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 별자리가 있다. 바로 북두칠성이다. 7개의 별이 국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그런데 서양 별자리에서 북두칠성은 독립적인 별자리가 아니다. 큰곰자리에서 엉덩이와 꼬리에 해당하는 별의 무리다. 양쪽의 끝별 2개를 제외하고 5개의 별은 같은 성운에서 태어난 성단의 일원이다. 북쪽을 알려주는 북극성을 찾을 때 북두칠성의 국자 부분 끝 두 별을 이어서 찾을 수 있다. 봄밤에는 해가 질 때 북동쪽에서 떠올라 한밤중에 천정을 지나 새벽에 북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밤새 볼
현대인에게 반도체는 공기와 같다. 어디에나 있고, 그것이 없으면 사실상 (현대인으로서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한국 경제에 있어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우위를 가진 몇 안 되는 상품 중 하나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면서, 경기가 안 좋을땐 한국 경제를 수렁에 빠트리는 주범쯤으로 몰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반도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서 지난 수십 년간 만들어진 제조-공급망의 재편을 둘러싸고 미중일 등 강대국들이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29일 이 개최한 '전문가를 위한 반도체, Now' 포럼에서 기조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다섯 번째 수상이다. 베를린 영화제에 다녀온 이향진 필자는 홍상수의 수상을 '베를린 영화제가 지켜온 작은 전통'이라고 부른다. 언뜻 영화는 정치적인 함의가 1도 없어 보이지만, 영화에 사용된 윤동주의 시는 그런 재빠른 재단이 얼마나 경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홍상수의 힘! 금곰상 수상작은 아프리카의 다호메이 왕국(현 베냉)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의 반환 과정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폭력은 지금도 세상의 중심 혹은
태양 표면에 나타나는 까만 점을 흑점이라고 한다. 주변의 온도보다 낮아서 까맣게 보이는데, 태양 빛을 줄여주는 태양 필터를 장착한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흑점은 망원경이 발명된 1610년 이후에 처음으로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망원경이 발명되기 휠씬 전인 2천년 전, 중국에서 먼저 흑점을 관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아시아 전설에는 삼족오(三足烏)라는 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가 태양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흑점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밝은 빛 때문에 맨눈으로 잠시 쳐다보기도 쉽지 않은 태양에서 어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주목 대상이다. 합계출산율에서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된다. 한국만 저출생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저출생 경향이 커지면서 걱정이 크다. 인구 문제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였던 프랑스도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인구 재무장’을 호소했다. 저출생이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은행은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키를 쥔 것은
금융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ESG가 주행 중 턱에 걸렸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내로 묶어두자는 국제사회 합의에도, 이를 위한 행동은 작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가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10명 중 7명을 넘겼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를 위한 대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그린피스로 적을 옮긴 신지윤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금융 활동인 '기후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와중에 불거지는 ESG 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대만 총통 선거가 민진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진당은 3연임을 이뤄냈고, 대만호를 이끌 수장으로 라이칭더가 등장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발, 독립국가 대만을 목표로 움직이는 민진당의 연임은 양안 관계를 비롯, 세계에 그 여파를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대만이 영원히 중국의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먼저 대만 경제의 숨통을 죄는 것으로, 특히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세적 대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를 위시해 첨단 산
메디치미디어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태평양세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임스 레이니 '미국과 세계' 6회차 강연이 1월 15일 열린다.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칼 아이켄베리 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기? 전쟁 양상, 외교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이끈다.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연구,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겸임교수, 칭화대학 슈와츠먼 칼리지 방문교수 등으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오는 12월 15일 수잔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미·중 전략 경쟁, 출구는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메디치미디어 과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미국 태평양세기연구소가 지난 9월부터 진행하는 '미국과 세계' 강연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강연이다.수잔 손튼은 1991년부터 미국 국무부 유라시아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던 고위 외교관으로, 현재는 예일 법학대학원 폴 차이 중국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8년 7월까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맡았으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고려거란전쟁〉은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국가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실제 역사로서 '고려거란전쟁'은 당대 동아시아 최강의 패권국 거란에 정면승부로 맞서 승리해 나라를 지키고, 이후 고려-조선-대한제국-(일제강점기)-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긴 역사의 초석을 놓은, 한반도 역사 이래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2010-18년 민선 5,6대 관악구청장으로 재임하며 우리나라 3대 호국영웅 중 한 명인 강감찬을 내세워 '강감찬 도시브랜드' 사업을 펼쳤던 유종필 위원장이
