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을 위한 적정기술 농기구,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해외 원조사업형 기술에서 지역과 스스로를 위하는 적정기술로

귀농귀촌 가구수 30만, 도시농업 인구 50만 명, 이들을 위한 도구

심고 가꾸는 경작본능! 여기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자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농기구들. 제초기, 호미, 낫, 호미삽, 마늘파종기, 만능쟁기 등이다. 특히 앉아서 하는 밭농사의 대표적 도구인 호미 등을 서서 하는 밭농사 도구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다. / 사진=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홈페이지<br>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농기구들. 제초기, 호미, 낫, 호미삽, 마늘파종기, 만능쟁기 등이다. 특히 앉아서 하는 밭농사의 대표적 도구인 호미 등을 서서 하는 밭농사 도구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다. / 사진=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홈페이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용어를 검색하면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원조(ODA) 사업들이 많이 보인다. 흙탕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꿔주는 라이프 스트로우(Lifestraw), 낮시간 동안 축구공 놀이로 운동에너지를 저장해 저녁에 LED 전구에 연결해 공부를 돕는 쏘켓(Soccket), 전기가 필요없는 아프리카식 냉장고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적정기술은 해외 원조사업용으로 많이 연구되었는데, 2015년 설립된 한국적정기술학회도  원조사업에 관심있는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원조 중심의 적정기술 대신 우리 지역과 스스로를 위하는 국내형 적정기술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특이하게 충남에 몰려 있는데,  적정기술로 지역의 변화를 추구하는 전국 15개 단체 중 10개 단체가 충남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이하 꼼지락)도 그중 하나다. 적정기술 농기구를 개발하는 농민들이 마을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든 단체다. IT 업체에서 일하다가 1990년대 말 예산으로 귀농한 이승석 농부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승석 대표는 <충남적정기술공유센터>의 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꼼지락은 전통적인 좌식농업을 입식농법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농기구를 만든다. 농부가 서서 일한다? 이런 발상은 이승석 대표 개인의 경험에서 유래한다. 귀농 10년차에 덜컥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는데, 특히 허리 디스크로 쪼그려 앉아 일해야 하는 밭농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귀농자들의 태반은 중장년이고, 귀농 전 직업은 농업과 거리가 있다. 농사 경험도, 농사 규모도 평생 농사꾼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계절별로 다양한 제초기, 허리에 바구니를 달고 서서 구동하는 파종기 등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국내의 귀농귀촌 가구수는 대략 30만이고, 도시농업 인구도 50만 명을 넘는다. 1000m2(330평) 이상의 상업적인 규모의 전문 농업보다는 자기 내면의 ‘경작본능’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상업적 농기구는 1년에 한두 번 쓰면 될 정도로 경제성도 없고 유지보수도 어렵다. 농사규모에 따라 적정하고 다양하게 선택가능한 농기구를 만들어 보급하자는 꼼지락의 목표는 바로 귀농자인 조합원 자신들과 소농의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꼼지락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농기구는 현재 10여 종이다. 농기구 이외에 농가에서 요긴하게 쓰일 화목보일러나 재생에너지 설비도 함께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꼼지락의 농기구는 꼼지락 홈페이지나 충남농업기술원(예산군 신암면) 내에 위치한 충남적정기술공유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을 이끄는 이승석 대표가 서서 구동할 수 있는 마늘 파종기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nbsp; 유사한 판매제품에 비해 가볍고 쉽게 파종이 가능하다. 꼼지락은 농부들이 직접 농기구를 연구하고 만들기 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농기구 전문 마을협동조합이다. /사진=엄은희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을 이끄는 이승석 대표가 서서 구동할 수 있는 마늘 파종기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  유사한 판매제품에 비해 가볍고 쉽게 파종이 가능하다. 꼼지락은 농부들이 직접 농기구를 연구하고 만들기 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농기구 전문 마을협동조합이다. / 사진=엄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