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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임하영 대담①] “군대? 딴 나라서 살면 되잖아”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 반응에 ‘깜놀’

By | 2021년 7월 1일 | 국제, 기획 · 연재

6월 24일 줌(ZOOM)을 통해 대담을 나눈 임하영 학생과 민병두 보험연수원 원장. (사진=민병두 원장)

“We will give you a brain surgery.”
대학교육의 혁신모델로 꼽히는 ‘미네르바 스쿨’ 설립자 벤 넬슨은 개강 첫 주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입생들이 1학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게 될 거라는 의미다. 지난해 이 학교에 입학한 임하영(22) 필자는 올해 초 <피렌체의 식탁>에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한 바 있다. 1년 동안 그는 미네르바 스쿨에서 무엇을 배우고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지난달 24일 민병두(63) 보험연수원 원장과 임하영 필자가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대담을 나눴다. 민 원장은 경제·금융교육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연수원 안에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장보고 경제스쿨’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두 사람은 미네르바 스쿨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비롯하여 공정 이슈와 한국교육의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피렌체의 식탁>은 두 사람의 대담을 1편, 2편(미국에선 ‘지인·부모 찬스’가 불공정이 아닌 이유)으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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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스쿨 1년 다녀보니

-1학년은 ‘문제해결 능력’ 기르는 과정
 구체적인 사회 문제 놓고 솔루션 도출
-공부한 개념, 단계별로 세세한 평가
 스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법 배워

△민병두= 미네르바 스쿨을 다닌 지 1년이 됐다. 1학년은 비판적 사고, 효율적 의사소통, 창의력 등을 기르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기초)’ 과정이라고 들었다. 미네르바 스쿨 교육 모델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임하영= 문제가 주어졌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솔루션을 찾는 것을 연습했다. 예를 들면 ‘향후 캘리포니아에 가뭄이 발생하면 샌프란시스코 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저번 학기 문제해결 과제의 주제였다. 여러 아이디어들을 제시해보고 수치화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일단 문제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몇십 년간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다가 2020년 9월엔 1895년 이래 가장 적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역시 물을 얻는 주(主) 수원지인 해치 해치 저수지(Hetch Hetchy Reservoir)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피해를 입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도시가 5년 안에 굉장히 큰 수자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랬을 때 시민 개개인이 어떤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를 수치화했다. 87만 명의 주민이 하루 41갤런의 물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지난 10년 간의 인구 증가율을 토대로 2025년에는 95만 명까지 주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2025년까지 3900만 갤런의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여러 장애물들을 세부적으로 설정했다. 수도요금을 내는 데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 한정적인 예산과 5년이란 시간제한 등이다.
그 다음엔 수자원 문제에 대한 층위를 설정했다. 수자원 확보, 저장, 배분 등 세 개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수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인공저수지를 조성하거나, 천연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물 분배는 용도에 따라 가정용, 상업용 등으로 분류했다.  저장과 관련해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물 탱크들과 천연 대수층을 조사했다. 분배와 저장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결국 2025년까지 3900만 갤런의 물을 확보한다는 세부 목표로 다시 돌아왔다.
세부 목표에 따라 제약 조건을 다시 명시했다. 가뭄 주기는 예측이 불가능해 도시는 항상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강우량도 연간 차이가 크고 일정하지 않아서 강우량에 의한 수자원 확보는 일정치 않을 수 있다는 제약조건을 달았다. 재활용하는 물의 양이 매우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기서 세부 목표가 더 좁혀졌는데, 바로 자연 강수 이외의 방법으로 연간 최소 2000만 갤런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에서 설정한 제약 조건을 다 감안하여 샌디에이고의 해수 담수화 사례를 분석하며 솔루션을 도출해냈다. 2000만 갤런의 물을  생산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계산하며 타당성을 검증했다.

△민병두= 해수 담수화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다. 그럼 과제 평가는 어떻게 나오는가?

▲임하영= 첫 단계인 문제인식부터 세부적으로 문제를 쪼개고 제약 조건을 인식하는 과정, 이미 존재하는 해결방안을 적절히 연결하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다 점수를 받았다. 제약 조건 인식을 잘했을 경우 4점을 주는데 이 제약 조건이 문제 개념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잘 설명해 4점을 받았다. 다만 문제인식 부분은 3점을 받았다. 초기 상태와 목표를 잘 규정했지만 그 중간의 장애물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다는 평가였다. 이처럼 공부한 개념과 단계별로 교수의 피드백이 세세하게 나온다.

