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의 호락호락] 풍력발전 타워 시장 1위 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

창업 40년...아시아 유일한 풍력발전타워 제조사, 글로벌 시장에서 1등

위기마다 도전적 협상 카드, 통 큰 양보로 미래를 얻다

현지화에 모범...값싼 노동력에 교육과 품질관리, 자부심을 얹어 판다

미 콜로라도 공장은 1천 명 고용... 바이든 대통령 내방 인사하기도

유럽 바다를 경험했다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풍차를 기억할 것이다. 외국까지 갈 것 없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제주 중산간, 그리고 제주 해안 가까운 곳에 세워진 수십 미터 높이의 3개 회전날개가 달린 거대한 타워는 그 자체로 풍경을 압도한다.

세계 풍력발전기 타워 시장에서 1등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 혹은 미국 기업을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한국 기업 씨에스윈드(CSWIND)가 바로 그 1등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6%(매출 2조여 원 규모, 1만 3천여 개 타워 설치)로 압도적인 1위는 아니지만, 세계 시장에서 분야별로 우리가 1위 하는 업종이 몇 개쯤인지 헤아린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씨에스윈드는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았다. 미래 에너지 자원의 한 축인 풍력발전 시장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면에서 기업 스토리가 궁금했다. “도대체 땅도 아니고 바다 한 가운데 저 기둥은 어떻게 세우는 건가요? 무너질 염려는 없나요? 타워 안은 텅텅 비어 있나요?” '피렌체의식탁'은 평소 가졌던 궁금함에 대해 씨에스윈드 창업주 김성권 회장에게서 직접 대답을 듣는 기회를 얻었다. [편집자 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이쪽에서 부탁해 찍은 사진이 아니라 바이든이 대통령이 감사인사를 전하러 찾아와 찍게 된 사진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고객사를 돕기 위해 통크게 한 양보가 미국 공장 건립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콜로라도 씨에스윈드 공장은 채용 인력만 1천 명에 달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감사인사를 할 만하다. /사진제공=씨에스윈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이쪽에서 부탁해 찍은 사진이 아니라 바이든이 대통령이 감사인사를 전하러 찾아와 찍게 된 사진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고객사를 돕기 위해 통크게 한 양보가 미국 공장 건립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콜로라도 씨에스윈드 공장은 채용 인력만 1천 명에 달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감사인사를 할 만하다. /사진제공=씨에스윈드

신혜선 미디어사업본부장(이하 신혜선) = 풍력발전하면 모두 아는 거 같지만, '타워'라고 콕 집으니 낯설어요. 만드는 거, 설치하는 거 모두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풍력 타워 제작은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어디서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건가요.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하 김성권) = 우선 100m 길이의 모노파일(발전기 기초 구조물)을 바지선에 싣고 가요. 2천 톤짜리 크레인이 들어 바닷속에 햄버를 박아요. 수심 50미터에 지반을 만드는 거죠. 한 번에 해야 합니다. 타워는 그 위에 세웁니다. 20~25m짜리 타워 3~4개를 레고처럼 쌓고, 볼트로 연결하고 용접해 세웁니다.

타워에 400~500톤 발전기, 150톤 날개 3개가 장착됐다고 생각해봐요. 바람이 초속 10m, 13미터로 불면 휙휙 돌아갑니다. 이걸 지탱해줘야 하는 거죠. 게다가 염분이 있는 바다입니다. 부식을 고려하면 도장이나 용접에서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으면 안되겠죠. 바로 부러지는 겁니다. 타워는 직경 10미터, 높이 100미터인데 그 안에 발전소가 차려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 안에 제어장치 등 무려 1500여 가지 부품이 들어있습니다. 부품 일부는 외부에서 조달하는데, 타워를 세우는 기업이 책임지고 최종 조립합니다. 풍력발전기는 타워와 발전기(노셀), 블레이드(날개)가 함께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만드는 기업들은 공급망관리사슬이 아니라 파트너 개념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사업을 해야 실수가 없습니다.

