 중산간, 그리고 제주 해안 가까운 곳에 세워진 수십 미터 높이의 3개 회전날개가 달린 거대한 타워는 그 자체로 풍경을 압도한다.세계 풍력발전기 타워 시장에서 1등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 혹은 미국 기업을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한국 기업 씨에스윈드(CSWIND)가 바로 그 1등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6%(매출 2조여 원 규모, 1만 3천여 개
2회째, '뼛속까지 민주당 맨' 최병천 소장의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는 계속됐다. 공천을 둘러싼 파문이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로 받아들여져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한다는 것. 조국혁신당은 창당 선언 후 여러 영역의 인재들을 영입하며 기세를 올리는 중이고, 영입의 면모는 노력을 인정할 만하다는 게 최 소장의 평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윤 정권 심판의 기치로 연대하지만 파괴력은 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결국 국민의힘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편집자 주]조국혁신당 3위… 10석 이상 가능할까신혜선: 안녕하세
4월 10일 22대 총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당마다 공천과 내부 경선 준비 등으로 분주하고 어수선하다. 제1당이 유력하던 민주당은 마침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밀리는, 불가능할 것 같던 경우의 수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기세가 기운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역시 공천과 선거전략을 둘러싼 현 지도부의 미숙한 운영을 꼽을 수 있겠다. 비명횡사, 명문 정당 아닌 멸문 정당, 공천 아닌 사천 같은 신조어가 난무하는 2월 말 민주당 상황에 대해 '뼛속 깊이 민주당 사람'이라 자처하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약이 될 쓴소리를
50만부 베스트셀러,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이 ‘말하기’ 전도사로 활약중이다. 강원국 작가의 ‘말하기 고충 상담소’ 프로젝트 안내 두 번째는 리더의 말에 대해 먼저 살피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로 '험담'과 '뒷담화'를 강조한다. [편집자 주]#. 설득까지 가야 주장은 주장이 된다신혜선: 자기 주장도 범람하죠? 주장이 주장다우려면 설득까지 가야할 거 같아요. 나 혼자 시끄럽게 떠들면 공허하죠. 설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강원국: 우선, 설득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내가 이미 a라
50만부 베스트셀러,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이 ‘말하기’ 전도사로 활약중이다. 혼자 쓴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함께 쓴 《말하기의 태도》 등 3권을 연달아 낸 강 작가는 말하기 연작의 마지막으로 《말하기 고충 상담소》를 준비하고 있다.“‘대통령의 글쓰기’는 글을 다루지만, 그 글이 대통령의 연설문이었지요. 실은 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강 작가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글을 썼지만, 말을 위한 보좌역이었으니 ‘말’로 몸을 튼 그의 변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기 위해선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를 이야기하는 책이 등장했다. 제목이 《이기는 정치학》인데, 먼저 민주당 패배론을 주장한다. 그리고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중도성향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울 것을 주문한다. 종부세 폐지, 전략산업에 법인세 1년간 인하 등 경제정책도 파격적이다. 전작 《좋은 불평등》에 이어 《이기는 정치학》을 출간한 최병천 작가(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는 “민주당이나 보수정당이나 모두 중도를 끌어안았을 때 승리했다.”고 지적한다. 그런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을 뿐인데, 눈떠보니 정치인이 돼 있습디다. 35년간 경찰이었는데, 지금은 시민이 됐고요. 경찰이기 때문에 눈치 보며 산 것도 맞는데, 지금은 완전 자유인이 됐어요. 시민처럼 표현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지난 1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지하 2층에서 열린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류삼영 작가(전 총경)의 북 콘서트. 130석 규모의 이벤트홀이 꽉 찼다.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전주를 지나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북 콘서트다. 14만여 명의 전국 경찰 숫자를 생각하면 너무 소박한 공간이다. 공간을 욕심
당신은 중환자의학을 동경하는 스물한 살 의대생이다. 내과 병동 실습을 돌던 어느 날 응급실에 실려 갔고, 어린 시절 수 차례 했던 까닭 모를 배앓이의 병명을 그때 처음 들을 수 있었다. ‘선천성 담관낭종’. 날 때부터 담도가 길어서 생기는 희귀병이다. 1년 후엔 다시 담도폐쇄, 두 번째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도 담도는 계속 말썽을 부렸다. 진통제를 복용하고, 새로운 시술을 번갈아 가며 받는 환자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이번엔 대장암 3기란다. 그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살았다. 일단 여기까
