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구체적 로드맵 발표, 한국은 발표 연기

미국: 스코프3 보고 제외, 대신 1%룰 등 엄격한 기준 존재...

상기포르: 국부펀드,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 별로 대책 마련

제조업 중심국가 식의 핑계를 댄 한국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스코프3은 유보됐지만 1%룰 등 강력한 기준은 여전하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실한(한편 선도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눈에 뜨인다. 한국은 아직 지지부진에 우유부단처럼 보인다. 곧 발표할 예정이라지만 어떤 내용이 담길지 걱정이다. 여당의 기후공약은 기후금융을 선도할 아무런 기미도 담고 있지 않다. 미국과 싱가포로, 한국 각국의 대응을 통해 우리의 길을 살핀다. [편집자 주]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사진=셔터스톡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사진=셔터스톡

미국이 가는 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월 6일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The Enhancement and Standardization of Climate-Related Disclosures for Investors)의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3월 초안 발표 당시 로드맵은 ‘2023년 적용, 2024년 리포팅 시작’이었으나 최종안 통과가 늦어지며, 리포팅 개시 시점도 2년이 밀려 2026년이 되었다. 최종안 통과가 지연되는 과정 속에 예상되었지만 스코프3* 보고 의무는 제외되었다. SEC의 후퇴는 공화당과 그 배후에 있는 미국의 강력한 화석연료업계, 소위 오일 메이저의 반발 때문이다. 최종안 표결이 3:2였는데, 공화당계 위원들은 기후공시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이들은 SEC가 헌법에 부여된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공화당계 여러 주들에서 소송을 벼르고 있다. *스코프3: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조달, 생산, 판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미국은 어떤 면에서 세계 표준이나 상식적인 기준과 달리 심하게 말해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다. 가령 전 세계 140여개 국가가 연결재무제표 중심의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를 회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미국은 개별재무제표 중심의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를 고수한다. 기후변화를 대하는 태도도 그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1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바로 탈퇴했고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컴백했던 나라다. 그래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스코프3 공개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제시했음에도 초강대국 미국이 외면했다고 이를 쇼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실, 미국은 기후금융 동네에서 이단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클라이밋 액션 100+(CA 100+)라는 게 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투자자 주도의 이니셔티브다. 2017년 시작해서 700개 이상의 글로벌 투자회사가 가입했고 170개 이상 기업에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국적의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초부터 속속 탈퇴를 선언했다. 글로벌 1위 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본사는 탈퇴하고 글로벌 지사로 참여도를 낮추었고, 핌코, 스테이트 스트리트에 이어 인베스코까지 탈퇴를 결정했다.

탈퇴 이유는 CA 100+가 추진하기로 한 2단계 계획에 대한 부담이다. 1단계는 기업들에게 기후관련 공시와 탄소중립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2단계에선 목표 실행에 초점을 맞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에까지 관여 활동을 확장하는 내용이다. 미국 내에서 소송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초대형 자산운용사의 CA100+ 탈퇴 행렬을 환영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행보에 큰 변화는 없을 것 주장을 펴는 측까지 각양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요즘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들려오는 반(反)ESG적인 뉴스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첫째, 미국에서 기후공시 자체가 배척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스코프3이 빠졌지만 SEC의 기후공시가 만만한 건 아니다.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4대 핵심 카테고리 「기후위기 대응 의사결정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metric)와 목표」에서 지표만 완화된 것이다. 중요한 건 미 SEC 기후공시의 가장 큰 특징은 스코프3이 아니라 '1%룰'에 있다는 것이다. ‘1%룰’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영향이 재무제표상 주요 항목(total line item) 수치의 1% 이상이면 반드시 재무적으로 반영하고 주석 사항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투자자 관점 중대성에 입각한 까다로운 규칙이다. 부연하여, SEC는 스코프3을 배제했지만 미국 주(州) 중에서 최대 경제 규모인 캘리포니아는 2024년부터 스코프3을 포함한 기후공시 의무화를 시작한다.  

둘째, 미국 자산운용사의 행태를 이해해야 한다. 블랙록 CEO가 2023년 초 더 이상 정치화된 용어 ‘ESG’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게 힌트다. 블랙록은 2023년 기후 관련 관여활동(주로 주주권 대리투표)과 관련하여 좌우 진영 모두로부터 송사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블랙록의 운용자산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랙록은 공모 ETF 시장의 최강자인데 24년 1월 논쟁적인 에너지 자산에까지 투자하는 사모 인프라펀드 운용사 GIP를 인수하고, 2월에는 공화당 텃밭이자 본인들에 가장 날선 비판을 일삼는 텍사스에서 ‘전력망 투자 서밋’을 개최하며 텍사스에 100억 달러 투자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는 가치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CA 100+ 탈퇴도, 어쩌면 그 앞에 있었던 가입 행위도 적어도 가치 측면에서 미국 자산운용사의 행태를 과대해석해서는 안될 일이다. 