드라마 이 화제다. KBS의 공식 소개는 한 줄로 끝나지만 메시지는 강력하다. “당대 최강국 거란과의 26년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려의 번영과 동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이룩한 고려의 황제 현종과 강감찬을 비롯한 수많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귀주대첩이 될 터인데, 어쩐 일인지 많은 이들이 귀주대첩을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처럼 강물을 막았다 터뜨려 수공(水攻)으로 요나라의 대군을 물리친 사건으로 기억하곤 한다(고려군의 수공은 전쟁 초기에 있었고 결정적인 전투는 아니었다). 귀주대첩
아침 출근길 지하철, 휴대폰에 코박고 있는 동료시민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무슨 재미난 걸 보시나 힐끔하면, 높은 경우의 수로 에버랜드의 판다가족 동영상이다. 고백하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3년 국내 첫 자연번식의 산물 푸바오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면, 요새는 생후 백일을 넘겨 걸음마를 시작한 루이바오, 후이바오 쌍둥이 자매의 잔망애교 덕에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도 하루의 시작이 평화로울 수 있으리라.판다에 몰두하는 오늘 여기의 현상은 각박한 경쟁의 한국사회를 관찰하는 사회심리학적 주제인데, 국제적인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에 의해 계획된 전쟁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은 1위 국가 영국과 2위 국가 독일 간의 우발적 전쟁이었다. 자유무역이 왕성한 가운데 영국, 독일 간에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지금은 바로 그 1차 대전 직전과 비슷하다. 신냉전이 아니다.’많은 학자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을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비에트 러시아 간의 냉전에 비유하고, 니얼 퍼거슨 같은 학자는 아예 지금을 신냉전이라고 분류한다. 고한석 필자는 지금은 냉전 때와 달리 한 국가 내 이념과 계급의 대립이 약하며,
해수면 온도는 기후와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다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4분의 1을 흡수하는데,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 그만큼 대기의 총이산화탄소량은 늘어나는 셈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지니 해수면 상승도 더 부추겨진다.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는 물론 해안도시(카이로, 자카르타 뿐 아니라 LA, 런던, 코펜하겐도 포함된다)도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태평양 남미 부근의 적도에서 3~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리뇨는 지역 온도를 2~3℃도씩 높인다. 이로 인해 미국 서남부에는 폭우가, 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개전 1달여가 되어 간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전개 중이며, 개전 1달 동안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시민은 1만여 명에 달한다. 은 여러 기사를 통해 팔-이 전쟁을 다양한 시각과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세계가 어떤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외교 전문가 샨리 바하디르 코츠 연구원은 중동 문제의 오래된 당사자인 튀르키예(오스만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글을 전해왔다. 샨리 연구원의 섭외 및 기고 번역은
#. 추석, 그대는 어디서 오셨는가, 그대는 누구인가“봄에는 아침 햇볕이 좋고, 가을엔 저녁 달빛이 좋다”# 추석1. 중국의 유교 5경 중 하나인 예기에 '조춘일, 추석월'이 나온다. 봄에는 아침 햇볕이 좋다, 가을에는 저녁 달빛이 좋다는 뜻이다. 저녁 달빛이 좋은 가을, 참 멋지다.# 추석2. '중추'와 '월석'의 조합이다. 동아시아에서는 1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나눴다. 이것이 '계'다. 4계는 다시 3개월로 구분했다. 그게 '절'이다. 그래서 계절이다. 계절 안에 한 달이 있는데, 한 달을 다시 월초에 있는 '절
메디치미디어와 피렌체의식탁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및 미국 태평양세기연구소(PCI, Pacific Century Institute)와 공동으로 《미국과 세계》라는 주제의 ‘제임스 레이니(James Laney Lecture Series)’ 강좌를 2023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0개월(12회차, 온/오프라인) 동안 개설한다.이 강좌의 목적은 미국의 저명한 학자와 전직 관료들을 직접 초대해, 이들과 토론을 통해 미국 외교 정책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관계를 증진해 나가는 데 있다. 제임스 레이니 강좌의 모든
아세안 정상회의(인도네시아)와 G20회의(인도)까지 열려 초가을 아시아 외교가는 분주했다. 결과는 밋밋하다. 아세안 회의에는 바이든과 시진핑이 빠졌고, G20회의에는 북방의 두 축, 러시아(푸틴)와 중국(시진핑)이 불참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일부 소강상태에 빠진 점,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 역내 주요국의 선거 랠리가 내년초부터 시작되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 주요국의 정치경제 상황은 실제로 만만치 않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내년 1월 대만의 총통선거부터 11월의 미 대선까지 격랑이 예상된다. 2024-2025년의 아시아를
러시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가,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기고해 왔다. 포커 판의 블러핑(Bluffing, 허풍)이라고 할 수 있지만 푸틴, 메드베데프, 바이든 대통령 등 관련자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이미 벨라루스에는 러시아의 전술핵이 배치 완료됐다. 참혹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점치는 자료로 그의 글을 검토해 본다. [편집자 주]✔ 골프장 여전히 문전성시, 대도시의 일상은 평온✔ 장기화되면서 양쪽 모두 용병 전쟁 양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Cruise)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절반 구역 내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된다. 안전하고 편안하다. 이용료는 우버의 절반쯤. 자동차의 미래다. 세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지만 그곳을 만든 것은 스탠퍼드 대학이다. 연구 개발의 정신과 자수성가의 프런티어 정신이 결합해 학교와 기업을 낳았다. 마약 중독자, 도심 공동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혁신, 기회, 유레카 같은 단어가 더 떠올랐다. ‘우리’ 안에 생각보다 미국이 많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 여행이기도 하다. 지리학자의 문화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