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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인터뷰] 서울은 25개 도시 모인 메가시티…강남·북의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by | 2020년 10월 22일 | 정책, 정치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요즘 여러모로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시작은 재산세 일부 환급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올린데 반발해 지난 9월 서초구 차원에서 재산세를 총 40억 원가량 경감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때부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현직 구청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조 구청장은 그동안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청년기본소득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해왔다.
조 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돼 재선 고지에 올랐다. 올해 59세인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으로 공직에 진출해 2010~2011년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고 있을 때였다. 여야 정당은 물론 언론계, 학계, 연구소, 시민단체를 두루 섭렵한 그의 행보 속에는 실용주의, 생활정치, 여성 리더십이 짙게 묻어난다.
<피렌체의 식탁>은 조은희 구청장을 지난 20일 두 시간동안 만났다. 그는 부동산정책과 서울 종합개발 비전, 기본소득, 교육과 일자리를 화두로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재산세 경감은 서울시의 반대나 국토부의 비(非)협조를 무릅쓰고라도 올 연말께 강행할 뜻을 밝혔다. 특히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청년기본소득으로 연 1500억 원이나 쓰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 실험조차 하지 않았다”며 각을 세웠다.

서울 개발 구상과 관련해선 경부고속도로 및 경부선 철도, 지하철 1호선,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의 지하화(化)를 주장했다. 이른바 ‘그린 빅딕(Green Big-Dig) 프로젝트’ 구상이다. 조 구청장은 특히 “서울은 25개 도시가 모여 있는 메가시티인 만큼 강남, 강북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청에 미래비전기획단(도시인프라조성과, 도시디자인과)을 설치한 이유일 것이다.
조 구청장은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구상도 펼쳤다. ‘핀란드형 청년기본소득’을 실험하기 위해 만 24~29세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2만원씩 2년간 지급하는 방안이다. 연간 22억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선 예산과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한 똘똘한 정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도 있다. 
그는 특히 디지털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행정의 혁신을 주장했다.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개설한데 이어 블록체인 코인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본받을 만한 아이디어라고 평가된다. AI(인공지능) 아카데미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의 후보감 자질로는 ‘일 머리’와 정책 유연성, 도시의 경쟁력,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비전·추진력에 방점을 찍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조 구청장의 발언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싣는다. 

#3년간 52% 오른 서울시 재산세

  稅부담 줄이려면 환급해줘야
#부동산대책 정교하지 못해 실패
  성공 위해선 세심한 방법론 중요

▲서초구청이 추진한 9억 이하 주택의 재산세 감면 정책이 큰 이슈가 됐다. 서초구에 1가구 1주택을 갖고 있는 약 7만 가구의 재산세 납부액 가운데 평균 10만 원 정도를 환급해준다는 것으로 안다. 재산세 환급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재산세가 서울시 전체로는 52%나 올랐다. 그런데 세금을 이렇게 많이 걷었는데 부동산가격은 안 잡히고, 전월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 어떤 분에게 들은 얘기로는 자기가 지금 대출을 받아서 살고 있는데 그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면 일단 대출금을 갚아야 된다고 하더라. 대출 규제를 해놨기 때문에 다시 대출을 받아서 딴 집으로 이사 갈 수 없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정교하지 못해서 이렇게 우리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세금 정책이다. 그래서 법과 현실에 맞게 제안한 거다. 이것은 한 번밖에 못한다. ‘재해 등의 상황’이 있을 때 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다. 2004년도, 2005년도에는 ‘재해 등’의 제한 없이 자치단체장이 자기 판단에 의해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즈음 노무현 정부 때 세금이 많이 올랐다. 그러니까 정부가 법을 바꿔 ‘재해 등’이란 한정적인 조건을 달았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이게 실행된 적이 없다. 이번에 내가 처음 제기한 거다. 그렇다면 자치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권장해줘야 하지 않는가? 그게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자치분권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그런데 되레 반대하고 욕을 한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에 나 혼자 야당 출신이다. 여당 출신 구청장이 다 한목소리로 안 된다고 한다. 지방자치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재산세 환급은 올해만 해당되는 건가? 환급액은 얼마이며 언제 환급할 계획인가?

