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에게 듣는 위기의 지구, 인류 생존 전략 특집 두 번째 방송 분. 이번에는 식량 위기 이야기이다. 그리고 식량 위기와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개념인 다양성, 그리고 공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 만큼이나 식량 확보가 중요한 우리 현실✔ 대부분의 잘 사는 나라들은 식량 수출국, 일본과 한국은 예외✔ 식물이 사라지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절이 오고 있는가?✔ 다양성의 힘, 자연은 지속적으로 섞이면서 살아 남았다.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

쌀과 달걀 외엔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의 식량 상황

민소장: 지금 우리가 위기의 지구 우리의 생존 전략 특집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식량 위기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재천: 저를 포함해서 제법 여러 분들이 그런 얘기를 사실 오랫동안 했거든요. OECD 국가 중에서 식량 대란이 벌어지면 가장 심하게 당할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거는 OECD가 이미 여러 차례 우리나라의 경고 한 거예요.

우리 쌀하고 달걀 빼놓고는 거의 모든 걸 해외에서 사다 먹는 나라잖아요.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식량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안 팔면 못 사잖아요. 이게 너무 간단한 얘기에요. 우리는 지금 반도체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잖아요.

민소장: 산업의 쌀이라고들 하지요.

최재천: 그거를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기계랑 반도체로 번 돈을 싸 짊어지고 식량 파는 나라에 가서 식량 좀 주시면 안 되겠냐고. 근데 그 나라에서 우리 먹을 것도 없어요, 그럼 끝이에요. 그냥 못 사는 거예요. 식량 문제가 제가 보기에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제 관찰에 의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민소장: 지금 식량 위기라는 것이 촉발된 원인을 분석해 주신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식량 위기, 조류독감 등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다양성

최재천: 지난번에도 제가 키워드로 다양성을 꼽았는데, 식량 위기에서도 저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옵션이 있으면 이쪽이 뭐가 안 되면 다른 걸 이렇게 좀 해볼 수 있는데. 전 세계가 식량에 관한 한 농작물에 관한 한 다양성이 굉장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경작을 하기 때문에 이게 아차하면 문제가 되요. 저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조류 독감을 앓고 있는 상황 가지고 식량 문제를 굉장히 열심히 거론해 왔거든요. 우리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짓을 참 오래 했습니다. 충청도 어디 오리 농장에서 조류 독감이 발발하면 곧바로 철새들을 손가락질을 합니다. 철새 때문에 그렇다 왜냐하면 데이터는 있거든요. 천수만 가서 철새 몇 마리 죽은 사체가 보이니까 걔네들을 조사해보면 고병원성 AI가 검출이 되요. 그러니까 철새가 옮겼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건 과학이 아니거든요. 소설도 이런 그런 소설은 아무도 안 읽어요. 

이제 제가 거의 20년을 강연한 이야기인데 시베리아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철새가 과연 우리나라 천수만까지 올 수 있을까. 저는 이것부터가 일단 의심스럽구요. 그 철새가 천신만고 끝에 천수만에 내려앉으셨다라고 치자. 철새는 무슨 억하심정에, 또 무슨 사명감에 농장에 사는 오리 친구들에게 이걸 옮길까요. 그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옮겼냐? 자동차가 옮겼고, 자동차 바퀴가 옮겼고, 사람이 옮겼어요. 여기서 문제는 무어냐면 철새는 죽어요. 그냥 죽지만, 그래도 몰살당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철새는 유전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개체들이 일부 죽어나가고, 그 빈자리는 면역이 있는 자들의 자손이 메웁니다. 그 다음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오니까 작년에 멀쩡하던 애들 중에서 일부 죽고, 또 고생하던 애들 자손들이 얼씨구나 하고 그 자리에 채우고. 이러고 사는 게 자연인데, 그 바이러스가 우리 오리 농장에 들어오면 뭐가 문제냐 우리는 똑같은 오리를 키우거든요. 유전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복제 오리 수준의 오리를 키우니까 어영부영 2, 3일 시간 끌다가는 그 5만 마리 죄다 감염이 되는 거죠. 이게 감당이 안 되니까 우리는 달려가서 걔네들을 죽입니다. 

