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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08-05. 19:50

[이광재의 ‘미래 대담’⑤ 이미경 대표] 환경위기, 전쟁 치르듯 총력전 펼쳐야

by | 2021년 4월 8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이미경(왼쪽) 환경재단 대표와 이광재 의원. (사진=김용훈)

환경운동의 대부(代父) 격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북에서 이미경 상임이사의 ‘대표 선임’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어느 날 내가 환경재단을 만든다는 방송을 듣고 지망해 (이 대표는) 환경운동연합에 책상 하나를 놓고 근무를 시작했다.” 그날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가 펼쳐지던 무렵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당시 평가한 우리나라의 환경지수는 142개국 중 137등이었다고 최 이사장은 회고했다.
이미경 대표는 환경-여성-시민운동이란 세 개의 벽과 천장을 뚫고 환경운동에 오롯이 헌신해왔다. ‘환경 지킴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화려한 명망가도, 뛰어난 이론가도 아니지만 그들 곁에 꼭 있어야 할 활동가다.
이광재의 ‘미래 대담’⑤에선 이미경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화석에너지 퇴출을 위해 빌 게이츠가 주창한 소형 모듈러 원자로(SMR)의 실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기후위기 관련 조직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환경운동 분야에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처럼 법적인 모금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담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두 시간 남짓 진행됐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가 15년 안에 변화하지 않으면 80년 안에 환경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위기 강도가 높아지면서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선 헌법 제1조에 ‘기후위기 대응’ 원칙을 포함시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후관련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합니다. 이미경 대표님께선 환경운동을 해온지 20년 남짓 됐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사업이나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을 손꼽을 수 있을까요?

▲이미경 대표(이하 이 대표)= 환경재단에서 일하며 쭉 보니까 환경과 관련한 시민운동은 활성화됐는데, 민간 기업들은 왜 참여하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을 느꼈어요. 기업들도 환경운동을 당연히 해야 될 경제주체잖아요. 당시 유한킴벌리 문국현 대표님이나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님이나 이런 분들은 기업체 사외이사로 오랜 기간 활동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 참여에 개방적이셨죠. 문 대표님 같은 분은 우리나라 환경운동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될 시기라고 주장했죠.
그래서 민간 기업들과 환경운동 파트너십을 맺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2002년께 ‘만분 클럽’이라는 걸 만들어 매출의 1만분의 1을 환경기금으로 내는 기업들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한킴벌리가 제1호로 가입하고, 롯데백화점도 들어오고, 당시에 꽤 호응이 있었어요. 그로부터 20년 만에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열풍이 불고 있으니, 저희 환경재단이나 최열 이사장님이 선견지명을 발휘했던 셈이죠.

#환경운동도 신산업 낳는 선순환 필요

-시민단체, 인재수급 갈수록 나빠져
-자기 몸 촛불처럼 태워야 할 처지
-환경운동 뒷받침할 공공기구 만들자

▲이 의원= 환경운동과 기업과의 관계 못지않게 환경 관련 기술의 진화가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CO2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굴뚝산업의 주역이었는데, 이제는 기업 자체가 온실가스를 줄여야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국내외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죠. 앞으로 시민단체와 기업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환경운동이 새로운 산업과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 40여 년 전만 해도 경제성장론자들은 환경운동단체를 공격하면서 ‘공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비난했습니다. 나라가 워낙 가난했을 때였고, 중화학공업 발전을 막 일으킬 때였으니까요.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정부, 기업, 환경단체가 대립각을 세웠지만, 요즘엔 기업이 환경운동을 표방하지 않으면 곤란할 상황이 됐어요.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힘듭니다. 왜냐면 환경단체들이 애써 유기농, 친환경 농업 등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으면 기업체에서 그런 걸로 상품을 만듭니다. 결국 매출이나 이익은 기업으로 돌아갑니다. 그걸 개척한 환경단체들은 계속 영세한 구조를 면치 못하죠, 기업들과 환경운동 사이에 불균형은 계속 확대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NGO들은 몇 년 새 인재수급 시스템이 끊겨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권의 똑똑한 청년들이 NGO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이나 전문영역으로 가는 체계가 작동했는데 요즘에는 사회적 대의를 위해 투쟁하려는 분위기가 많이 약화됐습니다. 민주화가 진전된 시대의 그림자일 수 있죠.
코로나19 이후에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이젠 기업과 시민단체가 싸울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예를 하나 들자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업체이자 연간 운용규모가 9000조 원이나 되는 블랙록(Blacklock)이 앞으로는 CO2 배출을 늘리는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9000조원이면 우리나라 예산의 20배 정도인데, 세계 증시의 큰손들이 그렇게 움직이면 솔직히 기업들도 바뀌지 않을 재간이 없겠죠.

