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처칠, 석유시대의 우연한 설계자석유의 위력을 세계에 알린 사람은 뜻밖에도 윈스턴 처칠이었다. 1911년 당시 영국 해군장관이었던 그는 독일과 해군력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해군 함대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었고, 그 결과 해군 함정의 속도와 작전 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석유가 석탄보다 부피도 작고 열량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는 아직도 석유의 위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산업화시대에 접어들어 두 차례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세계는 석유와 중동 산유국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래서 중동
기후위기는 결국 인류 모두의 문제일 텐데, 그래도 더 먼저 더 민감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시민'이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다. 녹색연합 윤정숙 대표와 플랜1.5 윤세종 변호사 두 분은 기후시민이자 기후활동가다. 어쩌면 기후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소에 기후 걱정을 하다가도 막상 선거철이 되면 모든 의제에서 뒤로 밀리는 대한민국 정치현실일지도 모르겠다. 두 기후시민/활동가가 생각하는 기후정치 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 주]2024년, 기후정치 원년윤정숙: 2022년 대선 때 한 청소년 단체에서 ‘모두의 기후정치’라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칼 마리아 슈타들러가 1914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제작한 포스터는 맨발에 붉은 깃발을 든 여성의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포스터의 아래 부분에서 슈타들러는 이런 구호를 분명히 했습니다."우리에게 여성 참정권을 주십시오. 1914년 3월 8일, 여성의 날. 지금까지 편견과 반동적인 태도는 노동자, 어머니, 시민으로서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는 여성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부정해 왔습니다.이 당연한 인권을 위해 싸우는 것은 모든 여성, 모든
연초 주식시장이 상승세다. 최근 한 달 코스피 상승률은 8.3%로 세계 최상위다. 한국 증시가 뜨거운 이유는 한국 금융당국이 준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끝난다는 기대가 높지만 정말 그럴까? 기후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공시 의무화 때 한국기업의 손실 가능성은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기후금융이 환경운동 진영의 한가로운 인상비평이 아니라는 얘기다. [편집자 주]금융 관련 일을 업으로 삼거나 혹은 주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기후와 환경을 잘
대통령 배우자의 부적절한 행동-명품백 수수 등-으로 연일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허위이력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사과는 커녕 계속 모르쇠로 일관한다. 당시 '남편이 대통령 돼도 아내 역할만 충실'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명리학자 전형일 박사가 김건희 여사의 사주를 풀고, 권력자의 배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 역사 속에서 모범답안을 찾았다. 당 태종의 부인 장손황후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충분히 옹호할줄 알았던 균형감각이 멋지다. 장손황후까지는 아니어도 평범한 '퍼스트레이디'가 이렇게
그런 중동은 없다: 중요하지만 대충 알아도 됐던 중동중동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중동에 대한 정보는 놀랄 만큼 부족하고, 그나마 알려진 것 중에는 부정확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중요한 시장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중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에는 우리 기업의 중동 진출 이래 언론사 특파원이 주재한 일이 없다. 정보가 부족하고 부정확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중에 중동 전문가의 시선을 빌어 중동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오랜 시간
도시의 고층 아파트 사이를 비집고 겨우 보이는 밤하늘을 관통하는 밝은 물체가 있다. 비행기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뭔가 다른 점이 있다. 비행기는 날개 끝에 초록색과 빨간색의 항법등을 반짝이는데 이 물체는 그것이 없다. 바로 국제우주정거장이다.국제우주정거장은 축구경기장 크기에 7층 높이, 무게는 450톤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우주선이다. 지구 상공 약 400km에서 시속 약 2만7천km로 약 93분에 지구를 한바퀴씩 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이 참가하여 만든 다국적 우주정거장으로, 199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숫자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통계를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또 숫자는 자주 거짓말에 동원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세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진 지금은 더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게 ‘통계 사용 설명서’다. 적어도 누군가의 거짓말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와 친해지면 내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숫자와 노는 건 즐겁지 않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 한다. 첫번째로 미국의
김대중/DJ.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 인물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고난과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 국가부도 직전에 몰렸던 패색 짙은 대한민국을 살려내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인물.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도 올해로 15년이 된다. 그리고 1월 6일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새삼 수많은 책과 글, 방송과 기사가 그의 인생을 축약하고 분석하고 평가할 것이다. 〈피렌체의식탁〉은 덜 요란하게 그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글을 몇 편 소개한다. 먼저 김현종 메디치
우리나라처럼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지정된 나라는 얼마나 될까?지구상의 200여 개 나라 중 약 15%에 해당하는 30여 개 국가는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종교의 자유에 제한이 있는 북한, 중국 등이 크리스마스에 쉬지 않는다.기독교 인구가 1%에 불과한 일본 역시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다. 다만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기념하는 조금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일본은 크리스마스 기간 전국적으로 KFC 치킨을 먹는다. 이로 인해 평소의 5~10배 이상 주문이 늘어난다고 한다.유럽과 아메리카 대부분의 국
