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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리더의 ‘전망+희망’] 새해 키워드: 김정은 결단, 생태적 전환, 자산시장 조정, 선동 정치…

by | 2021년 1월 4일 | 기획 · 연재, 정책

16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빅도어(Big Door)에 새해를 기념하는 조명이 설치돼 있다. (광주=연합뉴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의 전(前)과 후(後)로 세상이 달라졌다면 소띠 해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피렌체의 식탁>은 각계를 대표하는 저자·필자 일곱 분의 ‘전망+희망’ 메시지를 전해드린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롯해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성백린 보건복지부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홍성국 국회의원, 유정훈 변호사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새해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19의 기세는 2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전망인데 개별 분야마다 낙관-비관이 엇갈린다. <수축사회>의 저자인 홍성국 의원은 “이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우리 경제가 전혀 다른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다. [편집자]

 

◇김정은,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외교안보통일 특보

#북한, 3종 악재 극복 위해 국제협력 필요
  한국, 국익 우선한 ‘스마트 외교’ 펼쳐야

지금은 모든 게 가변적이어서 새해 정세를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
첫 번째 변수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인데, 신년사와 제8차 당 대회에서 대남-대미 관계의 기본 틀을 내놓을 것이다. 북이 인내와 자제 속에 미국과의 협상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경제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라는 3종 악재를 극복해 나가려면 자력갱생 못지않게 국제협력도 상당히 중요하다. 핵문제나 평화체제를 대화-협상으로 풀 수 있도록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변수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앞서 미국은 오바마 8년, 트럼프 4년의 대외정책을 점검하고 한반도 정책의 큰 틀을 재정비할 것이다. 향후 국무부, 백악관에서 누가 실무적 책임을 맡을지 잘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의 톱다운 접근법과 실무접촉 중심의 바텀업 방식을 절충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북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우리 스탠스도 달라진다. 남북관계가 원만하게 풀리면 2018년 3월 경우처럼 북미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미중관계의 흐름과도 밀접하다. 바이든 정부도 군사적 견제나 인권·가치와 관련한 강경정책을 계속할 거라고 본다. 다만 경제, 과학기술 분야에선 가급적 충돌을 피하고 다자주의 접근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 부상을 억지하기 위해 민주주의국가 정상회의 같은 걸 통해 ‘가치동맹’을 강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디커플링, 탈(脫)동조화는 선택적으로 하지 않겠는가. 미중 정상이 만나 세기의 협상과 결단을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한다.
새해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스마트 외교, 명민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첫째, 국익의 우선순위를 잘 살펴 현명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앞으로 바이든 정부는 ‘가치’를 강조할 것이고, 우리는 ‘국익’을 강조할 텐데, 이건 남북관계, 한중 관계에 다 걸릴 것이다.
둘째, 원칙 있는 외교가 상당히 중요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즉응력(卽應力)을 보이는 건 좋지만 그게 원칙을 위배하는 기회주의적 외교라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압박이 들어온다고 해서 중국, 북한에 각을 세우다간 어느 쪽의 신뢰도 받지 못한다.
셋째,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보수-진보가 양극단으로 갈리고 있지만 보수진영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화위복?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화여대 석좌교수

#자연과 인간 공존 위한 ‘생태 백신’ 필요
  존재의 위협에서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2020년은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 중에는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도, 이번 코로나19도 겪으신 분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재앙이다. 다행히 기네스북에 오를 수준으로 빨리 만들어진 백신 덕택에 어쩌면 새해에는 어느 정도 안정될지 모르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언제나 이번처럼 운이 좋을 순 없다. 20세기에는 스페인 독감에서 시작해 20~30년에 한 번씩 유행병이 돌았지만 21세기 들어 2002년 사스(SARS)로부터 메르스(MERS), 에볼라(Ebola), 지카(Zika), 에이즈(AIDS), 코로나19 순으로 거의 2~3년마다 유행병이 발생하고, 그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 거의 매년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항상 운 좋게 백신이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실험실 제조 백신을 기다리기보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같은 ‘행동 백신(behavior vaccine)’과 함께, 그보다 더 원천적이고 확실한 ‘생태 백신(eco-vaccine)’을 제안했다. 그동안 우리가 자행한 것처럼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 게 아니라 거리를 두고 존중하면 이런 팬데믹은 애당초 발생하지도 않는다.
‘생태 백신’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동안 ‘자연 보호’라는 구호 아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아무도 귀에 담지 않았다. 이제 자연과 우리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1999년 일본에서 열린 새천년을 준비하는 학술대회에 초청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많은 사람이 정보의 전환(informational turn), 기술의 전환(technological turn) 등 다양한 전환을 제안하고 있지만 나는 우리에게 그럴 겨를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천년에는, 아니 당장 21세기에는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의 고갈, 그리고 대규모 유행병 등으로 인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텐데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 말고 과연 어떤 전환이 더 시급할까 의심스럽다… 다른 생명과 이 지구생태계를 공유하겠다는 의미에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후 20년 넘도록 나는 줄기차게 호모 심비우스와 생태적 전환을 부르짖으며 살아왔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고갈이라는 더 큰 생태 재앙에서 우리를 건져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신개발 선진국으로 가는 길