▲이 의원= 그런데 아까 NGO에 젊은 인재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줄어든 거라고 봐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더 풍요롭게 됐지만, 공동체 차원에선 후퇴하고 있는 측면을 느낍니다. 그래서 NGO에서 일하는 분들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할 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무조건 헌신’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이 대표= 대학생이나 청년 그룹에서 취업 경쟁이 심해지고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니까 자기 앞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이런 추세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요. 여하튼 NGO에서 일할 실무 인력을 확보하느라 중소기업, 아니 영세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이 됐죠. 그들에게 주는 월급이 워낙 적으니까요. 시민운동의 큰 뜻에 동감하는 사람도 이따금 들어오지만, 인력 사정이 너무 열악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21세기에도 NGO 활동가들이 자기 몸을 촛불처럼 태우고 있는 셈이죠.

▲이 의원= 기업의 참여나 재단 설립도 필요하지만 환경운동을 함께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려면 사회적으로 그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환경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대표= 그래서 생각하는 방안 중 하나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처럼 일반 시민이나 기업들이 기후위기, 환경운동 분야에도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도록 공공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기왕에 할 거면 저희 환경재단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이 의원=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각자 영역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서 환경재단이 큰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 같네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그리고 기업들의 ESG 흐름이 계속되는 거라면, 시민들의 기부에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NGO에도 전문가들이 더 참여해야겠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법적인 근거를 가진 기구인데 환경 분야의 기금 조성도 그렇게 된다면 회계·재무도 투명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도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고요.

#유연한 정부조직 만들어 대응해야

-미국, 금융안정 기후위원회 설립 추진
-환경문제는 국가안보 차원의 어젠다

-NSC에 기후위기 대응 부서 만들어야

▲이 의원= 예전에 이 대표님께서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 코로나19 현상도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하나”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제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어보니까, 과거에는 인간이 숲 면적의 15%를 차지하다가 지금은 70%를 넘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등이 도시를 덮쳐 새로운 전염병이 빈번하게 창궐할 거라고 합니다.

▲이 대표=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죠. 첫째는, 인류가 적정거리를 넘어서 자연환경에 과도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미지의 바이러스를 많이 만나게 된다는 거죠. 과학기술 만능주의자들은 자연을 자기 마음대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뭐, 아프면 약 먹으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불도저 식 개발을 밀어붙였습니다. 둘째로는, 지구 평균온도가 올라가니까 자연계 시스템이 깨지면서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들이 창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은 거죠.
1990년대부터 환경단체들이 이런 현상을 주장하는데 당시에는 모두들 콧방귀도 안 뀌었죠. 그리고 IMF 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는데, 경제 위기 같은 게 발생하면 항상 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며칠 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기후변화를 리먼 사태(2008년)에 준하는 위협으로 정의하고, ‘금융안정 기후위원회’를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죠. 코로나19 말고도 캘리포니아 산불, 텍사스 강추위 같은 기후 재난이 발생했는데, 이런 것들이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 거예요.