셋째, 미국은 나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상태에서 기후금융 관련 정책 도입에 논쟁이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2007년 피크를 형성하고 2020년까지 23.8%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배출량이 다시 증가했지만 최근 IEA가 발표한 2023년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의 가스 전환에 기인하여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하락 중인 미국의 1인당 배출량이다. 지난 연말 COP28에서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함께 ‘에너지 효율성 2배 향상’을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IRA 시행으로 기후기술에 대한 딥 테크* 투자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기후관련 금융규제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도 더 본질적인 미국의 탄소감축 여정을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AI발 전력소비가 변수로 등장 중이긴 하지만). *딥 테크: 공학, 과학 R&D 중심의 기술분야 첨단 분야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도표 1] 미국의 1975부터 2022년까지 에너지 소비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미국의 1975부터 2022년까지 에너지 소비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2024년 2월 발표된 2023년 통계는 빠져 있다. / 자료=Statista  

 

[도표 2]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미국 등 주요 산업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싱가포르가 가는 길

싱가포르의 회계 및 기업 규제당국(ACRA)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규제기관(SGX RegCo)은 2월 28일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상장기업들은 당장 2025년부터 리포팅(2024 회계연도)을 시작해야 한다. 스코프3 배출량 공개도 의무화했는데, 리포팅 시작연도는 1년 늦은 2026년부터다. 아울러, 공시 후 2년이 지나면 스코프1과 스코프2 배출량에 대한 제3자 인증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기후공시 의무화는 상장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2027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매출액 10억달러, 자산 5억달러) 비상장기업으로 확장된다. 단, 비상장 기업들은 2029년 전까지 스코프3 배출량 공개 의무는 면제된다. 전체적으로 2023년 6월 발표된 ISSB S2(기후관련 의무공시 표준안)를 충실히 받아들여 자체적인 기후공시 의무화 기준으로 확정한 것이며, 싱가포르의 상황에 맞게 로드맵까지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번 기후공시 의무화 결정 이전부터, 싱가포르의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의무화는 사실 진도가 꽤 나가 있었다. 2021년에 싱가포르 거래소(SGX)는 모든 상장 기업이 2022년부터 준수 또는 설명 기준에 따라 TCFD에 맞춰 기후 공개를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별로 정보공개 의무화를 확장시키는 중이었는데, (i)금융업, (ii)농림축산물 및 임업, (iii)에너지산업은 2023년까지, (iv)소재 및 건축물, (v)운송업은 2024년까지였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인터내셔널 금융허브 경쟁을 하고 있는 국가로, 금융에 있어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는 운용자산이 지난해 7월 발간된 2022/23 보고서에 따르면 7,690억달러(약 1,000조원)에 이른다. 전 세계 3위 연기금인 한국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2023년말 1,035조원이니 엇비슷한 규모다. *국부(reserve)를 운용한다는 차원에서는 운용자산 244조원의 한국투자금융공사(KIC)와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하겠지만 금융투자시장에서 통념은 GIC와 국민연금을 비교하는 게 옳아 보인다. 

GIC의 홈페이지에 가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 전 세계 주식시장 지수(ACWI) 상에 그린 솔루션으로 명명할 수 있는 회사들이 있고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7%, (2) 반대로 탄소집약적 섹터들-유틸리티, 운송 등-이 있는데,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10%이나 탄소배출량의 비중은 40%, (3) 대부분 회사들은 그 사이에 위치한다. GIC의 원칙은 각 집합별로 다른 접근이다. 

즉, (i) 그린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직접 투자를 지향하고, (ii)탄소집약적인 회사들은 잠재적인 좌초자산 위험을 관리하며, (iii) 대부분의 회사들에 대해선 적극적 관여와 지속가능성 정보공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도표 3] GIC의 지속가능성 투자를 설명하기 위한 메인 도표  

 GIC의 지속가능성 투자를 설명하기 위한 도표. 오른쪽의 7%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그린 솔루션으로 명명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왼쪽의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유틸리티, 운송 등&nbsp;탄소집약적 기업들로 시가총액 비중은 10%지만 탄소배출량의 비중은 40%에 달한다.&nbsp; /&nbsp;&nbsp;자료: GIC Report 2022/2023<br>
GIC의 지속가능성 투자를 설명하기 위한 도표. 오른쪽의 7%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그린 솔루션으로 명명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왼쪽의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유틸리티, 운송 등 탄소집약적 기업들로 시가총액 비중은 10%지만 탄소배출량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  자료: GIC Report 2022/2023

원칙이 단순 명료하고 사실 말로는 따라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제대로 이행되는지 의심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필요 없다. GIC는 2023년 초에 발간한 보고서에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에 따른 포트폴리오 장기 수익률을 예측했다. 기후위험을 물리적, 전환, 시장위험으로 반영하고, 주로 탑다운 방식으로 총 4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을 수행했다. 

