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살림에 대해 정부가 짠 예산안, 그 중 두 번째로 복지, 환경예산에 대한 이상민 필자의 칼럼을 소개한다. 복지 분야에서는 ‘부양 의무가 있음에도 부양 능력이 없는 가족’을 둔 소외계층에게 이제부터는 생계 급여가 지원되는게 눈에 뜨인다. 환경 분야에서는 증가액 1.3조원의 96%가 전기차, 수소차 보급을 늘리는데 쓰인다는 게 특징이다. 그럼에도 이들 분야의 증가 추세선은 미미하다. 진보가 복지와 환경에 힘쓴다는 통설은 적어도 내년 예산만 놓고 보면 사실이 아닌 셈이다. 반면 지난 10월 24일자 김동규 칼럼에서 살펴 보았듯 국방예산은 높은 증가추세다. 국회와 언론 관계자들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역설을 염두에 두고 이번 칼럼을 숙독해 주길 당부한다. [편집자 주]

이상민 칼럼 1회, '기재부 장관인들 내년도 예산을제대로 알까' 바로가기10월 24일자 김동규 칼럼 '진보 정권의 군비 증강, 그 패러독스와 딜레마' 바로가기

 

#예산 총지출 증가율보다도 낮은사회복지 예산 증가율#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선되어 반가운부양의무자제도 전면 폐지#아동 학대 방지 밑 보호 예산처럼의미 있는 신설 예산#이례적인 기후 대응 기금의 신설

 

내년도 예산에 관한 두 번째 칼럼에서는 16년째 증가율 하위권을 지키는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과 증가율은 높지만 민생에 크게 와 닿지 않는 환경 분야 예산에 초점을 맞춘다. (사진=셔터스톡)

 

 

진보 여당에 어울리지 않게 부실한 사회 복지 예산과 환경 예산

2022년도 내년도 예산안 중, 사회복지 분야와 환경 분야를 분석해 보자.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3종 세트’가 예산안 분석의 기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복지 분야 증가율 5.7%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통틀어 지난 16년간 세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환경 분야 증가율 12%는 제법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기차 수소차를 빼고 나면, 총규모는 사실상 정체했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2022년 내년도 예산안은 604조원이다. 올해 중앙정부 총지출액 558조원보다 46조원 더 증가한다. 증가율은 8.4%다. 증가율 기준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순서대로 보건 분야(44%), 교육 분야(17%), 일반지방행정 분야(14%) 그리고 환경 분야(12%)다. 보건 분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구매 지출 증대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 분야와 일반지방행정 분야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내국세가 많이 걷히기 때문이라고 지난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증가액 기준으로도 보자. 증가액 46조원 중, 교육 분야, 일반지방행정 분야 증가액만 각각 12조원이다.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에서 10조원이 더 늘었다. 상위 3개 분야 증가액만 34조원이다.

 

총지출 증가율보다도 낮은 사회 복지 예산 증가율

내년 사회복지 분야 지출액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자. 올해 사회복지 분야 지출액은 185조원, 내년엔 195조원이다. 올해보다 10조원(5.7%) 더 지출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증대된 사회복지 분야 10조원은 어디로 귀속될까?

첫째 이슈, 내년도 사회복지 증가율 5.7%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통틀어 지난 16년간 세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도 출범했다. 2008년도는 노무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마지막 해다.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을 매년 조금씩 낮춰 갔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마지막 해인 2013년도 사회복지 지출 증가액은 4.8%로 최저치를 기록한다.

박근혜 정부는 첫해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을 7.1%로 늘렸다. 기초연금 증대 등 후보 시절 사회복지 지출 증대를 강조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둘째 해부터 증가율은 꾸준히 낮아졌다. 사실상 업무가 정지된 상태인 2017년 마지막 해 사회복지 지출 증대율은 5.5%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첫해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을 12.1%로 늘렸다. 올해까지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을 10% 넘게 유지하다가 마지막 해인 2022년 내년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5.7%로 뚝 떨어졌다. “선거용 선심성 예산안”이라는 언론 등의 평가는 최소한 사회복지 분야 예산만으로는 근거가 없다.

