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가 160년 전의 낙태금지법을 되살렸다는 뉴스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022년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폐기되었다는 소식, 올해 대선에서 ‘임신중지권’이 쟁점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이 정도로 첨예한 법적·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는 미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왜 미국 선거를 뒤흔들 정도의 쟁점이 되었는지 그 맥락을 살펴본다.여성의 임신중지권 인정, 레이건 집권기부터 정치적 쟁점화연방대법원은 19
'4.16 10주기' 혹은 '세월호 10주기'. 자체로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말들. 이 시간이 언제 올까 싶었는데, 이렇게 당도했다. 많은 사실이 규명되었지만, 그것들을 다 그러모아 하나의 진실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것은 아직 사고와 참사 사이에서 배회한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 우리 국가가 4.16과 세월호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을 일깨워줬다. 4.16/세월호를 다시 기억하기 위해 굳이 외부의 누군가에게 원고를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은 솜씨나 식견, 전문성의
총선이 3주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어떤 선거구는 전국의 미디어가 달려들어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한다. 개인 유튜버들까지 더해져 정보와 소식, 관심이 넘쳐난다. 그에 비해 어떤 선거구는 지역정당의 깃발만 들면 허수아비라도 당선될 거라며 그냥 없는 선거인 셈 친다. '농촌일기'의 공동 필자 중 한 분인 영수농부가 그런 답답한 현실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대구경북, 아니 경북의 농촌 마을에서 민주당원으로 사는 것, 민주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서는 것의 간난신고와 특히 고립감에 대해 적었다. '구조신호'라는 말에 반응하는 지혜와 눈길을
기후위기는 영화 에 나오는 지구로 돌진해오는 혜성과도 같다. 결국 파국이 닥치면 누구도 그 문제에서 피할 수 없다. 2월 14일, 22대 총선을 맞아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하며 '기후정치시민물결'이 출범했다. 이번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이들의 활동기간은 24년부터 28년까지다.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2030년을 준비하는 마지막 골든타임과 겹친다. 단지 기후 관련 공약을 몇 개 추가하고, 후보를 공천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기후정치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기후정치시민물결과 피렌체의식탁 공동으로 기획대담을 준비했다. 먼저 녹색연
'유정훈의 담담한 미국' 세번째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보 선출 과정 중 핵심인 당내 경선을 소개한다. 조직력, 선거자금 모금 능력,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와 매력, 연설과 메시지, 다른 정치인의 지지를 얻어내는 능력 등 극한의 검증과정을 통해 다음 대통령감(후보가 되어야 대통령이 된다!)을 뽑는 미국의 당내 경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흥미진진한 지점이다. 2024년 당내 경선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되는 분위기의 맥빠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지난 13일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을 찾았다. 그는 조국신당(가칭)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혁신적인 강소정당’을 만들겠다며 조 전 장관이 화요일(20일) 오후 4시 SNS에 조국신당 가입 신청 홍보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하루가 꼬박 지난 수요일 오후 4시, “당원 가입 신청자 2만여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총선, 태풍의 눈이 될 것인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인지 조국 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창당 결심부터 민주당과의 관계, 정
2024년은 '선거의 해'다. 1월의 대만 선거에 이어 2월 14일에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도네시아 대선이 싱겁게 끝났다. 6월 결선투표까지 가리라는 전망 대신 1라운드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56.4%)로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자 수비안토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그 자신 적극적으로 민주화 인사를 탄압한 구시대적 인물인 데다, 부통령 당선자 기브란은 현 대통령 조코위의 아들로 내세울 거라고는 '젊음'뿐인 정치 경력 2년차의 신인이다. 이런 조합을 택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선거의 속사정을 살피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도가 문명사회를 가르는 척도라고 생각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만든 이런 변화가 기실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탄 지하철이 도중에 장애인단체 시위 때문에 멈춰 섰을 때였다.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어딘지 분간도 되지 않는 곳에 내려 헤매다보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머리로는 그들의 시위를 이해하겠는데 그것이 짜증을 가라앉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이 공개됐다. 1주일 안에 ‘필수의료 패키지’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그리고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계획 등을 쏟아냈다. 특히 의사정원 2000명 증원은 ‘의사 기득권’을 단박에 무너뜨리고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의 증원안으로 언뜻 매우 개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의료현실의 문제는 그냥 의사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과 필수진료과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이는 시장주의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개인의 선의에 맡겨서도 안 된다.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오랫동안 고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대만 총통 선거가 민진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진당은 3연임을 이뤄냈고, 대만호를 이끌 수장으로 라이칭더가 등장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발, 독립국가 대만을 목표로 움직이는 민진당의 연임은 양안 관계를 비롯, 세계에 그 여파를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대만이 영원히 중국의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먼저 대만 경제의 숨통을 죄는 것으로, 특히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세적 대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를 위시해 첨단 산
