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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상 칼럼] 윤 대통령 바뀔까? 네 갈래의 길

By | 2022년 8월 7일 | 미분류, 정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름휴가 중에 20%대로 떨어졌다. 휴식과 재충전을 하고 용산 집무실로 향하면 좋겠지만, 오늘 윤 대통령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8월5일 한국갤럽이 내놓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1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나돈다. 국정 운영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장경상 필자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와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다. 지금 윤 대통령의 상황이 역대 어느 대통령의 위기보다 ‘악성’이며,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필자는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에서의 위기 상황과 대처 방식 등을 살핀 뒤, 윤 대통령 앞에 네 갈래의 길을 제시한다. 과연 윤 대통령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편집자 주]

✔ 전무무후할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위기를 넘어 총체적 난국
✔ 대통령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 대통령은 어떻게 극복할까
✔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 운영 방식은 국민의 요구 위에 서야
✔ 윤대통령은 자신을 부른 시대에 일정부분이라도 응답하기 시작해야
✔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 회복한 이명박 전대통령 사례 보고 배우길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2008년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반성문을 감성 어린 목소리로 읽어내렸다. 취임한 지 100일하고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은 21.2%에 불과했다(한국갤럽 취임 100일 여론조사,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21.2%, 부정 평가 68.9%).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취임 1개월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승리해 172석의 거대 여당(친박연대 등 포함)을 만들었었다. 축배의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2022년 8월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지율 24%의 성적표가 날아든다(한국갤럽 8월 1주차 여론조사,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24%, 부정 평가 66%). 지방선거 승리에 취한지 두 달 만이고, 취임 100일을 2주 정도 앞둔 시점이다. 시기와 수치만 보면,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처지가 비슷하다. 

 일시적이든 상시적이든, 내 탓이든 남 탓이든, 위기는 위기다. 그리고 대통령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자 ‘내 삶’들의 위기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위기를 극복할 책무가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대통령 취임선서에 반하는 직무유기다. 

위기의 질이 더 악성이다

 대통령 지지율 수치만 놓고 보자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시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원인과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첫째, 특별히 한 일이 없는 만큼, 눈에 확 띄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이슈로 한 달여 동안 지속된 촛불집회라는 명백한 원인과 증상이 있었다. 지금은 인사, 태도, 영부인, 이준석, 윤핵관 등을 문제로 지적하지만, 기실 인사나 측근, 당내 문제 등은 어느 정부에나 있었던 일들이다. 윤 대통령이 특별히 한 일은 대통령실 이전, 경찰국 신설, 도어스태핑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만 5세 초등 입학도 있지만, 끓는 국을 휘젓는 국자 정도 역할에 그친다. 콕 집어낼 수 없으니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광풍을 인적 쇄신이라는 카드로 여론을 달래며 겨우겨우 극복해 나갔다. 지금 국민들도 그 정도 수준에서 국면전환을 눈감아 줄까?

 둘째,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극단적 부정 평가가 너무 높다. 취임 초기이고 딱히 결정적인 패착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수치가 2016년 10월 최순실 사태가 본격화되었던 박근혜 대통령 때보다 높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국민 다수가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조짐마저 보인다. 개인 간에도 그렇듯이 싫어하는 감정을 돌려세우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셋째, 윤석열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시간을 함께해주고 기다려 줄 우군이 많지 않다. 대통령선거를 함께해준 ‘이대남’은 이준석과 함께 떠났다. 보수 본류인 TK와 고연령층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구원을 묻어두고 윤 대통령을 밀어줬다. TK와 고연령층이 보기에 장제원, 권성동 등이 대표하는 권력 핵심은 친이계와 탄핵찬성파다. 이들은 TK와 보수 핵심 지지층에서 인기가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 선거 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금은 다르다. 소위 윤핵관이 설치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TK와 보수 핵심 지지층에게는 다시 불쾌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진보 핵심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지율 20~30%에서 대통령 노릇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상득 의원과 수도권 친이계가 있었고, 비록 적이지만 본인 대신 보수 지지층을 다독이며 견인할 박근혜라는 전략적 제휴 상대라도 있었다. 그래서 친박 인사 내각 기용도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2009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약 1년6개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지율 20~30% 수준에서 시달렸다. TK 등 안정적 보수 지지기반을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만은 2016년 총선파동 전까지 대개 40%선을 유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지금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는 윤 대통령에게 그런 역할을 해줄 인물도 세력도 없다.