△민병두= 과제와 평가 과정을 보니 미네르바 스쿨이 지향하는 실용적 도구를 이용한 방법론이 잘 그려진다. 도시행정학, 경제학 원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케이스를 놓고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베이스 수업을 하는 거다. 시뮬레이션이지만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을 통해 사고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보인다. 과제를 할 때 교수가 개입을 하는가? 아니면 평가만 하는가?

▲임하영= 수업에서 여러 케이스를 다루며 개념을 익힌 뒤, 학생들에게는 다른 케이스로 과제를 내준다. 다음 수업시간엔 그 과제를 놓고 다 같이 토론을 하고 개념을 다시 복습한다. 그리고 또 다른 케이스로 적용을 해본다. 수업에서 식량부족 사례로 문제해결 방식을 배운 후 과제에서는 물 부족 문제를 다루며 적용했다. 교수님들이 보통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일주일에 1~2회 연다. 학생들이 그 시간에 찾아가면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거나 방향을 알려주진 않는다. 브레인스토밍 정도로 도와준다.

△민병두= 수업을 통해 방향을 유도하고, 실시간으로 토론하고, 그 과정을 재평가하여 하나의 설계도를 그려주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러한 사례연구를 통해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창의력, 대안적 사고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궁금하다. 주변 친구들은 또 어떠한가?

▲임하영= 1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는 엄청 크게 변한 것 같진 않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어려운 사회 문제들을 정의하고, 여러 가지 도구로 해결하는 방법들에 조금씩 익숙해진 것 같다. 새로운 문제들을 볼 때도 1학기, 2학기에 공부했던 패턴과 툴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민병두= 훈련을 통해 더 넓은 시야로 보게 된 것 같다. 용광로에 들어갔다 나오면 웬만해선 뜨겁지 않은 것처럼 단련의 정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취지로 한국 보험연수원에서도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장보고 경제스쿨’을 도입 중이다. 청소년들이 졸업 후 취직하여 바로 프로젝트를 낼 수 있게끔 가르치는 것이다.

#미네르바 교수는 극한직업?

-같은 과목 교수들이 매주 모여 회의
 학기 끝나면 피드백 받아 수업 개선
-1~2명의 교수·조교가 책임지는 한국
 정량적 평가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나

△민병두= 미네르바 스쿨을 다니면서 프로젝트 과제를 몇 개 하나? 전공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임하영= 미네르바 스쿨 전공은 다섯 개가 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인문, 비즈니스, 컴퓨터 사이언스다. 1학년을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라 해서, 다섯 가지를 조금씩 배운다. 1학년 때는 과제가 한 학기에 스무 개 정도 나온다. 문제 해결, 알고리즘 설계, 문학 비평, 실험 디자인, 협상 전략 수립 등 다양한 과제들이 있었다. 1년으로 치면 40개 정도의 과제를 한다.  2학년을 다이렉션(direction)이라 하고, 그때 전공을 정한다. 나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경제학을 할까 생각 중이다. 3학년이 되면 포커스(focus)라 해서 세부전공을 정한다. 컴퓨터 사이언스 안에서 AI, 데이터 사이언스, 응용수학 등을 선택할 수 있다. 4학년은 신테시스(synthesis)다. 여지껏 배운 걸 활용하고 결합하여 본인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소논문을 제출하여 마치는 과정이다.

△민병두= 비판적 사고, 상상적 사고, 전달적 사고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1학년이고, 2학년 때 방향을 정하고, 3학년이 되어 심화과정에 돌입한 후 4학년이 되면 종합, 결론을 맺는 과정인 것 같다. 이제 2학년이 되는데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임하영= 2학년이 되면 서울로 간다. 익숙한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니 좋다. 무엇보다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민병두= 도시에 머물며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 오면 어떤 기업과 제휴하는가?

▲임하영= 한 학기 내내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s)’를 한다. NGO, 기업, 공공단체 등 ‘시빅 파트너’가 매년 바뀐다. 그동안 카카오, SKT,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여러 기업 및 NGO와 함께 했다고 들었다. 올해 파트너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 정확한 내용은 9월 학기 초에 알 수 있다.

