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선거 결과 한국은 원점에서의 출발을 맞이할 것이다. 태풍의 진원지로서 검찰 대신 국회의 귀환이 예상된다. 주요 정책 현안은 재조정과 원점 리셋 사이에서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메디치미디어와 편집진은 이런 판단 아래 긴급 포럼을 기획했다. 4월 16일 다섯 명의 발제자를 모시고 열린 이 그것이다(일부 발제자는 당 공식일정으로 4월 19일 별도의 조찬 모임 형태로 추가 개최되었다). 포럼의 결과를 모은 전자 리포트의 발간에 맞춰 김현종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완전히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AI 역사 중 또 한 명의 창조자이자 거인인 제프리 힌튼의 말이다. 최근 구글에서 퇴사하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과 동료들의 연구에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수학에서 철학으로, 다시 심리학으로,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로 옮겨가며 힌튼이 찾고자 했던 것은 마음과 뇌가 어떻게
"실명(失明)은 우리를 사물과 분리시키지만, 귀먹음은 우리를 사람과 분리시킵니다."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은 채로 평생을 사회복지와 저술, 강연활동에 나섰던 헬렌 켈러의 말입니다.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분석하면서, 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생활의 제품·서비스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류준영의 사이-코노믹스’ 세번째는 난청인의 청력재활을 위한 특별한 음악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청력재활·불면증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기업 벨테라퓨틱스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로 음악 듣기가 쉬워지고 패션 등의 목적까지 더해져 이어폰과 헤드
‘박지원 없는’ 을 한 번 더 차린다. 이번엔 김형연 전 법제처장이 주인공이다. 18년간의 법관 생활 이후 청와대 법무비서관, 법제처장 등으로 일했다. 얼마전 조국혁신당에 영입 인재 4호로 합류,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 현 정권 핵심 3인을 대상으로 각 3종 세트 특검법을 준비중이라는 데 ‘3년은/너무 길다’의 실천 버전 같은 이름부터 귀에 쏙쏙 들어온다. 김건희/양명주, 한동훈/윤자고, 윤석열/채채고!(*내용은 본문 참고) 총선 이후 조국혁신당+민주당발 검찰통치의 종식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을 거라는 평 그
2022년 기준 고등학교 여성 교장의 비율이 15.1%로, 여성 교원 비율인 57.1%와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이 지난 21일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초·중·고 전체 여성 교사 비율은 69.7%로, 남성 교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여성 교장의 비율은 2022년 기준 초·중·고등학교별로 54.3%, 31.3%, 15.1% 수준이었다.초등학교 여성 교장의 비율은 2011년 15.4%에서 2020년 이후 50%를 넘겼다. 반면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여성 교원과 교장의 비율
유럽 바다를 경험했다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풍차를 기억할 것이다. 외국까지 갈 것 없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제주 중산간, 그리고 제주 해안 가까운 곳에 세워진 수십 미터 높이의 3개 회전날개가 달린 거대한 타워는 그 자체로 풍경을 압도한다.세계 풍력발전기 타워 시장에서 1등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 혹은 미국 기업을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한국 기업 씨에스윈드(CSWIND)가 바로 그 1등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6%(매출 2조여 원 규모, 1만 3천여 개
동아프리카의 내륙국 남수단은 30년 이상 이어진 다르푸르 내전을 거쳐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다. 멀고 낯선 나라로 여길 법한데 고(故) 이태석 신부의 활동을 담은 다큐 영화 의 무대로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다.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수단은 인종, 종교, 언어, 경제사회적 조건에서 남북간 차이가 컸다. 역사적으로 북부지역은 이집트와 밀접하여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가 대다수인 데 반해, 남부지역은 기독교와 토속신앙을 믿는 여러 부족이 혼재되어 있다. 식민시절부터 영국-이집트 지배 기간 동안 북부 아랍계가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3천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4.5% 상승한 27조 1천억 원이었다.사교육 참여율은 2020년 67.1%에서 해마다 상승해, 2023년에는 78.5%로 나타났다. 열 명 중 여덟 명의 학생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할 경우 43만 4천 원이었으며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만을 기준으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칼 마리아 슈타들러가 1914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제작한 포스터는 맨발에 붉은 깃발을 든 여성의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포스터의 아래 부분에서 슈타들러는 이런 구호를 분명히 했습니다."우리에게 여성 참정권을 주십시오. 1914년 3월 8일, 여성의 날. 지금까지 편견과 반동적인 태도는 노동자, 어머니, 시민으로서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는 여성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부정해 왔습니다.이 당연한 인권을 위해 싸우는 것은 모든 여성, 모든
조국의 정치가 시작됐다. 3월 3일 조국혁신당으로 공식 창당하고, 당 대표가 되었다.조국신당에 붙던 (가칭)을 떼고, '인재영입위원장'의 임시 호칭도 뗐다. 출사표도 던졌다. “불은 가장 뜨거울 때 파란색”이라며, “우리가 가장 뜨거운 파란 불이 되어 검찰독재정권을 태워버리자”고 외쳤다. 자신이 맨 앞에 서고 또 맨 마지막까지 싸우겠으니 함께해달라고 했다. 5일 발표된 비례투표 정당 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은 지지율 21.0%를 기록하며 국민의힘과 민주당 계열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이나 녹색정의당 등을 한창 따돌린 수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다섯 번째 수상이다. 베를린 영화제에 다녀온 이향진 필자는 홍상수의 수상을 '베를린 영화제가 지켜온 작은 전통'이라고 부른다. 언뜻 영화는 정치적인 함의가 1도 없어 보이지만, 영화에 사용된 윤동주의 시는 그런 재빠른 재단이 얼마나 경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홍상수의 힘! 금곰상 수상작은 아프리카의 다호메이 왕국(현 베냉)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의 반환 과정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폭력은 지금도 세상의 중심 혹은