2024 피렌체의식탁 신년대담의 두 번째로 정지훈 IT 전문가를 모셨다. 미중 패권경쟁, 다극화... 정지훈 박사는 '지금 세계의 인재들이 모두 미국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미국의 우위를 전망했다. 이민 2, 3세대가 아닌 새로운 이민 1세대들이 미국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쇠퇴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미국 전역이 실리콘밸리화 되는 현상의 이면일 뿐이다. 거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 바깥으로 내보냈던 미국은 팬데믹과 미중 경쟁 등을 거치며 제조업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 디지털이 기본이 된 시대, 이제 누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전 위원장이 차기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은 ‘정치 1번지’ 종로다. 먼저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고, 선거 결과도 알 수 없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왜 종로일까. 소소한 이유야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감사원’이 있어서란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과 조직을 괴롭힌 감사원이 있는 곳. “국민의 감사원으로 돌려놓고,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치적 심판을 이루는 일이 이번 총선 출마의 이유인만큼 종로가 답”이라고 설명한다.법으로 보장한 임기를 다해 성실하게 일하겠다는데, 국
“얼굴이 폈어요. 여의도 징역 4년 살다가 자기 발로 나오기를 작심해서 그런가.”(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 “그런가요? (웃음) 속은 여전히 썩고 있습니다.”(홍성국 민주당 국회의원)지난 12월 21일, 신년대담 인터뷰를 위해 메디치미디어 사옥을 방문한 홍성국 의원(민주당)의 낯빛은 맑았다. 홍 의원은 메디치미디어의 핵심 저자다. 《미래설계의 정석》, 《세계가 일본된다》, 《인재 vs.인재》, 《수축사회》 등 그의 중요 저작들이 메디치에서 나왔다.《수축사회》가 인연이 돼 정치권으로 간 홍성국 의원이 4년 임기의 마지막에 불출마를
시민 이기주가 기자 이기주가 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 '한 장면'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산 소 수입을 반대하는 일명 '광우병 시위'에서 시민 이기주는 늦은 퇴근길 시민들이 곤봉으로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았다. 해외 영업에서 일을 배워 돈 많이 버는 사업가가 될 생각을 했던 3년차 직장인이었던 이기주는 이 이상하고 불편한 상황이 못내 불편했다. 그리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시민 이기주의 '상식'이 종내 그를 늦깍이 기자로 만들었다. '한 장면'을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은 결국 '날리면? 바이든?'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고단한 한국인? 우리는 고생하려고 태어났다. 기획 부동산 사기를 당해 하필 이 땅에 터를 잡은 단군 할배(할아버지)부터가 문제다. 그것 만인가? 포식동물 호랑이와 잡식동물 곰이 무슨 마늘을 100일간 먹어대나. 덕분에 내장에 있는 세균들은 어지간히 정리됐긴 하지만.”《한국인의 탄생》. 책 제목은 엄격하나 내용은 앞의 인용구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구절이 잔뜩이다. 저자 홍대선은 한국인의 조상 셋을 소환해 이야기를 푼다. 그 시작은 모두가 아는 '단군 할배'다. 이 할배는 신화적 영역에서 시작한 이야기의 뿌리다. 저자는 ‘한(국)’ 민
28살 청년 문상철, 그가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실에 여론조사와 메시지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들어간 건 2011년이다. 비서실에서 보낸 7년에 지난 5년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흔이 됐다. 지금은 정치와는 먼, 민간 기업에서 일한다. ‘김지은씨 미투’ 사건이 그가 안 전 지사와 함께 일한 7년 사이에 벌어진 건 아니다. 그는 도청 근무와 선거 캠프에 몸을 담은 후 국회의장실로 옮겼다. 그러니, 이 사안에 대해 어쩌면 큰 부채의식을 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반성문'을 쓰길 원했다. 최근 출간된 《몰락의 시간》은
현직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상임이사. ‘본캐’는 금융 정책가다. 37년 6개월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그렇다고 말수 적고 농담 없고, 뭔가 틀에 박힌 ‘한은 맨’을 상상하면 당황할 것이다. ‘부캐’는 작가인데, 그앞에 ‘낭만적’(romantic)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신간 《숫자 없는 경제학》 책이 단적인 예다. 어렵고 재미없을 거 같은 금융 역사 이야기를 고전부터 현대까지 재미있는 영화 8편과 연결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평소에 아이디어 보따리를 뇌 한쪽에 장착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는 말이 이해됐다.
한 '어머니'가 있다. 일하는 여성이다. 10월의 그밤에 아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아이를 찾으러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정혜승 작가는 이렇게 '이태원'에 자발적으로 연루되었다. 몇 번이고 현장을 보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기자로, 민간기업에서 홍보 전문가로,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도 일을 했다. 그런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묻고 또 물었다. 세월호에 이어 왜 이런 참사가 또 터졌는가? 우리 사회 위기관리의 차원에서 파헤치고 들어갔다. 32명을 인터뷰했다. 법은 하급 공무원의 책임을 묻지만, 참사의 재발 방지를
‘나를 쓰레기처럼 살게 해주세요.’ 어떤 청년이 이런 기도를 하고 있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일단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암 같은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하는 조언 중 하나는 ‘인정’이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라는 생각으로 현실을 부정한다면, 다음 치료의 단계로 나갈 수 없어서다. 이런 조언은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큰일’을 만났을 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건 없건 크건 작건,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그래서 우울증에 빠진 상태라면, 그 시작
자본주의 사회를 관통하는 금융에서 ‘공시 의무’에 ESG가 포함되면서 ESG를 둘러싼 논란은 끝났다. ESG가 기업과 국가 운영의 필수적인 당연한 고려 요소가 된 것이다. 제품 하나가 만들어지고 쓰임이 다할 때까지 발생하는 탄소를 수치화해야만 하는 세상. 이제 금융시장은 그 수치를 밝히는 기업과 밝히지 못(안)하는 기업을 두고 그 수치와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투자가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공시한 ESG 수치를 읽을 줄 모른다면, 나의 투자 결과는 ‘초짜(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