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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아시아에 불어오는 외교의 바람

By | 2022년 5월 22일 | 국제, 미분류

바이든 정부의 세계전략은 중국 억제와 미국의 경제-군사 패권 유지다. 전임 트럼프와 비교하면 두 가지가 다르다. 동맹을 통해서 억제하려 하고, 군사경제적 패권 유지에 좀더 힘이 실려 있다. 미국 지배계층( Washington Establishment) 의 전형적 자세다.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한 카드들이 취임 일년 반을 맞아 구체화되고 있다. 전쟁은 유럽에서 진행중이지만 바이든 외교의 주 타깃은 중국이 소재한 아시아다. 한국,일본, 쿼드와의 회담 이전에 이미 지난주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불렀다. 아시아 핵심 국가랄 수 있는 일본과 인도 정상도 분주하다. 나비효과는 오늘도 반복 확산되고 있다. 이번주에도 세계 외교가의 결론은 ‘타깃 중국을 놓치지 마라’인 듯하다. [편집자 주]

✔ 필리핀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으로 본격적인 친중 행보
✔ 호주는 총선은 노동당 승리로 동남아와의 관계에 무게둘 듯
✔ ASEAN 국가 사이에서 중국에 밀리는 듯 하는 바이든 정부
✔ 인도의 대 러시아 독자노선 인정하는 일본, 미국의 속셈은 실리


  1. 선거와 외교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전쟁이 소모전 양상을 띠는 가운데 국제적으로 주요한 외교-안보 행사들은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2주일 사이에 아시아를 둘러싸고 큰 외교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정치의 꽃은 선거이다. 5월 9일 필리핀에서는 80년대에 악명을 떨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가문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으며 전임 대통령 두테르테는 본인 출마 대신에 자기 딸을 출마시켜 부통령에 당선시켰다. 닛케이 아시아의 5월 18일 자 기사를 보면 마르코스는 “필리핀-중국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말해서 서태평양에서의 반중 전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호주 선거, 동남아 국가와 관계 중시하는 야당 승리

5월 21일 호주 총선에서 진보적인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호주의 외교는 AUKUS 일변도에서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셔터스톡)

5월 21일에는 호주 총선이 치러졌는데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9일 자에 “솔로몬 제도의 협정이 논쟁을 뒤집으면서 중국이 투표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는 기사를 실었다. 두 주요 정당의 반(反)중국적 입장은 같지만, 보수주의 여당인 자유당은 AUKUS 3국 군사조약을 통한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등 좀 더 앵글로 색슨 국가 중심의 군사적 준비 태세에 집중하는 반면에 진보주의 야당인 노동당은 좀 더 동남아 및 태평양 등 근린 외교를 통한 반중 공동전선 구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총선 결과 노동당이 승리하였다.

한편, 외교의 꽃은 정상회담이다. 인도-태평양 4자 안보 협의체의 두 핵심 주체인 일본과 인도의 총리들이 연달아 유럽을 방문하였다.

작년 10월 말 총선을 통해 새 총리가 된 일본 자민당의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사실상의 첫 해외순방으로 4월 29일~5월 2일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하고, 5월 4일~5일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와 영국을 순방하였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거의 같은 시기인 5월 2일~5일에 독일, 덴마크, 프랑스를 방문하였다.

기시다 일본총리, 인도, 베트남, 태국 방문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구체화 

일본 총리의 유럽 방문은 어느 정도 의례적이었지만 아시아 순방은 사실상 중국에 대항하는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3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또한 모디 총리의 유럽 방문은 인도가 중국에 대한 안보적 고려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럽 국가들에게 이해시키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6일 자 “인도와 유럽은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 차이를 연결할 다리를 구축한다”라는 기사에 이러한 관점을 다루었다.