북극 지역의 최상위 포식자 북금곰은 ‘해양 포유류’다. 고래처럼 물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북극해에 떠 있는 해빙(海氷, sea iceberg)이 꼭 필요하다. 북극곰의 주식은 바다표범인데, 바다표범이 해빙에 난 구멍으로 숨을 쉬러 올라올 때 북금곰의 먹이 사냥도 시작된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해빙의 면적이 줄면 북극곰의 사냥활동이 가능한 면적이 줄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체수의 수도 줄어든다.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북극곰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 이하 PBI)은 2월
EU 27개 회원국이 2월 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AI Act, 이하 AI법)’에 최종 합의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안에 마지막 의회 의결 절차만 남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에 AI 법안을 제안하고 3년 만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 제정국’ 운운했지만 어느 순간 논의가 멈추고 지지부진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행정과 이론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송경희 교수가 EU의 AI법을 중심으로 세계의 AI 법제화 동향을 전한다. [편집자 주]EU의 AI법, 세계 시장에 미치는
한국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요새 우울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온통 정치 뉴스 뿐인 와중에 나라 경제도 나빠지면서 사람들 주머니 사정마저 안 좋으니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기가 쉽지 않다.세계 뉴스를 보면 이미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를 재난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좋게(?!)' 한국은 아직 극단적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 시베리아만큼 추운 겨울에 남국의 열대만큼 더운 여름을 오가는 한국의 날씨인지라 그만큼 기후변화에 덜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아쉽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도가 문명사회를 가르는 척도라고 생각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만든 이런 변화가 기실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탄 지하철이 도중에 장애인단체 시위 때문에 멈춰 섰을 때였다.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어딘지 분간도 되지 않는 곳에 내려 헤매다보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머리로는 그들의 시위를 이해하겠는데 그것이 짜증을 가라앉
'유정훈의 담담한 미국' 두번째는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 이래 성평등의 진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이라 평가받는 미국 교육개정법 9장, 이른바 '타이틀 나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센 남자들은 인정받지만 여자들은 그러지 못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에 맞선 항의와 개선 운동을 '의도는 좋지만 부적질하다'며 논평질하던 미디어들이 있(었)다. 차별을 개선하는 하나의 운동이 연쇄적으로 작동해 더 큰 평등으로, 다양성을 품은 사회로 이어진다. 한국의 차별금지법이 계속 맞닥뜨리는 장벽도 깨지길 기대하며! [편집자 주]성차별의 여러 장벽을 허문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이 공개됐다. 1주일 안에 ‘필수의료 패키지’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그리고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계획 등을 쏟아냈다. 특히 의사정원 2000명 증원은 ‘의사 기득권’을 단박에 무너뜨리고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의 증원안으로 언뜻 매우 개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의료현실의 문제는 그냥 의사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과 필수진료과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이는 시장주의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개인의 선의에 맡겨서도 안 된다.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오랫동안 고
대한민국 국민은 고려에 대해 얼마나 알까.조선의 뿌리인 고려는 쿠데타에 의해 멸망한 나라다. 승자의 역사만 기억하고 교육 역시 그것에만 집중한 우리는 고려를 잘 모른다. 《한국인의 탄생》을 쓴 홍대선 작가는 "고려 시대에 이르러 왕가가 소유하는 게 아닌 '통치'하는 나라로 진화했다"며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등 삼한의 후예들이 ‘우리는 운명 공동체구나’라는 민족의식을 처음 갖게 된 나라"라고 설명했다.비록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세웠지만, 그들은 현종을 비롯한 6명의 고려왕의 제사를 지냈다. 역사 발전에서 치명적으로 중요한 왕조
주말 동안 청소년 환경 분야 신간 《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 이야기》를 읽었다. 여섯 명의 현장 교사가 기후변화와 인류세의 시대 주목해야 할 18종의 동물을 선정해, 동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책은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목차와 관계없이 궁금한 순서대로 읽어도 무관하다. 목차를 훑어내리다가 내 눈에 들어온 동물은 '산호'다. 다음 차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동물과 식물을 가르는 가장 큰 특성을 '이동성'에서 찾는다면 산호는
'내:일의 농사' 세 번째 글은 토종 곡물로 만든 토종 선식가루 이야기다. 말로는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제 제조나 유통으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식품위생법은 까다롭게 지켜져야 하지만, 6차산업의 근원이 되는 농민의 식품가공 참여에는 높은 장벽으로 작동한다. 오히려 소수의 식품자본이나 유통자본에게 유리한 법으로 기능한다. 쇠퇴하는 농어업의 대안으로 '6차산업화'를 이야기하지만 구호만 난무하는 것은 아닌지, 토종 곡물을 앞에 두고 남해 농부는 고민이 깊다. [편집자 주]농업의 대안 6차산업화, 그런데 가공장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