성백린/ 보건복지부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백신 접종 본격화 땐 확진자 줄 듯
  백신개발 원년 삼아 미래 대비해야

지난 한 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은 타 선진국에 비해 선전했다. 다만 4분기에 백신 수급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 연말의 3차 대유행과 함께 언론의 지적으로 정부의 백신 확보 움직임이 빨라졌다. 새해 2월에서 3월까지 전 국민의 80~90%에게 접종하는 것이 목표고 그 만큼의 물량을 확보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논란 덕에 향후 신종플루나 다른 감염병 백신의 확보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는 백신의 과다 확보 문제로 관련 담당자들이 곤욕을 치렀다. 올해에는 백신 수급에 대한 정부 프로세스에 원칙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았던 선진국일수록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속속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면서 올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 국가에서 백신 접종 덕에 집단면역이 생겼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다 무역과 교류를 통해 연결돼 있다. 모든 국가들이 백신접종 프로그램에 협조해야 펜데믹 상황이 끝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백신 접종 우선을 내세우겠지만 자국에서만 집단면역이 생겼다고 펜데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 접종의 국제 연대 프로그램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들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국이 코로나19 초반에 K방역에 성공한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자유를 반납하고 방역 규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결과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방역 피로감을 줄여나가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한국의 백신개발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보듯 결국 백신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의 백신개발 역사는 일천하다. 선진국이 키워온 글로벌 제약회사의 백신개발 능력을 따라가려면 한국은 한참 멀었다. 앞으로도 팬데믹 상황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백신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 압축성장을 한 저력이 있고 제약-바이오 분야의 생산력은 뛰어나다. 소띠 해이니만큼 소와 같은 우직함으로 정부가 백신개발을 밀고 나가면 한국 역시 백신선진국으로 부상할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해본다.

 

◇공동체적 개인주의: 공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험의 글로벌化와 언택트 사회의 성찰
  이성과 과학으로 공동체 안전 모색하길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유럽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지구적으로 팬데믹을 완전히 퇴치하는 데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1년 새해에는 팬데믹의 위력과 백신의 처방이라는 시련과 희망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팬데믹은 세 가지 변화를 발견하고 깨닫게 했다. 첫째, 위험이 글로벌化 돼 있다는 것이다. 둘째, 非대면(언택트) 사회가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셋째,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성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새해에도 이런 변화들은 역시 계속될 것이다. 먼저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위험에 대해선 백신이 지구적으로 모두 보급될 때까지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어 비대면 사회의 장점은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계속 활용될 것이다. 소비, 교육, 문화 영역 등에서 정보사회의 진전은 속도를 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팬데믹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율을 어느 정도 제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듯, 개인과 공동체의 공존을 모색하는 사회적 담론들이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지난해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글로벌 위험에 대응하는 것은 ‘글로벌 안전’, 비대면 사회에 대응하는 것은 ‘유기적 온-오프 네트워크 생태계’, 개인과 공동체의 긴장에 대응하는 것은 ‘새로운 공동체적 개인주의’일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 모두 우리 인류가 새롭게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팬데믹의 두 번째 해인 2021년은 그 시련과 희망의 극적인 교차가 진행될 것이다.
“인간이 지니는 가장 위대한 힘인 이성과 과학을 부정하라. 그러면 나는 너를 내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트펠레스의 말이다.
이성과 과학이 우리 삶과 사회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의 위험과 점증하는 비대면 속에서 이성과 과학에 기반한 개인적 삶과 공동체적 안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모색하고 추구하는 1년이 되길 바란다.

 

◇정치의 최종 목표는 ‘국민통합’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서울시장 보선 패배하면 여야에 치명상
  대선 구도 혼란, ‘선동 정치’의 끝은 파멸

