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가 160년 전의 낙태금지법을 되살렸다는 뉴스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022년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폐기되었다는 소식, 올해 대선에서 ‘임신중지권’이 쟁점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이 정도로 첨예한 법적·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는 미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왜 미국 선거를 뒤흔들 정도의 쟁점이 되었는지 그 맥락을 살펴본다.여성의 임신중지권 인정, 레이건 집권기부터 정치적 쟁점화연방대법원은 19
22대 총선이 끝났다. 더 나아가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범야권의 승리로 귀착됐다. 그만큼 정권심판의 기조는 분명했다. 어째서 정권심판인가.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근무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시대 소통의 방법론을 배운 강원국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에서 정권심판의 까닭을 찾는다. 아직도 검찰-심판자의 언어와 습속, 세계관에 갇혀 있다는 것, 선민의식으로 시민들을 내려다본다는 것, 공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자성과 질문이 없다는 것. 심판은 그에 대한 국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5일 6일 진행된 사전투표는 역대 총선 최고 사전투표율인 31.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각 정당의 셈법도 복잡하겠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선거 직전, 당일, 선거 후, 수많은 정치관련 뉴스들이 쏟아질 테다. 그중에서 잊지 말아야 할 몇몇의 목소리들을 한 번 더 소개한다. 과학기술, 의료, 외교… 정치·사회 현안에 가리고 밀려 후순위에서야 주목받지만 우리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분야들이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지금 총선을 맞아 전하는 메시지,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 [편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AI도 전기차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용(無用), 곧 쓸모가 없다. AI를 위한 기술개발의 경쟁도 치열하고 첨예하지만, 그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얼마나 확보하는지도 그만큼 다급하다. AI에 사용되는 전기만으로도 어지간한 선진 산업국가의 1년 총 전기 사용양에 필적한다. 그런 점에서 전기와 관련된 숫자들을 점검해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편집자 주]우리에겐 벽이 있어요, 전기라는 이름의 벽스타게이트. 불과 얼마전까지는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30여년 전 공상과학(SF)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한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10년 만의 방한이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박 3일 동안 그가 소화한 일정, LG전자 방문 및 확장현실* 관련 협업 논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만찬, 윤석열 대통령 면담 등을 보면 세계 최대의 빅테크 기업을 창업하고 이끄는 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확장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경험과 몰입감을 제공하고 확장된 현실을 창조하는 초실감형 기술.그렇게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받
유럽 바다를 경험했다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풍차를 기억할 것이다. 외국까지 갈 것 없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제주 중산간, 그리고 제주 해안 가까운 곳에 세워진 수십 미터 높이의 3개 회전날개가 달린 거대한 타워는 그 자체로 풍경을 압도한다.세계 풍력발전기 타워 시장에서 1등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 혹은 미국 기업을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한국 기업 씨에스윈드(CSWIND)가 바로 그 1등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6%(매출 2조여 원 규모, 1만 3천여 개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스코프3은 유보됐지만 1%룰 등 강력한 기준은 여전하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실한(한편 선도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눈에 뜨인다. 한국은 아직 지지부진에 우유부단처럼 보인다.
'유정훈의 담담한 미국' 세번째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보 선출 과정 중 핵심인 당내 경선을 소개한다. 조직력, 선거자금 모금 능력,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와 매력, 연설과 메시지, 다른 정치인의 지지를 얻어내는 능력 등 극한의 검증과정을 통해 다음 대통령감(후보가 되어야 대통령이 된다!)을 뽑는 미국의 당내 경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흥미진진한 지점이다. 2024년 당내 경선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되는 분위기의 맥빠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EU 27개 회원국이 2월 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AI Act, 이하 AI법)’에 최종 합의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안에 마지막 의회 의결 절차만 남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에 AI 법안을 제안하고 3년 만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 제정국’ 운운했지만 어느 순간 논의가 멈추고 지지부진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행정과 이론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송경희 교수가 EU의 AI법을 중심으로 세계의 AI 법제화 동향을 전한다. [편집자 주]EU의 AI법, 세계 시장에 미치는
50만부 베스트셀러,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이 ‘말하기’ 전도사로 활약중이다. 강원국 작가의 ‘말하기 고충 상담소’ 프로젝트 안내 두 번째는 리더의 말에 대해 먼저 살피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로 '험담'과 '뒷담화'를 강조한다. [편집자 주]#. 설득까지 가야 주장은 주장이 된다신혜선: 자기 주장도 범람하죠? 주장이 주장다우려면 설득까지 가야할 거 같아요. 나 혼자 시끄럽게 떠들면 공허하죠. 설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강원국: 우선, 설득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내가 이미 a라