-그렇다. 대략 40억 정도 된다. 얼마 전 서울시의 재의 요구가 있었다. 재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공포할 수 있다. 다만 예의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와는 막 가는 사이가 아니지 않는가. 시장 권한대행께 한번 만나자고 얘기했더니 국감 끝난 후에 만나자는 답이 왔다. 만나서 서울시 입장도 들어보고 우리 입장도 설명하고 아쉬웠던 점도 말씀드리려 한다. 1가구 1주택에 대해 우리들은 소팅(sorting)이 안 돼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9억 이하 주택만 소팅할 수 있고 1가구 1주택자 명단은 국토부와 행안부가 갖고 있다. 그쪽에서 도와주면 우리 구민들이 고생을 덜 할 거다. 안 주면 구민들 신청을 받아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서초구와 구민들이 고생할 수밖에 없다.

▲재산세 환급은 1가구 1주택자 대상인 걸로 알고 있다. 서초구에 사는 1가구 무주택자나 다주택 보유자도 있을 텐데 그분들 입장에서 자신들은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산세 환급에 찬성할까 싶다.

-국민들이 누구나 자기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환급해줄 필요가 없는 건 분명하다. 단,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3년 전에는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해놓고 3년 후엔 말이 바뀌면 안 된다. 재산세도 3년 동안 72%나 올라서 올해 작년 대비 서초구 전체 921억이 더 걷혔고, 구세분(區稅分)만 해도 약 360억이 더 걷혔다. 그 중 40억을 돌려드리겠다는 거다. 

▲서울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의 재산세는 총 2조7000억 원인데 그 중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1조1441억 원(42.3%)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하위권에 있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재산세 납부액은 1056억원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선 재산세를 경감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일단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초지자체들이 중앙정부를 향해 종부세를 우리에게 더 달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12년 동안 공시지가를 이렇게 많이 올릴 거면 종부세 기준도 현행 9억에서 15억 정도로 올려줬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 다른 자치구에서 우리는 못한다고 스스로 선을 그을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 내놓은 8.4 대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면?

-앞으로 전월세 대책이 필요하니 부동산대책은 또 나오지 않겠나? 부동산대책의 취지는 좋다고 보지만 그것이 생활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세심함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23번이나 대책을 내놓고도 안 잡히는 거다.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를 하게 되면 계속 빈틈이 생긴다. 그걸 막으려다 또 다른 빈틈이 생긴다. 언론 보도를 보면 ‘홍남기 구하기법’이라는 게 나올 모양이다. ‘전월세 난민 구제법’이라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비판 여론이 많다. ‘이걸 이제 알았나, 당해보니까 알겠느냐’라는 거다. 정책에는 큰 그림도 있어야 하지만 성공하려면 세심한 정성과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중요하다.

▲큰 그림의 방향과 정책현장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책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하는 건 다 맞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자만 같은 것이 있다고 본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정책을 뜯어봐야 한다. 누구든 언제나 100% 옳을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거나 반대하는 국민들도 여전히 40%나 있다.

▲조 구청장은 그동안 부동산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경부선 철도 및 고속도로의 지하화를 주장해왔다. 이럴 경우 서울과 강남의 집값이 더욱 오르지 않을까? 요즘엔 ‘서울 공화국’을 넘어 ‘강남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일단 ‘강남 대 강북’이란 이분법적 프레임은 대한민국과 서울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이다. 연 예산은 40조다. 25개 자치구가 있다. 그런데 포항시 인구가 50만인데 노원구가 그와 비슷한 52만이다. 전주시는 65만 인구인데, 67만 송파구와 비슷하다. 아산시 31만, 도봉구 32만이다. 광양시 15만, 종로구가 14만이다. 원주시가 35만이어서 34만 광진구와 비슷하다. 서울시는 사실상 25개 도시가 다핵적으로 모여 있는 ‘메가시티’다. 강북, 강남 두 개로 나눠버리면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서초구, 강남구에도 달동네가 있다. 모든 걸 ‘강남 3구’라고 통칭해버리면 정책의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다양해지고 개인들의 욕구도 다원화됐다. 다핵 구조로 정책을 짜야 한다. 메가시티에 걸맞게 교통, 교육, 문화가 비슷한 곳끼리 묶고 연결해줘야 한다. 지금은 연결사회가 아닌가. 이분법적 구도로 나눠서 생각하면 해답이 안 나온다.