새해의 중요한 정치 일정은 4월 7일 보궐선거와 9~11월 여야 정당별 대선후보 경선이다. 이에 맞춰 1~4월 보선 정국, 5~10월 경선 정국, 11월 이후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이다.
보선 정국의 중심은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의 정치적 무게가 부산시장을 압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박주민, 우상호(가나다 순) 세 사람의 각축이 예상된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나섰다. 국민의힘은 김근식, 김선동, 박춘희, 이종구, 이혜훈, 조은희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나경원·오세훈 출마 여부가 관심거리다. 여기에 ‘안철수 변수’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느냐, 입당하지 않느냐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상당기간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서울시장 선거를 이긴다고 2022년 대선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패배하면 치명상을 입는다. 여당이 지면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야당이 지면 국민의힘은 해체 수준의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장 보선 결과는 각 정당 내부의 대선후보 경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일 전 180일까지, 국민의힘은 선거일 전 120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당헌에 정해 놓았다. 민주당은 9월 초, 국민의힘은 11월 초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대결 구도다. 친문-비문 논쟁이 아니라 본선 경쟁력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들도 정권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야당은 예측이 어렵다. 서울시장 보선 결과에 따른 유동성이 너무 크다. 홍준표,유승민의 대선 재수(再修)가 예상된다. 서울시장 당락과 관계없이 안철수도 다시 도전할 것이다. 7월에 퇴임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변수도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꺼진 불이 아니다.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으로 유권자는 선동에 취약해졌다. 정치인은 증오와 분노를 부추겨 권력을 잡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선동 정치’의 끝은 파멸이다. 히틀러·트럼프의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의 최종 목표는 국민통합이다.

 

◇경제 정상화 땐 자산시장 조정

홍성국/ 국회의원, <수축사회> 저자

#백신 덕에 3분기 경제 정상화 가능성
  구조적 위기 막을 패러다임 전환 필요

경제는 정치와 사회 환경, 그리고 기술 발전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새해에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제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 백신 접종 등이 본격화되면 3분기(7~9월)부터는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동안 미루거나 억눌려왔던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2021년 정부의 3%대 성장 예측치도 이런 시나리오에 근거하고 있다.
참고로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억제한 중국의 경우, 2020년 3분기 성장률이 4.9%를 기록해 이른바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 해 연간으로는 2%를 살짝 웃돌 전망이다. 각국의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새해 성장률을 7~8%라고 예상하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순간, 세계는 또 다른 위기에 부딪칠 수 있다. 코로나19 전시경제 체제가 종료됨에 따라 경제논리가 복원되는 정상화 과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양적완화를 통해 대대적으로 풀었던 돈줄을 조이려 할 것이다. 재정지원정책의 강도도 크게 약화될 것이다.
문제는 이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우리 경제가 전혀 다른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광풍이 불었던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서랍에 잠시 넣어 놓았던 구조적 위기가 재차 부상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한계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외적으로는 저성장, 보호무역주의,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사회 양극화 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비대면 경제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본격화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물러간다 해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지의 시대로 진입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탄소배출제로(0)’는 더 이상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다.
통상 사람들은 먼 미래의 이익보다는 현재의 손실에 더 많이 집중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각만으로는 경제도, 사회도, 정치도 바꿀 수 없는 격변의 시대다. 우리 사회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제대로 대응하도록 오피니언 리더들이 더욱더 앞장서야 할 때다.

 

◇바이든, 이념 아닌 현실에서 타협점

유정훈/ 변호사(한국, 뉴욕 주), 미국정치 전문가

#새해 초부터 민주-공화 힘겨루기 치열
  국가 위기에서 ‘가능성의 예술’ 보여줘야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지만 선거 한 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출간한 회고록 서문에서 했던 말이다. 1월 20일 출범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장래에 관한 예측과 같은 말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4년간의 국정 난맥을 복원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과 민주당은 상원에선 공화당에 끌려 다녀야 하고, 하원에서는 과반 의석을 간신히 확보했을 뿐이다. ‘사상 최초’의 기록 행진 속에 여성, 소수인종을 어떤 정권보다 더 많이 기용했음에도 반대 세력으로부터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받는다. 상원의원-부통령을 지내며 쌓은 정치력으로 워싱턴 정가의 극단적 분열을 치유해 달라는 기대는 높지만, 타협 의사가 없는 트럼프 부류와의 협치는 시간낭비라는 비관론 또한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것이든 새로 발생한 문제이든 새해 초부터 민주-공화 양당의 힘겨루기는 치열할 것이다. 취임 초기에 성과를 내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공화당의 힘겨루기는 증세, 의료보험, 이민, 기후변화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본격화할 것이다.
바이든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에 집중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며 낙관을 드러내곤 했다. 예컨대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승인한 제5차 코로나19 경기부양책(9000억 달러 규모)이 대표적이다. 경제위기로 보통 사람이 겪는 어려움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지역구이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이 바이든의 태도와 지향을 잘 보여준다.
미국 정치를 전망하면서 진영 간의 간극을 극적으로 메울 수는 없더라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임을 보여주는 경륜을 기대해본다. 국제관계에서는 고립주의 혹은 ‘미국 우선주의’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극단이 아니라 ‘모범을 통해 이끄는’ (lead by example)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예컨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더라도 미국 내 정책에 진전이 없다면 기후위기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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