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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8.15. 00:00

[윤영호의 런던아이] 누가 영국의 새로운 총리가 될 것인가?

By | 2022년 7월 15일 | 국제, 정치

차기 영국 총리로 리쉬 수낙과 페니 모던트 중 한 사람이 유력하다. 한국 사람들 눈에는 ‘영국 보수당’에서 벌어진 ‘인도계 비주류’와 ‘주류 백인 여성’의 대결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영국은 제국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사회 최상층에서는 인종적 관념이 거의 없다.
리쉬 수낙은 영국 정치인의 엘리트 코스인 옥스포드 PPE(정치-철학-경제학 연계전공) 졸업자로, 스탠퍼드 MBA를 취득했다. 처가는 인도의 재벌이다. 흔히 재무장관으로 번역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챈슬러’는 장관 중 한명이 아니라 영국 내각의 부동의 서열 2위이며 때로는 총리보다 실세인 경우도 있다. 수낙은 그래서 보수당의 핵심 주류이며 이게 오히려 약점이다. 페니 모던트는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남쪽 해안도시인 포츠머스 출신으로 레딩 대학을 졸업했는데, 집안에서 첫 대학졸업자였다. 아버지는 공수부대원이었고, 본인도 해군장교로 복무했다. 국방부와 무역부 장관을 맡긴 했지만, 수낙에 비할 수는 없다. 매우 상반된 두 정치인이 보수당의 최종 경선을 앞두고 있다. 자세한 뒷 이야기를 필자를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경마, 축제와도 같은 즐길거리, 영국 보수당 대표 선거
보수당은 쇄신으로 추락한 인기를 만회할 것인가
기득권에 대한 염증, 안보, 경제가 민심을 읽는 핵심어
국방장관 출신 페니 모던트와 인도계 리쉬 수낙이 1, 2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사진:셔터스톡)

경마, 축제와도 같은 즐길거리, 보수당의 당 대표 투표

150회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The Open)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시작되었다. 그곳까지 아홉 시간이 걸리는 운전이지만 신이 났다. 런던에서 출발한 차가 스코틀랜드에 진입하는 순간에 영국 보수당 대표 선출 1라운드 투표 결과가 나왔다. 차 안에 있던 네 명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환호성을 질렀다. 한 명은 제러미 헌트가 컷오프된 것에 환호성을 질렀고, 다른 한 명은 리즈 트러스의 적은 득표수에 기뻐했고, 한 명은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는 이유로 박수를 쳤다. 그걸 지켜보는 나도 덩달아 즐겁고, 뭔가를 깨닫는 느낌이었다.

BBC와 더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 노동당과 보수당 일부가 보리스 존슨 총리를 사임시킨 것이 정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당 대표, 즉 새로운 총리를 뽑는 과정은 혼란으로 보였지만, 영국인에게는 흥미에 가까웠다. 어느 다크호스가 등장하느냐는 관점에서 그것은 경마였고, 새로운 리더를 뽑는다는 관점에서 그것은 축제였다.

보수당의 새로운 화두: 정당 쇄신, 기득권에 대한 염증, 안보

젊은 당 대표 바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이준석은 보수정당에서 기존 정치인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당 대표가 되었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지현은 난파 직전의 최대 정당을 무난하게 수습했다. 이를 정당 쇄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영국 정치에도 나타나고 있다. 쇄신이라는 의미는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영국의 정치 쇄신은 여성 차별, 인종주의, 성소수자 혐오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은 총리 재임 중에 여성 차별, 인종주의,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한 일 처리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정당 쇄신이 영국 정치의 제1 화두다.

제2의 화두는 브렉시트의 퇴조다. 브렉시트가 이뤄졌고, 시골 백인 남성의 분노는 어느 정도 풀렸다. 그들의 목소리는 지난 몇 년간 영국 정치에서 과대 대표되었다. 브렉시트는 여전히 정치적 이슈지만 더 이상 선거에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브렉시트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의 목소리가 중요해졌다.