 넷째,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시대적 요구와 실제 국정 운영 사이의 간극이 처음부터 너무 많이 벌어졌다. 우리 국민들은 20대 대선에서 집권세력의 검찰총장을 반대편 야당의 후보로 불러내 당선시키는 전무후무한 일을 벌였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집권세력 전부를 상대로 온몸으로 맞서는 그 단순하고 선명한 마음과 태도를 ‘내로남불’의 해결사로 선택했다. ‘공정과 상식’은 국민의 기대치에 잘 맞았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이 취임 100일 만에 무너져 내렸다. 국민 편에서 ‘불공정과 몰상식’에 맞서 싸워줄 줄 알았던 윤 대통령이 ‘다른 편’에 서서 국민과 등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느낀 것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당시와 지금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계속 지지’ 25.5%, ‘지지 철회’ 20.7%, ‘계속 반대’ 50.1%로 나타난다. 대선 당시 지지층만을 살피면,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돌아선 비율이 45%에 달한다. 아래 조사 결과에 나타난 지지 철회층의 입장을 보면, ‘대선 때 자신들이 지지했던 인물이 지금 대통령이 맞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물가 등 민생 위기나 경제 상황과 거의 무관한 흐름을 보인다. 이는 곧 현재의 위기가 경제정책 등 정책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로 부름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로 선택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통해 능력을 발휘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로 발목을 잡히기는 했지만 무상보육 등 복지 확대의 초석을 다졌다. 그렇게 자신들을 부른 시대에 일정 부분 화답했다. 윤 대통령도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다시 ‘국민 편’에 서는 ‘공정과 상식’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및 경제 상황인식 비교(R&R조사)>

길은 네거리, 국민이 더 편한 길로 가야

 위기 탈출을 위해 윤 대통령이 갈 수 있는 길은 어떤 길이 있을까? 지지율 나락의 위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거야를 상대로 더욱 도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반성과 인적 쇄신을 단행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마이 웨이(MY WAY)’를 고집하다 청와대 깊숙이 셀프 유배를 당했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은 네거리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우선 대통령은 쉬운 대신 국민이 힘든 길이 있다. 지금 같은 국정 운영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론이 지적하는 모든 문제를 방치하는 방식이다. 국민들이야 답답하고 열불이 터져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문제는 이 길이 가스가 가득 찬 길이라는 점이다. 어떠한 작은 불씨라도 놓치지 않을 자신만 있으면, 갈 수는 있다. 대통령의 도박에 민생 전체를 태우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다. 

 2016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 길을 갔었다. 민심은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에서부터 분노의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다. 총선 직전 43%였던 지지율은 총선 이후 30%대 초반으로 급락한다.(한국갤럽, 이하 같음) 언론과 야권에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의 자녀 부정입학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게다가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하는 일마저 벌어진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민정수석 사퇴와 해임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과 정치권의 요구를 등진다. 새누리당 8월 전당대회에서 핵심 측근 이정현을 당 대표에 당선시키고, 친박 김진태 의원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접대 의혹 사건에 불을 당긴다. 결국 9월부터 최순실 사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10월 첫 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다. 결국 10월 말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탄핵 열차가 출발신호를 알린다. 국민이 제 삶보다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두 번째는 대통령도 조금 힘들고 국민도 조금 힘든 길이다. 대통령도 일정 정도 잘못을 인정하고 부분적인 시스템 개편과 보완 인사를 단행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보좌 기능 중 인사검증과 국정 운영 기획관리, 도어스태핑 등의 소통 부문 등을 수정 보완하고, 대통령실에 산재돼 있는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인사와 기능 문제를 제2부속실 신설로 정리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더불어 야당과 민심이 원하는 일부 인사에 대한 교체와 ‘친윤’이 아닌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보완 인사도 곁들이는 길이다. 제2부속실 부활은 공약 파기라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제2부속실 폐지가 최순실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잘 살펴봐야 한다. 대통령으로서는 아쉽고 억울한 대목도 있겠지만,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한 번쯤은 돌아보고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도리다. 

 물론 이 길이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들에게도 한 번 비토를 멈추고 기다려주자는 명분은 줄 수 있다. 어느 정부나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구사하는 국정 운영 스킬이다. 하지만 미봉책인 만큼 반복되고, 반복되는 만큼 앙금이 누적된다. 누적되는 무게만큼 지지율은 또 내려가기 마련이다. 2008년 6월 전면 개각을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소폭 개각으로 위기국면을 넘기지만, 결국 2009년 1월 다시 개각을 단행하고, 2분기와 3분기에 20~30%대 지지율에 직면하면서 그해 9월 국무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대통령도 힘들고 국민도 힘든 길이다. 현상 유지와 더불어 강도 높은 사정 정국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준석 대표와 이재명 의원을 필두로 여야 정치권 전체를 겨냥할 수 있다. 금융 산업 등 기업도 사정권 내에 둘 수 있다. 기득권에 대한 단죄는 대통령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고 국민 정서에도 잘 맞는다. 대신 이 길로 가려면 대통령과 국민이 각각 한 가지씩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도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 만약 예외를 둔다면, 정치권 전체와 국민 여론이 대통령을 사정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민생의 어려움을 좀 더 참아야 한다. 사정 정국은 경제 활성화와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정 정국은 길게 끌면 역풍을 맞는 법이다. 

