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가 160년 전의 낙태금지법을 되살렸다는 뉴스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022년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폐기되었다는 소식, 올해 대선에서 ‘임신중지권’이 쟁점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이 정도로 첨예한 법적·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는 미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왜 미국 선거를 뒤흔들 정도의 쟁점이 되었는지 그 맥락을 살펴본다.여성의 임신중지권 인정, 레이건 집권기부터 정치적 쟁점화연방대법원은 19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2천 명씩 5년간 늘어난다. 지난 20일 정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의대 정원은 증원하지 않고, 경기인천 361명, 나머지 1639명은 지역 대학에서 늘린다고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지역의료 강화 목적에 부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지만, 오랫동안 의료문제를 고민해온 이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 의료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일이예요. 증원 2천 명 중 764명이 수도권 병원과 연계한 지역의대 학생 숫자입니다. 지역보다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은 의대의 정원을 절반 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에 이런 게 있다. "사람 참 안 변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람들은 잘 변한다. 성공하기 위해서 변하고,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변한다. 어떤 사람의 변화는 때로 자신의 변화를 뛰어넘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어느 나라고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자조가 유행인 와중에,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그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선거의 최고 이슈메이커가 되었다. 남이 만들었던 이슈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조국 현상'의 이면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준비된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지능의 본질을 탐구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AI의 아이디어가 상상 속에서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편에서는 ‘지능’이라고 하는 것이 지구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왔음을, 그리고 그로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음을 살폈다. 이번 편에서는 AI가 지금의 모습에 가까이 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주요 인물과 이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본다. 많은 이름이 등장하고, 간략하게 축약돼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세상의 창조’에 기여한 창조주들의 리스트로는 아직도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이
노래 하나의 날갯짓이 스페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2024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스페인 대표로 참가하는 네불로사의 노래 가 주인공이다. 원뜻은 '암여우' 정도의 단어인데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여성비하 표현이라고. 여성혐오 호칭을 적극적으로 가져와 원래의 소용을 무력화하자는 호평과 지지가 한쪽. 다른 한쪽에서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후퇴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스위스에 사는 김진경 작가가 이를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글을 보내왔다. 먼저 각자 찾아서 노래를 들어보고,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의 논쟁을 다룬 글을 읽어보자.
50만부 베스트셀러,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이 ‘말하기’ 전도사로 활약중이다. 강원국 작가의 ‘말하기 고충 상담소’ 프로젝트 안내 두 번째는 리더의 말에 대해 먼저 살피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로 '험담'과 '뒷담화'를 강조한다. [편집자 주]#. 설득까지 가야 주장은 주장이 된다신혜선: 자기 주장도 범람하죠? 주장이 주장다우려면 설득까지 가야할 거 같아요. 나 혼자 시끄럽게 떠들면 공허하죠. 설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강원국: 우선, 설득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내가 이미 a라
50만부 베스트셀러,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이 ‘말하기’ 전도사로 활약중이다. 혼자 쓴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함께 쓴 《말하기의 태도》 등 3권을 연달아 낸 강 작가는 말하기 연작의 마지막으로 《말하기 고충 상담소》를 준비하고 있다.“‘대통령의 글쓰기’는 글을 다루지만, 그 글이 대통령의 연설문이었지요. 실은 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강 작가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글을 썼지만, 말을 위한 보좌역이었으니 ‘말’로 몸을 튼 그의 변
이 '정국방담'을 부활했다. 창간 이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은근히 인기를 끌어온 코너다. 익명으로 3-4인이 포장마차 대담처럼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 시즌2의 첫 회에서는 한동훈 파동, 이재명의 심중, 양당 공천의 진로, 조국발 개헌론의 무산 배경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명품백만 느껴진 거야…가오리: 정치가 돌아온 건지, 여권 내 권력 갈등의 시작인지, 대통령이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회의도 불참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밀덕: 기본적으로 윤석열-김건희-한동훈
피렌체의식탁 편집팀으로 익명의 원고가 한 편 도착했다. 필명은 '공정과 상식'. 본인에 대해 직전 공무원이었다며, 강남 8학군 학교를 다녔고, 한동훈 위원장의 삶의 궤적과 비슷한 성장기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조금더 자유로운 공정과 상식의 사회를 지향하는 시민일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자기 소개를 이었다. 편집팀의 확인 결과 그 역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기고문의 요지는 최근 한국 정치의 최고 아이콘으로 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해 미디어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