마찬가지로 ‘강남 집값’이란 프레임으로 이른바 ‘핀셋 정책’을 내놓으면 그 순간부터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시 집값을 다 올려놓았다. 강남 4구를 누르려 하다 풍선효과로 마·용·성, 노·도·강, 다른 곳도 다 올려버렸다. 이분법적 사고, 핀셋 정책, 갈라치기로는 절대 집값을 못 잡는다.
내가 서초구청장이기 때문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건 경부선 철도의 지하화다. 20년 전부터 얘기됐는데 아직도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재원 때문이다. 재원도 이차원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적어도 3차원은 돼야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

#정체된 서울, 개발·환경 투트랙 필요
  철도·도로 지하화, 친환경 생태 조성
#강남 개발 규제 풀면 공공기여 많을 것
  서울균형발전기금 만들면 재원 마련 가능

▲홍콩처럼 도로, 철도와 부동산 개발을 연결시켜 패키지 개발을 하자는 건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던 50여 년 전에는 고속도로 주변이 대부분 논과 밭이었다. 지금은 강남 지역은 서울시, 대한민국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50년이면 강산이 5번 변하는 시간인데 도로는 도로, 공원은 공원, 이렇게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onversion(전환), transformation(변환)이 필요하다.
서초구에는 공원과 산이 서울시에서 제일 많다. 전체 공원 면적은 1만7168㎢(145개소)나 된다. 서울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인데 지난 10년간 정체되었다. 그런데 환경과 개발이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경부선 철도의 경우 서울역부터 용산-영등포-신도림-구로, 11km 구간을 철도 양쪽으로 갈라놓았다. 그 주변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신 전임 시장님도 마지막에 깨달은 것 같다. 용산, 여의도를 통개발하겠다, 세느강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2의 리버 고쉬(Rive Gauche)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철도가 있는 곳을 덮고 그 위를 도미니크 페로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반대하니까 결국 철회했지만, 저는 그 방향이 맞다고 본다. 철도를 지하로 넣어야 한다. 철도 폭이 30m인데 지하로 넣으면 그 위에는 공원을 만들 수 있다. 서울역에서 구로까지 철도 위를 경의선 숲길 공원처럼 만들고 주변 사유지를 지구단위 계획으로 개발하는 거다. 그렇게 개발을 해나가면 강남, 강북으로 나누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선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자는 얘기인가?

-아니다. 도시와 지역마다 특색이 다 다르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가야 한다. 강남 못지않게 좋은 지역을 만들어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서울은 세계적인 메가시티다. 그에 걸맞게 가야 한다. 그 첫 번째 사업이 ‘그린 빅딕(Green Big-Dig)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경부고속도로, 경부철도 그 다음은 지하철 2호선의 지하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호선 구간, 18km 정도가 지상으로 나와 있는데 이를 지하로 넣어줘야 한다. 2호선 주변에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다. 필요한 재원은 그 주변을 도시계획으로 묶어서 산업지역을 개발하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개발이익의 절반을 공공기여로 받을 수 있어서 가능하다. 동부간선도로 역시 지하로 넣어야 한다. 중랑천을 양재천 못지않게 생태환경으로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이 많다. 자기 집, 자기 건물 밑으로 철도가 지나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의 심도를 더 높이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안전은 분명히 더 좋아진다. 오히려 지금 상태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장갑차 하나도 제대로 못 지나간다고 한다. 지하터널을 파는 기술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더 깊게, 더 안전하게 설계하면 안전성은 더 좋아질 것이다. 청계천 개발처럼 숲길이 조성되고 안전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이걸 저는 ‘그린 빅딕’ 플랜이라고 한다. ‘보스턴 빅딕’과 같다. 크게 밑으로 파고, 위에는 친환경적 생태를 만들자는 사업이다. 동부간선도로나 경부선 철도, 한강을 낀 88올림픽도로, 강변도로 등을 지하화하고 워터프론트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라는 게 결국은 자산 증식, 삶의 질 문제로 압축된다. 교육, 일자리, 교통, 환경 문제에 대한 비전은 따로 분리될 수 없을 것 같다.

