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증원 2천 명 중 764명, 수도권병원과 연계한 지역의대 학생 숫자

병원 연계 없는 지역의대 1236명도 지역 근무 강제 방법 없어

수도권 대형 병원의 의사-환자 빨아들이는 '의료 블랙홀' 공고화

무늬만 지역·공공 우선...의사가 남을 수 있는 지역공공의료 정책 우선 돼야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2천 명씩 5년간 늘어난다. 지난 20일 정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의대 정원은 증원하지 않고, 경기인천 361명, 나머지 1639명은 지역 대학에서 늘린다고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지역의료 강화 목적에 부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지만, 오랫동안 의료문제를 고민해온 이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 의료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일이예요. 증원 2천 명 중 764명이 수도권 병원과 연계한 지역의대 학생 숫자입니다. 지역보다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은 의대의 정원을 절반 가까이 늘리는 정책인 거죠.” 오랫동안 우리 의료 현실의 문제를 고민해온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현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열린 '의사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된다'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혜선 미디어본부장(이하 신혜선): 우선,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정책, 몇 점쯤 될 것 같나.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하 김선민): 지난주까지만 해도 박하지 않았다(김 위원장은 의사 수 확대를 위한 의대 정원 증원 자체는 찬성한다). 하지만, 발표된 학교별 증원 표를 보고 마이너스 100점을 주기로 했다.

신혜선: 마이너스 100점이라니 수습 불가능한 점수다. 왜 이리 점수가 짠 건가.

김선민: 정부는 지역의 의료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언론은 그 정책을 실현했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발표된 내용에 함정이 있다.

신혜선: 뭐가 함정이라는 건가. 

김선민: 예를 들겠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 중 많은 수가 서울에 있는 아산병원 소속이다. 대부분 의대생은 졸업 후 수련의를 보낸 곳에 자리 잡는다. 의사에게 중요한 건 입학한 대학의 위치보다 본과 실습, 임상실습을 어디서 하느냐다. 물론 수련의도 시험 봐서 입사하지만, 이미 병원과 학교가 연계돼 있는 조건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연계 병원에 갈 확률이 높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계산해보니, 수도권 병원과 연계한 지방 대학 증원 숫자가 딱 764명이더라.

신혜선: 가령 울산대에서 의학 공부하고 배출되는 학생이 울산 지역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서울에 있는 아산병원에 취직한다는 말인가? 그래도 정부가 고집 부리는 게 지역 대학 의대 정원 숫자를 늘려 ‘지역의료 강화 명분’을 지키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대다수 언론이 그런 관점으로 보도했고.

김선민: 성균관대 의대는 수원에 있지만, 여기 의대생은 대부분 삼성의료원에 가고 싶어 하고, 실제 그렇게 된다. 강원도 강릉의 관동대나 춘천 한림대의 연계 병원 대부분은 서울이나 수도권이다. 결국 이 정책은 서울수도권의 대형 병원에서 수련받을 확률이 높은 의대의 정원을 절반 가까이 늘리는 정책인 거다.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 의료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일이다.

3월 21일 오전 '의사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된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의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가짜 의료개력 말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국민 살리는 진짜 대안 공공의료 강화하라" "윤석열 정부는 가짜 의료개혁 말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회장을 채웠다. / 사진=연합뉴스<br>
3월 21일 오전 '의사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된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의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가짜 의료개력 말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국민 살리는 진짜 대안 공공의료 강화하라" "윤석열 정부는 가짜 의료개혁 말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회장을 채웠다. / 사진=연합뉴스

신혜선: 그나마 서울수도권과 연계하지 않은 지방 병원이나 지방 국립병원에 남게 하기 위한 정책이 없으니, 새로 증원돼 배출된 의사들도 지역에 남아 지역의료를 지킨다고 보장할 수 없겠다. 의사 수 확대를 위한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니라 졸업한 의대생들이 지역에 남게끔 하는 정책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김선민 = 맞다. 그래서, 숫자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방 국립대 병원은 지금도 잘하고 있고, 과거에도 잘했다. 문제는 서울 수도권의 대형병원이 마구 커지면서 환자들이 쏠린다는 거다. 지역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시작이 여기다. 이 현상을 바꾸려면 지역이 공공의료를 확충해, 지역민이 서울수도권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 국립대 그리고 공공의대 중심으로 의사 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괜히 내놓은 게 아니다. 지역 인재를 뽑아 지역에 남게 하려면 지역 국립대학 중심으로 의사 수 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신혜선: 의사를 지역병원에 법으로 남겨두는 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 의사를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게 제도적으로 가능한가.

김선민: 지난 2020년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인재를 선발해 지역 의대에 입학하도록 하는 방안, 입학 전 당사자들과 병원이 계약을 맺는 방법을 제안했다.

신혜선: 발표 정책에 숫자 외에 다른 주요 정책은 없나.

김선민: 사실상 없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지역의사제’나 '공공보건 장학생 제도'가 있는데, 장학금과 비슷하다. 지금 의대 입학생들의 가정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장학금이 큰 매력이 없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얘기한다. 아예 입학 과정에서 공공의료나 지역의료에 머물 수 있는 학생을 뽑는 방식이 필요하다.

신혜선: 어떤 의사들이 지역을 지킬까.