새걔 퓽력발전기타워 시장의 1위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아는 이들은 드물다. 2000년 초반, 베트남 현지 공장을 발판으로 덴마크, 포르투갈 그리고 미국까지 진출했다. 바람을 가르고 기둥을 세우는 씨에스윈드는 지구의 자전과 함께 멈추지 않고 돌 것이다. /사진 = 씨에스윈드 홈페이지
새걔 퓽력발전기타워 시장의 1위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아는 이들은 드물다. 2000년 초반, 베트남 현지 공장을 발판으로 덴마크, 포르투갈 그리고 미국까지 진출했다. 바람을 가르고 기둥을 세우는 씨에스윈드는 지구의 자전과 함께 멈추지 않고 돌 것이다. /사진 = 씨에스윈드 홈페이지

신혜선 = 듣기만 해도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성권 = 해상풍력 타워는 풍력 타워 중에서도 조금 난이도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바다에 설치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보수 비용이 육상에 설치한 것에 비해 10배 이상 들거든요. 해상풍력 타워나 해상풍력 기기는 품질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시아에서 해상풍력 타워를 만들 수 있다는 인증을 받은 기업은 우리 하나예요.

신혜선 = 아시아에서 유일한 기업이고, 시장점유율 세계 1위 기업. 대단해요. 해양 플랜트쪽 대기업에서는 참여하지 않나요?

김성원 = 꽤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이 참여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요. 국내 조선사들 대부분 터빈 발전기를 만드는 데 참여하려고 덤볐다가 실패했습니다. 이미 미국의 GE나 독일 지멘스 등 30~30년 전에 시작한 외국 기업이 품질도 좋고 가격 경쟁력도 좋은 거죠.

신혜선 = 풍력발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래 자원으로 더 주목받는 분야에요. 이 시장에 일찍 눈을 뜨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습니다.

김성권 = 1979년 극동건설에 입사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일했어요. 4년 근무하다가, 미국계 철강회사인 BMTC WICKE로 자리를 옮긴 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사우디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1989년에 한국에 중산정공을 설립하고 국내 건설업체에 자재를 납품했습니다. 타워 시장에는 2003년 베트남에 공장을 만들면서 본격 뛰어들었죠.

김 회장이 착안한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1990년대 한국 시장 상황. 김 회장은 이미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모두가 대학 진학에 혈안이 됐던 때,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굳이 한국에 공장이 필요할까. 베트남에서 일한 경험을 돌이키니, 현지인의 손재주도 그렇고, 인건비도 그렇고 경쟁력이 훨씬 좋았다. 또 하나는 같은 철구조물이지만 화력이 아닌 미래산업 풍력 시장으로 방향키를 틀자는 판단이었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며 한 생각이다. 

신혜선 = 2003년의 해상풍력이라면 정말 초기 시장이에요. 베트남 현지 공장을 만들고, 숙련공을 키우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김성권 = 베트남 현지 인력을 세계 최고로 키우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성장을 위해서죠. 교육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했습니다.

김성권 회장이 해상풍력타워 시장 진출을 결심한 이후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앞선 국가의 인건비가 30~40배 비쌌기 때문에, 김 회장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력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공장사진은 2024년 해상풍력타워 증설 및 베트남 공장 설립 20주년 세레모니 모습/사진 제공 = 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이 해상풍력타워 시장 진출을 결심한 이후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앞선 국가의 인건비가 30~40배 비쌌기 때문에, 김 회장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력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공장사진은 2024년 해상풍력타워 증설 및 베트남 공장 설립 20주년 세레모니 모습/사진 제공 = 씨에스윈드

해상풍력기기의 선도국 중 하나가 덴마크다. 덴마크에는 관련 ISO 품질인증을 만든 16인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을 베트남 공장으로 모셨다. 일주일에 5일 강의하고 컨설팅하는 비용만 3만 5천 달러. 베트남 사무실 3층은 강의실로 운영했다. 기능직은 기능에 맡는 영역의 기술 교육을, 엔지니어는 프로젝트 관리 업무 등 직무와 직급에 맞는 교육을 10~15주간 실행했다.

“풍력 타워는 업종으로 보면 중공업입니다. 100%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니라는 거죠. 기술이 필요하니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는 당연합니다.”

현지 공장장이 베트남 직원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부인과 상담하면서 ‘남편이 고생하고 있다. 잔소리같은 거 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해외 공장을 이야기하면 ‘현지화’는 늘 따라붙는 문구다. 누구나 말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그 현지화를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씨에스윈드 베트남 공장은 관리도 베트남 사람들이 맡는다. 8천 명 가까운 직원 중 한국인은 CFO와 CTO 딱 둘이다. 김 회장은 “교육 후엔 권한과 책임 이양이었다”며 “시스템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그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혜선 = 시장 1위 사업자가 되기까지 고비도 많았겠죠.

