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현시점. 여, 야 할 것 없이 양당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 쏠려 있다. 하지만 선거만큼, 어쩌면 선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 문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후임 한국은행 총재를 지명하는 일이다. 현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고, 차기 대통령 선거도 3월이다. 5월에 퇴임하는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한국은행 총재를 지명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의 후임 총재가 현 대통령 임기 완료 전에 지명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국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 차현
홍남기 부총리가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각국에 대한 디지털세 배분 비율을 "(가장 낮은 수준인) 20%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디지털세 합의안이었는데 한국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때문에 배분 비율이 낮은 게 유리하다고 홍 부총리는 설명했다. 합의안은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기업이 '매출을 올린 나라'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전 세계에서 대략 100개 기업에 대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현진 필자는 좀 더 냉정하게
지난 17일 오전 6시,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8.23% 급락한 4만 4354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한국의 코인 거래사이트인 업비트에서도 24시간 전보다 4.49% 하락한 5616만 9000원에 거래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전량을 팔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벌어진 일이다.가상자산 시장이 걱정스럽다.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도 위태롭고, 일론 머스크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도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앤
“정보와 자금의 흐름이 동기화돼야 거래 감시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지난 25일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인민은행의 한 간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전 세계적 유통과 정보교류, 감시 등을 위한 국제규칙을 제안했다는 것이다.CBDC는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처럼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미 수차례 자국 내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험을 진행해왔다.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 산하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무창춘(穆長春) 소장은 B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재정 확장으로 전 세계의 현금 유동성이 커지면서 예전과 다른 경제 현상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갈 곳 잃은 유동성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세계 각국의 증시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뜨거워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에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사 사이의 공매도를 둘러싼 공방은 이제 '은(銀) 투자'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에 입사해 금융결제국장 등을 지낸 차현진 필자는 이른바 '대박'을 꿈꾸며 불붙고 있는 은 투자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들어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다. 은은 기본적으로 주식과
미국 대선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에 대한 기대감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작용한 것이다.바이드노믹스의 주요 골자는 재정지출 확대, 저금리 기조 유지, 중산층 지원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조만간 파월 연준(Fed) 의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출범 전까지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1992년 말 빌 클린턴 당선자도 경제계 주요 인사 중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을
가수 나훈아는 ‘테스 형’을 오해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그냥 툭 내뱉고 가지 않았다. 그 말은 긴 사색의 결론이요, 그는 그것을 제자들에게 평생을 바쳐 가르쳤다. 소크라테스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반면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면서 절대 선(善)을 부정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고 믿었다.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대립은 서양철학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주의와 절대주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딪힌다. 재정정책에서도 그러하다. 둘 중 어떤 쪽을
금융계와 IT업계 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신용정보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방향을 둘러싸고 가히 ‘OK 목장 결투’ 같은 격전으로 치닫고 있다.2년 전 금융위원회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빅데이터를 결합·융합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 일은 오픈뱅킹(open banking)을 통해 달성된다. 금융기관들이 IT업체들과 고객계좌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기관 쪽에서 보기에 그것은 일방적 양보일 것이다. 금융계에선 오픈뱅킹의 금융 진출 움직
지난달 하순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던 날, 우리 증시에서는 희토류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장차 미중 충돌이 본격화되면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것이고, 그럴 경우 희토류 국제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그런 예측의 바탕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대국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이 과거에 희토류를 무기로 삼아 다른 나라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선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국내 생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경제구조가 비대면 산업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에서 금융의 디지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 경제·금융생활에서 편의와 안전성을 높이고 디지털뉴딜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그런데 금융계 안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디지털금융은 금융과 IT가 복합된 분야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법률·제도와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의견조율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이 과정을
