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5호 김선민 전 건강심사평가원장

우체국-학교 설립에선 수익 안 따지면서, 정작 병원은 수익만 추구

윤석렬 정부의 의료개혁? 정교하지 않거나 못됐거나...

사회권 선진국을 향한 걸음... 검찰 개혁이 다가 아니다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5호 김선민 전 건강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 우체국이나 학교를 지을 땐 손해를 따지지 않으면서 왜 의료에선 수익을 논하는지 모르겠다는, 뼛속  깊숙이까지 의료인. 본인 스스로 암을 이겨낸 '아픈 의사'였다. 병원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안다. 김선민 원장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두 가지로 돌봄과 의료를 꼽았다. “이 두 가지가 좋아지면 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시민들은 아는데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은 김 원장은 “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본인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세상의 정치는 여러 모습, 여러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에서 김선민 전 원장은 의료행정인으로서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운이 좋았다. 내가 받은 행운은 사회가 내민 연대(solidarity)의 손길이다. 사회적 연대의 제도화를 통해 받은 행운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가 용기를 내 정치에 한발을 내디딘 건 사회가 건넨 '연대의 손길'에 대한 응답일 것이다. /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에서 김선민 전 원장은 의료행정인으로서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운이 좋았다. 내가 받은 행운은 사회가 내민 연대(solidarity)의 손길이다. 사회적 연대의 제도화를 통해 받은 행운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가 용기를 내 정치에 한발을 내디딘 건 사회가 건넨 '연대의 손길'에 대한 응답일 것이다. /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

‘여의사’의 숫자 자체가 적었던 80년대 초, 서울 의대를 졸업했으나 암으로 청년 시절 원했던 과는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꺾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원, OECD 워킹 파티(의료의 질 분야) 아시아 최초의 여성 의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사 후 17년 근무, 마지막은 원장으로 마무리지었다. 조직 역사상 최초의 내부 승진자이자 여성 최초 원장 타이틀이었다.

차관급 기관장을 마친 후 그는 최근까지 태백병원 원장으로 지역 의료 현장의 길을 택해 다시 가운을 입었다. 메디치미디어와는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라는 책을 낸 저자로 인연을 맺었다. 신간 출간 후 40년 지기(김 전 원장이 1년 선배다)인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축하를 받으며 북콘서트 행사를 치룬 게 두어달 전인데, 그가 정당에 입당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5호다. 그는 당 인재영입식 직후 “미리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전화를 메디치미디어 편집자 등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걸어왔다.

Q. 영입 제안 과정이 궁금하다. 조 대표와 아는 사이였나?

82년 입학 동기였지만, 일면식도 없었다. 법대와 의대는 도서관을 두고 양쪽에 있었다. 여학생들 몇 명이 가끔 구경갔다. 입학 때부터 워낙 유명해서... (웃음) 도서관에 쪽지 놓지는 않았다. 나도 나름 바빴다.

그러다가 얼마전 어떤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입과 관련해서 통화하고 싶다는 거였다. 태백병원 사택에서 밤에 연락받았는데, 솔직히 ‘읽씹’ 하고 잤다. (웃음) 응할 생각이 없으니 가족과 상의도 안 했고... 중간에 연락을 맡은 지인에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답했다. 후원금 보내고 말려고. 그런데 정말 여러 창구로 연락이 왔다. 결국 조 대표와 통화가 됐는데, 태백에 오시겠다는 거다. 태백은 작은 동네라 오면 어디서 밥이라도 먹다 보면 금방 소문나고. 큰일 아닌가. 그래서 오지 마시라 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강령을 읽게 됐다.

Q. 강령을 읽었다, 라니 정치인의 인터뷰에서 흔치 않은 대답이다. 어떤 느낌이었나?

우선 강령 뒷부분마다  ‘(우리는) 행동한다’는 식의 서술어에 놀랐다. 그리고 복지국가, 사회권, 지방분권, 이런 단어들이 나의 가치관을 건드렸다.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남편이 걱정했지만, ‘나 하고 싶어’ 했더니, 한숨만 쉬더라. (요즘은 더 열심히 도와준다!) 강령에 모호한 단어가 없었다. 정치의 방향성, 행동한다는 단호함과 의지,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 검찰 개혁을 궁극적으로 왜 하느냐? 그건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Q. 당 대표로서 조국은 어떤 사람인가?