▲이 의원= 우리나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국가비상시스템에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을 보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환경 분야가 들어가 있는데, 우리도 국가적 재난 조직 중 하나로 환경 관련 위원회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대표= 월드워치 연구소를 만든 레스터 R. 브라운은 전 세계가 전쟁 대비 차원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며, 국방 예산을 여기에 써야 된다고 주장했어요. 실제로 영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렇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는 장르가 굉장히 다양해요. 기상 문제도 있고, 부동산 및 국토와 관련된 것도 있고, 에너지 관련 부분도 있고, 외교는 당연히 들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엮여 있어서 우리나라도 차기 정부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영역을 총괄하는 부서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좀 걱정인 것은 환경위기라는 게 결코 단순하지 않은데, 그렇게 아주 복합적인 문제를 경직된 칸막이 조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 의원= 그건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大)부처주의를 적용해 필요한 관련 부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언제든 만들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정부조직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한 번 겪었는데 벌써 수십조원의 정부예산을 썼습니다. 이런 문제를 국가안보 수준의 어젠다로 다루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와 싸운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헌안을 냈잖아요. 저는 놀랍기도 하고, 정말 새롭다고 느꼈습니다.

#2050 탄소중립, 지금부터 서둘러야

-핵심은 ‘탄소 제로’ 에너지원으로 전환
-원전 찬반 진영논리는 소모적 논쟁

-소형 모듈러 원자로 실험 도입해야

▲이 의원= 그렇다면 탄소 중립 전략을 한 번 얘기해 보죠. 우리 정부도 지난 연말에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잖아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정말 핵심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뭘까요?

▲이 대표= 탄소 중립, 그린 뉴딜의 핵심은 에너지원의 변화입니다. 환경위기란 게 지난 200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든 줄여나가고, 화석연료인 석유·석탄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시급히 대체해야 합니다.
또한 2050년이라고 말하지만, 환경재단 같은 민간단체도 연간 목표가 있잖아요. 연간 70억 정도 모금하는데, 그거를 12월 연말까지 하려 작정하면 제대로 되지를 않아요. 돈이 직접 들어오든, 약정이 됐든 상반기에 거의 다 끝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완성하려면 시작부터 반쯤은 되어있어야 하고, 2030년까진 다 끝내겠다는 각오로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의원= 좋은 말씀이에요. 결국 우리가 화석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부분에 굉장한 투자가 필요하겠네요. 그것도 2050년에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큰 전환을 이루어야 된다는 이야기고요.
그러나 인간의 전기 의존도는 계속 높아질 거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는 땅도 많이 차지하고, 효율이 좀 떨어지니까 새로운 에너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가령 빌 게이츠 같은 경우에는 소형 모듈러 원자로(SMR) 같은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요즘 격렬한 논쟁을 낳고 있는데 환경운동 차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이 대표=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빌 게이츠가 자기 돈 60조를 재단에 기부하고 20년 동안 공부하면서 얻은 결론을 책으로 쓴 게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거든요. 이 책의 핵심도 SMR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SMR은 원자력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중수로 원자력발전과 완전히 다른 거예요. 원자력발전의 문제는 핵폐기물이 갈 데가 없다는 거예요. 화장실이 없는 고급 빌라를 지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리고 위험하고요. 하지만 SMR은 사용 후 연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자연재해 발생 시에도 이론상 방사성 물질의 배출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전기소비지역 근처에 만들어도 안전합니다. 일종의 로컬 에너지 개념이죠.