제3의 화두는 기득권에 대한 염증이다. 보리스 존슨, 테레사 메이와 데이비드 카메룬이 최근 영국 총리였다. 모두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이며, 보리스 존슨과 데이비드 카메룬은 이튼 컬리지 때부터 친구다. 명문 사립학교와 옥스브리지로 대표되는 엘리트 교육이 영국의 특징이지만, ‘너희들끼리 다 해 먹는가?’라는 반감은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다.

제4의 화두는 국가 안보다. 러시아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 크고, 영국인 상당수는 지금이 전시라고 생각한다. 안보를 책임질 자질은 리더 선발에 중요한 쟁점이며, 국방비 증액도 주요 이슈다.

여전히 중요한, 가장 오래 된 고민거리는 역시 경제

새로운 화두 못지않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경제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여 독립한 자녀가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 주는 영향은 심대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못지않게 서민 삶을 옥죄고 있다. 영국은 어느 나라보다 금융이 발전한 나라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많은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은 서민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두 개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데 이는 가능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방관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지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도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언젠가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 시간 간격이 길수록 집권당의 수명은 짧아진다.

영국에서는 일상이지만 유난히 두드러진 여성, 소수인종 후보

영국은 새로운 보수당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7월 11일 발표된 보수당원 여론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인물이 1위를, 정말 생소한 인물이 2위를 차지했다. 페니 모던트(Penny Mordaunt)가 19.60%를 받아 1위, 케미 바데녹(Kemi Badenoch)이 18.68%를 얻어 2위가 되었다. 그 뒤를 리쉬 수낙(Rishi Sunak), 수엘라 브래버만(Suella Braverman), 리즈 트러스(Liz Truss), 톰 투겐핫(Tom Tugendhat), 제레미 헌트(Jeremy Hunt), 나딤 자하위(Nadhim Zahawi), 사지드 자비드(Sajid Javid) 순이었다.

조사 대상 10명 중에 여성이 1, 2, 4, 5등을, 소수민족 출신이 2, 3, 4, 8, 9등을 차지했다. 여성과 소수민족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2위 케미 바데녹은 42세의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이다.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나이지리아에서 보냈고, 16세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서섹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지방정부, 신앙 및 지역사회 장관을 역임했다. 여성이며, 소수민족이며, 젊고,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았으며, 때묻지 않은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당원 선호도 조사에서 깜짝 2위를 했다. 변화의 상징으로 이준석이나 박지현에 버금가는 좋은 후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 경험이 짧은 단점 때문에 동료 국회의원의 지지를 많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3위 리쉬 수낙은 많은 사람이 차기 총리로 손꼽았던 인도계 영국인이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며, 코로나 시기에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높은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3위에 그쳤다. 윈체스터 컬리지를 나오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PPE)을 전공했으며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화려한 엘리트 코스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장인이 인도 재벌이라는 것, 처가 비즈니스의 러시아 연계설이 단점이다. 무엇보다 ‘또 옥스퍼드인가?’라는 정서를 극복해야 하며, 보리스 존슨 내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경력이 재정부에 한정된 것도 단점이다. 그러나 경제를 가장 잘 아는 후보라는 이미지는 장점이다.

재정부 장관 시절 내각 회의를 위해 다우닝가 10번지에 들어서는 리쉬 수낙. (사진: 셔터스톡)

 

4위 수웰라 브래버만은 부모가 모두 아프리카에서 온 인도인이다. 케임브리지를 졸업했고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는 어토니 제너럴(Attorney General)을 맡았다. 왕실과 내각에게 법률 자문을 책임지는 자리다.

8위 나딤 자하위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다. 11살 때 사담 후세인이 정권을 잡자 부모님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해 왔다. UCL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사실상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재정부 장관이다.

