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개 중 62개만 측정... 정화 시설 ‘알프스’, 방사성 물질 절반도 못 걸러
✔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 일본의 부분적 공개 자료만 봐도 명백
✔ 전체 자료 공개 않고 “안전” 반복하는 일본… 객관적 분석 사례 전무
✔ 최종보고서 낼 IAEA는 원래 친원전기구… 안전성 평가 믿을 수 없어
✔ 한국 정부, 日 전체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압박해야
✔ 한일 포함 세계시민 연대해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수 투기 막아야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12화 방송 바로 가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가 임박했다. 7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이후 방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당초 7월을 방류 시점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오염수는 인체에 유해할까? 김익중 한국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은 “도쿄전력이 일부 공개한 자료만 봐도 일본의 다핵종제거설비로도 핵물질이 정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며 “오염수 투기 시 우리나라 근해와 인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므로 절대 투기를 허용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12회에서는 김익중 한국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을 초대해 실제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졌을 때, 자연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인체에 얼마나 유해할까?

김보협:  지난주에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총장 모시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의 문제점에 관해 얘기를 나눴는데, 실제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질 경우 자연생태계와 인체에 어느 정도 치명적인지 알고 싶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이 분야 전문가를 정말 어렵게 찾았습니다. 우선 지난주 방송 업데이트가 필요해서 공지부터 할게요. 김춘이 사무총장이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전국공동행동 어민총집결 집회가 열릴 것이라고 얘기했는데요, 더 많은 어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날짜를 6월 12일 오후 2시로, 장소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로 바꿨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박지원: 어민들이 내놓은 캐치프레이즈가 ‘어민들이여, 조업을 멈추고 가자! 서울로’잖아요. 12일 오후 2시에 어민들이 조업을 멈춘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죠. 이러한 큰 문제에는 전국에 있는 어민들이나 가정주부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보협: 오늘 초대손님 만나볼까요? 김익중 반핵의사회 운영위원님입니다.

김익중: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동국대 의대 교수를 하다 몇 년 전에 퇴임했습니다. 아직 정년 나이는 아닌데, 빨리 놀고 싶어서 퇴임했습니다. 현재 반핵의사회, 경주환경연합회 활동을 하고 있고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의 건강 영향이 어떠냐?”라는 질문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이 질문에 답하느라 10년 정도 방송에도 자주 나갔는데, 최근 3~4년은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오염수 투기 문제로 다시 나오게 됐습니다. 제가 관련 내용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의대 교수로서 건강 영향에 대한 논문이나 자료를 볼 능력은 되니까 자료를 보고 설명 드리는 겁니다.

 

김익중 전 동국대 교수

 

, 오염수 내 핵물질 200가지 중 62가지만 측정 결과 공개위험 물질 제거 안 돼

김보협: 전공은 미생물학, 면역학입니다. 오늘 교수님이 준비하신 자료를 보니 전문 용어가 마구 등장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가장 기초적인 질문부터 여쭤볼게요. 영국의 어떤 교수는 처리하지 않은 오염수도 마실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 같고요, 정수기처럼 핵물질을 제거한다는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일본은 처리수라고 부르는 물은 마셔도 안전한가요?

김익중: 이를 판단하려면 알프스라는 설비의 성능을 봐야겠죠. 자료가 꽤 많이 필요한데 일본이 자료를 굉장히 조금 내놨어요.

김보협: 전체가 아니라 일부 자료만?

김익중: 그렇죠. 지금 오염수 통 속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이 200가지 정도라고 짐작돼요. 이 200가지를 다 측정을 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본 도쿄전력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62가지를 측정했대요.

김보협: 200가지 중에 62가지면,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림1] 핵종별 알프스(ALPS) 처리 전과 후를 보여주는 그래프. 파란색이 알프스 처리 전, 빨간색이 처리 후 (사진: 김익중 제공)

김익중: 그렇죠. 그런데 62가지 측정한 결과도 다 공개하지 않고, 7가지만 공개합니다. 정말 조금밖에 공개를 안 했는데, 사실 이거를 보고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어요.

위 그래프는 도쿄전력이 내놓은 문건에 있는 ‘알프스의 성능’ 관련 그래프(그림1)입니다. 파란색이 알프스 처리 전, 빨간색이 처리 후입니다. 처리하고 나면 많이 줄어들지요. 핵종별로 어떤 게 얼마나 줄어들었나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프 맨 왼쪽을 보시면 세슘, 스트론튬 순이에요. 이 두 가지는 굉장히 많았다가 불검출로 바뀌어요. 한 번 처리했는데 싹 없어져 버린 거죠. 굉장히 성적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요오드(아이오딘)는 별로 안 줄어요.