▲이 의원= ‘화장실이 없는 고급 빌라’, 참 좋은 표현이네요. 빌 게이츠의 책은 저도 읽어봤는데요. 가정, 교통, 기업 모든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솔루션을 검토한 뒤 이것들을 해결하면 지구환경도 구하고 미래 산업도 생긴다는 선순환 구조를 언급한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SMR에 관해서는 저도 공부해봤는데, 기존 원자력발전소랑은 많이 다르죠. 이에 관한 원천 기술은 미국이 엄청 강한 편이지만, 건설 역량은 우리가 강하니까 이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 빌게이츠가 SMR을 해보겠다고 ‘테라파워’라는 곳에 투자를 했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완벽한데, 시운전을 할 곳이 없어서 문제라고 합니다. 미국의 어느 주(州) 정부도 허가를 해주지 않아서요. 그리고 좀 더 걱정되는 부분은 요즘 우리 사회가 어디 가서 자기 의견을 마음대로 얘기 못 하는 지경에 왔다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하면 “너 누구 편이야?”라고 되받아쳐요.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서로 눈치만 보죠. 친원전과 반원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겁니다. 진영논리가 활개를 치다 보니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다음 사건이 앞의 사건을 계속 밀어내는 경마(競馬)식 중계 보도로 여론이 형성돼 나갈 뿐입니다.
신에너지의 초보 기술들을 너무 죄악시하고 질타하면 어느 누가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려 하겠어요. 모든 혁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방향이거든요. 방향이 맞으니 개선하면서 앞으로 나가자,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의원= 그렇죠. 화석연료의 대안이 SMR이 될지, 아니면 프랑스에서 추진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될지, 사실 이런 것은 과학의 영역이잖아요. 우리가 좀 더 열린 사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양광도 초기와 달리 지금은 모듈화가 잘 돼서 성능 개선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풍력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한쪽에서는 원전을 놓고 싸우고, 또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마치 불가능한 대안처럼 자꾸 이야기합니다. 신에너지 개발·보급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인류문명이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작년 12월 31일(현지시간) 쓰레기로 뒤덮인 인도네시아 발리섬 쿠타 해변에 꿇어앉은 소년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플라스틱 문제와 환경 교육에 집중하길

-안일한 ‘노 플라스틱 캠페인’은 NO!
-생분해 기술, 대체재부터 마련해야
-환경 리더십 갖춘 시민사회 만들자

▲이 의원=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와 함께 또 하나는 플라스틱 문제가 있습니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용해 정말 재앙에 가까운 환경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바다도 그렇고 심지어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남한 면적만한 플라스틱 섬이 있다고 합니다. 환경운동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대표= 과장해서 말하면 먼 훗날 플라스틱 더미에 사람들이 다 깔려 죽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사용 1위 국가잖아요. 또 배달 문화도 최고로 발달한 나라고요. 해결방법은 결국 플라스틱 대체재를 빨리 내놓고, 그것을 강제로 쓰게끔 법 집행을 엄격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환경부가 노(NO) 플라스틱 캠페인을 하는데요, 그런 거 보면 저는 울고 싶어요. 실생활에서 안 쓸 수 없는데, 그게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 써요. 너무 안일한 캠페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의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그린 뉴딜’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에너지, 또 하나가 플라스틱 문제입니다. 그래서 관련 기술을 다 찾아봤어요. 다행히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플라스틱 생분해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상업화가 되려면 결국 정부가 앞장서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고,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야 될 거 같아요.

▲이 대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손잡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환경과 관련한 규제기관이잖아요. 시대흐름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내 빨리 국가적 정책 방향을 바꿔야죠.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혁신을 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겠죠.
그런데 정부든 기업이든 깨어있는 시민들이 시대흐름을 먼저 알고 요구를 해야 뒤늦게 바뀌곤 합니다. 민(民)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데 관(官)이 먼저 바뀐 적은 거의 없어요. 제가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사람에겐 좀 과시적인 심리가 있어요. 과도한 포장재 사용은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고 싶은 소비심리의 표현이거든요. 소비자들이 스스로 이런 마음을 억제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 의원= 요즘 국회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위기감을 갖는 의원님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간도 환경이나 자연의 일부인데, 인간의 존립을 위협하는 환경위기 상황에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된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 못지않게 시민교육 강화도 큰 화두가 될 거 같습니다. 선진국에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없을까요?

▲이 대표= 선진국의 명문 사립학교들은 지구환경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며 환경 리더십을 가르쳐요. 환경 교육이 정식 과목으로 들어가 있는 나라도 있고, 여러 과목 안에 중요한 의제로 들어가 있기도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입시 경쟁도 치열하고, 환경 문제와 자기 삶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어요. 학교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막상 사회적 이슈는 잘 모르죠. 교육의 목적이나 교과목이나 학교생활이나 이 모든 게 산업사회 일꾼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할 때 한 시민으로서 사회적 현안들을 어떻게 책임감 있게 풀어나갈지 궁리하게 만드는 그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030 여성, 환경인지 감수성 뛰어나

-언어나 세계관, 기성세대와 전혀 달라
-환경운동, 정부·기업·시민이 함께 해야
-‘환경 협력 플랫폼’ 만들면 발전 원동력

▲이 의원= 이 대표님께선 20여 년간 환경운동을 해오셨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껏 남성 중심이었고, 남자를 좀 더 대접해 왔잖아요. 여성 활동가로서 겪었던 어려움 같은 것은 없었나요?