농장의 오리들이 정중하게 한 마리 한 마리 생명체잖아요. 정중하게 한 마리씩 이렇게 목숨을 거둬들여야 맞는 건데. 그러자면 일주일이 걸릴지 열흘이 걸릴지 모르니까 구덩이 파고 살아있는 아이들을 그냥 밀어 넣는 거잖아요.

민소장: 사람으로 얘기하면 격리를 하거나 재택 치료를 하거나 이래야 되는데...

최재천; 잘 보셨어요. 제가 최근에 강연에서 한 이야기인데요. 우주에 생명관리국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 보고가 올라왔다. 지구에 저 코로나 19가 돌고 있단다. 해서 조사를 나가요. 그 사람 그 친구들이 우리 모르지만 가서 보고를 5억 명 이상이 감염이 됐다더라 이게 감당이 지금 안 되는 수준이다. 살처분합시다. 이런 이야기나 마찬가지지요. 

메대표: 그러니까 철새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다시 옮겨가는 사람. 또 다양성을 상실하고 같은 품종을 수백만 마리를 키우는 구조의 문제군요. 

최재천: 네, 그래서 이런 일이 터지면 거의 국가적 수준의 문제가 되는 거죠. 

이십 몇 년 전에 정부 복지부 공청회에서 제가 뭐라 그랬냐 하면 문제는 유전자 다양성이 문제니까 혹시 우리 이런 실험을 해보면 안 되겠느냐. 농가를 한 40군데 선별을 해서 반은 지금 하던 대로 한 양계장에서 알 다 받아가지고 다 부화시켜서 키우고, 나머지 반은 전 세계 양계장에서 한 알씩 사가지고 키워보자. 그렇게 키우다 조류 독감 발병하면 이쪽은 살처분해야 되는 거고, 이쪽은 아픈 아이들만 치료해 보자. 

지금 오리 농가나 닭 기르시는 분들이 제일 가슴 아파하는 게 그거잖아요. 

아픈 애들만 없애면 안 되냐 그런데 정부는 깨끗하게 치우려고 살처분을 하는 건데 그렇게 하면 철새가 그렇듯이 사실 아무 일 없거든요. 

독감이 돈다 쳐요. 엄마 아빠 아들 딸 다 독감 걸리는 일은 거의 없어요. 한 집안에서 아빠는 독감 걸려서 회사 못 가고 누워 있어도, 엄마는 씩씩하게 집안일 다 하세요. 엄마 아빠가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안 걸리는 거예요. 우리 농장 닭 농장 안에 기르는 그 아이들의 유전자를 다양하게만 해주면 훨씬 안전해 지는 거에요. 

그런데 이거를 생산성이라는 목표에  꽂혀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별로 생산적이지도 못하잖아요. 우리가 기르는 방식을 바꿔야 되는 거죠. 

걔네는 평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허용되지가 않잖아요. 한 놈 걸리면 다 걸리는 거죠.

민소장: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식량 위기가 눈앞에 와 있고, 식량 쇄국이 확산되고 있다. 26개 나라가 원자재 식량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식량 자급 능력이 한 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지금 기사가 이미 나왔거든요. 

잘 살지만 드물게 식량 수출 못 하는 일본과 한국

최재천: 몇 십 년 전에는 산업이 발전하는 나라들은 식량을 사 먹었어요. 산업 발전을 위해서 농사를 포기했던 나라들이 많았잖아요. 하지만 지금 식량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딱 두 종류의 나라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도 돼서 식량 생산량이 많고 그럭저럭 사는 나라. 그런데 우크라이나같은 경우 빼고 대부분의 식량 수출국이 전부 잘 사는 나라들입니다. 미국 같은 강대국 중 식량 생산량 많고 수출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잘 사는 나라 중 식량 수출 못 하는 나라는 우리랑 일본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식량 대란 터지면 다른 산업은 굉장히 발달했는데 먹을 게 없어서 이제 난리가 나는 거지요.

 우리는 지금 옥상에까지 뭐 길러 먹는 나라잖아요. 우리는 농토 자체가 없어요. 이게 굉장히 심각한 거죠. 