김성권 = 여러 차례 있었죠. 무엇보다 해상 풍력 타워 시장 진출을 결심하고 베트남 공장을 지을 때죠. 수주 없이 공장만 짓는 건 선투자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당시 타워 제조 공장은 주로 유럽에 있었는데, 베트남 인건비 경쟁력이 좋았습니다. 당시 애니지 마이콘(현재 베스타스)이라는 회사에서 뉴질랜드에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데 55개 정도 타워가 필요했어요. 제가 설득했죠. 베트남에서 만들면 반값에 만들어줄 수 있다고. 다만, 공장을 이제 세워야하니 그들도 위험부담이 있는 거죠. 기술 투자를 요청했습니다.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베트남과 덴마크 인건비가 30~40배 차이가 났으니까요. 설득에 성공했어요. 그런데, 공장 짓다가 폭풍이 와서, 철골 올려놓은 게 쓰러졌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죠.

신혜선 = 그래도 그 위기를 잘 넘기셨어요.

김성권 = 고객사에서 당연 클레임이 들어왔어요. 공장을 전부 팔면 200만 달러 수준이라며, 투자비가 150만 달러니 공장을 내놓으랍디다. 3년의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3개월씩 나눠 갚겠다고. 대신, 일을 달라고 했어요. 내 공장 뺏겠다고 나서면 나도 소송을 각오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며칠 후 그러겠다고 답이 왔어요. 그들로서도 베트남 공장을 가져간다고 해도, 활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 번 더 협상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이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5년을 제안했습니다.

베스타스에서 기술 인력 6명을 파견했다. 처음에는 그 비용도 달라고 했는데, 김 회장이 말했단다. “너희도 급하잖아. 이왕 도와주는 거 화끈하게 도와줍시다!” 베스타스는 베트남 공장에서 완성도가 보장된 타워를 공급받기 위해 기술 교육에 아낌없이 나섰다.

두 번째는 200만 달러 규모의 기계를 추가로 구매해주고, 5년간 분할 상환할 기회를 준 일이다. 베스타스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김회장을 포함한 씨에스윈드 현지 인력이 보여준 노력 때문이었다. 매일 12시간 이상, 주말, 낮밤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효율성을 높일 뭔가를 지원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그들에게 아시아에서 처음 등장한 타워 제조 씨에스윈드와 베트남 공장은 투자해 육성하고 싶은 벤처기업과 비슷했던 거다. 철구조물이 무너져 베트남 공장을 통째로 뺏길 위기에 처했던 씨에스윈드는 당시 위기를 세계 해상풍력발전 터빈 제조사 1위(매출 30조 원 규모) 기업 베스타스와 가장 끈끈한 파트너 관계를 맺는 계기로 만들었다.

김성권 회장은 협상의 달인이라고 할만하다. 분명 절체절명 위기 상황임에도 고객사와 협상을 통해 판을 바꾼다. '세운 원칙을 함부로 흔들지 말 것. 진정성을 갖고 임할 것. 그리고 시장을 냉정하게 볼 것' 김 회장이 말하는 경영 노하우다. /사진=피렌체의식탁
김성권 회장은 협상의 달인이라고 할만하다. 분명 절체절명 위기 상황임에도 고객사와 협상을 통해 판을 바꾼다. '세운 원칙을 함부로 흔들지 말 것. 진정성을 갖고 임할 것. 그리고 시장을 냉정하게 볼 것' 김 회장이 말하는 경영 노하우다. /사진=피렌체의식탁

신혜선 =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걸로 뭔가 부족해요. 놀라운 반전이잖아요.

김성권 = 가격 경쟁력이 꽤 컸고요.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와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면, 결국 베스타스의 비즈니스에도 도움 된다는 거죠. 베트남 공장은 그 시기 신생 업체의 공장이었는데, 아시아에서도 몇 개 없었고, 베트남에선 최초의 타워 제조 공장이었습니다.

신혜선 = 추가로 진출하려는 분야가 있나요?

김성권 = 해상풍력 타워를 세우려면 바다 속에 우선 구조물을 만들어야 해요. 파운데이션이라고 하죠. 그걸 만드는 덴마크 기업 블라트가 있습니다. 작년에 블라트를 인수했어요. 수심이 50m면, 100m쯤에 구조물(모노파일)을 심어요. 바다 땅 속 30m쯤, 그리고 20미터 정도 올라오죠. 그 귀에 타워를 세우고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식입니다.