김보협: 거의 안 줄었네요.

김익중: 요오드는 알프스로 거의 제거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다음이 루비디움인데 많이 줄긴 했는데, 없어지진 않습니다. 코발트도 남아있고요. 그런데 맨 오른쪽 보시면 탄소14, 그 옆에 삼중수소는 전혀 제거가 안 돼요. 현재 알프스 처리를 한 일곱 가지 핵종을 공개했는데 두 가지(탄소14, 삼중수소)는 제거가 안 되고, 요오드도 거의 제거가 안 되고, 두 가지는(루비디움, 코발트) 불만족스럽게 제거되고, 두 가지(세슘, 스트론튬)만 만족스럽게 제거되는 상황입니다.

130여 개 핵물질 측정 결과는 자료에 없어일부러 감췄나?

김보협: 추가 질문을 드리면, 혹시 7가지 물질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위험한지 구별이 가능합니까?

김익중: 방사성 물질은 다 위험해요. 위험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은 없어요. 물론 방사능의 에너지에 따라 위험성을 다르게 평가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덜 위험하더라도 없는 게 아니잖아요? 피폭량이 늘잖아요. 모두 위험합니다.

김보협: 오염수 처리 시설을 거치기 전 오염수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약 200가지 정도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나머지 190여 가지는 분석된 자료가 없는 겁니까?

김익중: 그래프 오른쪽에서 세 번째를 보면 ‘TOTAL 62 핵종’ 이렇게 되어있어요. 62가지를 한꺼번에 표시합니다. 측정을 하기는 했고 많이 줄긴 했죠. 그런데 여전히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보다 높습니다. 알프스를 통해 처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7개는 하나씩 설명했고, 나머지 전체 62가지 처리 결과가 이렇다는 겁니다. 처리를 해도 62가지가 방류 기준치보다 높다는 거죠. 실장님, 이 정도면 마셔도 되겠습니까?

박지원: 아이고, 못 마시죠. 그러니 방류를 하면 안 되고요.

김익중: 이걸 보시고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해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까지가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내놓은 거의 전부예요. 물론 다른 그래프를 보면 한두 가지 더 있기는 합니다. 사실 200가지 방사성 물질을 처리 전후 비교해서 내놓아야 해요. 그런데 7가지만 내놨잖아요. 62가지는 그래프 1개로 퉁쳤고, 나머지는 측정도 안 했는지 아예 공개를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보협: 측정치를 내놓지 않은 물질 중 더 위험한 게 있을 수 있는 거죠?

김익중: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그 지점입니다. 왜 62개를 다 측정을 해놓고 그래프를 62개를 안 그리고 7개만 그렸을까? 나머지는 숨긴 것인가? 이거예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측정을 안 했을 가능성, 낮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보고요. 두 번째는 측정은 했는데 공개하면 불리해 감추고 싶은 데이터가 나왔을 가능성. 세 번째는 그래프 그리기 귀찮아서… 저는 셋 중 하나가 아닐까 추정하거든요. 공개를 너무 안 합니다. 자료를 내놓지도 않고 안전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박지원: 도쿄전력에서 핵물질 제거 성능 검증했는데, 방류했을 때 일본 국민들도 마찬가지로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요? 일본 정부가 자국민에 대해서까지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익중: 저는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반대하는데 정부는 강행하잖아요. 여론에 역행하는 짓을, 지금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정권이 바뀌어야 맞지 않습니까? 근데 그렇게 안 되는 거죠. 자민당은 또 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민주국가가 아닌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보협: 다시 알프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알프스라는 시설을 우리말로는 '다핵종제거시설'이라고 하던데, 여러 종류의 핵물질을 제거하는 시설이라는 뜻인가요?

김익중: 그렇죠.

김보협: 그런데 교수님 설명대로라면 제거되는 건 극히 일부고, 62가지 정도는 조금 줄어들기는 하나 여전히 일본 스스로 정한 배출 가능 허용치도 넘어서고 나머지 100가지 이상은 측정 안 한 상황인 거죠?

김익중: 사실 핵분열이 일어나면 1000가지 방사성 물질이 나와요. 그중에 800가지는 반감기가 아주 짧아서 며칠 만에 사라진답니다. 꽤 오랫동안 유지되는 방사성 물질이 200가지인데, 그 중에 62가지를 측정했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표시한 겁니다.

