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식탁]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 "사건 외 정보가 대검 디넷에’

압수수색한 휴대폰 정보, 차곡차곡 검찰 캐비닛에 쌓여 있다

예규? 한 손으로 폐기확인서 떼주고, 또 다른 손으로 저장하는 검찰

이재용 재판 무죄 이유... 위법 취득한 핸드폰 정보로 법원이 인정 안해

조국혁신당, “불법 민간인 사찰...총선 후 국정조사 추진” 방침 천명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를 수사와 재판을 대비해 검찰이 내 카톡과 문자메시지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걸까? 아니 애초에 특정한 메시지가 아닌 전체 메시지를 보관할 필요가 있는 걸까? 한국을 인권 후진국 명단에 올릴 만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검찰은 뭐 어떠냐는 식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 케비닛', 정식 명칭으로 대검찰청 디지털 서버(이하 디넷, D-Net) 이야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개인 정보, 가령 특정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가 저장돼,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검색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2019년 1월 1일,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당시 만들어진 ‘예규’에 근거해 당당하게 행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언론 '뉴스버스'의 이진동 기자는 본인의 휴대폰 정보가 검찰에 수집, 보관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집중보도하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과정에서 검찰이 '예규'를 근거로 사건과 관계되지 않은 개인정보도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검찰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2021년 1월부터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아예 '예규'를 만들었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폐기문서 확인증을 발급해와, 개인정보를 취합, 저장하는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백범선 영상팀장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예규'를 근거로 사건과 관계되지 않은 개인정보도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검찰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2021년 1월부터 검찰총장의 지시로 '예규'를 만들었다. 검찰은 다른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폐기문서 확인증을 발급하는 한편으로 개인정보를 취합, 저장하는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

검찰, 수사권 이용 민간인 불법사찰...휴대전화 정보 불법 수집‧관리

이진동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만 따져도 대략 1만 명이 넘는 개인의 정보가 검찰 서버(대검찰청 디지털 캐비닛, D-NET)에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과거 관행까지 포함하면 수만 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받고 있다. 그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TV조선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며, 최순실 의상실 CCTV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이 대표는 27일 메디치미디어 유튜브 <박지원의식탁>에 출연해 “지난해 압수수색을 받은 후 올 3월 12일까지 123번의 포렌식 절차를 참관하면서 직접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할 경우 휴대폰에서 관련된 정보를 선별한 후 나머지 정보는 삭제하고, 삭제했다는 폐기확인서를 피의자에게 준다. 당연하게 정보 폐기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개인 전화번호만이 아니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휴대전화에 있는 녹음파일까지 모든 게 저장돼 있다. 이 정보가 다른 수사에 활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닌가.”

이 기자가 검찰의 개인 정보 무단 저장을 알게 된 건 너무도 안일한 검찰의 태도 덕분이었다. 이 기자가 압수수색을 받은 날은 2023년 12월 26일. 압수해간 휴대폰 조사는 올해 2월 5일 끝났다. 이 기자는 가져간 폰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2시간이 더 걸린다는 답을 들었다. 기다렸다가 폰을 가져가기로 작정한 그는 더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나 휴대전화 내의 정보를 전부 복제해 등록 저장하고 보존하라는 검사 수사 지휘서 / 출처 = 뉴스버스 기사 내 이미지 재인용.&nbsp;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나 휴대전화 내의 정보를 전부 복제해 등록 저장하고 보존하라는 검사 수사 지휘서 / 출처 = 뉴스버스 기사 내 이미지 재인용. 

“이거(폰 정보)를 올려야 합니다.”

삭제 폐기 확인서를 발급한 마당에 무슨 정보를 어디다 업로드하는지, 이상하다는 이 기자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수사관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돌아온 답은 더 기막혔다. 규정이란다.

규정? 관계없는 개인 정보는 파기가 당연하고, 파기 증명서까지 발급하는 마당에 모든 정보를 업로드하는 규정은 언제 만들어진 걸까. 이 기자가 겪은 상황을 정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과거 ‘관행’으로 해오던 걸 아예 예규로 만들면서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 기자는 “담당 수사관이 거듭된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하고, 검사에게 물어보러 간 사이에 사진으로 찍었다(증거 채집)”며 “‘검사가 수사 지휘 차원에서 한다’는 공란에 체크를 해온 문서를 보고 나는 동의할 수 없다는 문서를 따로 남겼다”고 했다. 물론 검찰의 규정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국 모든 정보는 검찰의 자료망인 디넷(D-net)에 저장됐다. 저장된 정보는 48.8기가바이트 용량.