여기서도 또 김 회장의 ‘협상력’ 혹은 ‘배짱’이 통했다. 인수 막전막후 에피소드다. 씨에스윈드가 블라트 인수 계약을 해놓고 보니, 오스테드(덴마크 풍력발전 1위 기업)와 체결해놓은 2년간 물량 납품단가가 터무니없이 쌌다는 거다. 그 규모는 6억 달러 정도였는데, 이걸 이행하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 김 회장은 블라트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공장 인수 대금은 300억 원 정도인데, 차라리 그 손해를 보는 게 수 천 억원의 손해를 막는 방법이었다고. 결국 오스데트가 납품 단가를 현실화해줬다. 블라트에서는 물건을 제조해 납품할 역량이 안되는 상황이니 씨에스윈드가 인수를 포기하면 그게 더 큰 손해였던 거다.  이 정도면 두둑한 배짱이 맞다. 그러나, 실은 비즈니스 감각이자 파트너를 설득하는 기술의 힘으로 봐야한다.

“기계를 다루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훈련된 인력이 제조하는 베트남 공장의 노하우를 그들이 평가했다고 봅니다. 그들 입장에선 공장을 인수해도 제대로 돌리기까지 투자할 금액을 계산했을 텐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신혜선 = 이게 나만의 스타일이다, 경험에서 얻은 협상 노하우를 압축해서 말씀해주신다면요.

김성권 = 글쎄요. 원칙을 분명히 한다? 일단은 세운 원칙을 흔들지 말고요. 두 번째는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자세를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해도 함부로 입장을 바꾸거나 그러지 않는 거죠. 그리고 시장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베트남 공장을 살리는 과정이나 블라트 인수전에서도 그냥 배짱을 튕긴 게 아니라, 엄청난 시장조사를 통해 협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원가 계산도 그렇고, 우리가 거절했을 때 그들이 다른 곳과 협상할 여지가 있는지 등을 사전 조사했어요. 회의만해도 얼마나 했는지...”

'협력사건 고객사건 사업 파트너사는 모두 존중받아야한다. 정말 1등을 하러면, 사업의 모든 영역이 1등을 해야 한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파트너사를 도우면 더 큰 기회가 온다.' 40년 간 거센 바닷바람 속에 높은 기둥을 세워온 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은 어디 문구로 써있는 게 아니다. 지난 40년 사업에서 눈앞에 마주한 상황에서 한 선택 그 자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2000년 초반, 해상풍력타워 시장이라는 미래 사업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김 회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벤처 CEO의 모습이었다. / 사진=피렌체의식탁
'협력사건 고객사건 사업 파트너사는 모두 존중받아야한다. 정말 1등을 하러면, 사업의 모든 영역이 1등을 해야 한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파트너사를 도우면 더 큰 기회가 온다.' 40년 간 거센 바닷바람 속에 높은 기둥을 세워온 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은 어디 문구로 써있는 게 아니다. 지난 40년 사업에서 눈앞에 마주한 상황에서 한 선택 그 자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2000년 초반, 해상풍력타워 시장이라는 미래 사업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김 회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벤처 CEO의 모습이었다. / 사진=피렌체의식탁

신혜선 = 친환경 에너지는 미래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규제 리스크도 커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김성권 = 맞아요.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거든요. 미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외국에서 수입되는 타워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부터는 강도가 더 세져서 미국에 필요한 타워는 미국에서만 만들어야 합니다. 베트남 공장 물량도 유럽에만 수출하지, 미국에는 수출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신혜선 = 이런 조건에서 1등을 지키는 비결이 있다면요.

김성권 = 2004년도에 베스타스와 협상이 잘 마무리하고, 직원들에게 그랬어요. ‘무한하게 성장할 시장이다, 우리 1등 해보자.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될 거 같냐.’ 모든 사소한 부분에서 일등해야 합니다. 기술이면 기술, 영업, 품질관리. 그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끝없이 교육하고,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김 회장의 베트남 사랑은 무한이다. “올해로 20년 4개월이에요. 여기 직원들, 정말 아꼈습니다. 20년 된 직원 15명이 아직도 일해요. 1천 명 중 600~700명이 15년이 넘었어요. 퇴사를 안 해요(웃음). 급여도 다른 공장보다는 20~30% 높기도 하고요.”