알프스의 처리를 거치더라도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보다 높습니다. 이대로 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이 공개한) 문건 뒤쪽을 보면 ‘다시 처리한다’는 방안이 나와 있습니다. 알프스를 여러 번 돌린다는 거죠. 몇 번 돌려야 기준치 이하가 될까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역시 관련 자료는 없습니다.

IAEA, 원전 확대 목표인 친원전기구안전성 평가 적합하지 않아

김보협: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는 그렇다 치고… 혹시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을 더 꼼꼼하게 보지 않을까, 일본이 그쪽에는 더 많은 자료를 제공할 가능성은 없나요?

김익중: IAEA가 중간 보고서를 다섯 번 냈는데요. IAEA는 태생이 원자력 안전을 보는 국제기구가 아니에요. 핵무기 확산을 막는 게 주요 목표입니다. 그 일은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핵의 평화적 이용, 다시 말해 원자력은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즉 원전 확대가 목표인 친원전기구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IAEA를 불러요. 와서 이런저런 지적을 하면 안전성이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는데, 결국 사업자 편을 들어주고 끝냅니다. 줄곧 그래왔어요. 그리고 결론이 안 났는데도 IAEA 대표가 마치 (오염수 방류) 허락해 줄 것처럼 굴고 있죠.

IAEA 보고서에 재밌는 점이 있습니다. 원래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입니다. 일본 도쿄전력에서 계속 고민해왔어요. 그중에 가장 환경에 나쁜 방식인 투기,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처리 방식을 택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IAEA 보고서는 ‘처리 방식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 정부의 권한이다’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김보협: 그러면 친원전 국제기구에 왜 안전성 평가를 맡기는 걸까요? 예를 들어서 오염수를 버릴 경우 자연 생태계나 인류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으면 WHO(세계보건기구) 같은 데서 안전성 평가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김익중: 저도 그게 불만인데요. 국제적으로 원자력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구는 없습니다. 환경 오염을 감시하는 기구가 있기는 하죠. 그런데 그 기구와 원자력기구 중 어디가 더 셀까요?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이 사안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기댈 수 있는 국제기구는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희석하면 인체 영향 미미하다? 피폭량은 희석 여부와 무관

김보협: 알프스를 거친 오염 처리수가 허용치를 넘지만, 바닷물을 많이 타서 바다로 내보내면 방사성 물질이 있더라도 그 넓은 바다에서 희석되면서 자연 생태계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 않겠느냐, 이런 주장이 있잖아요.

김익중: 도쿄전력의 주장인데, 그건 헛소리라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도쿄전력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방사능을 내보내요. 그러면 일본 앞바다를 오염시킵니다. 우리 국민은 일본산 수산물을 사 먹고 있잖아요. 현재 8개 현만 수입 금지하고 있어서 나머지 현에서 잡힌 건 그냥 수입하고 있거든요. 해류가 우리나라로 올 것이고, 국산 수산물에도 영향을 주게 되지요.

그러면 방류하기 전에 희석해서 방류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방류되면 어차피 희석되지 않습니까? 무슨 차이가 있어요? 아무 차이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왜 희석하려고 할까요? 아까 그래프를 다시 볼까요?

지금 알프스로 처리해도 62가지 방사성 물질이 일본 정부가 정한 방류 기준치 이상입니다. 그런데 10배로 희석하면 기준치 이하가 돼요. 일본 국내법에서는 희석하지 않고 버리는 게 불법이기 때문에, 희석하면 버리는 게 가능해져요.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합법적 방류’를 위한 거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방사성 물질이 있는데, 10배로 희석했다고 가정해봐요. 농도는 10분의 1로 낮아지겠지만 버리는 양은 10배로 늘어납니다. 무슨 차이가 있나요?

김보협: 10배로 희석되면 인체에 해로운 정도가 10분의 1로 낮아지는 거 아닌가요?

김익중: 우리가 받을 영향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우리는 이미 희석된 다음에 영향을 받는 거니까요, 투기되기 전에 희석되나, 투기된 후 바다에서 희석되나, 우리가 받을 피폭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독극물 예시를 들어 볼게요. 원액을 그냥 마시는 것하고, 10배 물에 타서 희석해서 그 물을 마시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요? 희석해서 버리는 건 우리가 받는 피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일본 내부 법적으로만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피폭량 늘어나는 만큼 질병 위험 상승원전 방사능 영향 통제해야

김보협: 세슘, 요오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얼마나 해로운 겁니까?