민소장: 우크라이나 얘기를 조금 더 해보면요. 지금 전쟁도 전쟁이지만 전쟁 후가 문제일 것 같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국토에 엄청나게 폭격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리우폴같은 수출항도 그렇지만 농산물 재배 지역에 폭탄 잔해, 지뢰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을 거라고요. 밀을 생산해야 할 농부들의 터전이 완전 초토화되면서 폭탄이 터질 때 나오는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도 심각하다고 해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 자연이 회복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천: 세계 인구가 지금 이제 거의 80억이 돼 가잖아요. 세계 인구가 10억씩 늘 때 걸리는 시간이 지금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10억에서 20억 되는 데에는 아마 100년 넘게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제 육십억에서 칠십억 되는데 12년 정도 걸렸고요. 칠십억에서 팔십억을 한 10년 안에 달성하고. 팔십억에서 구십억은 9년이 안 걸릴 거라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십 억의 인구가 태어날 때마다 브라질 만한 땅이 필요하답니다. 아 근데 지금 우리는 브라질만한 땅이 땅 자체가 없어요. 

우크라이나가 정말 소중한 세계의 곡창지대인데 그곳을 저렇게 망가뜨리면 정말 큰일이지요. 제가 보기에 저 푸틴이라는 사람은 용서받지 못할 일을 지금 여러 가지로 하고 있어요.

미래를 위한 희망 종자은행, 그 희망을 흔드는 기후 위기

민소장: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세계식량기구라든가 많은 의식이 있는 분들이 종자은행이라는 걸 만들어 인류 최후의 위기가 왔을 때 그 종자를 꺼내기 위한 그런 게 있다면서요.

최재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섬에 가장 큰 종자은행이 있습니다. 거기가 기후 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이 돼서 세계식량기구가 거기다 지었습니다. 노르웨이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니고요, 세계 여러 나라가 십시일반 다 돕고 우리나라도 거기에 여러 종자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또 나름의 그 종자은행도 갖고 있거든요. 우리도 봉화에 있는 수목원에 제법 좋은 종자은행이 있고요. 우크라이나는 워낙 훌륭한 곡창지대이고 농업 수출국이잖아요. 아주 괜찮은 종자은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보도를 읽었는데 러시아 군이 거기 들어가서 장난질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곳이 실수로 폭격을 당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러시아 군이 거기를 들어가서 의도적으로 망가뜨렸다는 거예요.

이건 어느 수준이냐 하면 옛날 야만적인시절에 전쟁하면서 우물에다가 독극물 풀고 하는 수준이에요. 악의를 담은 거지요. 전쟁에도 도리가 있어야 하는데요. 전쟁 중에 군인이 총이나 활에 맞아 죽는 거야 어떻게 할 수 없다지만, 민간인들이 먹을 식량과 물에 해코지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민소장: 전쟁 범죄네요.

메대표: 그런데 우리나라도 봉화 말고 종자은행이 또 있나요. 

최재천: 소규모로 아마 조그마한 것들이 있을 거에요.

메대표: 많이 만들어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조선시대 때 사고 같은 거 아니에요. 

역사 기록 창고를 조선도 네 개인가 만들어 놨다가 전란에 두 개가 타고도, 다른 곳이 온전해서 여태까지 내려오는 거잖아요. 

최재천: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스발바르에 있는 종자은행은 굉장히 시설을 잘해 놨거든요. 

전력이 끊겨도 한동안 유지가 되게 최첨단으로 잘 만들어 놨어요. 이게 최첨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문제가 생겼어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 주변 기후 자체가 변하는 거에요. 이 시설이 상당히 지하로 파고 들어갔는데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이제는 그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스발바르만 믿을 수가 없다.

민소장: 현재 우리나라에 멸종되는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많은 연구를 실제로 하셨고, 현장에서 보셨는데. 가장 시급한 종. 이건 정말 보존돼야 된다든가 이건 정말 없어져서는 안 될 예로 들어주실 게 있을까요.

최재천: 지구 역사에 대절멸 사건이 지금까지 다섯 번 있었거든요. 여러 번 있었지만 아주 큰 규모로 일어난 게 다섯 번이에요. 육천오백만 년 전에 공룡이 싹쓸이 당한 그때가 가장 최근이지요. 지금 생태학가들끼리는 제6의 대절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이거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게 아니라 그냥 호모사피엔스의 분탕질 때문이다. 하지만 다 끝나고 나면 이 여섯 번째 대절멸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거라 생각해요. 