천재들은 적어도 한 세대를 앞서 간다. 아티스트 백남준이 1960년대에 일찍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연 것이 그 예다. 보통사람들은 20년 뒤에야 그를 이해하고 좇아갈 수 있었다.과학도 마찬가지다. 1959년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 속으로 들어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상식에서 어긋났기 때문에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30년 뒤 나노공학으로 발전했다. 한계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발표했다. 단일 추경안으론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 원에 이른다. 추경안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에만 97조7000억 원쯤 늘어나 연말께 84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43.5% 수준인데, 전년보다 6.4%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올해 국채 순증액은 지난해(44조5000억 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이 수준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반면 국채 발행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은 경제의 영역이다.벌써부터 국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실물 경제의 위축을 금융의 팽창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 두 달가량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재정정책을 통해 쏟아 붓기로 한 돈만 무려 8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 통화정책을 통해 늘어나는 각국의 유동성 공급도 기하급수적이다. 양적완화라는 이름아래 미 연준(Fed)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고 있으며, 유로존 국가, 일본·영국의 중앙은행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돈을 풀기에 바쁘다. 한국은행도 그 대열에 서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가장 평범한 대책으로 밀려났다.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이 회의에선 여러 대책과 함께 ‘기업안정화 지원방안’이 발표됐다. 앞으로 일자리 안정과 함께 SOC, 디지털 분야에서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이날 발표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20조원 규모의 저(低)신용 회사채 및 CP(기업어음)를 매입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하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 차현진 필자의 ‘코로나 딜’ 칼럼을 게재하며 주장해온 정책
#美 연준 영리기업 여신은 대공황 산물 2008년 버냉키의 SPV가 성공 모델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하고 정부가 보증#한은도 SPV로 최종대부자 역할해야 ① 기재부, 국회에 지급보증 동의 구하라② 금융위는 지원대상 기업군 파악을③ 한국은행은 여신 실행하고 사후관리지난달 25일 「피렌체의 식탁」을 통해 필자가 발표한 글 가 작은 변화를 이끈 것 같다. 그 전에는 한국은행이 회사채나 CP를 직매입하는 방법만 논의되다가 이제는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에 대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①‘적정 국가채무비율’ 개념 약화 →국회, 채무보다 재정 지출에 집중하라②美 재정정책‧통화정책 담장 낮아져 →한은도 최종대부자 역할 맡아야 →기재부, 지급보증 동의안 준비를③전 세계적으로 금융 규제 완화 추세 →한국도 금융기관 이익 보호 힘써야우리들이 코로나19와 싸우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변이(variation)다. 변이가 시작되면 정복이 힘들어진다. 그런데 변이는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말도 변이한다. ‘민주주의’가 그렇다.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시간은커녕 국경선만 넘어도 그 뜻이 달라진다
#나폴레옹, 新전술로 예나전투 승리 프로이센군, 옛 방식 매달려 대패#美연준에서 배우는 교훈 7가지 ① 민생 지원을 잊지 말라② 방법을 새롭게 바꿔라③ 법률(한은법)을 잘 읽어라④ 발 빠르게 움직여라⑤ 기업 여신은 주도면밀하게 ⑥ 공익과 사익을 분명히 하라 ⑦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코로나19 위기를 겪는 지금, 모든 나라가 두 가지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국경을 넘어 나라끼리 협조가 잘 된다. 각국 정부끼리 데이터를 교환하고 마스크, 진단키트를 빌려주기도 한다. 반면, 경제위기와의 전쟁은 각자도생(各
#까다로운 규칙‧절차 뜻 ‘red tape’ 트럼프, 비상사태 선포하며 철폐 약속 #상업어음, 실물경제와 직결되는데 은행은 절차 따지며 대출 지지부진#기업 채무부담 줄인 ‘8·3조치’처럼 목표 단순화한 긴급지원 정책 필요#美연준은 민생안정 위해 직접 여신 은행들, 실물경제 살릴 방안 찾아라3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손을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느긋하던 태도를 버리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때 그는 의료행정의 ‘빨간 끈(red tape)’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빨간 끈’은 번거롭고 까다
#美연준, 금융위기 때 최종대부자 역할 한국은행에선 아직도 신중론 우세#美 연준법보다 기업여신 요건 낮지만 과거 非자발 대출 많아 부정적 자세#한은, 통화주의 매달려 채권 매입 선호 손해 연대책임 때문에 금통위도 뒷짐 #금융시장 멈출 땐 ‘심폐소생술’ 절실 무사안일 벗어나 책임감 갖고 앞장서야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은 물론 가정, 학교, 일터의 모습이 달라지고, 나아가 판단의 기준과 경제정책의 틀까지 움직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연기는 차라리 작은 일에 속한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의 논객인
기후변화 위기는 21세기 인류가 봉착한 가장 심각한 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미국의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가 15년 안에 변화하지 않으면 80년 안에 환경적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올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2020에서도 기후변화 위기는 큰 이슈였다. 주목할 대목은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정부·기업은 물론 중앙은행과 금융 분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한국에선 그동안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벤트 정책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그랬고 ‘녹색(그린)’ 단어를 앞세운 관변단체도 적지 않다. 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