 

[그림2] 방사능의 건강 영향 (사진: 김익중 제공)

김익중: 의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방사능의 건강 영향’ 그래프(그림2)입니다. X축이 피폭량이고, Y축은 반응도입니다. 방사능에 피폭됐을 때 어떤 병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의 A는 원점을 지나는 직선입니다. B는 굽어 있고 문턱값이 있어요. B의 경우는 어느 정도 이상 피폭이 돼야 이런 병에 걸린다는 거죠. 그런데 A는 문턱값이 없어요. 암과 유전병, 이 두 가지는 직선 A처럼 발생한다고 돼 있습니다. A 그래프는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에요. 정비례 그래프입니다. 피폭량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비례해 위험이 증가하는 겁니다. 그래서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심지어 기준치도 0입니다.

일각에서는 자연 방사능도 있는데, 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갖고 그러느냐 합니다. 그런데 자연 방사능이건, 병원 방사능이건, 원전 방사능이건 모든 방사능이 똑같은 기능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자연 방사능 때문에, 암에 걸리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더해 후쿠시마 오염수로 피폭량이 늘면 암과 유전병 등 발생 확률이 더 증가하는 거죠. 자연방사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병원 방사능은 병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니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그런데 원전 방사능은요? 똑같이 위험한데,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그러니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보협: 방사능이 인체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는 않나요?

김익중: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속도가 핵종마다 달라요. 그래서 200가지를 다 측정하고 건강 영향도 다 평가해야 해요. 그런데 일본은 이 측정부터 안 하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 우리 시찰단이 다녀왔잖아요. 시찰단이 오염수와 처리수를 갖고 와서 분석하고 있나요? 아닙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제3 국가도 입증한 적이 없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도쿄전력의 주장뿐이에요.

오염수 처리 방법 중 가장 위험한 투기택한 일본, 우리나라 근해 영향 자명

김익중: 후쿠시마 사고 이후 초기에 굉장히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나왔습니다. 지금 쟁점이 되는 오염수보다 더 많이 나왔을 겁니다. 초기엔 고농도니까요. 제가 답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박근혜 정부 때 원자력안전위원이었는데, 공식적으로 회의석상에서 보고를 받았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나라 근해 세슘 농도가 높아졌어요. 이번에 오염수 투기되면 더 높아지죠. 일본 앞바다에 버리는 게 우리 근해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겁니다.

김보협: 그때는 사고가 난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인위적으로 바닷물에 투기를 하는 것이니 막아야 한다는 말씀인 거죠?

김익중: 그렇죠. 그때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른 방법이 네 가지나 더 있는데 대안을 찾지 않고 바다에 투기를 하겠다는 거니까…

김보협: 그런데도 방류, 사실상 투기를 선택한 이유는 가장 손쉽고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김익중: 그렇게 의심하죠. 하여튼 가장 욕을 많이 먹을 만한, 위험한 방법을 선택한 겁니다.

김보협: 실장님,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잘 지적했던데… 이번에 시찰단장이 브리핑에서 비상시 차단 장치 등을 눈여겨봤다고 했잖아요? 그건 방류를 해도 되는 건지 살피러 간 게 아니라 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처리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챙겨 봤다는 거잖아요?

 

김보협 진행자

 

박지원: 그렇죠. 오염수가 10년분인데, 희석해서 30년간 방류한다는 거죠? 30년 동안 발생하는 오염수는 또 어쩌지요? 어제 미국에서 오신 분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건 100~200년 가는 일이라고 우려하더라고요. 결국 우리나라, 일본 어민뿐만 아니라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모든 사람도 반대할 겁니다. 그분은 민사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의 로펌이 오염수 방류 관련 조사를 해서 한국과 함께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해서 막아내자는 거죠. 문제는 로펌을 선임할 때 시드머니가 필요한데, 그분은 본인도 자기도 시드머니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대형 로펌과 미국 로펌이 함께 방류를 막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합니다.

김익중: 만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원고 모집을 하셔야겠네요.

김보협: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일본이 7월부터 방류를 한다는 거잖아요?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가처분 신청 등은 세계 어떤 기구에도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김익중: 그렇죠. 다만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릴 수 없다는 법은 있답니다. 법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그 법에 근거해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던데, 그게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갖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부, ·수산물 수입 금지 확대 등 추가 조치로 일본 압박해야

김보협: 일단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려면 UN 안보리 결의안으로 국제 제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익중: 사실 이명박 정부 때도 일본이 오염수를 한 번 버린 적 있어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때 한국 정부는 몇 가지 조치를 했죠. 지금도 하고 있는 후쿠시마 근처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도 그때 한 조치거든요. 또 8개 현 농산물 수입도 금지했고, 수산물 전수 조사도 시행했습니다.