-아까 말씀드렸듯 서울은 25개 시티가 모여 있는 메가시티다. 서울시를 도시계획상 용어로 나누면 지역 중심은 12개 정도가 교통 문화권으로 얽혀 있는데, 이런 다핵구조를 살려 교통을 연결해주고 교육·문화시설을 같이 넣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의 삶이 좋아지고 원활해진다.
그렇게 하려면 전제조건은 지방분권이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가 지방분권을 한다면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로 아직도 중앙정부가 훨씬 많이 가져가고 있다. 시군구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 예산을 같이 줘야 된다. 그걸 중앙정부에서 붙잡고 있으면 절대로 국토 균형발전, 서울 균형발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걸 하겠다고 해놓고 실현하지 않고 있다. 뭐에 막혔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의 경우엔 서울균형발전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개발규제를 풀어주면 공공기여가 많이 나온다. 공공기여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최근에 법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강남 개발의 공공기여는 강남의 시설투자에만 쓰도록 돼있었다. 이제는 현금화해서 다른 지역에 쓸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걸 잘 활용해 서울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하면 좋을 거다. 용산이나 강남을 개발하면 개발이익이 많이 나올 텐데 그 이익을 기초지자체들의 인프라 개발에 나눠 쓰는 거다.

▲이건 서초구의 재산세 환급하고도 맞물리는 얘기처럼 들린다. 40억 환급액을 두고 다른 구(區)에서 반발하는 이유도 결국 분배의 문제가 아닌가? 왜 서초구만 마음대로 돈을 빼 가냐는 반대논리가 있다.

-그건 틀린 얘기다. 재산세는 지방세다. 서초구 재산세는 3600억 정도인데, 그중 절반을 서울시가 가져간다. 이를 공유분이라 하고 나머지를 자치구가 쓴다. 이번에 재산세 감경은 사실 서울시가 동의해줬으면 모두 다 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곳에 갈 돈을 건드린 게 아니다. 서울시가 가져갈 공유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서초구 몫만 대상이다. 또 다른 구에서 말하길 우린 돈이 없어서 못 하는데 서초구에는 9억 이하 주택이 50% 정도 된다. 용산구, 송파구는 70%다. 노원구, 도봉구는 99%다. 그러면 이곳 구청장들이 더 먼저 나섰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 돈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따져보면 돈이 없지 않다. 재산세는 최근 3년 동안 52%가 올랐고, 재산세와 함께 이중과세를 하는 종합부동산세는 여전히 9억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그 기준이 12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공시가를 많이 올려 재산세, 종부세를 걷었으니 세금이 그만큼 많이 걷힌 것 아닌가. 그랬으면 그걸 어느 정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

#서울시장 요건은 ‘일머리’와 ‘유연성’
  정책 집행 전 실험으로 효과 검증해야
 
#핀란드형 청년기본소득 2년간 실험
  “이재명 年 1500억 쓰며 실험 없었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다섯 명의 민선 시장이 뽑혔다.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을 각기 어떻게 평가하나? 공과(功過)를 나눠서 말해 달라.

-공(功)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조순 전 시장은 옛날 5.16광장을 없애고 여의도광장과 여의도공원을 조성했다. 서울에 ‘푸른 허파’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고건 전 시장은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참 아름답지 않은가. 이명박 전 시장의 공으로는 청계천 개발과 교통체계 개편을 꼽고 싶다. 해외에 나가면 서울의 교통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오세훈 전 시장은 문화도시, 특히 도시 디자인과 한강 르네상스가 기억에 남는다. 오세훈 전 시장은 권역별로 재건축을 활성화해 한강 주변을 개발했는데 발상이 좋았다. 나는 거기서 더 한걸음 나아가고 싶다. 서울을 개성까지 이어 통일시대까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좋겠다.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생활 속에 스며드는 행정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니즈가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밤늦게 운행하는 올빼미 버스가 대표적이다.

▲내년 4월에 있을 서울시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일컬어진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경제를 아는 정치인’을 자격 요건으로 꼽는다. 야당은 과연 어떤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한 말이 몇 가지 있다. 경제를 아는 정치인, 지방행정을 이끌만한 경험을 가진 경영능력, 주민과의 소통, 현역 의원보다는 가급적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서울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확장성, 정치가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하는 사람 등등이다. 이 말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경제를 아는 정치인, 무엇보다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같다. 도시의 경쟁력,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비전과 추진력이 있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춰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다양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아니겠는가. 조 구청장은 본인 스스로 그런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나?

