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금리, 환율이 무섭게 치솟아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2023년에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취약계층 안전망의 토대인 사회복지 영역에서, 올해보다 예산 규모가 줄어든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주택과 고용지원금 등의 분야가 그렇다. 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6조3000억 원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반지하 방을 없애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임대주택 예산을 뭉텅이로 없애니, 가난한 이들이 몸을 누일 곳은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앞서 2023년 예산안의 전체상을 소개했던 이상민 필자가 이번엔 사회복지 예산에 분석의 칼을 댔다. 어느 사업에서 예산이 줄고, 어느 사업에서 예산이 늘었는지 상세하게 살피다 보면, ‘악마도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정확하게 알아야, 바로잡을 수 있다. [편집자 주]

올해보다 51.6조원이 감액되고, 83조원이 증액된 내년 예산 639조원639조원의 예산안 파악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적극적 확대도 긴축도 아닌 내년도 5.2% 총지출 증가율사회복지 예산과 임대주택 사업 예산은 대폭 감소고용보조금은 대폭 감액,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사업은 증액노인인구 증가와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복지지출은 증대

사진:셔터스톡

먼저 2023년 예산안의 총량적 의미를 정리해 보자.

첫째, 지난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확장재정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긴축 또는 건전재정을 펼친다는 것은 오해다. 문 정부도 초기(2017년, 18년)는 긴축재정을 편성했다. 코로나19 때는 강요된 확장재정을 펼쳤으나 증가된 재정 규모는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첫 해 2022년 2차 추경을 통해 재정을 확대했다.

둘째, 내년도 5.2% 총지출 증가율은 애매한 규모다. 적극적 확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축도 아니다. 정부는 따뜻한 복지와 건전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예산안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실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예산안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5%가 넘고, 노인인구가 5.7%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해 보자. 5.2% 총지출 증가(복지 분야 5.6% 증가)는 사회적으로는 긴축예산이다. 반면, 총수입이 2.8%만 증가하는 상황에서 총지출 5.2% 증대는 긴축은 물론 건전하지도 않은 규모다. 재정수입 대비로는 확장 예산안이다.

셋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커녕, 다 놓칠 수밖에 없다. 둘 다 놓친 이유는 감세의 영향이다. 내년도 국세수입이 1%만 증대하는 상황에서는 누가 예산안을 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밖에 없다.

639조원의 예산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를 파악한다

이번에는 구체적 내용을 분석해 보자.2023년 대한민국이 수행하는 모든 예산사업은 총 8435개다. 필자는 대한민국이란 639조원을 8435개 사업에 지출하는 정치집단이라고 여긴다. 즉, 639조원의 예산안을 파악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운데, 올해보다 감액된 사업도 있고 증액된 사업도 있다. 감액된 사업은 총 3616개다. 증액된 사업은 4281개다. 감액된 사업도 많고, 증액된 사업도 많다. 정부가 바뀌어서 본질적인 변화가 온 것일까? 2022년 올해 예산안은 어땠을까? 전년(2021년)보다 감액된 사업은 3343개였다. 그리고 증액된 사업도 4618개이다. 최소한 감액, 증액 사업 개수만 보면 올해나 내년이나 그리 ‘혁명적’ 변화가 초래된 것은 아니다.

감액은 종료 사업 포함, 증액은 신규사업 포함

그렇다면  어떤 사업이 3616개나 감액되었을까? 그리고 증액된 4281개 사업은 뭘까? 이 사업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내년도 예산안 분석의 핵심이다. 3616개 감액사업의 총합은 -51.6조원이다. 그리고 4281개 증액사업의 총합은 83조원이다. 즉, 내년도는 올해보다 51.6조원이 감액되고 83조원이 증액되었다.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줄었다

우선 51.6조원의 감액사업 정체를 밝혀보자. 가장 많은 금액이 감액된 사업은 사회복지 분야다. 올해보다 감액된 사업이 13.2조원이다. 반면, 사회복지 분야에서 증액된 액수도 24.1조원 규모다. 즉, 감액도 많이(13.2조원) 되었지만 증액도 많이(24.1조원)되어서 순증액은 10.5조원이다.

현 정부를 싫어하는 야당 등은 감액된 13.2조원에 해당하는 사업들만 줄곧 얘기하면서 ‘민생파탄’ 정부라고 욕한다. 반대로 현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증액된 24.1조원만 언급하면서 따뜻한 복지를 달성했다고 믿고 있다.  합리적 논쟁이 아니다. 정파적인 입장에 따라 보고싶은 것만 보고 확증편향만 깊어지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감액된 13.2조원과 증액된 24.1조원의 정체를 파악해 보자.

자료제공: 이상민(2022) 2023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의 모든 것

사회복지 분야는 12개의 부문으로 나누어진다. 고용, 공적연금, 기초생활보장, 노인, 주택 등의 하위 부문으로 나누어져서 관리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 13.2조원 감소의 핵심은 주택 부문이다. 주택 부문에서만 6.3조원이 줄었다.