△민병두= 작년에 쓴 칼럼에서 “철학과 같은 인문학을 하려면 꼭 미네르바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스쿨 모델이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취지로 들렸다. 다만 하영 님의 목표에 가장 적합한 곳이어서 선택한 듯하다. 미네르바 스쿨이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기존 대학의 교과과정, 선발과정 등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임하영= 미네르바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 개개인에 맞춘 피드백과 평가가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하다는 거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책임이 교수 한 사람에게 지워져있지 않다. 뇌과학자, 유전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매주 수업 정원이 최대 18명이다 보니 같은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여러 명이다. 매주 같은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 평가 방식을 결정한다고 한다. 한 학기를 마치면 학생들을 커리큘럼 개발팀의 인턴으로 고용해 수업내용을 개선하고 업데이트한다. 이런 시스템이 기존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은 수업을 설계하고 시험을 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교육자 1~2명과 소수의 조교에게 맡겨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인 정량적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세세한 평가에는 품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충분한 예산과 인력, 노하우가 필요한데 한국의 기존 교육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병두= 저번 칼럼에서 “미네르바 교수는 극한직업”이라고 표현했는데, 들어보니 과연 그런 것 같다. 수시로 피드백을 해줘야 하고, 교육과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회의를 계속해야 하고, 또 교수 본인도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커리큘럼을 학기마다 계속해서 업데이트한다니 힘든 과정일 것이다.
벤 넬슨 미네르바 스쿨 CEO의 인터뷰를 보면 이 학교를 세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영국의 어느 대학에 ‘빅토리아 시대의 정원’이란 과목이 있더라, 이 과목을 왜 가르치겠나, 그 과목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 교수는 아마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공부를 더 해서 새로운 내용을 가르칠 필요가 없을 거다. 요즘은 유튜브도 있고 검색 엔진도 있고, 책도 많다. 이제는 대학에서도 누구나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탐구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올해 1학년을 마친 후 미국 로드트립 중인 임하영 필자. 일리노이 주에 있는 스프링필드 링컨 묘지에 들렀다. (사진=임하영)

#“미국 학생은 20%, 1학년은 5명뿐”

-세계 각지서 모인 학생들 ‘작은 UN’
 국적 여러 개 갖고 살아온 친구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분위기
 다들 ‘코스모폴리탄’으로 사는 느낌

△민병두=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건 결국 교육시스템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하영 님은 미네르바 스쿨에 입학하기 전 홈스쿨링을 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그 중 20%만 미국인이라고 들었다. 학교 자체가 ‘작은 UN’인 듯하다. 세상 어떤 대학을 가도 그런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보니 어떤가?

▲임하영= 그렇다. 초등학교부터 홈스쿨링을 해서 한국의 제도권 교육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출신이 정말 다양하다. 특히 우리 학년은 미국인 수가 예년보다 더 적어서 총 5명 정도다. 국적이 다양해서 각자 살아온 문화가 다르다. 기숙사에서 같이 사니까 피부색으로도 체감이 된다. 음식도 다르고, 같은 정치적 현상을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다양성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굉장히 뚜렷한 편이었다. 태어나서 이 학교에 오기 전까지 계속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 사회가 굉장히 익숙하다. 그런데 미네르바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본인을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규정하거나 인식하지 않았다. 국적이 여러 개라 2~3개 여권이 있거나 설령 국적이 하나여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온 친구들이 많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국적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으로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 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세계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
그걸 느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한국인 남성이라면 당연히 군대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데, 내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니 “가기 싫으면 안 가면 안 돼? 다른 나라로 옮기면 되잖아. 굳이 한국에서 살아야 돼?”라고 말하더라. 저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확실히 이 친구들에게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가장 우선이고 국가, 사회라는 공동체는 그 다음 순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민병두= 미네르바에 온 학생들은 자기 나라에서 중산층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고 문화적 체험의 폭이 넓은 것 같다. 인종차별은 거의 느껴본 적이 없을 듯한데, 혹시 입학했을 때 차별에 대한 안내사항이나 관련 교칙이 있었는가?

▲임하영= 그렇다. 학교 내에서는 느껴본 적이 딱히 없었다. 그렇지만 입학 전부터 인종문제, 불법 마약, 성 관련 문제에 대해 일주일 정도 온라인 교육을 받았다. 관련 교칙도 아마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긴 있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민병두= 학교 구성원들끼리의 갈등이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있는가? 학업만큼 충분한 케어(care)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하영= 학업 이외의 부분은 확실히 케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학교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을 줄였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학교에 비해 행정적 지원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직원들 숫자도 적고 다 원격으로 일한다. 비자, 재정 보조, 수강 신청 등 학생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학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치안이 안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불안해하는 학생들도 있다. 아무래도 총기사고도 이따금 있으니 더 불안해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친구도 많다. 또 학교에 기숙사만 있고 카페테리아가 없어서 불편을 느낀다. 학업 외에 식사, 빨래 등 모든 생활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심리 상담을 신청할 수 있지만, 그런 시스템이 탄탄하지는 않아 보인다.