영입 인재 행사할 때 만나고, 같이 이틀 동안 대구, 봉화 다녀온 게 전부다. 과거 조 대표는 지장 혹은 미장(美長)으로 통했던 걸로 안다. (*그는 조 대표의 외모를 '리더의 치명적 결함'이라고 농담했다). 내가 발견한 조 대표의 리더십은 덕장이다. 사람이 60세면 잠깐 쇼는 가능해도 이틀 내내 (타인을) 속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몸에 배어 있는 배려심을 읽었다. 밥 먹을 때, 당직자 챙길 때. 영입 인사 모임에서 ‘당직자에게 잘해라’라고 하더라. 이런 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행사에서 상석 고수하지 않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김 전 원장은 영입 인재 발표후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갔을 때의 일을 전했다. 행사장에 의자가 마련됐고 앞에 좌석이 남아 있었다. 뒤에 섰는데, 조 대표가 등장하자 일행 모두 앞으로 가서 앉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끝까지 안 갔다. 그럴 자리가 아니고, 의전 받을 자리가 아니라고 사양했다는 것. 김 전 원장은 “의전에 익숙해 있어 외려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기관장이니 주최 측의 안내대로 따르는 게 그들을 편하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그건 의전에 길들여진 이들의 변명인 것도 사실이다.

돌봄과 의료. 김선민 전 원장이 강력하게 내건 국가 혁신의 과제들이다. 노인 돌봄과 공공의료, 그리고 '(병원) 오픈런'이라는 슬픈 말이 상징하는 의료인력확충까지, 지금 가장 필요한 사회 의제를 먼저 선명하게 내세웠다. / 사진=김선민 전 원장 페이스북
돌봄과 의료. 김선민 전 원장이 강력하게 내건 국가 혁신의 과제들이다. 노인 돌봄과 공공의료, 그리고 '(병원) 오픈런'이라는 슬픈 말이 상징하는 의료인력확충까지, 지금 가장 필요한 사회 의제를 먼저 선명하게 내세웠다. / 사진=김선민 전 원장 페이스북

Q.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을 1순위 강령으로 내건 당이다. 그다음은 뭔가? 여전히 조국혁신당을 갸우뚱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을 텐데...

처음 제안받을 때부터 생각했다. 검찰 개혁이 있고, 이어서 사회개혁이 이어질 거라는 거. 조 대표도 그 점을 몇 차례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사법개혁만이 아니라 의료, 외교, 기후, 과학기술 정책을 책임지는 정당이다. 나와 함께 외교안보의 김준형, 기후환경의 서왕진,  IT의 이해민 씨 등이 그런 역할을 맡을 거다.조국혁신당의 목표는 ‘리빌딩-코리아(Rebuilding-Korea)’다.

리빌딩 코리아에서 돌봄과 의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좋아지면 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시민들은 아는데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내 역할은 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의료 개혁은 국가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

Q. 조국혁신당이 채워야 할 점이 있다면?

(합류한 지) 일주일 됐는데, 1년 지난 거 같다. 주변에서 전문가들이 엄청나게 힘을 보태주고 있다. 검찰 개혁 외에 다른 부분이 문제일 텐데, 하루 이틀 쏟아붓는 역량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만, 밖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채워질 거 같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Q. 몸담았던 심평원은 지금 얘기되는 의료 수가 문제 등 모든 의료기관의 저승사자다.

심평원은 의사, 약사, 간호사만 4천 명, 그들의 가족까지 하면 10만 명 식솔이 관계돼 있다. 기관이 직접 관리하는 요양기관(병원부터 약국, 요양기관까지)이 10만 개에 달한다. 국민이 낸 모든 영수증이 심평원으로 오면, 심평원이 심사해서 공단에서 지급하는 프로세스다. 그 뿐 아니다. 병원 사망률 점검, 약을 제대로 처방했는지, 신약이 들어오면 건강보험료에서 지원할지, 얼마에 판매할지, 어느 치료행위에 사용할지 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국정감사에서도 늘 민감하게 다뤄지는 기관이다.