근데 역대 최대 규모가 되는 이유가 뭐냐면, 이전 다섯 번의 대절멸 그 사건들은 주로 동물들이 싹쓸이 당했어요. 공룡이 싹쓸이 당하고, 산호가 사라지고 이런 식인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제6의 대절멸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식물이 근간이잖아요. 이게 아랫돌이 빠지고 있는 중이에요. 아랫돌을 빼면 그냥 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고요

그 다음 식물을 주로 먹는 아이들이 곤충인데요. 지금 곤충이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다 좋아하셨잖아요. 거기 보면 이웃들끼리 여름에 평상에 나와서 수박 먹으며 부채질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가로등에 벌레 터지는 소리가 없길래, ‘아 저거 잘못 찍었네.’했어요. 직업병이죠. 

진짜 요즘 서울 시내에 불이 얼마나 많아요. 그 불에 곤충 날아다니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민소장: 나방같은 벌레 옛날에는 참 많았는데요.

그 많던 벌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최재천: 제가 대학생 시절일입니다. 생물학 하는 친구들은 일 년에 두 번씩 채집 여행이라는 걸 가요. 다른 과 친구들한테 자랑은 하지만, 사실 가서 놀지요. 그런데 밤에 교수님이 불러 가 보면 건물 옆에 커다란 흰 천을 걸어놓고, 그 뒤에 유리 라이트를 하나 켜요. 그러면 하얀 천이 새까매 보이도록 벌레가 달라 붙어요. 그러면 교수님은 거기서 큰 나방 하나 손으로 집으시고 설명하시고 우리가 그거 다 듣고 이랬는데.

지금 제가 학생들 데리고 지리산에 가서 그렇게 흰 천 걸어 두면요, 밤새 걸어놔도 점 하나 찍혀요.

메대표: 제가 신혼 초에 전라북도 부안에 통나무집이 있다고 해서 휴가를 갔는데. 아침에 보니까 엄청나게 큰 풍뎅이나 하늘소가 있더라고요. 그때 하도 신기하고 인상적이어서, 몇 년 전에 다시 가서 물어봤더니 이제 다 없어졌대요. 

최재천: 뭐가 사라진다 그러면 제일 걱정하는 게 종 다양성인데요. 종이 사라지는 걸 걱정하지요. 곤충의 경우에는요, 종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개체 수 자체가 너무 많이 줄어 드니까 그걸 먹어야 되는 아이들이 타격이죠.

새들은 물론 설치류가 주로 곤충 먹고 사는데요. 결정적인 게 철새들이요. 제비같은 철새가 오잖아요. 새끼를 부화해놓고 새끼들은 반드시 곤충 단백질을 먹입니다. 근데 곤충이 없어요.

다양성의 중요성. 포식자에게도 역할은 있다

최재천: 지금 새끼들이 굶어 죽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우리가 무섭고 큰 동물은 없애도 되는 줄 알았거든요. 오랫동안 사슴 잡아먹고, 늑대 없애고, 호랑이 다 죽였습니다. 그런데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실험을 했어요. 늑대를 다 없앴는데 오히려 생태계가 망가지더래요. 무슨 일인가 보니 늑대가 사라지니 사슴이 너무 많아지고, 사슴이 풀을 너무 많이 뜯어 먹어 이게 힘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늑대를 도입합니다. 늑대를 재도입했더니 생태계가 살아나더라는 거죠. 

메대표: 포식자도 역할이 있다고

최재천: 우리나라 산에서는 담비가 왕이에요. 

단비 정도가 왕인 생태계, 그러니까 단비 정도가 활개치는 숲 생태계가 건강해질 리가 없죠.

민소장: 워낙 곤충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셨지요? 요즘 한강변에 가보면 평생 처음 보는 곤충이 있거든요. 우리 어렸을 때는 없었던 곤충들인데 이런 것들이 왜 생길까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최재천: 기후변화 때문에 아열대에 있던 곤충들이 온대로 아주 많이 이동하고 있어요. 온대 지방 기온이 자기 사는 고장이랑 비슷해지니까 이동을 하는 거거든요. 곤충이 이동하는 건 참 쉬워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실제 제 두 눈으로 경험을 한 건데요. 

처음에 여름방학에는 장학금을 안 주는 대학에 다녀서, 여름방학이면 먹고 사느라 별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곤충학과 교수님이 세스나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일정한 고도에서 제트 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곤충을 연구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 옆에서 매일같이 비행사 옆에 앉아가지고 오백 미터 올라가면 거기서 포충망을 비행기 바깥으로 밀어내서 그게 비행기 뒤로 끌려오게 합니다. 그 상태로 한 뭐 십 분이나 이십 분두면 표본이 생기지요. 

