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완전히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AI 역사 중 또 한 명의 창조자이자 거인인 제프리 힌튼의 말이다. 최근 구글에서 퇴사하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과 동료들의 연구에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수학에서 철학으로, 다시 심리학으로,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로 옮겨가며 힌튼이 찾고자 했던 것은 마음과 뇌가 어떻게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AI도 전기차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용(無用), 곧 쓸모가 없다. AI를 위한 기술개발의 경쟁도 치열하고 첨예하지만, 그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얼마나 확보하는지도 그만큼 다급하다. AI에 사용되는 전기만으로도 어지간한 선진 산업국가의 1년 총 전기 사용양에 필적한다. 그런 점에서 전기와 관련된 숫자들을 점검해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편집자 주]우리에겐 벽이 있어요, 전기라는 이름의 벽스타게이트. 불과 얼마전까지는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30여년 전 공상과학(SF)
대부분의 역사는 사상과 논쟁의 역사로 수렴된다. AI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AI 영역에서도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관점과 접근 방식이 존재해왔다. 마치 수많은 부족이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처럼, AI 연구자들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 자신들만의 철학과 방법론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중에서도 규칙과 논리를 중시한 기호주의자(Symbolists)와 신경망에 기반한 연결주의자(Connectionists)의 대결이 AI 역사의 가장 핵심적인 줄기를 형성했다. 이번 편에서는 이 두 부족의 경쟁을
국제 무역 분야의 세계적 석학 비노드 아가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석좌교수가 메디치미디어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태평양세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임스 레이니 '미국과 세계' 일곱 번째 강연의 연사로 나섰다. '미국의 중산층 정치와 경제 외교 정책'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은, 3월 21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온라인 플랫폼(Zoom)을 통해 진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며, 사회는 연세대학교 문정인 명예교수가 맡았다.비노드 아가왈 석좌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버클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업 밸류업... 요즘 정부가 많이 거론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쓰임새가 알쏭달쏭이다. 서로 다른 상황들에 그냥 가져다 쓰는 말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다. 구두선(口頭禪)은 '실행이 따르지 않는 실속이 없는 말'을 뜻한다. 이 정부에서 참 많이 만나는 현상이다. 실속을 찾아 숫자로 따져본다. [편집자 주]새해 벽두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대통령 입에 오르내린 단어가 있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그가 이 단어를 직접 언급한 횟수만 새해 들어 10번이 넘는다. 요새 뜨거운 감자가 된 ‘기업 밸류업(value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지능의 본질을 탐구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AI의 아이디어가 상상 속에서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편에서는 ‘지능’이라고 하는 것이 지구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왔음을, 그리고 그로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음을 살폈다. 이번 편에서는 AI가 지금의 모습에 가까이 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주요 인물과 이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본다. 많은 이름이 등장하고, 간략하게 축약돼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세상의 창조’에 기여한 창조주들의 리스트로는 아직도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이
현대인에게 반도체는 공기와 같다. 어디에나 있고, 그것이 없으면 사실상 (현대인으로서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한국 경제에 있어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우위를 가진 몇 안 되는 상품 중 하나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면서, 경기가 안 좋을땐 한국 경제를 수렁에 빠트리는 주범쯤으로 몰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반도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서 지난 수십 년간 만들어진 제조-공급망의 재편을 둘러싸고 미중일 등 강대국들이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29일 이 개최한 '전문가를 위한 반도체, Now' 포럼에서 기조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주목 대상이다. 합계출산율에서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된다. 한국만 저출생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저출생 경향이 커지면서 걱정이 크다. 인구 문제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였던 프랑스도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인구 재무장’을 호소했다. 저출생이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은행은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키를 쥔 것은
EU 27개 회원국이 2월 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AI Act, 이하 AI법)’에 최종 합의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안에 마지막 의회 의결 절차만 남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에 AI 법안을 제안하고 3년 만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 제정국’ 운운했지만 어느 순간 논의가 멈추고 지지부진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행정과 이론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송경희 교수가 EU의 AI법을 중심으로 세계의 AI 법제화 동향을 전한다. [편집자 주]EU의 AI법, 세계 시장에 미치는