네 가지 시나리오는 (1) 넷 제로 시나리오, 2050년까지 넷 제로로 지구 온도 상승은 1.5도, (2) 지연되고 무질서한 전환, 온도 상승 2도 이내, (3) 너무 늦고 너무 적은 이행, 온도상승 2~3도, (4) 전환실패 시나리오, 온도상승 4도 이상이고, 이에 따른 주식 60%, 채권 40%의 40년 누적 수익률은 기후변화 미반영 기준 대비 (i) -10%, (ii) -13%, (iii) -25%, (iv) -37%로 나타났다. 국부펀드가 기후위험을 정확하게 알리려 노력하고, 금융기관에게 요구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대로 재무적인 영향을 밝힌 게 인상적이다. GIC가 이렇게 나오면 싱가포르의 다른 금융기관들은 GIC를 벤치마크 삼아 기후관련 정보공개와 기업 관여에 나서지 않을까? 

[도표 4] GIC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40년 누적투자수익률 예상 

GIC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40년 누적투자수익률 예상 /&nbsp;자료: Financial Times(2023.8; GIC의 ThinkSpace 2023.4 자료 인용)<br>
GIC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40년 누적투자수익률 예상 / 자료: Financial Times(2023.8; GIC의 ThinkSpace 2023.4 자료 인용)

한국이 가는 길

한국의 기후공시안은 발표가 미루어지고 있다. 의무화 대상, 도입 시기, 스코프3 포함 여부 등에 대해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지 내부자가 아니면 알 길이 없다. 다만, 간간히 나온 예측성 기사에는 예전에 나온 금융위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의무화(ESG 공시 의무화)’ 일정보다 시작연도가 밀릴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번에도 ‘제조업 중심의 한국의 산업구조 때문에 (글로벌 흐름을 따를 수 없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나올 참이다. 

기후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리스크가 노출되는 건 불가피하다. 본질이 정보공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미 묻고 있고, 대응 계획이 미진한 회사는 변화를 요구받거나 외면받게 된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아시아 리저널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기업들의 기후관련 대응이 미진하다는 생각이 컨센서스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그 뿐일까? 밸류체인 상의 글로벌 협력사들도 스코프3과 RE100 영향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미진한 기업을 외면하려 하는 게 엄중한 현실이다. 한국 정책당국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싱가포르의 길을 따라야 한다. 

금융기관이 가는 길도 생각한다. GIC의 교과서 같은 기후변화 대응을 보며 한국 금융기관을 걱정한다. 한국 금융투자 시장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은 어떻게 기후위험을 반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 자금을 스튜어드십 가입을 근거로 ‘책임투자’ 카테고리로 변경해 통계상 ESG 투자금액을 크게 늘린 바 있다(ESG금융백서). 실질적인 액션도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기후변화 관련 주주관여 활동’, ‘온실가스 배출량 포트폴리오 구축 로드맵’과 같은 실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실제 피해 규모를 시나리오로 예측한 기후변화 위험 보고서를 2021년에는 전환위험, 2023년에는 물리적 위험으로 나누어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아직 국민연금은 GIC처럼 기후위험 영향을 보고서 형태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2월 말 여당은 기후공약을 잇달아 선보였다. 27일에 발표한 1호 공약에는 ① 기후위기 대응재원 확대 및 컨트롤타워 강화, ② 무탄소 에너지 확대, ③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혁신, ④ 기후산업 육성, ⑤ 녹색금융 확대가 큰 얼개였다. 전반적으로 수소와 탄소포집 및 활용(CCUS)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문제는 차치하고, 기후금융에 대한 인상은 이렇다. 포문을 연 기후위기 대응 재원의 주요 내용은 기후대응 기금을 일반 회계 전입 확대, 배출권 수입 확대 등을 통해 2027년까지 5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5조원도 적지 않은 금액이고 기후금융 확대를 위한 재정의 역할 관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의 물꼬를 에너지 전환으로 바꾸는 일’인데, 민간의 자금이 바람직한 기후기술 분야로 흘러 들어갈 구체적인 방안-그 자체가 기후금융-이 공약에서 보이지 않는다. 사실 기후공시의 강화가 기후금융의 기초 인프라다. GPI에 따르면 넷제로 실행을 위해 기후금융은 2030년까지 6배 이상으로 늘어나야 되고, 한국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2030년까지 290~450조원이 필요하다([친절한 기후금융] ② 천문학적 기후금융, 재원 마련 로드맵이 필요하다). 한국의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하다.   


글쓴이 신지윤은

애널리스트가 선망하는 리서치센터장을 7년 했다. 세상 변화를 위해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합류해, 연구조사와 전략 수립 담당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때는 무시하지 못할 덩치였으나 한국 정부의 자책골 연발로 투자자가 버린 섹터, 그 유틸리티를 오래 본 덕분에 금융과 환경을 연결하는 눈을 갖게 됐다. 학사는 경제학, 석사는 경영학, 그리고 방향을 틀어 박사는 북한학으로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대로 ‘한반도 에너지전환'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