메대표: 어선들이 고기 잡는 거하고 비슷하네요.

최재천: 망을 끌어당겨서 채집병에 담고, 또 고도 바꿔서 표본을 병에 담고. 그 안에 개구리도 한 마리 잡혔고요, 딱정벌레, 진딧물, 별개 다 있습니다.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당시 이론이 뭐냐 하면 곤충들은 주로 제트기류를 타고 대륙 이동을 한다는 거예요. 따뜻한 날 습도 올라갈 때 나뭇잎 끝에 앉아 있다가 상승 기류에 올라타면 휙 하고 빨려 올라가서 제트 기류를 만나고, 이런 방식이면 대만에서 우리나라 오는 건 순식간이고요.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도 금새 와요.

이런 일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계속 벌어질 거예요. 저는 코로나19 터지기 한참 전 질병관리청에 뎅기 모기가 우리나라에 올 날이 멀지 않다는 말도 한 적이 있어요.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종이 대만에 상륙을 해서 대만에는 이미 확 퍼졌어요. 대만에서 우리에게 오는 건 순식간이다, 미리 이걸 연구해서 준비하자는 제안을 했지요. 한마디로 거절당했어요.

식량 안보 위해 꿀벌 개체수 늘리는 특단의 조치 필요

민소장: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꿀벌이 사라진다. 꿀벌은 왜 중요한 겁니까?

최재천: 우리가 경작해서 먹는 농작물 중에 꽃가루받이를 안 해도 열매를 맺는 식물들이 있죠. 그 몇 가지 빼고 꽃가루받이가 반드시 필요한 농작물, 그들의 수분 팔십 퍼센트를 꿀벌이 혼자 담당합니다. 뒤엉벌도 있고 호박벌도 있고 딱정벌레도 있고 심지어 박쥐도 옮기는데 걔네들 다 합쳐봐야 20퍼센트가 안 되요. 우리 양봉하는 그 꿀벌 혼자서 80%를 담당합니다. 걔네가 사라지면 이건 그냥 아비규환 식량 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대표: 식량 안보 차원에서 꿀벌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네요.

최재천: 굉장히 노력했어요. 미국은 농업 국가잖아요. 미국은 산업이 제일 발달한 나라이긴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베이스는 농업이에요. 꿀벌 실종이 2006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2년 만에 미국 전역에 번졌기 때문에 양봉업자들의 3분의 1이 타격을 받았어요. 단 2년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이후에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 돈을 투자해서 16년을 연구했는데 결론이 없습니다. 

민소장: 인간이 많아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인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출산율이 세계 최저 아닙니까.

최재천: 조만간 인도 인구가 중국 인구를 능가할 거라는 예측이 있어요. 

메대표: 비공식적으로는 능가했다고 그래요.

최재천: 모든 환경 문제는 인구 문제거든요. 예 제 판단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일이 다 벌어지는 거죠. 근데 인구 증가율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그중 제일 앞서가는 나라구요. 다른 나라들도 제법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숫자로는 워낙 모 집단이 크니까 폭발적으로 아직도 늘고 있는 거죠. 

십육 년 전에 제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라는 고령화에 관한 책을 쓰면서 이런 얘기를 거침없이 했다가 상당히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요. 해결책은 하나 밖에 없다고 전 생각해요. 인구가 많이 태어나는 곳에서 인구가 적게 태어나는 곳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전 지구적으로 우리들은 그동안 출생률을 낮춰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인구 문제, 억지로 손대지 말고 자유로운 이동을 허하라

최재천: 이제 희망이 약간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잘 사는 나라에서 자국민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출산 장려 정책을 펴기 시작한 거예요. 이건 완전히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거죠. 제가 볼 때 대한민국은 호모사피엔스로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적응을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안 낳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거든요. 동물 입장에서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요. 못 키우는데 낳는 동물은 망하는 동물이에요. 대한민국 호모사피엔스는 가장 적응력 있고 가장 머리 좋은 동물이에요. 그래서 이미 적응했어요. 지금은 안 낳는 게 최선이다. 근데 국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력 부족을 들먹이면서 낳아야 된다고 하지요. 사실 답은 그게 아니구요. 많이 낳는 곳에서 우리나라로 오면 돼요.