돌아온 정국방담 두 번째는 총선 탐색 모드에 좀더 다가간다.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는 보수 유권자층 내부에서의 결집일 뿐이라는 게 대담자들의 촌평/총평이다. ‘대통령의 KBS 대담 실패로 김건희 명품백 파문이 선거에 미칠 영향은 더 커졌다’,‘ 야당 내 운동권 청산론은 다선 배제로 이어질 것이다’ 등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이낙연의 복수심이 제3지대 신당을 일정하게 성공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편집자 주] 두 당의 각오, 그것 참 어설프네...가오리: 설 연휴를 지나면서 총선 민심이 서서히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숫자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통계를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또 숫자는 자주 거짓말에 동원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세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진 지금은 더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게 ‘통계 사용 설명서’다. 적어도 누군가의 거짓말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와 친해지면 내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숫자와 노는 건 즐겁지 않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 한다. 첫번째로 미국의
금융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ESG가 주행 중 턱에 걸렸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내로 묶어두자는 국제사회 합의에도, 이를 위한 행동은 작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가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10명 중 7명을 넘겼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를 위한 대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그린피스로 적을 옮긴 신지윤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금융 활동인 '기후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와중에 불거지는 ESG 무
미국을 더 이상 대통령제의 원조, 민주주의 선진국으로만 여기기는 어렵다. 2020년 대선의 혼돈과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거치며 한국에서도 미국 정치에 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계 하원의원 '앤디 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백인이 90%인 선거구에서 유권자의 신망을 받고 있으며, 1월 6일 의사당 폭동 이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앤디 김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다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다. '이민자의 아들'은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까.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한국과 대만 대신 일본과 싱가포르를 챙기는 미국의 '신애치슨라인'이 만들어진다. 한국 입장에서 충격적인 주장이다. 손 놓고 넋 놓고 있다가는 나라는 물론 사회, 개인까지 줄줄이 흔들릴 만한 내용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얼마 전 출간한 《반도체 주권국가》는 이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 박 전 장관이 반도체 책이라니, 얼핏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경련 출입 기자, MBC 경제부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치며 쌓아온 공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가 서둘러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45도 상승해, 국제사회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섭씨 1.5도에 육박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하는가에 따라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작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지구 기온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기후 및 에너지 의제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여러 기후회의에서 합의된 것들을 되돌리거나 미적거리는 정부들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도 그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세계 여러 곳에서 중요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2일 오전 10시 30분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위 내용을 보도한 많은 기사들이 '외교부 판정승'이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냈다. 30여 년 기자, 데스크로 일해왔던 한 언론인이 이에 대해 긴급 기고를 해왔다. 사법부가 판결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중간에 제대로 밝혀진 정보가 부족하다면 정정보도가 아니라 반론보도여야 한다는 것, 그러니 '판정승'일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그리고 공적인 장소, 수많은 눈과 귀가 있는 곳에서 태연하게 비속어를 사용한 지도자와 국가의 품격에
기자 사회의 어떤 '카르텔 권력’을 지적했다. 누가? 이기주 MBC 기자다.그가 묻는다. "기자들, 기득권 내려놔야하지 않겠습니까. 권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해야하지 않을까요?" 저자가 된 현직 기자 이기주(MBC)는 권력 유감 전에 기자와 기자 출신 권력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해결해주겠냐는 안타까움에서다.이 기자는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보도로 2023년 제54회 한국기자상 대상을 탔다. 대통령실은 수상한 민간인은 태우는 대통령 전용기에 공짜도 아닌, 취재를 위
[뉴질랜드] 2023년 10월 14일 총선으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이 38%의 득표율로 1당이 되었고, 당수 크리스토퍼 럭슨이 새 총리가 되었다. 국민당은 행동당 및 제일당과 연정을 구성했고, 부총리 자리는 여당연합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제일당의 피터스에게 돌아갔다. 보수적 입장의 피터스는 기후변화 부정론의 편. 과거 배출감축은 국가를 파산시킬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보수 정부의 등장으로 뉴질랜드의 에너지기후정책은 후퇴가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 조치가 전임 노동당 정부의 2018년 “신규 석유 및 가스탐사 금지” 결
‘다시 들추는 책장’ 코너는 30년 경력의 편집자가 쓰는 책 이야기입니다. 이번 호는 연말 특별 기사로 메디치미디어의 여러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다양한 책들 중 한번 더 되짚어보고 이야기를 나눌 만한 12권의 책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품격의 역사, 논쟁의 역사, 아픔의 역사2023년 메디치의 서가를 관통한 첫 번째 주제는 역사였다. 각 영역에서 화제를 모은 세 권의 책을 통해 품격의 역사, 논쟁의 역사, 아픔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품격의 역사: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인 대통령 행사 이야기 《미스터 프레지던트》. 문재인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