 

 

출처: 각 연도별 예산서 (당초 예산, 총지출 기준)

 

 

둘째 이슈, 사회복지 증가율(5.7%)이 총지출 증가율(8.3%)보다도 낮다. 이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3년 이후 처음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2014년 이후 사회복지 분야 지출 증가율은 항상 총지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사회복지 지출의 상당수는 법적 의무지출이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의무지출이 사회복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노인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 사회복지 지출은 큰 폭으로 늘 수 밖에 없다. 의무지출이 약 10%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 분야 전체 지출은 5.7%만 증가하려면, 재량 지출사업은 많이 삭감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감소한 사업은 일자리안정자금지원 8300억원, 고용유지지원금 7700억원 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 사업주에게 지원해 주던 사업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둔화된 만큼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고용유지지원금 삭감도 코로나19 출구전략으로 불가피한 측면은 있어 보인다. 다만, 결과적으로 불요불급한 재량지출을 삭감한 것만큼 다른 재량지출을 충분히 확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회 복지 지출이 높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융자금 증대

셋째 이슈, 융자금 증대는 문재인 정부 사회복지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착시 효과의 일등공신 이다. 내년에도 사회복지 분야 융자금 지출은 7.6%(2.1조원) 증가했다, 융자금 지출은 말 그대로 돈을 빌려주는(융자) 사업이다. 빌려준다는 것은 나중에 회수한다는 뜻이다. 융자를 1조원 한다면 약 5년 뒤에는 융자금 회수 수입이 1조원 증가하게 된다.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받는다. 다만, 시장 이자율보다는 저렴하기는 하다. 그래서 1조원을 융자해준다고 국가가 1조원을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실질 지출금액은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차이만큼이다. 만약 1조원을 2% 더 싼 금리로 융자해주는 사업이라면 정부의 실질 부담은 1조원 X 2% = 2백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총지출 기준 통계에는 융자금 전액이 계상된다. 즉, 1조원의 보조금(이차지원 등)을 지급하는 것과 1조원을 융자하는 것은 총지출 기준 통계로는 모두 1조원이다. 결국, 융자사업을 증대한다면 총지출 기준 정부지출 규모는 통계적으로는 크게 증가하지만, 국가의 실질적 부담은 제한적이다. 국가가 부채를 발행해서 1조원을 융자해 주었다고 해도, 수년 뒤에는 어차피 융자금 회수 수입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융자금 지출이 늘면, 총지출 통계 규모만 늘어서 통계 착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내년에 다가구매입임대 융자 사업 증가 금액만 2.5조원이다.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고 이를 저소득계층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다가구 주택을 매입 자금을 융자해주는 사업에 올해 3.3조원을 지출하지만 내년에는 5.8조원의 금액을 융자해 준다. 5.8조원 금액 총액이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액 규모에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 이는 통계 착시다. OECD 국가 중에서 융자금 총액을 국가 예산 지출액 통계에 전액 포함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다. 다른 국가들은 융자금 총액이 아니라 융자금 회수 금액을 제외한 순액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늦었지만 반가운 부양 의무자제도 폐지

넷째 이슈, 만시지탄의 성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 드디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제도가 폐지되었다. 이제 '부양 의무는 있으나 부양 능력이 없는' 직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생계급여를 못 받는 일이 없어지게 됐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의 가장 기본은 생계급여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이하 소득자에게 지급되는 국민 최저선을 지키는 제도다. 그러나 과거에는 부양의무자 유무에 따른 단서 조항이 있었다. 즉  지금까지는 ‘부양하지도 않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생계급여라는 복지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우리나라 중위소득 50% 미만으로 살아가는 상대 빈곤율은 OECD 국가 4위에 랭크된다. 일본이나 멕시코, 칠레보다도 나쁘다. 미국과 이스라엘보다는 좋다는 사실에 위안을 해야 할까? 상대 빈곤율 문제 해결의 정석은 생계급여 확대다. 부양의무자 전면 폐지에 따른 추가 지출 금액은 2300억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늦은 감이 있다. 늦었지만 크게 환영한다. 

 

OECD가 정리한 국가별 상대적 빈곤율. 차트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중위 소득 50% 미만으로 살아가는 상대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OECD평균(11.1%)을 훨씬 웃돈다. (자료제공=이상민 필자, 자료출처=OECD 소득 분배 데이타베이스)

 

의미 있는 신설 사업, 아동 학대 예방 및 보호 예산

다섯째 이슈, 신설 사업을 알아보자. 출생 시 200만원 지급하는 첫만남이용권 지원 금액이 3700억원, 1세까지 매월 30만원 지급하는 영아수당이 3700억원이다.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사업 390억원,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예산에 380억원 신설된 것도 눈에 띈다. 저소득지역가입자 국민연금보험료지원사업 265억원 신설도 새로운 시도다.

