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2. 05.13, 00:00

[류영재 동영상 칼럼] “한국처럼 대법원장 권한이 많은 나라 없다…힘의 분산·견제가 핵심”

By | 2019년 12월 20일 | 정책

2016년 겨울을 달군 촛불시위의 동력은 국정농단 사태였다.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법치의 근간이 무너진 데 대한 분노가 분출돼 역사상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그 즈음 한 판사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졌다. 사법부의 진상규명 및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법농단의 실체는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진 이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개혁의 폭과 내용, 속도에 관해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법관 경력 9년차인 젊은 법조인이다. 그는 최근 ‘힘의 역전’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메디치포럼에서 ‘사법권력에 대한 국민의 통제, 가능할까’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 뒤 “우리 국민들이 (사법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10년, 20년 후에 사법농단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말미에는 법원 권력을 향한 직언(直言)을 쏟아냈다. “판사가 회사원이 돼선 안 된다”, “판사가 법원장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시민사회, 시대정신, 재판 당사자를 의식해야 한다”, “군부독재시대에 행해진 고문과 민주화운동의 많은 희생에 관해 법원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권력 분산과 관련해선 “우리나라처럼 대법원장이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가 없다”고 역설했다.

류 판사가 제시한 사법개혁의 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수직적·폐쇄적 사법행정 구조를 수평적·개방적 회의체로 바꾸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좌지우지하는 법원행정처 구조를 시민사회 참여가 담보되는 사법행정회의 구조로 바꾸고 각급 법원의 수직적 사법행정권 행사 구조를 수평적 회의체 형식으로 변화시키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입법을 통한 사법행정회의의 신설, 법원행정처의 탈(脫)판사화, 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둘째, 법관인사제도를 개편해 ‘사법 관료화’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법부장 직급제·승진제 폐지 △법원장 추천제 도입 △재판 중심 인사평정 △법관 전보인사 축소를 제안했다.

셋째, 사법의 공개 및 투명성 확대다. 법원 내부에서 논의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판결문 공개 △(법관에 대한) 외부평가 및 다면평가 △법관 징계절차 공개 및 시민 참여의 절차적 보장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사법개혁을 향한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류영재 판사의 발표 내용을 15분 동영상으로 싣는다. 30대 후반의 류 판사는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비(非)법대 출신의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법(2011년)을 시작으로 서울 남부지법, 춘천지법에서 근무해왔다. [편집자]

최신기사 링크

[유정훈 칼럼] 여성을 돕는 남성 배우자(supportive spouse) 열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절단의 대표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방한하며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낯선 표현이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엠호프는 아내의 부통령 취임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바쁜 변호사 일을 접고 워싱턴의 로스쿨로 자리를 옮겼다. 비록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경력 단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성이 아내 직장에 따라 자신의 커리어와 거주지를 조정한다는 것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20세기 영국에는 이미 여왕이 될 공주와 결혼하며 해군 커리어를...

[윤영호가 채집한 목소리] 발트해의 ‘꽃 밀수꾼’ 할머니

5월 14일 0시를 기해 러시아는 핀란드로 가는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전쟁의 긴장감은 발트해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에!라!리! 북쪽에서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른바 발트3국이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에스토니아에 살고 있는 디아나의 할머니는 꽃다발을 들고 국경너머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다가 ‘꽃 밀수꾼’이 되었다. 디아나 가족의 여자 4대와 전쟁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에스토니아에 살며 작품활동하는 라트비아 예술가 디아나 러시아어...

[박상윤 칼럼] 미국 검찰이 한입으로 두말을 하는 걸까?

한국 검찰의 수사권 유지, 축소 문제를 두고 미국 검찰의 사례가 상반되는 두 진영에서 함께 인용되고 있다. 수사권 유지론자와 축소론자 모두 “선진국 미국은 이렇게 한다”고 제 논에 물을 대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또한 엄청난 논거와 입증의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변호사이기도 한 필자는 진실공방에 앞서 반대 입장에서 설득력 강화의 물을 길어오도록 당부한다. 이를테면 검찰 수사권을 옹호하는 쪽에선 흑인의 인권을 침해한 미국 경찰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국민들에게서 정당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