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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아시아포커스] 세계 인구 절반이 러시아 제재와 비난 사양한 이유는

By | 2022년 5월 12일 | 국제, 미분류

러시아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서방, 즉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가들에 대한 실망과 제 실속 챙기기의 정서가 지구촌을 감돌고 있다고 필자는 관측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의 유엔 표결에서는 압도적이었던 러시아 규탄 분위기가 최근 들어 반반의 형세로 바뀌고 있다. 중국, 인도, 남아공에 이어 브라질, 인도네시아,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 같은, 각 지역별 중견 국가들도 기권으로 돌아섰다. 일본은 대 러시아 비난에 참가하지만 사할린에서의 에너지 개발은 계속 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고한석 필자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분석하고, 미국민 역시 국외 문제에 깊이 간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서방의 고민이 깊다고 진단한다. 칼럼 속 외신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원문 링크로 이어지고, 기사 말미에 링크 모음이 첨부되어 있다.
[편집자 주]

✔친미 반미의 획일적 국제관계의 종언인가?
주요국들, 자국 중심 외교정책으로 선회하나 주목
✔남미 중심국가 브라질도 러시아 제명에 기권,
브, 러, 인니, 중, 남아공 등BRICS국가들 모처럼 행동일치
✔무기, 에너지 같은 필수불가결 상품거래에서 러시아는 주요 교역국
반면 서방은 유럽외 지역 분쟁에서 방관, 조장했다는 불신감 여전
✔대부분 지역내 강대국들, 역내 근육자랑 힘자랑 가능성
미국 주도 제재 찬성했다가 부메랑 맞을까봐 두려움

지난주 국제 뉴스 관련해서 눈에 띄는 것은 ‘왜 서구 이외의 적지 않은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비난 및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서구 및 일본 언론에 등장한 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은 누가 보아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무력으로 침범한 러시아의 잘못이다. 3월 2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군 철수 요구 결의안은 193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41개국이 찬성하였고 반대는 5개국, 기권은 35개국이었다. 기권국에는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포함되었다.

인구수 기준 절반이상이 러시아 제재, 비난에 불참

그런데 4월 7일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를 제명하는 투표에서는 찬성 93, 반대 24, 기권 58. 분위기가 그전보다 약해졌다. 위 3개국에 추가로 브라질도 기권하면서 결국 소위 BRICS라고 불리는 5개 신흥대국들 중 당사자인 러시아 이외 4개국이 모두 중립을 표방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도 기권하였고 아세안 연맹 국가들은 제각기 입장이 달랐다. 아랍의 대표적 친미 국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심지어 미국의 이웃나라인 멕시코조차 기권하였다. 인구 수로만 따지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에 대한 비난 및 제재를 거부한 것이다.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유럽이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인도는 말한다”는 기사를 실었고, 5월 1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세안을 확신시키려는 유럽의 실패를 보여준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기시다 총리의 동남아 순방(4/29-5/2)과 관련하여 5월 4일에는 “일본은 ASEAN을 러시아에 (그리고 잠재적으로 중국에) 반대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같은 날 일본의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한 특집 기사 “줄타기: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일본의 에너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기사를 보면 3월 31일 의회에서 기시다 총리는 극동 지역 최대의 에너지 협력 프로젝트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쉘과 엑손모빌이 손을 뗀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5월 6일 닛케이 아시아는 싱가포르 외무부 특명대사를 인터뷰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아세안의 분열은 강대국들 사이의 여지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는 기사를 실었다.

포린폴리시의 한탄, 서양과 나머지 국가들로 나뉘는가?

닛케이만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외교정책 잡지인 포린어페어즈는 5월 4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외교 정책의 재설정을 요구한다 – 미국은 자신이 편리할 때만 민주주의 국가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실었고 5월 5일에는 지정학 컨설팅 기관 ‘유라시아 그룹’의 대표로 유명한 이언 브레머(Ian Bremmer)의 글 “곧 새로운 냉전이 가열될 수 있다 – 왜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싸움을 확장시킬 수 있는가”을 실었다. 유명 외교정책 잡지인 포린폴리시도 5월 2일 “서양 vs 나머지 국가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단순히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대결이 아니라 점차 지구적 범위로 확대되는 21세기 신냉전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급기야 파이낸셜타임즈의 수석 외교안보 논평가 기디언 라흐만(Gideon Rachman)은 자신이 진행하는 FT 팟캐스트 Rachman Review에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교 관계자를 직접 초대하여 이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물어보았다.