그러니까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 외에도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지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오염수 버리면 우리는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하겠다'고 한다면 일본 정부가 조금은 고민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방식의 추가 조치를 한다면 적어도 국민들도 정부가 우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박지원: 지금 이미 오염수 시찰단 갔는데, 일본 노무라 농수산상이 “우리 수산물 수입 좀 해달라” 이렇게 요구하는 마당인데 정부의 대응은 정해진 것 아닌가요?

김익중: 절망스럽기는 합니다만, 어쨌건 이명박 정부 때도 했던 일이니까요.

김보협: 이번엔 실장님께 여쭤볼게요. 통영시장이 오염수 문제 키우면 우리 어민들 생계 더 어려워지니 떠들면 안 된다고 말했고, 민주당 쪽에서도 어민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니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분이 있습니다. 모두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어차피 정해진 수순이다, 막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박지원: 만약 오염수가 투기되면, 통영이고 어민이고 난리 납니다. 세상이 다 아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과학적 검증? 도쿄전력이 내놓은 데이터만 봐도 가능해

김보협: 윤 대통령은 과학적 검증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잖아요.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에 대해 구체적 데이터와 검증이 없으면 방류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깔고 있잖아요?

 

[그림3] 처리수 상태 (사진: 김익중 제공)

김익중: 적어도 도쿄전력이 내놓은 자료에 근거해서는 판단 해줘야죠. 이 자료를 검토하지 않는 게 과학입니까?

그래프(그림3)를 하나만 더 볼게요. 도쿄전력이 내놓은 처리수 상태 그래프입니다. 일본이 정한 기준치가 '1'입니다. 처리 후 1 이하인 오염수는 맨 왼쪽 13만 6700톤입니다. 그런데 기준치의 1~5배쯤 되는 처리수가 31만 9500톤입니다. 기준치의 5~10배쯤 되는 처리수가 20만 톤이 있는거고… 10~100배가 16만 톤, 100~2만 배 정도가 6만 5200톤 있는 겁니다. 이걸 보고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나요?

김보협: 심각하네요.

박지원: 알프스 검증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통계 아닌가요?

김익중: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준치 이하로 처리된 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알프스의 성적표입니다. 일본이 직접 내놓은 성적표예요. 이걸 보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이지, 그냥 못 본 척하고, 아예 보지도 않는 것이 어떻게 과학입니까?

김보협: 교수님은 과학을 공부했고, 의학자잖아요. 이런 분의 말씀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익중: 과학이 아니라도 고등학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프입니다. 직접 보고 처리수가 믿을만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해보면 됩니다.

박지원: 저렇게 과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자료를 도쿄전력에서 내놓았음에도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윤 대통령이 방류를 허용하고 더 나아가 수산물 수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잘 검토하셔서 방류는 절대 안 된다는 결단을 내리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보협: 교수님이 과학에, 의학에 기반해 또 도쿄전력이 만든 자료에 기반해 설명을 해도 분명 괴담 유포한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김익중: 제 별명이 ‘괴담 교수’였습니다. <조선일보>가 붙여준 별명이에요.

박지원: 이번에 환경연합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5% 이상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의 식탁, 학교 급식을 관리하는 주부 등 여성들이 90% 이상 반대하고, 보수 진영에서도 80% 이상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자명합니다. 오늘 교수님이 도쿄전력의 자료를 가지고 설명해주시니 저 같은 과학 문외한도 금방 눈이 뜨이네요.

김보협: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은 반핵의사회 김익중 교수님 모시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가 자연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방사성 물질은 잘 희석되지도 않을뿐더러 아주 미세한 양이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알프스라는 다핵종제거시설이 이름과는 달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오늘 교수님 말씀이 일본 시민들에게도 전달돼, 일본의 깨어있는 시민들과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어민들이 적극 나서 1차 저지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도, 그리고 양심과 양식 있는 세계시민들도 연대해 원전 오염수 투기 계획을 막아야겠습니다.

 

 

※ 본 텍스트는 <박지원의 식탁> 방송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출연자의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메디치미디어 유튜브)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대손님 김익중은전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 동국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경주환경운동연합을 통해 반핵 운동에 입문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집행위원회 위원장, 반핵의사회 공동운영위원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쓴 책으로는 <한국 탈핵>, <탈핵 학교>(공저),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공저) 등이 있다. 현재 반핵의사회, 경주환경연합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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