바이든, 중국과의 돈싸움에서 밀리나, 아세안 정상들 다소 냉담

이미지:셔터스톡

5월 12일-13일에는 동남아 국가연합인 아세안의 10개국 중 미얀마와 필리핀을 뺀 8개국 정상들이 미국을 방문하여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나누었다. 미국은 이 회담을 통해 서태평양에서의 반중 전선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나 중립을 선호하는 이들 아세안 국가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아세안을 위해 10억 달러를 쓰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은 중국이 이 지역에 수백억 달러를 퍼붓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습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1주일 후인 5월 20일~24일에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였는데 이는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경제 안보 동맹에 대한 점을 강조하고 일본에서는 쿼드 4개국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그 직후에 기시다 총리는 인도의 모리 총리와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5월 한 달 동안 아시아 외교×안보를 둘러싼 국가정상급 행보들이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이는 유럽에서의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정세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1. 주목받는 인도

이 중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나라는 단연코 인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초기에 인도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싼값에 구매하는 등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여 이에 대한 비판이 유럽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더 큰 프레임에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인도의 대 러시아 독자노선 인정해주는게 일본의 국익에 부합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4일에 “인도는 공통의 가치를 지닌 친구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뉴델리의 반응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칼럼을 내보냈고 다시 5월 19일에는 직접적으로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도의 중립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안보 위협은 뉴델리와 모스크바를 하나로 묶는다”는 기사를 통해서 인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인도의 중립적 입장은 단지 러시아와의 역사적, 경제적 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중국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무력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의 안보적 차원에서 볼 때 러시아를 중국과 같은 편으로 내모는 행위는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취해진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사의 마지막 구절이 시사적이다. “약한 쿼드는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이익에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닛케이 아시아의 국적을 고려할 때 인도가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노력하는 일본에도 도움이 된다는 일본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인도의 모디 총리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사진:셔터스톡)

인도, 국내정치에서 분열주의가 성장의 제약요소

이와 함께 지난주 5월 14일 자 The Economist는 인도 특집을 실었다. “인도의 때가 왔다. 모디가 이를 날려버릴 것인가?”라는 표지 제목을 달고 Leaders 페이지에서는 인도 관련 핵심 이슈를, Briefing 특집기사에서는 인도 경제성장의 4가지 기둥과 문제점을, Asia 섹션에서는 인도 정치의 문제점을, Finance & Economy 섹션에서는 인도 경제의 미래를 다루는 등 인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하였다.

The Economist의 분석을 핵심적으로 요약하자면 인도가 중국의 뒤를 이어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으로는 (1) 분절된 국내 시장을 통합한 단일한 국내 시장의 창출과 경제의 투명화 추세 (2)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따른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대체를 위한 입지와 청정 신재생에너지 투자 (3) IT 기술력의 탁월함과 유니콘 생태계 (4) 여기서 낙오되는 계층을 위한 디지털 기반의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이코노미스트 지의 판단에 따르면 이런 추세를 잘 유지할 경우 인도는 2027년에는 세계 경제 규모 5위, 2030년대 말에 이르면 미국, 중국에 뒤이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첸나이 시의 야외 시장 광경(사진:셔터스톡)

그러나 리스크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데 인도의 제조업 수준이 여전히 취약한데 경제환경은 점차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기에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중국이 포착했던 기회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주체적 측면에서는 모디 총리 및 집권 여당의 힌두 민족주의 포퓰리즘이 다양한 내부적 갈등을 고의로 부채질하여 (비록 이것이 정권 및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만)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 기사 원문 링크>
닛케이 아시아의 5월 18일 자 기사를 보면면 마르코스는 “필리핀-중국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9일 자 “솔로몬 제도의 협정이 논쟁을 뒤집으면서 중국이 투표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4일 자“인도는 공통의 가치를 지닌 친구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원한다”
닛케이 아시아는 5월 16일 자 “인도와 유럽은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 차이를 연결할 다리를 구축한다”
닛케이 아시아 5월 19일 자“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도의 중립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5월 14일 자 Economist, 인도 특집>
“인도의 때가 왔다. 모디가 이를 날려버릴 것인가?”
인도 관련 핵심 이슈
인도 경제성장의 4가지 기둥과 문제점
인도 정치의 문제점
인도 경제의 미래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최신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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