9위 사지드 자비드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다. 엑시터 대학에서 경제학 정치학을 전공했다. 보수당 정권에서 내무부, 복지부, 문화부, 재무부 장관을 두루두루 거쳤다.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그런 경력이 변화라는 화두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단점이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에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총 10명의 여론조사 대상자 중에 다섯 명이 소수민족 후보였고, 후보 등록을 마친 8명의 후보자 중에 네 명이 소수민족 출신이다.

소수 민족 출신 후보가 뉴스가 되지 않는 영국

소수민족 출신이 많은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영국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영국은 출신을 공개적으로 따지지 않으며, 출신을 묻거나 대답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 사람은 영국에서 불쾌한 사건이 벌어지면, 일을 저지른 사람의 출신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같다. ‘그 사람의 출신 문제를 여기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프리미어 리그 축구에도 국내 성장(home grown) 여부가 중요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도 국내 학생과 국제 학생 구분이 있지만, 그것은 국적에 따른 구분은 아니다. 어디서 공부했느냐, 어디에 세금을 냈느냐가 판단 기준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수민족 출신의 두각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현상이 보리스 존슨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보리스 존슨이 큰 인물이 될 만한 정치인을 잠재적 경쟁자가 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내각에는 전통적으로 차기를 노릴만한 인물이 포진한다. 그들을 빅 비스트(big beast)라고 한다. 윈스턴 처칠, 마가렛 대처, 테레사 메이 내각에는 빅 비스트가 많았지만, 보리스 존슨 내각에는 예스맨만 있었다는 비난이 있다. 보리스 존슨이 유력한 차기 주자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 신인이나 소수민족 출신이 차기 또는 내각 주요 자리를 염두에 두고 당 대표에 출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 인물의 부각은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미술을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고 소수자 문화가 과소 대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왔다. 소수자 입장에서 그것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조금씩 결실 과정을 보고 있다.

마라톤과도 같은 영국의 당 대표 선출 과정

당 대표 경선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0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국회의원 투표 1라운드가 진행된다. 30표 미만을 득표하는 후보는 모두 탈락한다. 30표 이상 득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가 계속 진행되고, 매번 꼴찌가 탈락한다. 8명이 입후보자 중에 제러미 헌트와 나딤 자하위가 1차에서 컷 오프 되었다. 2차 투표에서는 수엘라 브래버만이 탈락했다. 남은 다섯 명의 후보가 두 차례 TV 토론을 진행하고, 3차 투표에 돌입한다. 3차, 4차, 5차 투표에서 최하위가 한 명씩 탈락하고 마지막 두 명이 남게 된다. 두 후보를 놓고 당원 투표를 하며, 우편 투표가 집계되는 9월 5일에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새롭게 선출된 대표는 당일부로 영국 총리가 된다.

누가 최종 2인에 들고, 누가 승리할 것인가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리쉬 수낙이 1차와 2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동료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았다. 최종 2인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후보가 세율 인하를 공약하고 있는 가운데 세율을 인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덕에 동료 의원과 당원들에게 가장 진지한 후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페니 모던트 (사진:셔터스톡)

다른 한 사람은 당원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페니 모던트다. 공수부대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둔 그녀는 해군 준위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해군 예비군으로 편재되어 있다. 테레사 메이 내각에서 영국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되었다.

페니 모던트는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면서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보리스 존슨의 인기가 바닥인 지금은 그러한 사실이 호재로 작용한다. 빅 비스트가 될 수 있는 그녀를 보리스 존슨이 견제했다고 보는 것이다.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먼 그녀의 교육 이력도 옥스퍼드 출신에 신물 난 유권자의 마음을 달래준다.

그녀는 조지 부시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해외 공보 담당관을 지냈고,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는 무역 정책을 총괄했다. 국제 감각이나 경제 감각도 두루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종합 점수 1위를 달리기에 손색이 없는 경력이며, 노동당 지지자들에게도 큰 거부감이 없다.