2024년은 '선거의 해'다. 1월의 대만 선거에 이어 2월 14일에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도네시아 대선이 싱겁게 끝났다. 6월 결선투표까지 가리라는 전망 대신 1라운드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56.4%)로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자 수비안토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그 자신 적극적으로 민주화 인사를 탄압한 구시대적 인물인 데다, 부통령 당선자 기브란은 현 대통령 조코위의 아들로 내세울 거라고는 '젊음'뿐인 정치 경력 2년차의 신인이다. 이런 조합을 택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선거의 속사정을 살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태우려면 177대의 스쿨버스가 필요하다. 버스 한 대당 어린이 수는 72명이다. 2024년 2월 4일 기준, 12,744명의 어린이들이 희생당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129일째, 하루 100여 명꼴로 어린이들이 죽고 있다. 또한 수천 명 이상이 실종된 상태로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를 "어린이들의 무덤"이라고 표현했다.설 연휴의 마지막 날인 2월 12일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라파 지역에 대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AI, 인공지능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에까지 이를까? 20세기의 외로운 과학자 앨런 튜링? 르네상스 시대의 거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중세 이슬람 시대의 천재 발명가 알-자자리? 하지만 이건 이미 인간 중심의 역사로 시야가 좁아진 결과다. 필자는 인공지능 이전에 지능이 있었음을, 그리고 지능은 그 탄생부터 '생명지능'과 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38억 년 전, 혹은 10억 년 전 다세포 생명체가 출현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억 년이 넘는 유장한 흐름 속에서 살피는 AI의 역사,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숫자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통계를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또 숫자는 자주 거짓말에 동원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세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진 지금은 더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게 ‘통계 사용 설명서’다. 적어도 누군가의 거짓말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와 친해지면 내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숫자와 노는 건 즐겁지 않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 한다. 첫번째로 미국의
"1년 만에 나라 빚이 91조가 늘었다." 조동진 필자의 근심이 이 한 문장에 집약된다. 전년 대비 9% 가까이 늘었다. 1/10만큼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인데, 개인 경제라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지 화들짝 놀랄 만한 추세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1157조, 대략 1200조다. 문제는 그 절대적 양이 아니라 부채가 늘어나는 증가 속도와 폭이다. 거침 없이 내달린다. 10년을 기준으로 하면, 나라 빚이 두 배가 되었다. 세계적 기준으로도 걱정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3.5%는 선진국그룹 내 13개 비기축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한국과 대만 대신 일본과 싱가포르를 챙기는 미국의 '신애치슨라인'이 만들어진다. 한국 입장에서 충격적인 주장이다. 손 놓고 넋 놓고 있다가는 나라는 물론 사회, 개인까지 줄줄이 흔들릴 만한 내용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얼마 전 출간한 《반도체 주권국가》는 이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 박 전 장관이 반도체 책이라니, 얼핏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경련 출입 기자, MBC 경제부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치며 쌓아온 공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가 서둘러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대만 총통 선거가 민진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진당은 3연임을 이뤄냈고, 대만호를 이끌 수장으로 라이칭더가 등장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발, 독립국가 대만을 목표로 움직이는 민진당의 연임은 양안 관계를 비롯, 세계에 그 여파를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대만이 영원히 중국의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먼저 대만 경제의 숨통을 죄는 것으로, 특히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세적 대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를 위시해 첨단 산
마태복음 마지막 장에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로 승천하기 전에 갈릴리 숲속에서 제자들을 만나 당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너희들은 세상으로 가서 나의 뜻을 가르쳐라, 세상 모든 영혼이 너희 손에 달렸다, 내가 너희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라는 내용이다. 이 갈릴리 숲속의 마지막 당부에서 기독교의 역사가 시작한다. 제자들이 생각한 세상은 지금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었다. 갈릴리에서 출발한 제자들이 만난 첫 번째 세상이 지금의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이다. 해상 무역문명으로 알려진 페니키아가 레바논 땅이다. 고대 로마와 지중해
우리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저 먼 우주나 깊은 바다, 땅속, 혹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일 그리고 그 내일들이 이어지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건 강력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예전 사람들은 신탁(神託)에 기대 그 궁금증을 풀고자 했고, 지금도 점 등을 보며 개인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하 )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해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 가까운 미래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3회에 걸쳐 《2024 세계대전망》이 전하는 미래 - 20
연내에 온다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개시도 못했다2023년이 이제 2주 남았는데, 올해 안에 온다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명 도입' 시범사업의 개시 소식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논의는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3월 조정훈 의원(당시 시대전환, 현 국민의 힘)은 이 업종에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어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지시했다.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