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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칼럼] 인구가 줄면 과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나라는 망할까?

By | 2021년 8월 24일 | 국제, 미분류, 한승동의 티핑포인트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이 2030년께 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한국의 인구감소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50년께 인구는 2700만 정도로 반감(半減)할 것 같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뾰쪽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
한승동 필자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계기로 인구감소를 보는 시각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혀 인구규모를 국력의 원천으로 보지 말고 지구행성의 생태계 차원에서 고민해 보자는 얘기다. 특히 14억 명의 인구대국인 중국이 아직도 출산장려정책에 매달리는 현상을 예의주시한다. 한편 유엔과 국제기구는 최근 세계인구가 2064년 97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2100년 88억 명으로 줄어들 거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30~40년간이 인류문명 차원에서 중요한 고비가 아닐 수 없다. [편집자]

#저출생·고령화 확산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 인구 감소
#코로나19, 지구온난화 심화는
지구생태계가 비명 지르는 것

#내셔널리즘, GDP지상주의 벗어나
새 세상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출생자 수는 전년보다 10% 줄어든 27만2400명(100명 미만은 생략), 사망자는 3.4% 늘어난 30만5100명이었다. 결국 한국 인구는 한 해에 3만2700명이 ‘자연감소’했다.

주민등록 기준으로 2020년 말 총인구는 전년도보다 2만838명 줄어든 5182만9023명이었다. 같은 해의 합계특수출생률(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의 평균치)은 0.84로 세계 최하 수준이다.


이에 비해 대만은 0.99, 중국 1.3, 일본 1.34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 모두가 감소 추세다. 이 수치가 2.0 정도는 돼야 큰 변화 없이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일본에선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이른바 고령소자화(高齡小子化) 사회라고 부른다. 소비·생산이 축소되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위축되고, 결국 ‘국력’이 쇠퇴해 나라가 망한다는 담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래서 각국에서 출생률을 높이는 것을 국가 중대과제로 설정하고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럼에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등을 뺀 주요국들의 출생률 하락에는 반전의 기미조차 없다.

인구감소를 보는 전혀 다른 시각들

인구가 줄면 과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나라는 망할까?

그렇지 않다. 인구가 너무 많은 게 더 문제라는 진화인류학적 시각도 존재한다. 오히려 인구를 줄여가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최후엔 지구생태계의 전면적 파괴와 생명체의 대량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담론 또한 힘을 키워 가고 있다.

요즘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기후변화)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결국 그것은 인류가 지구란 이 행성이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자원을 과잉 소비·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등 온난화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하고, 더 나은 백신 개발 및 대량생산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대처로는 한계가 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무엇이 더 근본적인 원인인가? 과잉인구다.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자원의 과잉소비, 대량파괴도 결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과잉인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 환경위기는 한층 더 심각해지고 모든 기술적 처방들은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거대한 둑에 여기저기 뚫리고 있는 구멍들을 막기에 급급한 미봉책으론 지구환경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인구감소’라거나 ‘제로성장’이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나 기피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근대·현대의 관성과 감성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거기에 속박돼 있기 때문이다. 체감할 수 있는 인구증가나 경제성장이 항상적이었던 것은 인류사에서는 근세(15세기) 이후 기껏해야 수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그것도 이미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명백해지고 있다. (…) 인류가 인구적, 경제적으로 축소하는 쪽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이야말로 인류에게 복음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300여 년간 축소과정이 파멸적이지 않는 경로를 더듬어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본의 월간 <세카이(世界)>가 올해 8월호에 실은 특집 ‘사피엔스 감소-인류사의 전환점’에 ‘제로성장경제와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오노즈카 도모지(小野塚知二)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의 얘기다.오노즈카 교수가 말한 ‘300여년’은 정확하게는 유엔 경제사회국이 201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 추계치를 근거로 그가 추산한 2070년 이후 2350년까지의 280년간이다.

