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공전주기 88일의 수성

수성과 태양이 가장 멀어지는 때, 최대이각을 노려라

다음에 똑같은 기회는 없다, 다른 기회가 오는 것일 뿐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 낮은 곳에서 두 별이 만났다. 사진 왼쪽 위에 나란히 있는 별 가운데 왼쪽 아래가 토성, 오른쪽 위가 수성이다. 새벽에 나타난 수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질 때를 ‘서방최대이각’이라고 하는데 이 사진은 그 즈음을 노려 찍었다. / 사진=김동훈

하늘은 늘 변함없는 것 같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런저런 변화가 있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천체들을 찾아보는 것은 하늘을 만나는 깨알 같은 재미 중의 하나다. 수성도 그런 재미난 대상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이 돌고 있는 행성으로 공전주기가 88일로 짧다. 다른 행성에 비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발이 빠른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Hermes)에 대응시켰다. 고대 로마에서 헤르메스는 머큐리(Mercury)라 불렸는데 이것이 현재 수성의 영어 이름이 되었다. 

수성은 항상 태양 근처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에 수성을 보려면 태양 근처를 노려야 한다. 태양이 지고 난 뒤 초저녁이나 태양이 뜨기 전인 새벽이 찬스다. 하지만 태양 가까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수성을 보려면 수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질 때를 노려야 한다. 바로 ‘최대이각’이라고 불릴 때로 수성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다. 새벽에 가장 멀어질 때를 '서방최대이각' 그리고 초저녁에 가장 멀어질 때를 ‘동방최대이각’이라고 한다. 

다가오는 3월 25일은 동방최대이각의 날이다. 25일 전후로 며칠 동안, 해가 진 뒤 30분이 좀 지난 7시 반 즈음에 서쪽, 해가 진 방향의 낮은 하늘에서 수성을 찾아보자. 고도가 10도 정도로 매우 낮아 서쪽이 거의 트여있는 곳으로 가야 성공 확률이 높다. 아직은 여명이 출렁거리는 빛의 바다에서 작은 별빛 조각 하나를 건져보자.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도 평생 보지 못했다는 수성이 갑자기 당신 눈망울에 들어올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것을 놓치지 말자. 다음에 또 올 거라고, 나타날 거라고 미루지 말자. 다음 인생이 없는 것처럼 다음 기회도 없다. 다음 기회는 다른 기회다. 운 좋게 우연히 포착했다면 금세 사라지더라도 마치 영원할 것처럼 즐기자.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Seize the day." 당시 번역은 "현재를 즐겨라"였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이라고도 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건 바로 지금 누리자. 그게 최선이다. 미루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탐사선이 본 수성의 모습. 달의 표면과 많이 닮아 있다. 대기가 희박해서 운석이 충돌한 크레이터들이 침식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수성은 지구의 약 0.38배 크기인 지름 4,880km로 태양계 행성 가운데 가장 작다. 지름 5,286km인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보다 작은 행성이다. / 사진=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