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가 160년 전의 낙태금지법을 되살렸다는 뉴스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022년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폐기되었다는 소식, 올해 대선에서 ‘임신중지권’이 쟁점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이 정도로 첨예한 법적·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는 미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왜 미국 선거를 뒤흔들 정도의 쟁점이 되었는지 그 맥락을 살펴본다.여성의 임신중지권 인정, 레이건 집권기부터 정치적 쟁점화연방대법원은 19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스코프3은 유보됐지만 1%룰 등 강력한 기준은 여전하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실한(한편 선도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눈에 뜨인다. 한국은 아직 지지부진에 우유부단처럼 보인다.
국제 무역 분야의 세계적 석학 비노드 아가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석좌교수가 메디치미디어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태평양세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임스 레이니 '미국과 세계' 일곱 번째 강연의 연사로 나섰다. '미국의 중산층 정치와 경제 외교 정책'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은, 3월 21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온라인 플랫폼(Zoom)을 통해 진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며, 사회는 연세대학교 문정인 명예교수가 맡았다.비노드 아가왈 석좌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버클
'유정훈의 담담한 미국' 세번째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보 선출 과정 중 핵심인 당내 경선을 소개한다. 조직력, 선거자금 모금 능력,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와 매력, 연설과 메시지, 다른 정치인의 지지를 얻어내는 능력 등 극한의 검증과정을 통해 다음 대통령감(후보가 되어야 대통령이 된다!)을 뽑는 미국의 당내 경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흥미진진한 지점이다. 2024년 당내 경선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되는 분위기의 맥빠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2024년은 '선거의 해'다. 1월의 대만 선거에 이어 2월 14일에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도네시아 대선이 싱겁게 끝났다. 6월 결선투표까지 가리라는 전망 대신 1라운드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56.4%)로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자 수비안토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그 자신 적극적으로 민주화 인사를 탄압한 구시대적 인물인 데다, 부통령 당선자 기브란은 현 대통령 조코위의 아들로 내세울 거라고는 '젊음'뿐인 정치 경력 2년차의 신인이다. 이런 조합을 택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선거의 속사정을 살피
미국을 더 이상 대통령제의 원조, 민주주의 선진국으로만 여기기는 어렵다. 2020년 대선의 혼돈과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거치며 한국에서도 미국 정치에 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계 하원의원 '앤디 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백인이 90%인 선거구에서 유권자의 신망을 받고 있으며, 1월 6일 의사당 폭동 이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앤디 김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다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다. '이민자의 아들'은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까.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한국과 대만 대신 일본과 싱가포르를 챙기는 미국의 '신애치슨라인'이 만들어진다. 한국 입장에서 충격적인 주장이다. 손 놓고 넋 놓고 있다가는 나라는 물론 사회, 개인까지 줄줄이 흔들릴 만한 내용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얼마 전 출간한 《반도체 주권국가》는 이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 박 전 장관이 반도체 책이라니, 얼핏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경련 출입 기자, MBC 경제부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치며 쌓아온 공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가 서둘러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전
마태복음 마지막 장에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로 승천하기 전에 갈릴리 숲속에서 제자들을 만나 당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너희들은 세상으로 가서 나의 뜻을 가르쳐라, 세상 모든 영혼이 너희 손에 달렸다, 내가 너희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라는 내용이다. 이 갈릴리 숲속의 마지막 당부에서 기독교의 역사가 시작한다. 제자들이 생각한 세상은 지금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었다. 갈릴리에서 출발한 제자들이 만난 첫 번째 세상이 지금의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이다. 해상 무역문명으로 알려진 페니키아가 레바논 땅이다. 고대 로마와 지중해
우리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저 먼 우주나 깊은 바다, 땅속, 혹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일 그리고 그 내일들이 이어지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건 강력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예전 사람들은 신탁(神託)에 기대 그 궁금증을 풀고자 했고, 지금도 점 등을 보며 개인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하 )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해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 가까운 미래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3회에 걸쳐 《2024 세계대전망》이 전하는 미래 - 20