입후보자가 확정되고 진행된 당원 여론조사에서 페니 모던트는 1대 1 대결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적 차이로 앞섰다. 리쉬 수낙과는 67%대 28%로 앞섰고, 리즈 트러스는 55%대 37%로, 케미 바데녹은 59%대 30%로, 톰 투겐핫은 64%대 26%로 앞섰다. 페니 모던트가 의원 투표에서 최종 2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무난히 당 대표로 당선될 것이다.

스포츠 베팅 업체 역시 페니 모던트의 승리 예상

영국 정치를 가장 잘 예상하는 곳은 베팅업체다. 스포츠 베팅업체가 지급하는 상금 규모가 가장 정확한 확률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7월 12일 세인트 앤드루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본 래드브록스(Ladbrokes)의 배당은 리쉬 수낙이 7/4(4원을 베팅하면 7+4를 받음), 페니 모던트가 2/1(1원을 베팅하면 2+1원을 받음), 리즈 트러스가 11/4(4원을 베팅하면 11+4를 받음)이었다. 리쉬 수낙을 페니 모던트가 따라잡고 있었다. 1차 2차 라운드 투표가 종료되고, 디 오픈 1라운드가 끝난 7월 14일 저녁의 확률은 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페니 모던트가 8/11(11원을 베팅하면 8+11원을 받음), 리즈 트러스가 3/1, 리쉬 수낙이 7/2이었다. 두 차례 투표에서 리쉬 수낙이 최다 득표를 했지만, 페니 모던트의 승리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승리는 페니 모던트의 것이다.

보수당은 자발적인 쇄신으로 인기 하락을 멈출 것인가

뉴스에서 사라진 노동당은 보리스 존슨과 보수당의 인기가 바닥인 상황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노동당은 보수당의 쇄신으로 보수당 인기 하락이 멈출 것을 걱정한다. 사임을 선언한 보리스 존슨 총리와 그 내각을 즉시 불신임하고 조기 총선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점이 노동당이 경제와 정치를 잘 읽지 못하는 지점이다. 만일 보리스 존슨 체제로 총선을 치르면 노동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당이 당 대표를 바꾸고 지금 선거한다면 승률은 반반이다. 그러나 만일 2024년에 선거를 치른다면 더 높은 확률로 노동당이 이긴다. 영국이 직면한 문제는 영국의 문제이기도 하며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기 힘들다. 인플레이션은 잡기 어렵고, 잡는다고 해도 큰 희생이 따른다. 잡지 못하면 재앙이고, 잡아도 문제다. 노동당에는 꽃놀이 패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초기에 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비난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나라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여론 선호도 1위지만, 국가 안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경선에 참가하지 않은 국방장관 벤 월러스. (사진: 셔터스톡)

나라를 먼저 생각한다는 이미지 남긴 벤 월러스, 후일이 기대돼

언젠가 보수당 대표가 될 인물로 벤 월러스(Ben Wallace) 국방부 장관을 꼽는 사람이 많다. 노동당 지지자 중에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보다는 벤 월러스가 이끄는 보수당에 투표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안정감 있는 국방장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론 선호도 1위지만, 국가 안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리를 내놓을 수 없어서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많은 정치인이 기회주의자로 보이는 상황에서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이 진다면, 보수당의 대안은 벤 월러스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보다 나라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 보수당 리더가 되었을 때 보수당은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벤 월러스는 윈스턴 처칠이나 마가렛 대처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임 연설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자리를 포기하게 되어 매우 슬프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총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자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그 직책에 있는 사람은 그렇다고 단언했다. 가장 멋진 일자리에 제격인 후보자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의 남은 과정을 지켜보겠다.


글쓴이 윤영호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증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고, 카자흐스탄 증권사 겸 자산운용사인 세븐 리버스 캐피털(Seven Rivers Capital)에서 대표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 런던에서 자산을 운용하며 런던 라이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 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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