-(웃음) 어떻게 스스로 그렇다고 평가하겠는가. 다만 ‘경제를 아는 정치인’ 부분에 대해선 제 나름대로 해석해본다. 경제라는 건 경제학 공부 같은 게 아니라 결국 ‘일머리’와 유연성이 아닐까 싶다. 정치와 권력이라는 게 순환이 잘 되어야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민주당 출신이 시장 직을 맡은지 10년이 지났으니 국민의힘 쪽에서 일할 때가 됐다.

▲조 구청장은 내년에 ‘핀란드형 청년기본소득’을 실험하기 위한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서초구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24~29세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2만원을 2년간 지급하는 방안이다. 1인당 총 1250만원을 소득수준,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할 경우 어떤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나? 서울시나 경기도가 실시하는 청년수당, 청년기본소득과는 어떻게 차별화될 것으로 보나?

-일단 1000명을 뽑아서 그중 300명에게 1인당 52만원, 1인가구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700명은 비교집단으로 삼는 실험이다. 두 집단을 만들려는 건 사회정책실험의 기본 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원래 500명씩 구상했지만, 예산 때문에 실험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지노선을 찾아보니 300명이었다. 1년에 22억 예산이 소요된다. 다른 지역 수당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수당과 기본소득은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지급인 반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중위소득 150% 미만에 취업의사가 있는 청년한테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총 300만원을 준다. 고용지원 측면에서 봤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러니까 보건복지부가 재의를 요구한 거다.

▲그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청년기본소득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소득은 일단 지속적이고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취업의사가 있는’ 같은 조건이 붙어선 안 된다. 소득, 재산도 따져선 안 된다. 그다음은 현금성과 충분성이 필요하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충분성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 달에 8만3000원꼴인 분기당 25만원, 1년에 100만원을 준다. 그것도 만 24세한테만 준다.
이재명 지사가 여러모로 탁월한 점이 있지만 세금을 아껴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지사는 이걸 실험해볼 기회가 그동안 충분했다고 본다. 성남시장을 할 때 2016년 처음에 청년배당을 시작했다. 그 때 충분히 실험을 했어야 했다. 경기도지사가 돼서도 청년배당을 계속 밀다가 기본소득 논의가 확 뜨니까 청년기본소득이라 이름을 바꿨다. 그걸 하느라 1년에 1500억을 썼다. 청년들을 포커싱(focusing)한 건 잘한 일이라 본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가는 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따져봤어야 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할 땐 예산 규모가 500억 이상일 땐 예비타당성조사를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정책도 먼저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 마치 시범사업을 하듯 해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밀어붙이고는 1500억을 써버린 거다. 사회정책실험과 관련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바레르지 MIT 교수는 ‘나쁜 경제학’과 ‘좋은 경제학’을 이야기했다. 나쁜 경제학은 정책 검증 없이 돈을 막 주는 거다. 좋은 경제학은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고 주는 거다. 그래야 예산을 아낄 수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도지사를 한참 하고 나서 이젠 농촌실험을 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하려면 진작에 한번 실험해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핀란드형 청년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들고 나온 뒤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망하고 말았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겹쳐 핀란드에 실업자가 많이 생겼다. 핀란드에선 25~58세 실업자 2000명에게 실업수당과 비슷한 금액의 기본소득을 줬다. 대신 실업수당을 받기 위한 구직활동 보고나 간섭을 없앴다. 2년간 실험하다가 중간에 정책 기준을 변경했다. 그래서 핀란드의 실험을 전체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실험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결과를 보면 취업 의욕이 조금 높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키아가 망한 후 핀란드 경제가 아주 나빠진 건 아니다. 오히려 벤처 창업이나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됐다고 한다. 청년 기본소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자리정책인 것 같다. 엄마로서, 행정가로서, 정치인으로서 생각을 말해 달라.