이 기자는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그 화면을 촬영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서부터 실제 수집, 보관까지 모든 물증을 확보한 셈이다. 

이 기자는 복귀 후 대검찰청에 질의서를 보냈다.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40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사화를 더 미루면 투표일이 임박, 선거 개입 관련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검찰은 압수수색한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 즉 사건과 관계없는 정보까지도 수집, 보관하면서 왜 정보 폐기문서를 거짓으로 발행했던 것일까. 대검찰청은 이진동 기자의 질의서에 40일째 묵묵부답이다. / 사진=연합뉴스
도대체 검찰은 압수수색한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 즉 사건과 관계없는 정보까지도 수집, 보관하면서 왜 정보 폐기문서를 거짓으로 발행했던 것일까. 대검찰청은 이진동 기자의 질의서에 40일째 묵묵부답이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검찰 서버에 저장된 개인 정보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휴대전화는 대략 잡아도 5700만 대다. 이 중 누구라도 검찰 수색을 받게 되면 그 전화에 담긴 모든 정보가 데이터로 보관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누구나 압수 수색당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주민등록번호 한 개 사용하려고 해도 본인 동의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세상에서 검사들은 수사 편의를 이유로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참고’하고 있다니!

이 기자는 “검찰에선 로그인 기록이 남는 만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해 아무나 열람할 수없다고 하지만, 로그 기록이 남는다고 해도 보면 안 되는 정보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엄격하게 말해 압수수색은 범위를 적시한 영장을 발급하고, 그 영장에 근거해 집행하는 사법 행위다. 국민에게는 비관련 정보를 폐기했다는 문서를 발급하면서 정작 모든 정보를 버젓이 저장하는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고, 법 위반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영화 &lt;더 킹&gt;에서는 특수부 소속 검사들이 캐비닛에서 파일을 하나둘씩 꺼내 이슈를 덮는 설정이 있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보관을 개인의 동의 아래 철저하게 다루도록 한 현행법상, 검찰청장이 지시해 만든 '예규'에 근거해 개인의 정보를 무단 수집, 보관하는 일은 불법 논란이 충분하다. 박지원의식탁에 출연한 이진동 기자가 이 사건의 엄중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백범선 영상팀장
영화 <더 킹>에서는 특수부 소속 검사들이 캐비닛에서 파일을 하나둘씩 꺼내 이슈를 덮는 설정이 있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보관을 개인의 동의 아래 철저하게 다루도록 한 현행법상, 검찰청장이 지시해 만든 '예규'에 근거해 개인의 정보를 무단 수집, 보관하는 일은 불법 논란이 충분하다. 박지원의식탁에 출연한 이진동 기자가 이 사건의 엄중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백범선 영상팀장

언제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서가 하나 있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중 한 명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으로, 장 사장의 휴대폰 정보 역시 통째로 디넷에 저장됏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검찰이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여부를 수사, 기소했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을 무죄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장 사장이 2016년에 제출한 휴대폰 상의 정보를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하며 유죄 주장을 편 걸 무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위법한 절차에 의한 증거는 채택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법리다. 이 과정을 살피면 2016년에 이미 휴대폰 정보의 수집, 보관이 있었고 그 내용을 이후 다른 사건에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뉴스버스 보도 직후인 25일, 조국 대표는 이 사건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규정,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 시절, 대검찰청 예규를 바꿔 압수수색과 무관한 정보마저 ‘디넷’에 저장하며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22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동진 대표의 탐사보도 전문 미디어 뉴스버스의 홈페이지. 검찰전자캐비닛 관련 뉴스들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이슈화하고 있다. / 사진=뉴스버스 홈페이지
이동진 대표의 탐사보도 전문 미디어 뉴스버스의 홈페이지. 검찰전자캐비닛 관련 뉴스들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이슈화하고 있다. / 사진=뉴스버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