김선민: 나고 자란 지역일 경우, 또 수련 과정을 지역에서 보낼 경우 상대적으로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사를 머물게 하는 지자체에 정부가 국고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 수련의 과정을 포함해 10년 정도 지역에서 일하면, 그 의사는 개원하더라도 지역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태백병원의 의사 대부분도 그렇더라. 개원해도 멀리 가지 않는다. 나고 자란 삶의 거점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다.

3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후로도지금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현실적인 대책이나 조정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br>
3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후로도지금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현실적인 대책이나 조정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신혜선: 지금 정부가 이대로 밀어붙여도 괜찮을까. 의사들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큰일 아닌가.

김선민: 전공의들 대다수가 진료 현장을 떠났다. 파악한 바로는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 대학병원의 중환자 수술이 모두 연기되고 있다. 지난 월요일(18일), A 지역에 면허정지 관련해 공시 송달을 보냈는데 이 공문을 받고 돌아온 전공의가 10명이 안 된다고 확인했다. 그 지역 꽤 큰 도시고 전공의 숫자도 많다. 이대로라면, 1년 정도 지역 주민들은 갈 병원이 없을 것이다. 병원 줄도산은 물론이고, 단기 붕괴가 아니라 장기 붕괴로 갈 수 있다.

신혜선: 지난 인터뷰 때 '지금 의사 세대는 우리와 또 다르다'며 정부가 면허정지를 앞세워 협박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었다. 이런 분위기를 몰랐다면 너무 아마추어고, 알고도 밀어붙인 거라면 국민을 인질삼아 못된 일을 해버린 거 아닌가. 

김선민: 현장 분위기가 꽤 심각하다. 면허정지 관련 송장을 받은 전공의 상당수가 불확실성이 제거되니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이다. 돌아갈지 말지 갈등했는데, 이참에 복귀하지 않는 맘을 굳힌다는 것이다.

신혜선: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2천 명을 고집하는 거라고 생각하나.

김선민: 2천 명 근거는 아무도 모른다. 듣기로는 지난 1월 하순만 해도 의협은 어느 정도 (증원) 숫자를 받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1천 명씩 10년간 늘려갈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왜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2천을 고수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보건복지부에서도 2천이라는 숫자를 먼저 꺼낸 적이 없다고 한다. 백번 양보해 단기적으로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면, 이럴 가치가 있다. 하지만 지금 발표안대로 서울수도권에 병원 있는 대학에 이만큼이나 배분하는 거라면 장기적으로 지역의료는 붕괴될 거다.

신혜선: 총선 맞이 선거 정책이라는 평가도 많은데....

김선민: '의사 숫자 확대'만 강조됐으니 그런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환영할 테니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아무도 확인해줄 수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신혜선: 올해 입시생과도 연결된 문제다. 숫자를 다시 조정하거나 없던 일로 하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데.

김민선: 총선 후 국회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의사결정에 국민이 빠져 있다. 국민 동의를 얻고, 그 정부도 의사들을 설득하는 게 유리했을 거다. 국민이 의사 숫자를 늘리는 데 동의한다고 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없이 ‘의정협의’로 추진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의사 숫자를 늘리는데 찬성한다고 해도, 이렇게 밀어부치는 식으로 해결할 일인지에 대해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특히, 5년간 매년 2천명 증원이라는 정책의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선거 전 이 문제를 해결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의사 숫자 증가이고, 의대생 증원인지 국민의 의견은 빠져 있다. / 이미지=피렌체의식탁&nbsp;&nbsp;
의사 숫자를 늘리는데 찬성한다고 해도, 이렇게 밀어부치는 식으로 해결할 일인지에 대해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특히, 5년간 매년 2천명 증원이라는 정책의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선거 전 이 문제를 해결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의사 숫자 증가이고, 의대생 증원인지 국민의 의견은 빠져 있다. / 이미지=피렌체의식탁  

신혜선: 슬그머니 추진되고 있는 각종 의료 정책의 문제도 지적했었는데.....

김민선: 비대면 의료도 허용되지 않았는데, 보건복지부령으로 어느 날부터 시행되고 있다. 어떤 질병까지 원격 진료를 허용할지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아예 없었다. 대형병원에 대한 국고 지원도 마찬가지다. 의사 파업으로 대형병원의 수익 감소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건강보험료 재정에서 1년에 1800억 원씩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1800억 원이라는 숫자가 작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에서 의결했다는데,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신혜선: 위원장님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의사 파업에 반대한 바 있다. 지금도 의사들에게 돌아오라고 말씀할 수 있나.

김선민: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의사들은 진료 현장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의사의 한 명으로 의사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어떤 집단의 이익도 관철하기 어렵다.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니 정부안이 문제 있어도 국민이 의사들에게 등을 돌리는 거다. 의사들은 무조건 현장으로 돌아와, 정부의 현 정책이 잘못됐음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의사 정원 확대는 지역 공공의료 시스템 확충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하고, 총선 이후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김선민 위원장은 "진짜 필요한 지역의료 시스템과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정책은 의사 숫자만 늘어난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그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의료 시스템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사 파업으로 단기 붕괴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무너지게 생겼다"며 20일의 정부 발표를 비판하며&nbsp;이후 진행을 더 걱정했다.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
김선민 위원장은 "진짜 필요한 지역의료 시스템과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정책은 의사 숫자만 늘어난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그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의료 시스템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사 파업으로 단기 붕괴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무너지게 생겼다"며 20일의 정부 발표를 비판하며 이후 진행을 더 걱정했다.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