-우리 청년들을 N포 세대라 한다. 이게 과연 청년들 잘못이냐, 나는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시험점수를 잘 받고 스펙을 쌓도록 요구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창의성,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소홀히 했다. 우리 청년들이 단군 이래의 최고 스펙을 쌓아서 사회에 나온다는데 대학 졸업 후 40%가 직장을 못 구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비정규직, 알바로 일한다. 디지털혁명 시대에 맞춰 교육체계를 빨리 바꿔야 한다.
그래서 ‘서초 AI 칼리지’를 열었다. 수강생을 모집하면 정원 300명이 금방 찬다.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을 같이 하는데 다들 스펙이 정말 좋다. 블록체인 아카데미, AI 로봇 코딩 칼리지, 데이터라벨링 프로그램도 정원이 금방 찬다. 청년세대가 그 만큼 새로운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아카데미는 처음에 300명을 뽑아서 기초를 가르친다. 기본교육을 통해 사회와 취업, 교육 생태계가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종적으로 30명이 남았는데, 본인이 더 공부하겠다는 두세 명을 빼고는 모두 다 취업이 된다. 시장이 원하는 인재,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원하는 인재를 키우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으로 최저생계비 52만원을 주면서 실험하는 건 사실 서초구가 처음이다. 예산문제만 아니라면 1년 동안 청년들한테 월 300만원씩 줘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월 8만3000원을 주면서 청년 기본소득이라 하지 말고 좀 더 본질을 봐야 한다.

#블록체인 코인 도입, 구의회서 막혀
  스위스 추크 두 번 찾아가 MOU 체결
#아카데미 열자 스펙 좋은 청년들 몰려

  이념 떠나 국민 이익 우선하는 게 정치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서초구청이 앞장서 개설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미래비전 정책을 구상한 배경이 궁금하다.

-서초구에서 사실 블록체인 코인을 도입하려다가 구의회에서 막혔다. 요새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좌나 우나 의미 없다. 국민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블록체인 교육도 시작하고, AI(인공지능) 아카데미도 열었다. 전부 인기가 많다. 블록체인이 우리나라에서는 잘못 이해돼 무슨 투자, 투기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스위스 취리히 이웃 도시인 추크(Zug)란 곳에 가봤다. 블록체인의 성지라고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규제를 풀어서 블록체인을 하는 사람과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스위스 은행들도 블록체인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비밀 금고’라는 오명을 벗고 블록체인으로 투명성을 확대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취리히, 추크에 갔을 때 그곳의 현실을 보고는 우리도 꼭 했으면 싶었다. 그래서 서초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걸 했다. 국비를 받을 수 있는 건 받아서 했다. 그러다 몇 개월 뒤에 또 찾아갔다. 그 사람들이 놀라더라. 외국 방문객들이 보통 사진만 찍고 간다는데 내가 3개월 만에 다시 찾아가니까 때마침 열린 컨퍼런스에서 환영 스피치를 시켰다. 나는 블록체인 아카데미 운영과 함께 블록체인 코인 도입 구상을 설명했다. 서초구를 소개할 때는 그냥 음악에 맞춰 싸이 말춤을 췄다. ‘(싸이 말춤을 추는) 그 강남이 바로 서초에 있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얼마 전에는 MOU도 맺었다. 스위스 취업비자가 잘 안 나오지만 우리가 교육한 인턴을 거기 보내면 슈비츠 주(州)에서 비자를 내줄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이 거기서 인턴으로 취업하면 월급을 받아서 생활하고 서초구는 항공비를 대준다.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비용이 꽤 들어갈 것 같다.

-생각보다 별로 안 든다. 청년 고용정책, 청년 일자리정책들과 비교해보니까 블록체인 아카데미에 드는 1인당 예산이 훨씬 적다. 2020년 청년 해외인턴십 소요예산은 서초구가 1인당 176만원을 지원하고 자비 부담이 132만원이다. 2주 현지 교육 뒤 3개월 인턴십을 하게 된다.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민주주의에 연계하는 구상도 말해 달라. <피렌체의 식탁>은 최근 스위스의 국민투표제도를 집중 탐구한 바 있다. 국가, 칸톤, 시(市) 단위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놓고 시민들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지자체 단위에서 장차 블랙체인을 활용한 주민투표나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서초구에서 그럴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재산세 경감 논란이 많은데 주민투표에 한번 부쳐보는 건 어떤가?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돼서 재산세 감경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찬성이다. 해보나 마나,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을 거다. 그런데 현행 주민투표 방식은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체계가 안 갖춰져 있다. .

▲서초구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려는가? 조례나 이런 걸 개정하면 가능한 거 아닌가?