김대중/DJ.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 인물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고난과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 국가부도 직전에 몰렸던 패색 짙은 대한민국을 살려내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인물.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도 올해로 15년이 된다. 그리고 1월 6일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새삼 수많은 책과 글, 방송과 기사가 그의 인생을 축약하고 분석하고 평가할 것이다. 〈피렌체의식탁〉은 덜 요란하게 그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글을 몇 편 소개한다. 먼저 김현종 메디치
“얼굴이 폈어요. 여의도 징역 4년 살다가 자기 발로 나오기를 작심해서 그런가.”(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 “그런가요? (웃음) 속은 여전히 썩고 있습니다.”(홍성국 민주당 국회의원)지난 12월 21일, 신년대담 인터뷰를 위해 메디치미디어 사옥을 방문한 홍성국 의원(민주당)의 낯빛은 맑았다. 홍 의원은 메디치미디어의 핵심 저자다. 《미래설계의 정석》, 《세계가 일본된다》, 《인재 vs.인재》, 《수축사회》 등 그의 중요 저작들이 메디치에서 나왔다.《수축사회》가 인연이 돼 정치권으로 간 홍성국 의원이 4년 임기의 마지막에 불출마를
삶은 상대적이지 않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주관입니다. 그러나 우린 늘 얼굴 모를 대상, 혹은 언론에 노출된 위대한 상대에 억눌려 쪼그라듭니다. 승리는 물론 고통마저도 누구보다 더 해야만 주목받는 세상. 그럴 필요 없어요. 한해를 돌아보게 되는 이때, 올해도 참 수고했어, 잘 살아냈어! 나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져봐요. 에 '평범한 나의 이야기'를 차려봤습니다. 작은 미소로 박수 보내요. [편집자 주]지난 2023년 11월 8일 고양지원 401호. 오전에 장진영 사진작가 사건 때문에 재판에 참석했다가 '전쟁 없는 세상
시민 이기주가 기자 이기주가 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 '한 장면'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산 소 수입을 반대하는 일명 '광우병 시위'에서 시민 이기주는 늦은 퇴근길 시민들이 곤봉으로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았다. 해외 영업에서 일을 배워 돈 많이 버는 사업가가 될 생각을 했던 3년차 직장인이었던 이기주는 이 이상하고 불편한 상황이 못내 불편했다. 그리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시민 이기주의 '상식'이 종내 그를 늦깍이 기자로 만들었다. '한 장면'을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은 결국 '날리면? 바이든?'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저 먼 우주나 깊은 바다, 땅속, 혹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일 그리고 그 내일들이 이어지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건 강력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예전 사람들은 신탁(神託)에 기대 그 궁금증을 풀고자 했고, 지금도 점 등을 보며 개인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하 )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해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 가까운 미래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3회에 걸쳐 《2024 세계대전망》이 전하는 미래 - 20
1회에서 읽었듯 전두환은 1979년 2월 보안사령관에 임명되며 박정희를 축으로 하는 유신 권력 내부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대통령 유고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 권력을 잡기란 영화 에서 정우성이 경복궁 30경비단 앞 철조망을 넘기보다 1백배 더 복잡하고 난관이 많다. 전두환은 물론 영화에서도 드러나듯이 치밀하고 담대하고, 때로 인간 심리를 역이용할 줄 아는 도박꾼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가능했을까?도서 《남산의 부장들》 저자인 김충식 작가는 전두환이 톱에 오른 비결로 본
인간의 산업활동에 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의 증가 그리고 그로 인한 대기온도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한 지 200년이 넘었고, 대기온도의 변화가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국제협상이 시작된 지도 30년이 넘었다. 인류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실질적 대응은 늦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은 있었는데, 정작 ‘지갑을 열고’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시점이 되자 대부분의 국가에서 퇴행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매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모이는 당사국총회(Conference
이란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문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다. 사우디 아라비아, 튀르키예, 이란, 이집트 등은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 역사와 문화에서 중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다. 런던의 윤영호 객원 칼럼니스트가 다시 나섰다. 필자 아리프 케스킨(Arif Keskin)은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서 이란의 타브리즈대학과 튀르키예의 앙카라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란의 정부와 민간은 이-팔 문제에서 계속 입장이 엇갈려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발발 46일 만에 나흘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하마스는 50명의 인질을, 이스라엘은 150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 수감자를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휴전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후 장기 휴전의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고 전쟁이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희
바닷가에 털썩 주저앉은 채 미국 흑인 소설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를 읽고 있는 남자의 모습. 독서 삼매경처럼 보이는, 가을날 독서 캠페인의 한 장면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가슴을 빙 두른 자전거 자물쇠 체인이 보인다.10월 25일, 멕시코 서북부 바하캘리포니아주 티후아나 국경의 해변 지역에서 4명의 멕시코 활동가들이 '우정은 찬성, 장벽은 반대'라는 모토 아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에 자전거 자물쇠 체인으로 몸을 묶는 시위를 벌였다. 활동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처음 설치된 국경 장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