“자신감을 얻은 곳이 여기입니다. 중국, 캐나다 등지로 진출할 수 있었던 힘이죠.”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게 아니니 김 회장의 경영 노하우는 남다른 게 틀림없다.  “현지 한인 비즈니스 모임에도 나가는데 여러 질문을 받죠.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 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걸 매번 강조합니다. 우리만이 아니에요.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 중 그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사례는 많아요.”

인터뷰 말미, 김 회장 뒤편에 액자 한 개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다. 미국에 100만 평 부지의 공장을 지었다더니 미국 대통령이 공장을 방문했나?

김성권 = 베트남이나 중국 공장 매출의 70~80%는 미국이었습니다. 2012년도에 미국에서 50, 60%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시장을 거의 잃어버렸죠. 미국 공장 가동이 불가피했습니다. 어느 땅을 사서 공장을 짓나, 정말 막막했죠. 지어도 문제예요. 짓는데 3~4년, 정상 가동하는데 2~3년, 5~7년 걸려야 생산이 가능해요.

여기에서도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다. 씨에스윈드에 페인트를 납품하는 회사가 있었다. 여기 CEO가 어느 날 베스타스 CEO가 됐다. 협력 업체 CEO가 주요 고객 CEO로 위치가 바뀐 것. 그가 베트남 공장을 방문했을 때 그를 극진히 대접한 건 두말할 나위다.

“협력 업체를 항상 존중했습니다. (페인트 회사의 CEO였을 때) 그런 관계를 기억해서인지)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김 회장은 베스타스 CEO에게 부탁했다. “비즈니스 하면서,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나중에 너도 들어줘.”

그 시간이 왔다. 2020년도, 납품가 100억 원을 깎아달라는 거였다. 국내 P사와 철판 납품 계약을 했는데, 철판 가격이 10% 인하된 것. P사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중국업체로 계약을 바꾸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는 거다. 자기네는 감당할 수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거였다.

김 회장은 100억 원 낮은 가격으로 대신 제품을 공급했다. 유사한 요구가 한 번 더 왔다. 이 역시 해결해줬다. 김 회장은 “그해 실적이 무척 좋았어요. 부담되긴 했지만, 내 이익을 줄이자 생각했습니다. 대신, 저도 협상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공장(콜로라도) 부지를 팔라고요. 협상이 성사됐어요. 2021년 초, 미국 공장을 2억 달러 규모에 매입했습니다. 지금 지으려면 어떤가 봤더니, 6억 달러가 더 들더라고요.”

손해가 아니었다.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 미국에 공장을 세웠고,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제는 미국 IRA 법에 따라 보조금까지 받게 됐다.

씨에스윈드는 미국 콜로라도 공장을 지으며, 막혔던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미국 고용창출에 공을 세우며 미국 정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는 위치가 됐다. 사진은 씨에스윈드아메리카 전경/사진=씨에스윈드
씨에스윈드는 미국 콜로라도 공장을 지으며, 막혔던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미국 고용창출에 공을 세우며 미국 정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는 위치가 됐다. 사진은 씨에스윈드아메리카 전경/사진=씨에스윈드

바이든 대통령과 사진은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대한 감사 인사차 방문했을 때 찍은 거다. 인수할 때 380명이던 직원 규모가 2년이 채 안 돼 1천 명에 달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머릿 속에 항상 목표가 있습니다. 저 사람과 뭘 어떻게 해볼까, 그런 생각도 늘 하죠. 베스타스는 우리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이제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관계가 됐습니다. "

씨에스윈드는 한국에 본사가 있지만, 한국인은 전부 해야 120명 정도다. 나머지 4,500명 정도는 외국인이다. 미국 공장에 1천 여 명, 베트남 공장에 900여 명, 덴마크 공장에 1천 여명, 나머지는 포르투갈 및 튀르키예 등이다. 한국 본사 사장 두 명 중 한 명은 또 다른 전직 베스타스 사장이다. 그는 8년째 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해상풍력발전 타워 시장의 1위 기업을 만들고 아직도 현역에서 진두지휘하는 김 회장은 올해로 70이다. 은퇴시기를 묻자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것”이란다. 씨에스윈드 40년 이야기는 지구에 부는 바람처럼 글로벌 시장 전역에 계속 불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