-예를 들면 자원봉사를 많이 하면 블록체인 코인을 주는 거다. 그걸로 서초구 안에서 통용이 되게끔 하는 사업 구상인데 구의회에서 통과를 안 시켜준다. 시의원이 4명인데, 4명 다 민주당이다. 구의회 의장도 민주당 출신인데다 구의원 분포가 여야 7대7, 무소속 1명이어서 15명을 설득해야 하는 구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조 구청장은 실용주의, 개혁보수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생활정치현장에서 봤을 때 우리 정치권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디지털혁명 시대다. 이념으로 양쪽을 나누는 건 구시대의 틀이다. 진보든 보수든 좋은 게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 판단의 중심은 얼마나 나라와 국민, 사회에 도움이 되느냐로 가야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초구에서 시행한 서리풀 원두막은 굉장히 작은데서 시작했다. (※서리풀은 瑞草의 옛 지명)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에 굉장히 무덥지 않나. 폭염 속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이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그늘막을 한번 세워보려고 했다. 그늘막 디자인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서울답게, 서초답게 최대한 예쁘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2015년에 두 개를 구청 앞에 세워 1년 동안 검증했다. 강한 바람이 불면 통기성이 있어야 하니까 원단을 메쉬 천으로 바꾸고 겨울에는 트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 반응이 좋아서 50개로 늘리려 하니 서울시가 못하게 했다. 도로법상 도로부속 시설물이 아니어서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내가 밀어붙였다. 기업들이 60개를 기부해 총 120개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구에서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9년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이 만들어져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서초 스타일이 전국 표준으로 자리 잡은 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국민이 필요한 걸 사소한 것이라도 잘 포착해 정성을 들여 집행해야 한다는 거다.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가, 실험과 시범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예산 낭비가 없다. 그런 방식으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 위에서 ‘이게 필요해’ 하면 쫙 까는 방식으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세금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좌파가 어디 있고 우파가 어디 있겠는가. 쪽파랑 대파는 있어도 좌파 우파는 없는 거다. 이것이 생활정치라고 생각한다.

▲서리풀 원두막 이외에 본인이 한 것 중 가장 자부심을 느낀 정책을 두 가지 정도 더 꼽아본다면?

-하나는 ‘활주로형 횡단보도’다. 길거리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으면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 특히 컴컴한 밤중에 사고가 더 많다. 길바닥에 비행기 활주로처럼 LED 조명을 깔아두면 이게 신호등 역할을 해서 사고가 확 줄었다.
또 하나는 ‘서리풀 터널’이다. 근처에 군 정보사 부지가 있고, 정보사 밑에 남북으로는 도로가 뚫려있다. 그런데 동서로는 도로가 안 뚫려 서초대로가 엄청 밀렸다. 남부순환도로 역시 엄청 밀리고… 정보사 부지 아래로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20년 전부터 정보사를 옮긴다는 말만 했지 이해관계가 얽혀 공사를 못했다. 국방부에서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고, 서울시랑 서초구는 공원이나 문화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발상을 딱 바꿨다. 정보사를 이전할 때가 다 됐는데 계속 싸우지 말고 일단 터널부터 뚫자, 그러면 땅값도 오를 것이고 국방부에는 다른 걸로 돕겠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국방부 예산을 좀 더 배려하는 조건으로 얘기가 통했다. 그렇게 투 트랙으로 갔다. 서리풀 터널을 뚫으니까 정보사 부지 땅값이 1조원대로 올랐다. 처음엔 4천억, 6천억 하다가 터널 개통 효과로 치솟은 거다. 모두가 이기는 윈윈 게임이었다.

▲조 구청장은 자신의 정치적인 롤 모델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꼽았다. 그 이유는 뭔가?

-메르켈 총리는 친근한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원칙이 분명하다. 헬무트 콜 총리가 정치적 양아버지인데 수뢰사건이 터졌을 때 원칙을 이야기하더라. 외국인 난민을 받아들이는 행보에선 따뜻하고 포용적이다. 메르켈은 ‘엄마 행정’이라는 뜻의 ‘무티(mutti) 리더십’의 모델이다. 남성 정치인으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를 손꼽고 싶다. 마크롱은 ‘핀셋 이데올로기’를 표방한다. 국민생활과 국익에 도움이 되면 진영 논리를 떠나 어느 쪽 정책이든 뽑아서 쓴다는 거다. 우리의 정치와 행정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담=이양수 편집인
정리=한은지 기자


조은희 서초구청장

1961년 경북 청송 출생.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땄다.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행사기획·문화관광비서관으로 일했다.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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