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2월 28일 싱가포르 기후공시 의무화 일정 확정 발표, 3월 6일 미국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 통과.... 최근 각 나라마다 기후공시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일부 규정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후공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스코프3은 유보됐지만 1%룰 등 강력한 기준은 여전하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실한(한편 선도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별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눈에 뜨인다. 한국은 아직 지지부진에 우유부단처럼 보인다.
출근할 때 어두웠던 새벽하늘이 이제는 제법 푸른색으로 바뀌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출근하다 보니 해가 점점 빨리 뜨기 시작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침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어 겨울옷을 여미고 다니지만 태양의 걸음을 식물들이 먼저 알아채고는 반가운 기미를 여기저기 터뜨린다.매년 3월 20일(또는 21일)이면 짧았던 낮이 밤의 길이와 같아지고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때가 춘분이다. 춘분에 태양은 정동에서 떠서 정반대 방향인 정서로 진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숫자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통계를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또 숫자는 자주 거짓말에 동원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세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진 지금은 더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게 ‘통계 사용 설명서’다. 적어도 누군가의 거짓말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와 친해지면 내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숫자와 노는 건 즐겁지 않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 한다. 첫번째로 미국의
금융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ESG가 주행 중 턱에 걸렸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내로 묶어두자는 국제사회 합의에도, 이를 위한 행동은 작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가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10명 중 7명을 넘겼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를 위한 대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그린피스로 적을 옮긴 신지윤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금융 활동인 '기후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와중에 불거지는 ESG 무
2024 피렌체의식탁 신년대담의 두 번째로 정지훈 IT 전문가를 모셨다. 미중 패권경쟁, 다극화... 정지훈 박사는 '지금 세계의 인재들이 모두 미국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미국의 우위를 전망했다. 이민 2, 3세대가 아닌 새로운 이민 1세대들이 미국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쇠퇴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미국 전역이 실리콘밸리화 되는 현상의 이면일 뿐이다. 거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 바깥으로 내보냈던 미국은 팬데믹과 미중 경쟁 등을 거치며 제조업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 디지털이 기본이 된 시대, 이제 누가
다가오는 일요일(1월 14일), 춥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초저녁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보자. 남서쪽 하늘 낮은 곳을 보면 뜻밖의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초승달이 예쁘게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위에 밝은 별 하나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별 이름은 토성이다. 토성이 어떻게 맨눈으로 보이느냐고?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보인다. 무려 1등급의 밝기로 밝게 빛난다. 밤하늘의 여러 밝은 별들 가운데 어느 별이 토성인지는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날은 달 옆에 있어서 토성을 찾기 쉽다.
인간의 산업활동에 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의 증가 그리고 그로 인한 대기온도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한 지 200년이 넘었고, 대기온도의 변화가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국제협상이 시작된 지도 30년이 넘었다. 인류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실질적 대응은 늦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은 있었는데, 정작 ‘지갑을 열고’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시점이 되자 대부분의 국가에서 퇴행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매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모이는 당사국총회(Conference
정치와 정책은 부딪치게 돼 있다. 현명한 정부는 그때그때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다. 만일 계속해서 한쪽의 손만 들어줄 경우 편파적이라거나 특정 계층에 유리한 정부라고 비판받는다. 이른바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대결에서 시기별로 줄타기를 잘하는 게 정부의 본령이다. 정치논리는 대개 경제적 약자를 북돋아야 한다고, 경제논리는 시장을 반영해 궁극적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해왔다. 조동진 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적절히 인상하고, 이를 통해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을 금융기관 곳간에 가둬놓아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물가, 환율,
중국 시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규모는 작지만 대체 시장이 하나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게 시급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이어 이번 주에는 윤대통령이 사우디로 날아갔다.두 사람은 셈이 맞는다. 빈 살만 왕세자가 운전하고 윤대통령이 조수석에 탄 차에서 한국형 전기차의 사우디 생산을 화기애애하게 논의했다. 상징적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어 도래한 한-사우디간 대형 경제협력.사우디도