메대표: 상당히 재미있는 대안이네요. 인위적으로 손 대지 말고 대신 이동을 좀 자유롭게 하자.

최재천: 역사를 놓고 보면요, 이동을 부자연스럽게 한 거가 얼마 안 되잖아요. 국경이란 것도 국가가 생긴 다음에 만들어졌지, 더 옛날엔 그냥 다녔잖아요. 근데 그거를 불편하게 만들고 이 짧은 기간 동안에 이런 문제에 부닥친 거죠. 그런데 국경을 없애버리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 예요. 근데 그건 아마 안 되겠죠.

민소장: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청 설립 얘기가 나오고는 있어요. 우리 사회적인 분위기가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예전보다는 있는 것 같습니다.

최재천: 옛날에 미국으로 이민 오면,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거기서 입국 심사를 했잖아요.

메대표: 엘리스 섬.

최재천: 거기서 무척 까다롭게 굴었잖아요. 우리나라의 이민청이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 일할까 이게 약간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다민족 국가가 되고 있어요. 농촌 청년들이 같이 살 여성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서 여성들을 모셔오는 바람에 시작된 일이지요. 이건 국가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거든요. 정부는 단 한 번도 다민족 국가를 원해본 적이 없습니다. 끝까지 막으려 했는데 막지 못했어요. 그런데 생물학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반가운 일입니다.

유전자 다양성이 늘어나니까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도 좋아질 거고요, 지적 능력도 향상될 겁니다. 그런 강연을 했더니 어떤 어르신이 저한테 충고할 게 있다 하세요.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다. 하시면서 하얀 애들은 들어와도 되는데 검은 애들은 오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이제 그분한테 대놓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어르신, 우리나라에 오는 하얀 분들이 본국에서 잘 나가는데 우리나라에 오시겠냐. 그분들은 아마 자기 나라에서 적응이 잘 안 되니까 이제 오시는 경향이 있지 않겠냐. 반면에 어르신이 걱정하는 색깔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로 오신다면, 그 나라에서 굉장히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내가 어디든 가서 성공해야 되겠다 하는 자세로 오시는 분들이거든요.

우리가 예전에 미국으로 영국으로 유럽으로 유학 갔던 것처럼 그분들은 제가 보기에 유전적으로 탁월한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반가워요.

메대표: 일단 섞이는 건 좋은 일 아닙니까?

최재천: 저는 오래전부터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 이런 이야기를 책에 써 왔습니다. 자연은 계속 섞이는 바람에 살아남았다. 그게 바로 제가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다양성이거든요.

혼자서는 멀리 못 간다, 공생의 인간 호모 심비우스

민소장: 우리가 2회에 걸쳐서 위기의 지구,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는 특집을 마련해서 최재천 선생님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최재천 선생님께서 만든 단어 중에 호모 심비우스라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어떤 뜻입니까?

최재천: 공생이라는 단어로 우리가 심비오시스(symbiosis)라는 명사를 많이 사용하거든요. 

제가 이십 몇 년 전에 조금 아는 하버드 고전학과 계시는 여성 교수님께 심비오스스의 형용사가 뭡니까 그랬더니, 바로 심비우스(symbious) 이렇게 적어서 보내줬더라고요. 그걸로 제가 작명을 한 거고요. 

기본은 공생입니다. 제가 늘 하는 말 중에 이 호모 사피엔스 종은 멸종하고 싶어 환장한 게 분명하다. 저는 평생 자연 관찰하면서 이런 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지만 살아남으려면 꼭 필요한 게 유대와 공생. 같이 손잡아야 된다는 거죠. 호모 심비우스는 한마디로 공생인입니다. 공생인은 다른 생명들과 지구를 공유하겠다고 겸허하게 거듭나는 그런 인간이었으면 좋겠다하는 바램에서 한참 전에 만들어 쓰기 시작한 표현입니다. 

민소장: 메디치 보이는 라디오 출연하셔서 두 편을 같이 함께 하셨는데 간략하게 좀 느끼신 소감 한 말씀.

최재천: 우리 시대가 가벼운 재미 위주의 이런 방송 충분히 많이 해봤으니까, 이제는 좀 뭔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걱정하는 이런 방송들이 정말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송을 시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