정리해보자. 내년도 사회복지 분야 지출 증감액 5.7%는 이명박 정부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법적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재량지출은 제한적으로만 증대했다는 의미다.

사회복지 분야 지출액 증대 금액이 10조원이다. 어디에 쓰였을까?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증가액이 3.3조원이다. 정책적인 의지라기보다는 인구구조에 따라 저절로 증대된 법적 의무지출이다. 기초연금 지급액 증가도 1.2조원이다. 기초연금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다. 그리고 융자액 증가가 2.1조원이다. 융자액 증가는 대한민국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기준인 총지출 기준 통계 금액을 과장하는 지출이다.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다만,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 출생수당, 영아수당 신설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국민최저선을 지킬 수 있는 기본 복지 제도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수치는 높으나 실속 없는 환경 분야 예산, 한 가지 위안은 기후 대응 기금 신설

2022년도 환경 분야 예산을 분석해보자. 

첫째, 환경 분야 지출액 급증은 전기차, 수소차 때문. 환경 분야 지출액은 12% 증대했다. 내국세 증대에 따라 자동으로 지출이 증대된 교육 분야와 일반지방행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율로 증대된 분야다. 올해 10.6조원 지출에서 내년도 11.9조원으로 1.3조원이 증가했다. 

 

 

그런데 사실 환경 분야 예산 증대 실태는 이렇게 ‘각 잡고’ 정석대로 분석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전기차 예산과 수소차 예산 두 개 사업 예산 증대액만 1.3조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환경 분야 지출 증대액은 1조3119억원인데 전기차 + 수소차 지출 증대액은 1조2639억원이다. 환경 분야 지출 증대의 거의 대부분(96%)는 전기차, 수소차 지출 증대예산이라는 얘기다.  

전기차 수소차를 보급하고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다만, 전기차 수소차 외에도 탄소 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요한 사업도 좀 더 균형 있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기차, 수소차의 지나친 편중 현상은 환경 예산의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사실상 ‘산업 예산’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둘째, 내년도에는 기후대응기금이 신설되었다. 기금이 신설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새로운 기금이 신설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상 이름만 바뀐 공익직불금기금은 제외한다.) 왜 새로운 기금을 설치했을까? 기후변화 사업을 수월히 편성하고자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기후대응기금 신설을 통한 안정적 재원으로 어떤 사업을 신설했을까? 기후대응기금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총 2.5조원이다. 이 중, 신설사업은 0.7조원일 뿐이다. 물론 기금이 새롭게 신설되었다고 모든 사업을 새롭게 할 필요는 없다. 기존에 각각 진행했던 사업을 기후대응기금에서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기금을 신설하여 새로운 재원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새로운 사업이 확대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예산안 배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가?

정리해보자. 내년도 예산안 지출 규모가 올해보다 46조원(8.3%) 증가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증가한 46조원이 어디에 배분되었나’이다. 증가액 기준으로 교육 분야(12조원), 일반지방행정 분야(12조원)에 이어 복지분야가 10조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복지분야 10조원 증가 의미는?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지출액 증가규모만 4.5조원이다. 그리고 총지출 기준 지출 통계 기준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융자금액 증대 규모가 2.1조원이다.

증가율 기준으로 내년에 가장 많이 증대된 분야는 보건 분야(44%), 교육 분야(17%), 일반 지방행정 분야(14%)에 이어 환경 분야(12%)다. 환경 분야 지출액 증대액은 1.3조원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전기차, 수소차 지출 증대액만 1.3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 환경 분야 지출 증대액은 그냥 전기차, 수소차 예산 증대액이라고 해도 된다는 얘기다. 

서두에서 예산안 분석의 기본 3종 세트는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황과 문제점만 언급하고 개선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다. 복지 분야 예산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롭고 팬시한 파랑새 같은 사업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기본에 충실해지자. 생계급여 의무부양제 폐지, 상병수당 도입과 같은 그동안 필요하다고 수없이 요구되었던 기본 복지 사업이 많다. 이런 기본적인  사업부터 충실히 해나가자. 

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면, 그 목표를 가장 잘 이룰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자. 전기차 수소차 지출 증대처럼 산업 증진이라는 숨은 목표를 지닌 무늬만 환경 분야 사업 만으로는 부족하다.


글쓴이 이상민은분석하는 게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