예상했던 우려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활발한 한국 투자(올들어 6조 원 이상)가 계획상이지만 발표되었다. 이게 자칫 미국의 IRA법이나 FEOC(해외우려단체)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다. 중국이 돈을 대고 한국에서 같이 만든 제품이 막상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다.물론 반도체와 달리 이차전지 산업은 핵심광물에서부터 중국 의존도가 독점적으로 높아서 미국도 함부로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그러나 업계는 투자 유치와 함께 유사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중 분쟁 속에 대부분 업계의 운명이긴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12대 국가과학기술’에 대한 법 제정이 완료되고 9월 말 발효된다. 전 정부에서 추진되고 현 정부에서 확정된 이 정책에 대해, 일선 과학기술계는 R&D 예산의 감축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정책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전략기술 육성이란 이름으로 기초과학을 무시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권 교수가 제기하는 정책 수정 방향을 ‘미국의 체계적 과학기술 진흥 75년사’(上), ‘지난 세기 한국이 과기진흥에서 후발주자로서 잘했던 이유’(中), ‘응용 중심 과기의 허약체질론’(下)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사우디와 이 나라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에 관한 궁정 정치 드라마 같은 책이 나왔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이스탄불 지국장인 벤 허버드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 외교와 경제 무대의 새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사우디가 미국이 짠 1945년 이후의 중동 질서에서 변화 또는 이탈을 모색하면서부터다. 한국에겐 최근 그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개발 계획 등으로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다른 큰 시장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에서 기인한 것이다.칼럼 필자이자 이 책의 역자인 박인식 전 사우디 법인
인간의 언어로 우리 앞에 등장한 챗GPT. 새롭고 강력한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저항과 타협, 경고와 희망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은 ‘태풍의 눈’이 된 챗GPT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5월 8일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유료 강연을 개최했다.이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과 김병관 전 국회의원(20대)의 기조 대담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MS, 오픈AI에 13조 원 투자...오픈AI “130조 원 더 필요”✔ 규제보다 시장 형성, 투자의 관점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다. 대통령이 3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천명하고, 국회의장도 개헌과 함께 연금 개혁 논의를 국회의 중요 의제로 제시했다. 가장 많은 논란은, 국민연금이 미래세대에게 짐을 지운다는 것이다. 또 수익률이 지급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나서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자주 제기된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주장들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문제제기일까?재정 전문가인 이상민 필자는 연금 개혁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상당 부분 왜곡되었거나 과장됐다고 말한다. 특히 연금을 세대 문제로만 보는 것은 오히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월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에 접어든다.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쩍 오른 난방비 고지서는 단적인 사례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판과 공분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물적, 인적 피해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러시아는 무슨 생각인 것일까? 왜 이런 무리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일까?우리의 눈에는 비합리적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이 전쟁을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바둑에서는 다음 수가 보이지 않으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고담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자유를 꿈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지금의 삶을 견디게 하고, 또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10월 말, 메디치미디어에서 이탈리아 북부 여행을 런칭했다. 밀라노-볼로냐-피렌체를 중심으로 발사믹의 고향 모데나,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넬리의 공방이 있는 크레모나, 와인 생산지 끼안띠를 포함한 코스다.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한 일행이 5인 5색의 여행기를 보내왔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7월 8일 아베 신조 총리가 피격, 사망하자 많은 이들이 1914년의 ‘사라예보 총성’을 떠올렸다.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 만큼이나 아베 피격이 지구촌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 1차적 파장으로 자민당-공명당 보수 연립정권은 선거에서 여유롭게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포스트 아베’ 시대의 우선 관심사는, 의회에서 평화헌법 개정(개헌) 발의가 안정적으로 가능해진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아베의 평생 염원인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어 동북아에 정치 군사적 갈등을 폭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에게 듣는 위기의 지구, 인류 생존 전략 특집 두 번째 방송 분. 이번에는 식량 위기 이야기이다. 그리고 식량 위기와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개념인 다양성, 그리고 공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 만큼이나 식량 확보가 중요한 우리 현실✔ 대부분의 잘 사는 나라들은 식량 수출국, 일본과 한국은 예외✔ 식물이 사라지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절이 오고 있는가?✔
미국이 반도체 생산-소비의 블록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불거지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뛰어난 해설가인 권석준 필자는 이번 글에서 그런 시도로 중국이 갈라파고스 섬처럼 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편집자가 보기에는 이것이 2억년전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북반부의 로라시아(Laurasia) 대륙과 남반구의 곤드와나(Gondwana) 대륙으로 분리되는 것의 시작은 아닌지 궁금하다. 가까운 과거로는 1990년 사회주의 몰락 이후 도래했던 전세계 단일시장(single market)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들 말한다
5월 9일은 1945년 소비에트 러시아가 나치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은 날이다. 이 전쟁으로 이른바 동부전선에서 죽은 이는 군인, 민간인 합쳐서 3천만명에 육박한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으며 서방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6개국(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3국)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역사가 다시 현실이 되지 않을까 초긴장할 수 밖에 없는 걱정거리다. 러시아의 대조국 전쟁 승리 77주년을 맞아 달라진 발트 3국민의 정서를 라트비아 출신 여성 자야 스쿠지니에게 들어봤다. 라트비아 국민의 불안과 위협, 그리고 주변에 깔린 오래된 슬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