▲이 대표= 저는 사실 저 스스로를 그냥 ‘아저씨’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별명이 ‘여자’고요. 제일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다른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바로 육아·교육 문제죠. 저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계시고 베이비시터도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상황이 어려울 때는 다 엄마 책임이에요.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제 월급이 150만 원이었는데, 애 돌봐주는 이모님 월급과 같았어요. 남편이 직장을 다녔으니까 그나마 버틸 수 있었죠. 그 시기를 되돌아보면 공동체로부터 육아·교육과 관련한 도움을 못 받았다는 게 아쉬울 뿐이죠.

▲이 의원= 결국 자기를 촛불처럼 태워 환경운동을 해오셨네요. 그렇게 보면 저출생·고령화 문제도 결국 육아·교육의 험난한 과정과 연결된 문제인 거죠. 현재와 미래의 여성 시민운동가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대표=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젊은 여성들이 바꿀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환경 민감성이나 환경 인지 감수성 등은 5060세대와 서너 배쯤 차이 납니다. 그들은 기성세대와 완전히 달라요. 언어도 다르고 세계관도 달라요. 그래서 2030세대 여성들이 뭔가 바꾸고 만들어낼 거라고 봐요.
그렇지만 제가 좀 오래 일했다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적절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뭐든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까? 그들의 아이디어가 잘 수렴될 수 있도록 좋은 플랫폼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맞는 것 같아요.
환경재단에서도 장차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어디다 말해야 될지 몰라서 여기저기 호소하는 분도 있거든요. 그런 문제들이 도처에 많이 생기고 때로는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수렴할 창구가 아직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걱정과 아이디어를 잘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의원= 젊은 세대에겐 확실히 새로운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 신인류가 등장한 셈이죠. 한국 사회가 이들의 거대한 에너지를 제대로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좋은 플랫폼을 만들면 국가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될 거 같습니다.

▲이 대표= 요즘 정치 분야를 보면 대의민주주의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왜냐면 현대사회의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 정치권에서 그걸 다 커버해주지 못하니까요.
환경운동 분야에서도 요즘 전통 있는 단체들이 양분되고 있어요. 글로벌 조직이 되거나, 아니면 풀뿌리 단체로 가거나 그렇죠.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1인 단체로 활동하는 분도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은 언론매체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어요. 이 모든 분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뭔가 도움을 주는 역할을 저희 환경재단이 또 해야죠.

▲이 의원=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네요. 환경이나 기후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지 않고 어떤 플랫폼을 통해 서로 협력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님께서 꿈꾸는 사회, 혹은 시민운동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이 대표= 아까도 인용한 레스터 R. 브라운 박사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전쟁에 임하듯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정부는 기후대응 조직체계를 갖추고, 기업도 ESG라는 시대 흐름에 부응해 이해당사자들과 서로 협력하는 모드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는 공공 조직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효율적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요. 사실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하고 직접 거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기업-시민 사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중재할 수 있는 그런 NGO가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의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자기 몸을 촛불처럼 태워서 헌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경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새삼 시민운동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환경운동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 인류문명의 개척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이미경 대표

1964년생으로 연세대 국문과 및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사회봉사단과 프랭클린 코비 코리아에서 일했으며 2002년 환경재단(당시 환경운동연합)의 사무국장으로 시작해 사무총장, 상임이사, 대표로서 활동해왔다. 국내NGO 장학지원, 서울환경영화제, 기후변화 리더십과정, ESG 리더십과정, 지구쓰담 캠페인 등을 추진했으며 어린이 그린리더 30만 명을 양성하는데 앞장섰다. 지난해 여름 수소경제위원회 활동을 시작해 올 2월에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그린수소포럼을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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