1923년부터 2023년까지 1백세를 살다간 헨리 키신저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 전 세계 많은 미디어에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그가 거둔 외교적 성공과 실패가 지금도 논쟁적인 평가를 받듯 부고 기사들의 논조도 다양했다.키신저가 살다간 시대는 제국 미국의 시대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 미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으며, 그 개입의 일부는 부적절하거나 문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키신저는 그 미국의 시대에 협력과 세력균형을 중시하는 외교를 제안하였으며, 정책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
2030년 엑스포(세계박람회)의 개최지는 결국 사우디의 리야드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외교의 참패라거나 국가 홍보 능력의 후퇴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에서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일본에서는 오사카 만국박람회, 줄여서 ‘만박’이라고 부른다)의 적자 예고를 참조해 엑스포 유치 불발이 다행이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오사카 만박이 대규모 적자로 이어진 2021 도쿄 올림픽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사카 엑스포는 예상 방문자 수 2820만 명, 경제 파급 효과 2조엔을 기대하며 야심차게 시작
“저는 셜리 아후이아입니다. 저는 많은 친구들과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하기 전에는 학교를 갈 때 숲길을 이용했습니다. 병원에도 걸어갈 수 있었죠.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셜리 아후이아는 11살로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말레이타섬 동쪽 바닷가의 마나와이만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셜리와 친구들은 수풀을 지나 마을 학교까지 걸어가곤 했다. 하지만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닷가를 따라 있던 길이 물속에 잠겼기 때문이다. 셜리는 이제 매일 노란 통나무배를 타고 혼자 노를
이란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문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다. 사우디 아라비아, 튀르키예, 이란, 이집트 등은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 역사와 문화에서 중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다. 런던의 윤영호 객원 칼럼니스트가 다시 나섰다. 필자 아리프 케스킨(Arif Keskin)은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서 이란의 타브리즈대학과 튀르키예의 앙카라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란의 정부와 민간은 이-팔 문제에서 계속 입장이 엇갈려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발발 46일 만에 나흘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하마스는 50명의 인질을, 이스라엘은 150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 수감자를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휴전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후 장기 휴전의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고 전쟁이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희
아침 출근길 지하철, 휴대폰에 코박고 있는 동료시민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무슨 재미난 걸 보시나 힐끔하면, 높은 경우의 수로 에버랜드의 판다가족 동영상이다. 고백하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3년 국내 첫 자연번식의 산물 푸바오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면, 요새는 생후 백일을 넘겨 걸음마를 시작한 루이바오, 후이바오 쌍둥이 자매의 잔망애교 덕에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도 하루의 시작이 평화로울 수 있으리라.판다에 몰두하는 오늘 여기의 현상은 각박한 경쟁의 한국사회를 관찰하는 사회심리학적 주제인데, 국제적인
‘G2’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은 완화된 것일까, 지연된 것일까.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방향이 다르다. 11월 15일(현지시간)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샌프란시스코 회담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겉으로는 서로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 회담으로 보인다. 대다수 언론도 충돌을 회피하고 상호 협력을 내세웠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시진핑은) 독재자’ 발언도 빠짐없이 보도된 걸 보면 기본 구도는 긴장과 갈등이다. 중국이 근현대 100여년 가까이 서구 세력에 당한 '과거'의 역사, 또 한편 미국이
[조귀동의 신 정치지형도] 정치가 시대를 선도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현실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출발해 보수, 진보, 중도의 구분법을 통과, 이제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미 유권자들은 최근 여러 선거에서 세대, 젠더, 학력, 소득, 환경 등 여러 이슈들에 다양하게 반응했다. 이준석은 이런 다양한 이슈를 잘 활용해(차이를 강조하며 적대를 조장했다)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다. 지역 문제만 하더라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영호남 대결 구도에서 수도권 대 비수도권(지방)의 대결 구도로 옮겨간 지 오래다. 2002년 대선 이후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에 의해 계획된 전쟁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은 1위 국가 영국과 2위 국가 독일 간의 우발적 전쟁이었다. 자유무역이 왕성한 가운데 영국, 독일 간에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지금은 바로 그 1차 대전 직전과 비슷하다. 신냉전이 아니다.’많은 학자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을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비에트 러시아 간의 냉전에 비유하고, 니얼 퍼거슨 같은 학자는 아예 지금을 신냉전이라고 분류한다. 고한석 필자는 지금은 냉전 때와 달리 한 국가 내 이념과 계급의 대립이 약하며,
은 어제 오전 기사로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서 외교 전문가로 활동하는 샨리 바하디르 코츠(Şanlı Bahadır Koç) 연구원의 칼럼을 소개했다. 튀르키예가 이-팔 전쟁과 중동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설한 200자 원고지 50매에 이르는 칼럼이다. 그는 1997년 을 창간해 25년 넘게 발행인이자 해설가로 종사하고 있다.[앙카라 통신] 오스만-튀르키예의 눈으로 바라본 중동의 화약고마침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팔 전쟁이라는 오래된 (하지만, 지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