#작은 커뮤니티가 때론 더 맵다

-학업 뺀 행정, 심리 지원은 다소 부족
 식사·빨래 등 모든 생활 스스로 책임져
-커뮤니티 작아서 동문 만나면 반가워
 서로 몰라도 “만나달라” 하면 곧 연결

△민병두= 혹시 한국인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한 경우가 있나?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고 조언을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임하영= 학년마다 다르다. 저희 학년은 저를 포함해 세 명이다. 한국 요리를 같이 해먹거나 가끔 한식당에 같이 가는 정도다. 들어보니 입학년도마다 친밀도는 다르다고 한다. 전체 한국 학생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 채팅방이 있기는 하다.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한국에 가면 종종 얼굴도 본다. 그런데 학년이 다른 재학생들은 각지에 흩어져 있어서 모이기는 쉽지 않다. 같은 학년끼리는 함께 생활하니 끈끈한 편인데, 오프라인에서 선후배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민병두= 아무래도 온라인 기반 대학이다 보니 커뮤니티도 온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대학등록금 속에는 수업료, 졸업장 말고도 캠퍼스 생활, 동문과 같은 인간관계, 도서관, 기숙사 같은 인프라가 모두 포함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주립대학이 등록금 반환소송에 걸린 적도 있다. 1년에 등록금을 7000만원씩이나 내는데 수업 이외의 것들은 누릴 수 없어서다. 미네르바 스쿨도 이러한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

▲임하영= 네트워크가 양적으로 약한 건 맞는 것 같다. 한 학년에 졸업인원이 150명 내외로 타 대학에 비해 소수다. 졸업생이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동문 파워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4년 동안의 경험이 너무 특이하고, 학교가 워낙 작다 보니 학교 밖에서 동문을 만나면 서로 엄청 반가워한다. 이번 방학 때 미네르바 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을 만났다. 시카고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선배,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는 선배를 각각 만나고 왔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링크드인에서 메시지를 보내서 만날 수 있었다. 보통 같은 종합대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인연이 바로 닿기는 힘들지 않나. 서울대 동문에게 갑자기 만나주세요, 하면 대부분 안 만나줄 거다. 미네르바 스쿨은 워낙 학교가 작고 경험이 특이하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연결되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 도서관, 캠퍼스를 좋아하는데 미네르바에는 그게 없어서 아쉽긴 하다.

△민병두= 미네르바 스쿨은 규모가 작고 기존 대학의 네트워크와 성격이 다른 것 같다.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이라 해서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무조건 보장되는 건 아닐 것이다. 소수 네트워크에도 장점이 있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확실히 미네르바 스쿨에서의 경험은 특별해 보인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기업인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경험은 일반 대학에서 하기 어렵다. 기숙사에서 서로 가깝게 지내는 것 같은데, 혹시 BTS(방탄소년단)로 인해 외국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졌다고 느낀 적이 있나?

▲임하영= 정말 크게 느꼈다. 수업 때 예시로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노르웨이에서 온 친구가 혼자 김치를 담가먹는 모습도 봤다. 생각보다 다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넷플릭스로 한국드라마를 보고 K팝을 즐겨 듣는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히려 미국에 와서 미네르바 친구들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친구들이 K팝을 들으니 덩달아 같이 듣게 됐다.

△민병두= 친구들은 당연히 K팝에 대해 잘 알거라 생각하고 물어볼 텐데,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거 같다… (하하)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만큼 한국의 국가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 남한인지를 물었다.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의 위상을 얕잡아 봤던 시절도 있었다. 국격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낄 것 같다. 혹시 BTS 노래를 한 곡이라도 부를 수 있나?

▲임하영= 네? (하하) 안 된다. 잘 못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대담 진행·정리=한은지 기자


임하영 필자     

1998년 끝자락에 태어났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잘 알지 못하지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에 관심이 많다. <소년 여행자>,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을 출간했다.

민병두 원장

보험연수원 원장. 전직 3선 의원, 1958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진학 후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문화일보 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으로 활약하며 필력을 자랑했다. 2004년 국회에 처음 등원했으며 19대, 20대 총선 때 서울 동대문(을)에서 당선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과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줄곧 노력해왔다. 저서로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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