자료제공: 이상민(2022) 2023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의 모든 것

임대주택 사업, 6.3조원 감소

주택 부문에서 총 6.3조원이 감액되고 4조원이 증액되었다. 순감액 규모만 2.4조원이나 된다. 특히, 주택 부문 감액의 핵심은 임대주택 사업이다. 임대주택(융자)사업과 임대주택(츨자) 프로그램만 총 6.2조원이 감액되었다. 물론 주택 부문에서 증액된 사업도 있다. 바로 분양주택 사업에서 1.1조원 증액되었다. 분양주택 사업에는 ‘역세권 첫집’, ‘청년원가주택’ 등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감액사업의 핵심이 주택 부문, 특히 임대주택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정부는 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드는 대신 분양주택 부문이 1.1조원 늘어나지 않았느냐고 강변할지 모른다. 물론 분양주택 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반지하 거주를 불법화하려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임대주택 사업의 희생을 통해 국정과제 사업인 분양주택 공급을 이루려는 발상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비례도 맞지 않는다. 희생된 임대주택 사업은 6.2조원인데 분양주택 사업 증대는 1.1조원에 불과하다.

자료제공:이상민

복지 분야 감액의 두 번째 이유는 고용 부문이다. 고용 부문이 감액된 이유는 고용창출 프로그램과 고용안전망 확충 프로그램의 감액 때문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속한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0.8조원, 내일채움공제 -0.7조원, 고용창출장려금 -0.5조원, 일자리안정자금 -0.5조원, 구직급여 -0.3조원 등의 감액 때문이다. 대신 직업능력개발 사업은 0.3조원 증대했다. 내일배움카드가 전년보다 0.2조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진:셔터스톡

고용보조금 크게 줄고, 직업능력 개발 예산 조금 늘어

한마디로 말해서 직접적 고용보조금은 감액한 대신,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사업은 증액했다.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현재의 고용창출장려금, 내일채움공제, 일자리안정자금 등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어서 감액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한 사업 가운데 일부 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감액되었다면,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체 사업의 구상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고용창출 관련 순감액은 2.9조원인데 직업능력 개발 순증액은 0.3조원에 불과하다. 이 또한 비례가 맞지 않는다.

자료제공:이상민

사회복지 분야의 주요 감액 이유를 파악해 봤으니 이제는 증액의 이유를 살펴보자. 사회복지 분야 전체에서 증액된 금액은 24.1조원이다. 그런데 공적연금 부문 증액 금액만 8.9조원이다. 그리고 노인 부문에서 3.2조원, 기초생활보장 부문에서 2.4조원이 증액되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연금에서 증액된 금액만 10조원이 훌쩍 넘는다는 의미다. 이는 전적으로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상승에 기인한다. 각종 연금 지급액은 모두 법적의무지출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액을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 노인인구 증가 정도와 물가상승률에 따라 자동으로 계산되는 금액이 지출된다. 내년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7% 증대하고 물가상승률은 5%가 넘는다. 법적으로 10% 이상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정책적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지출 증대,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 영향이 커

또한,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관련 지출이 상승한 것을 적극 홍보한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 지출도 법적의무지출이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준 중위소득이 인상되었다. 기준 중위소득이 인상되면 자동적으로 기초생활보장 관련 지출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결국, 복지지출 증대는 물가상승과 노인인구 증대에 따른 법적의무지출 증대로 해석 가능하다.

자료제공:이상민

이제 정리를 해보자. 내년도 예산안은 총 639조원으로 올해보다 51.6조원이 감액되고, 83조원이 증액되었다. 가장 많이 감액된 분야는 사회복지 분야다. 사회복지 분야 감액 금액이 13.2조원이고, 증액 금액도 24.1조원이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감액된 13.2조원에 속한 사업만 찾아서 비판거나, 증액된 24.1조원의 사업만 찾아서 홍보하는 것이 내년도 예산안 논의의 현재 수준이다.

사회복지 분야 사업의 핵심은 주택 부문과 고용 부문이다. 이는 임대주택 관련 사업이 크게(-6.2조원) 감액되고 고용 창출(-3.6조원)이 감액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분양주택 관련 사업(1.1조원)과 직업능력개발 관련 사업(0.3조원)이 증액되었지만 비례가 맞지 않는다. 특히, 분양주택 사업은 임대주택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반지하 참사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반면, 증액된 사업의 핵심은 국민연금(5.6조원), 공무원연금(2.6조원), 기초연금(3조원)이다. 이는 모두 법적의무지출로 노인인구 증대와 물가 상승이 반영되어 자동으로 산출된 결과다. 또한, 정부가 자랑하는 기초생활보장 부문도 2.4조원 늘어나긴 했으나, 이 역시 법적의무지출이다.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된 기준 중위소득 인상이 자동으로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의 지급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도 복지예산 증대는 노인인구 증대와 물가상승에 따른 결과라고 요약할 수 있다.

물론 법적의무지출만 증대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관련 지출은 올해보다 0.7조원(11%)가량 증가했다. 특히, 장애인이동권 예산(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지출은 무려 두 배 이상(0.1조원) 늘어났다. 그런데 장애인이동권 예산 증대는 정부의 시혜일까 아니면 장애인이동권 투쟁의 열매일까? 이것이야말로 정부 예산안 심의과정에 관심 있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할 분명한 이유다.


글쓴이 이상민은분석하는 게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