지난 1주일 사이에 올라온 이러한 여러 글들을 분석해보면 이들이 중립적 태도를 고수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과거의 관계이다. 20세기에 인도,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집권당 ANC(아프리카 민족회의)는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비동맹 운동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미국보다는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러시아는 단순히 경제적, 군사적 지원 뿐만이 아니라 국제무대인 유엔 안보리에서 인도 등에 불리한 안건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어려울 때 도와주었던 친구를 당장 비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인도의 모디 총리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사진:셔터스톡)

20세기 중반, 미국도 소련도 아닌 제3세계 운동, 부활하는 느낌마저

둘째,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관계로부터 파생한 현재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이다. 인도의 무기 체계는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받은 것이다. 에너지도 러시아로부터 많은 양을 수입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러시아와 에너지 등 무역관계가 많은 편이다. 우크라이나가 바로 이웃인 유럽 국가들조차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동참이 어려운 상황인데, 멀리 떨어진 이 나라들이 피해를 감수하면서 그러한 제재와 비난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들 나라들부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들은 어느 한쪽이 이길 때까지 전쟁이 확대되거나 길게 끌고가기 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끝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셋째, 좀더 속사정을 보면 이들은 서구의 위선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다. 인도 외무부 장관은 인도를 방문한 유럽의 전직 장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자 ‘지난 10년간 서남 아시아에서 유사한 불상사들이 벌어질 때 당신들은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왜 지금와서 우리에게만 유럽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는 유럽을 위해서만 존재하는가’라고 맞받아 쳤다.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즈 팟캐스트의 인도측 출연자는 ‘중국이 인도의 국경을 침범했을 때 당신들은 그저 양측이 자제하라고만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하면서 ‘러시아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구매하고 돈을 지불한 20개 국가들 중은 대부분 서유럽 국가들이고 인도가 차지하는 금액은 가장 적은 편인데 왜 인도의 러시아 석유 수입만 비난하느냐’고 되물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측 출연자 역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정당했는가’라고 물으면서 최근 프랑스가 신식민주의적 언행과 사헬 주둔 등 이슈로 아프리카에서 많은 반감을 사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FT팟캐스트 Rchman Review의 텍스트를 보려면 여기로

지역 강국들, 미국의 편의적 외교 지적하며 자국 보호심리 발동

넷째, 이보다 더 내밀한 부분에는 중견강대국의 야망이 숨어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불참에 대해 이들은 ‘유엔이 결정한 국제적 제재가 아니라 미국이 일방적으로 참여를 요구하는 제재’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러한 제재가 아무런 문제없이 횡행할 경우 그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암암리에 우려한다. 인도는 물론 모디 총리 본인도 한때 제재의 대상이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 제명에 기권을 한 나라들을 잘 보면 소위 ‘지역 강대국’들이다. 동아시아의 중국, 남아시아의 인도,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아랍 지역의 사우디 아라비아,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의 브라질, 중미의 멕시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자체적으로도 인권침해 등 불리한 요인들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주변국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제재는 언제든지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지역 강대국으로써의 야망을 실현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BRICS 가입 국가들의 위치. 각 지역별 강국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미지:셔터스톡)

결국 미국 등 서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동일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유럽이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고문인 매튜 더스(Matt Duss)는 포린어페어즈 기고 글에서 “미국은 자신이 편리할 때만 민주주의 국가를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바이든 외교 정책의 재설정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현실주의적 외교안보 정책 노선을 지향하는 미국의 안보 관련 매체 “The National Interest”에 실린 Institute for Peace & Diplomacy 연구원들의 글은 ‘미국은 다극화 세계에서 전략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현실은 중간 강대국들이 미국의 마니교적 선/악의 세계관과 추상적 목표 대신 자체적인 안보적, 경제적, 그리고 지역적 이익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과의 관계를 평소에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여론이 해외 개입을 꺼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게다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무역협정 등에 대해서는 더욱더 강경한 국내 반대의견이 있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전환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닛케이 아시아>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유럽이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인도는 말한다”
https://asia.nikkei.com/Politics/Ukraine-war/India-says-Ukraine-crisis-wake-up-call-for-Europe-to-look-at-Asia
5월 1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세안을 확신시키려는 유럽의 실패를 보여준다”
https://asia.nikkei.com/Opinion/Ukraine-war-highlights-Europe-s-failure-to-reassure-ASEAN
5월 4일 “일본은 ASEAN을 러시아에 (그리고 잠재적으로 중국에) 반대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https://asia.nikkei.com/Opinion/The-Nikkei-View/Can-Japan-convince-ASEAN-to-oppose-Russia-and-potentially-China
5월 4일  “줄타기: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일본의 에너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https://asia.nikkei.com/Spotlight/The-Big-Story/Walking-a-tightrope-Ukraine-war-puts-Japan-s-energy-security-on-thin-ice
5월 6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아세안의 분열은 강대국들 사이의 여지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https://asia.nikkei.com/Editor-s-Picks/Interview/ASEAN-s-Ukraine-split-shows-desire-for-space-between-powers-envoy

<Foreign Affairs>
5월 4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외교 정책의 재설정을 요구한다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ukraine/2022-05-04/war-ukraine-calls-reset-bidens-foreign-policy
5월 5일 “새로운 냉전이 곧 가열될 수 있다”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russia-fsu/2022-05-05/new-cold-war-could-soon-heat

<Foreign Policy>
5월 2일 “서양 vs 나머지 국가들”
https://foreignpolicy.com/2022/05/02/ukraine-russia-war-un-vote-condemn-global-response/

<Financial Times 팟캐스트- Rachman Review>
오디오
https://www.ft.com/content/00bd22f4-bdc0-4510-8d85-978ff8bdb3bb
텍스트
https://www.ft.com/content/9a2e1947-6870-4d88-81dc-a38e126393ad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 IT/인터넷 사업개발팀장으로 중국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으로 5개 해외사무소를 총괄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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