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식탁]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 "사건 외 정보가 대검 디넷에’
압수수색한 휴대폰 정보, 차곡차곡 검찰 캐비닛에 쌓여 있다
예규? 한 손으로 폐기확인서 떼주고, 또 다른 손으로 저장하는 검찰
이재용 재판 무죄 이유... 위법 취득한 핸드폰 정보로 법원이 인정 안해
조국혁신당, “불법 민간인 사찰...총선 후 국정조사 추진” 방침 천명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를 수사와 재판을 대비해 검찰이 내 카톡과 문자메시지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걸까? 아니 애초에 특정한 메시지가 아닌 전체 메시지를 보관할 필요가 있는 걸까? 한국을 인권 후진국 명단에 올릴 만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검찰은 뭐 어떠냐는 식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 케비닛', 정식 명칭으로 대검찰청 디지털 서버(이하 디넷, D-Net) 이야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개인 정보, 가령 특정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가 저장돼,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검색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2019년 1월 1일,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당시 만들어진 ‘예규’에 근거해 당당하게 행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언론 '뉴스버스'의 이진동 기자는 본인의 휴대폰 정보가 검찰에 수집, 보관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집중보도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검찰, 수사권 이용 민간인 불법사찰...휴대전화 정보 불법 수집‧관리
이진동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만 따져도 대략 1만 명이 넘는 개인의 정보가 검찰 서버(대검찰청 디지털 캐비닛, D-NET)에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과거 관행까지 포함하면 수만 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받고 있다. 그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TV조선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며, 최순실 의상실 CCTV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이 대표는 27일 메디치미디어 유튜브 <박지원의식탁>에 출연해 “지난해 압수수색을 받은 후 올 3월 12일까지 123번의 포렌식 절차를 참관하면서 직접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할 경우 휴대폰에서 관련된 정보를 선별한 후 나머지 정보는 삭제하고, 삭제했다는 폐기확인서를 피의자에게 준다. 당연하게 정보 폐기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개인 전화번호만이 아니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휴대전화에 있는 녹음파일까지 모든 게 저장돼 있다. 이 정보가 다른 수사에 활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닌가.”
이 기자가 검찰의 개인 정보 무단 저장을 알게 된 건 너무도 안일한 검찰의 태도 덕분이었다. 이 기자가 압수수색을 받은 날은 2023년 12월 26일. 압수해간 휴대폰 조사는 올해 2월 5일 끝났다. 이 기자는 가져간 폰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2시간이 더 걸린다는 답을 들었다. 기다렸다가 폰을 가져가기로 작정한 그는 더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거(폰 정보)를 올려야 합니다.”
삭제 폐기 확인서를 발급한 마당에 무슨 정보를 어디다 업로드하는지, 이상하다는 이 기자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수사관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돌아온 답은 더 기막혔다. 규정이란다.
규정? 관계없는 개인 정보는 파기가 당연하고, 파기 증명서까지 발급하는 마당에 모든 정보를 업로드하는 규정은 언제 만들어진 걸까. 이 기자가 겪은 상황을 정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과거 ‘관행’으로 해오던 걸 아예 예규로 만들면서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 기자는 “담당 수사관이 거듭된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하고, 검사에게 물어보러 간 사이에 사진으로 찍었다(증거 채집)”며 “‘검사가 수사 지휘 차원에서 한다’는 공란에 체크를 해온 문서를 보고 나는 동의할 수 없다는 문서를 따로 남겼다”고 했다. 물론 검찰의 규정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국 모든 정보는 검찰의 자료망인 디넷(D-net)에 저장됐다. 저장된 정보는 48.8기가바이트 용량.
이 기자는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그 화면을 촬영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서부터 실제 수집, 보관까지 모든 물증을 확보한 셈이다.
이 기자는 복귀 후 대검찰청에 질의서를 보냈다.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40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사화를 더 미루면 투표일이 임박, 선거 개입 관련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검찰 서버에 저장된 개인 정보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휴대전화는 대략 잡아도 5700만 대다. 이 중 누구라도 검찰 수색을 받게 되면 그 전화에 담긴 모든 정보가 데이터로 보관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누구나 압수 수색당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주민등록번호 한 개 사용하려고 해도 본인 동의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세상에서 검사들은 수사 편의를 이유로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참고’하고 있다니!
이 기자는 “검찰에선 로그인 기록이 남는 만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해 아무나 열람할 수없다고 하지만, 로그 기록이 남는다고 해도 보면 안 되는 정보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엄격하게 말해 압수수색은 범위를 적시한 영장을 발급하고, 그 영장에 근거해 집행하는 사법 행위다. 국민에게는 비관련 정보를 폐기했다는 문서를 발급하면서 정작 모든 정보를 버젓이 저장하는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고, 법 위반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서가 하나 있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중 한 명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으로, 장 사장의 휴대폰 정보 역시 통째로 디넷에 저장됏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검찰이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여부를 수사, 기소했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을 무죄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장 사장이 2016년에 제출한 휴대폰 상의 정보를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하며 유죄 주장을 편 걸 무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위법한 절차에 의한 증거는 채택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법리다. 이 과정을 살피면 2016년에 이미 휴대폰 정보의 수집, 보관이 있었고 그 내용을 이후 다른 사건에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뉴스버스 보도 직후인 25일, 조국 대표는 이 사건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규정,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 시절, 대검찰청 예규를 바꿔 압수수색과 무관한 정보마저 ‘디넷’에 저장하며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22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