 2003년 취임 첫해 3분기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20%대 지지율에 시달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 차떼기 등 여야 대선자금 수사,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과 재신임투표, 열린우리당 창당, 대통령 측근 비리수사 등 말 그대로 자신까지 던져가며 정국을 태풍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 2004년 3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그해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승리하고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지만, 정국 혼란은 민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에서 이기고 탄핵도 면했지만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의 늪에 빠지고 만다. 우리 경제는 2002년 7.7% 성장했지만, 2003년에는 3.1%에 그친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말부터 이런 길을 간 적이 있다. 2008년 여름 대대적인 반성과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했지만, 여론 회복과 9월의 리만브라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오히려 공세 정국으로 전환한다. 2008년 12월 박연차 회장 구속으로 시작된 ‘박연차 게이트’는 김원기, 이광재, 서갑원, 박진 등 여야 정치인을 거쳐 2009년 4월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에게까지 이르렀다. 2009년 2분기 들어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20%대로 떨어진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으로 사정 정국은 강제 종료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상대 진영을 주로 겨냥했지만, 결국 2012년 자신의 형과 최측근을 재임 기간 중에 구속하는 괴로움을 맛보며 무너져 내렸었다. 우리 경제는 2008년 3.0% 성장했지만, 2009년 0.8%로 급락한다. 

2008년 5월의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의 영수회담. (사진:연합뉴스)

네 번째는 대통령은 힘든 대신 국민은 편한 길이다. 대통령이 다시 취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서 새출발하는 방식이다.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국정 운영 시스템과 인사 모두에서 전면적인 개편과 쇄신을 단행하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이 길을 선택했었다. 청와대는 대폭, 내각은 소폭에 그쳤지만 그래도 갔었다. 

 4월17일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5월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여론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었다. 5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천으로 소원했던 박근혜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고, 20일에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연다. 그리고 나서 5월22일 1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한다. 5월23일 쇠고기 협상 책임자인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의 해임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고, 촛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6월3일 대통령은 취임 100일 대사면을 단행하고, 6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연세대에서 대학생과 시국토론을 벌인다. 그날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일괄사표를 제출한다. 10일에는 국무총리와 내각이 사의를 표명한다. 

 결국 6월19일 대통령은 두 번째 사과 담화를 통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약속하고, 바로 다음날 신임 비서실장과 수석들을 발표한다. 7월7일에는 농림수산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명한다. 야권과 여론은 소폭 개각에 불만을 표했지만, 여론은 조금씩 돌아선다.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비즈니스 외교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중심으로 실용주의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리며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윤 대통령은 ‘이제 겨우 100일인데’라고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주권자들은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 60%는 오류와 오해와 왜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기가 크다. 이 길은 대통령의 깊은 고뇌와 힘든 결심이 필요한 만큼, 국민들도 그 마음과 결단에 다시 기대감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싸울 상대는 국민이 아니라 여전히 대통령이다

 여론의 지지 없이는 대통령 노릇을 잘 할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 선거제도와 문화가 낳은 숙명이다. 당선 전에는 그렇게 국민과 대화하다가 당선만 되면 역사와 대화하려는 대통령들의 패턴은 고질적인 병통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 운영 방식은 본인을 선택한 국민의 요구 위에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계약에 기초한 정치철학에 비추어볼 때 계약 위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먼저 스스로 현재 자신의 모습이 그토록 국민이 원했던 대통령의 모습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아니라면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다잡아야 한다.

 2022년 3월9일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홀로 맞선 인물이다. 2022년 8월,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도 국민 편에 서서 권력에 맞서는 인물이다. 지금 윤 대통령이 싸울 상대는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다. ‘윤석열’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 편에서 대통령에게 맞설 때 가장 빛난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진:연합뉴스)

8.15 경축사, 다시 쓰는 취임사가 되면 어떨까

 정국 운영에서 명절 민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올해 추석은 9월10일로 빠르다. 추석 때까지 이런 흐름을 방치한다면, 민심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취임 100일을 앞둔 대통령에게는 8.15라는 민족 최대 경축일이 있다. 대통령은 취임사는 물론 그 이후에도 자신의 국정철학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힌 적이 없다. 국민이 기대하고 바랐던 대통령과 지금의 윤석열이 다르지 않음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그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일단 멈춤’이다. 국민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먼저 명분을 줘야 한다. 누가 뭐라해도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먼저다.

2022년 5월 11일 장경상 칼럼 <대통령 취임사에 약속은 없었다> 다시 읽기 


글쓴이 장경상은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문학박사(고전번역).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공저로 <새 정부에 바란다>가 있다. 현재는 국가경영연구원에서 리더십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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