Q. 내부 첫 여성 승진자다. 3년 임기를 무사히 마쳤는데, 유리 천정도 잘 뚫고, 늪도 잘 빠져나온 능력이 있다.

재임 기간이 코로나19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였다. 마스크 대란 해결부터 여행 다녀온 이들 관리까지, 솔직히 고생했다.

조국 당대표와 나란히 선 김선민 전 원장. 조국혁신당에 영입인재 5호로 함께한 순간을 기록했다. / 사진=김선민 전 원장 페이스북<br>
조국 당대표와 나란히 선 김선민 전 원장. 조국혁신당에 영입인재 5호로 함께한 순간을 기록했다. / 사진=김선민 전 원장 페이스북

Q. 태백병원은 의료 낙후 지역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 산재의료전문기관이다. 지역의료 체계에 대한 문제를 현장에서 느꼈을 거 같고, 현재 의료 개혁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고민했을 거 같다.

태백은 인구소멸지역이다. 예상하는 대로 심각하다. 그나마 태백은 노동부가 200개 병상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이 있다. 기본적인 의료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곳인데, 지난해 태백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8명이다. 산부인과도 필요하고, 소아과도 필요한데, 너무 취약하다. 우체국이나 학교를 지을 땐 손해를 안 따지면서, 왜 의료에선 수익을 논의하는지 모르겠다. 진주에 이어 대구의료원도 없어졌다. 비유하자면, 서울에서 파는 운동화를 울릉도에 공급해야 하는데, 헬기 비용을 운동화에 포함하면 울릉도 주민이 사 신을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거다. 그때 적어도 헬기 운영은 나라가 해야 한다. 의료 수가만 17년 처리했다. 수가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의료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Q. 현재 의료 개혁 문제를 보면서 무엇이 진짜 문제라고 보는가?

의사 부족한 거 동의한다. 물론 진료현장 떠난 의사들도 문제다. 지금 정부의 정책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정교함에 있다. 공공의료, 지역의료에 대한 대책이 없거나 부실하다. 자료를 보면 ‘추후 논의’라고 돼 있다. 공무원 화법으로 ‘안 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의대생 양성에 시간이 걸리니 이후에 하면 된다고? 이해되지 않는다. 전문가가 모여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봤을 텐데, 공공의대, 지역의대 설립 지원 방안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 4년 전, 전 정부가 400명 늘린다고 했을 때도 의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의사들 반발을 몰랐을까? 정책은 타협과 협의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다. 어설프거나 못된 거다. (의사 집단을) 일부러 악마화하는 거 아닌 다음에야. 특수부 수사하듯 몰아치고 있다. 2000년에 의사들이 처음 파업할 때, 그때 의사들은 겁이라도 먹었지, 지금 젊은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젊은 의사들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모르겠다.

조국혁신당은 17, 18일(오후 6시까지)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는 투표가 있다. 현재 100여 명이 신청했고, 내부 심사를 거쳐 20명을 추린다. 마지막으로 어떤 의지로 임하는지 각오를 물었다.

“윤석열 의료 붕괴에 정면으로 맞설 준비된 비밀병기 김선민 잘할 수 있습니다. 조국 혁신단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합니다. 저희 당 가입 안 하셔도 됩니다. 당적 없으셔도 됩니다. 참여하셔서 좋은 분 뽑아주십시오. 남성 2명, 여성 2명 뽑고 있습니다. 저 김선민 잊지 말아주십시오. 사회개혁 이루려면 의료 혁신 반드시 필요합니다. 윤석열 2년 지겨우시죠. 또 앞으로 3년 끔찍하시죠? 이 3년을 단축하는데 저 김선민이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인터뷰는 13일 진행한 메디치유튜브 '박지원 없는 박지원의 식탁 특별편' 초대손님으로 출연한 내용을 발췌, 정리했습니다. 방송은 서왕진 조국혁신당 정책위 의장과 함께 진행했으며, 개별 인터뷰로 발췌한 내용이라 방송 내용과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