4월 총선에서 종로 출마 의지를 밝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을 찾았다. 이날 방송에서 전현희 전 위원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 등 출연자들은 ‘For Justice(정의를 위하여)’, ‘For Democracy(민주주의를 위하여)’가 적힌 후드티를 나란히 입고 진행했다. 메디치미디어의 출판과 미디어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굿즈다. 세 사람은 방송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민주당 의원 44%는 전과자’ 운운,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탈당 러시 속 반전, 정치 1번지 종로를 두고 펼치는 전
올 한 해를 조망하는 신년 정국 방담을 하자고 했지만 화제는 총선 후보다는 총선 전, 그중에서도 정당 대결 구도에 모아졌다. 여야 양당 외에 의미 있는 중도 제3당이 뜰 경우 선거 결과로 다당제의 복귀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 1월 3일 ‘정치 9단’이라는 박지원 전 실장과 소장파 정치 해설가인 김성회 소장을 초대해 들어본 결과다. 박 실장과 김 소장은 구체적으로 이준석 신당이 이낙연(신당)과 손잡고, 여야 양당의 고정관념적인 태도나 정책의 빈틈을 잘 파고들어갈 경우 원내 교섭단체의 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보수는
삶은 상대적이지 않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주관입니다. 그러나 우린 늘 얼굴 모를 대상, 혹은 언론에 노출된 위대한 상대에 억눌려 쪼그라듭니다. 승리는 물론 고통마저도 누구보다 더 해야만 주목받는 세상. 그럴 필요 없어요. 한해를 돌아보게 되는 이때, 올해도 참 수고했어, 잘 살아냈어! 나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져봐요. 에 '평범한 나의 이야기'를 차려봤습니다. 작은 미소로 박수 보내요. [편집자 주]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전부 지나고 벌써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문득 가만히 책상에 앉아 눈을 감고, 올 한
시민 이기주가 기자 이기주가 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 '한 장면'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산 소 수입을 반대하는 일명 '광우병 시위'에서 시민 이기주는 늦은 퇴근길 시민들이 곤봉으로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았다. 해외 영업에서 일을 배워 돈 많이 버는 사업가가 될 생각을 했던 3년차 직장인이었던 이기주는 이 이상하고 불편한 상황이 못내 불편했다. 그리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시민 이기주의 '상식'이 종내 그를 늦깍이 기자로 만들었다. '한 장면'을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은 결국 '날리면? 바이든?'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책'을 고르는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눈닿는 온라인 장소 어느 곳에서나 인공지능(AI)이 당신의 취향이라며 강권하거나, 혹은 서점의 판매 순위 상위나 소셜미디어 속 명사들의 리스트를 따라가보는 독서도 있을 것이다. 2023년, 독서는 점점 진기한 체험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상을 되돌아보고, 사회를 응시하고, 시대정신을 품어보려는 노력에 가장 든든한 벗이자 스승은 역시 책이다. 메디치미디어의 저자, 피렌체의식탁의 필자,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생각의 이웃들에게 조용히 무심하게 청탁했다. 당신이 읽은 2023년도는 무엇인가.
1회에서 읽었듯 전두환은 1979년 2월 보안사령관에 임명되며 박정희를 축으로 하는 유신 권력 내부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대통령 유고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 권력을 잡기란 영화 에서 정우성이 경복궁 30경비단 앞 철조망을 넘기보다 1백배 더 복잡하고 난관이 많다. 전두환은 물론 영화에서도 드러나듯이 치밀하고 담대하고, 때로 인간 심리를 역이용할 줄 아는 도박꾼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가능했을까?도서 《남산의 부장들》 저자인 김충식 작가는 전두환이 톱에 오른 비결로 본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이 개봉 5일만에 누적관객 189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개봉 첫주말을 넘기며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최종 관객 1068만 명), (514만 명), (384만 명)에 이어 이 네 번째다. 영화의 흥행만큼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영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전두환을 모델로 한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의 황정민, 장태완 소장 등을 모델로 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의 정우성 등 배우들의 열연 속에 영화 속
이란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문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다. 사우디 아라비아, 튀르키예, 이란, 이집트 등은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 역사와 문화에서 중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다. 런던의 윤영호 객원 칼럼니스트가 다시 나섰다. 필자 아리프 케스킨(Arif Keskin)은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서 이란의 타브리즈대학과 튀르키예의 앙카라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란의 정부와 민간은 이-팔 문제에서 계속 입장이 엇갈려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발발 46일 만에 나흘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하마스는 50명의 인질을, 이스라엘은 150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 수감자를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휴전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후 장기 휴전의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고 전쟁이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희
어느새 수능일. 모두가 잘 보라는 건 덕담을 빙자한 아무말 대잔치. 모두가 잘 볼 수 있으면 그건 시험이 아니고, 국가가 나서서 수험생을 에스코트하는 일 같은 것도 일어나지 않겠다. 평생이 걸린 시험이라는 각인 효과를 위한, 국가의 유난! 각자 자기 몫의 시험을 치르는 거고, 사회가 더 고민할 것은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도록 개인에게 더 많은 가능성과 옵션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겠지.출세에 목을 매는 것은 나름 유구한 전통이어서, 조선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에 건 기대가 딱 그러하다. 그래서 널리 퍼진 그림 중 하나가 ‘게
DJ의 IMF 외환위기 대책을 대놓고 비판하던 혈기 왕성한 경제학 박사. 여의도연구원장을 거친 다선 의원. TK의 적자이자 배신자. 그리고 와신상담하며 TK 아닌 수도권에서 재기를 꿈꾸는 이.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다. 바로 유승민 전 의원.대구 동구-을 선거구에서 내리 4선을 하며 ‘TK의 적자’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집권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세금 좀 더 걷어서 복지에 쓰자’고 연설하고, 정부 시행령을 규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킨 후 박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찍혀 TK와 멀어졌다.이후 대통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