우리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저 먼 우주나 깊은 바다, 땅속, 혹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일 그리고 그 내일들이 이어지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건 강력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예전 사람들은 신탁(神託)에 기대 그 궁금증을 풀고자 했고, 지금도 점 등을 보며 개인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하 )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해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 가까운 미래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3회에 걸쳐 《2024 세계대전망》이 전하는 미래 - 20
1923년부터 2023년까지 1백세를 살다간 헨리 키신저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 전 세계 많은 미디어에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그가 거둔 외교적 성공과 실패가 지금도 논쟁적인 평가를 받듯 부고 기사들의 논조도 다양했다.키신저가 살다간 시대는 제국 미국의 시대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 미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으며, 그 개입의 일부는 부적절하거나 문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키신저는 그 미국의 시대에 협력과 세력균형을 중시하는 외교를 제안하였으며, 정책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
인간의 산업활동에 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의 증가 그리고 그로 인한 대기온도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한 지 200년이 넘었고, 대기온도의 변화가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국제협상이 시작된 지도 30년이 넘었다. 인류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실질적 대응은 늦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은 있었는데, 정작 ‘지갑을 열고’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시점이 되자 대부분의 국가에서 퇴행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매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모이는 당사국총회(Conference
이란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문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다. 사우디 아라비아, 튀르키예, 이란, 이집트 등은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 역사와 문화에서 중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다. 런던의 윤영호 객원 칼럼니스트가 다시 나섰다. 필자 아리프 케스킨(Arif Keskin)은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서 이란의 타브리즈대학과 튀르키예의 앙카라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란의 정부와 민간은 이-팔 문제에서 계속 입장이 엇갈려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아침 출근길 지하철, 휴대폰에 코박고 있는 동료시민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무슨 재미난 걸 보시나 힐끔하면, 높은 경우의 수로 에버랜드의 판다가족 동영상이다. 고백하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3년 국내 첫 자연번식의 산물 푸바오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면, 요새는 생후 백일을 넘겨 걸음마를 시작한 루이바오, 후이바오 쌍둥이 자매의 잔망애교 덕에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도 하루의 시작이 평화로울 수 있으리라.판다에 몰두하는 오늘 여기의 현상은 각박한 경쟁의 한국사회를 관찰하는 사회심리학적 주제인데, 국제적인
‘G2’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은 완화된 것일까, 지연된 것일까.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방향이 다르다. 11월 15일(현지시간)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샌프란시스코 회담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겉으로는 서로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 회담으로 보인다. 대다수 언론도 충돌을 회피하고 상호 협력을 내세웠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시진핑은) 독재자’ 발언도 빠짐없이 보도된 걸 보면 기본 구도는 긴장과 갈등이다. 중국이 근현대 100여년 가까이 서구 세력에 당한 '과거'의 역사, 또 한편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에 의해 계획된 전쟁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은 1위 국가 영국과 2위 국가 독일 간의 우발적 전쟁이었다. 자유무역이 왕성한 가운데 영국, 독일 간에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지금은 바로 그 1차 대전 직전과 비슷하다. 신냉전이 아니다.’많은 학자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을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비에트 러시아 간의 냉전에 비유하고, 니얼 퍼거슨 같은 학자는 아예 지금을 신냉전이라고 분류한다. 고한석 필자는 지금은 냉전 때와 달리 한 국가 내 이념과 계급의 대립이 약하며,
정치와 정책은 부딪치게 돼 있다. 현명한 정부는 그때그때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다. 만일 계속해서 한쪽의 손만 들어줄 경우 편파적이라거나 특정 계층에 유리한 정부라고 비판받는다. 이른바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대결에서 시기별로 줄타기를 잘하는 게 정부의 본령이다. 정치논리는 대개 경제적 약자를 북돋아야 한다고, 경제논리는 시장을 반영해 궁극적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해왔다. 조동진 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적절히 인상하고, 이를 통해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을 금융기관 곳간에 가둬놓아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물가, 환율,
은 어제 오전 기사로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서 외교 전문가로 활동하는 샨리 바하디르 코츠(Şanlı Bahadır Koç) 연구원의 칼럼을 소개했다. 튀르키예가 이-팔 전쟁과 중동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설한 200자 원고지 50매에 이르는 칼럼이다. 그는 1997년 을 창간해 25년 넘게 발행인이자 해설가로 종사하고 있다.[앙카라 통신] 오스만-튀르키예의 눈으로 바라본 중동의 화약고마침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팔 전쟁이라는 오래된 (하지만, 지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