그는 3가지의 유엔 인구 추정치 가운데 중위와 하위 추계치 중간값을 기준으로, 지금 약 78억 명인 인구는 2070년에 최대치인 100억 명에 도달한 뒤 점차 줄어갈 것으로 본다.

그때부터 매년 0.5%씩 인구를 줄여 가면 2350년에 약 25억 명으로 줄어든다. 0.5%씩 감소라는 수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기아나 빈곤, 비위생 조건 또는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쟁탈전, 살륙전을 벌이거나 우생학적·정치적 선택으로 대량의 비자발적 희생자를 내는 방식이 아닌 자발적·점진적 선택을 통한 감소방식의 조건이다.

지구가 감당할 인구는 20억~25억

오노즈카 교수가 보기에 20억~25억 명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인구 수준이다. 그 정도 수준에선 지구 생태계를 별로 훼손하지 않고 인류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지구상에 인류가 그 정도의 인구규모에 도달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후였다. 1900년에 인구는 16억이었고 1920년에 19억으로 늘었다. 이후 인구는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뒤 50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런 폭증세의 가장 큰 동인은 화학비료의 전면적인 사용에 따른 식량 생산량의 획기적인 증가, 이른바 ‘녹색혁명’이었다.

온난화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화학비료는 1차 대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노즈카 교수는 지구생태 속에서 인류생활의 장기에 걸친 안정적 상태를 지속하려면, 역사적으로 그것이 가능했던 비료의 대량사용 이전 인구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농업기술 개선과 품종개량 등을 통해 온난화가스 배출을 증가시키지 않고도 그때보다 25% 정도로 더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다. 즉 20억~25억 명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규모로 상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구를 지금의 4분의 1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최대 30억~35억 명 정도까지도 장기 안정적 지속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은 인류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인구’ 규모를 5억 명으로 봤다.

오노즈카는 이미 지구 전체인구의 감소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역, 계층, 종교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구증가가 멈추거나 낮아지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런 인구증가율 저하 추세(※인구증가는 당분간 계속된다)는 인류역사상 농경목축 보급으로 인구가 크게 늘었다가 고대·중세에 인구증가율이 감소한 뒤 두 번째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거다.

그는 지구 크기가 한정돼 있고,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근원인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 총량도 한정돼 있고, 이를 이용해 광합성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유기물의 양도 한정돼 있기에 무제한의 인구증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건 ‘깨뜨릴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고 했다. 인류의 삶도 결국은 태양 에너지를 유기물로 변환시키는 광합성의 산물이 만들어내는 긴 먹이사슬의 끝에 매달려 있다.

새 세계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인류역사에선 지금까지 몇 차례의 기복들이 있었지만, 그 기조는 늘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시스템은 거의 모두,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관은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구축돼 왔다고 할 수 있다.”(<세카이> 특집)

그런데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이런 기본전제가 뒤집힌다는 의미다. 즉 “우리의 세계인식 그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카이> 특집에 따르면,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게 맞느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인구가 줄어가는 세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세계를 어떻게 다시 디자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최근 동아시아의 인구동향은 <세카이> 특집의 기획의도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이 특집의 또 다른 기고자인 무라야마 히로시(村山宏) 닛케이(日經) 편집위원은 ‘지금 동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썼는데, 앞서 인용한 한국의 출생자수 통계에 이어 대만, 홍콩, 일본의 예도 제시한다.

대만 내정부(內政部) 통계를 보면 2020년 출생자수는 전년 대비 7% 줄어든 16만5200명, 사망자수는 1.8% 감소한 17만3100명이었다. 그 결과 총인구는 4만1885명이 줄어든 2356만1236명. 대만보다 규모가 작은 홍콩에선 출생자수 4만1900명, 사망자수 5만600명이다.

동아시아 각국에서 이처럼 총인구가 모두 자연감소한 것은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은 2005년에 처음 자연감소를 기록했고 2007년 이후 그런 추세가 쭉 이어지고 있는데, 2020년에만 53만1800명이 줄었다.
원래 예측으론 한국에선 인구감소가 2025년부터, 대만에선 2030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모두 출생자수의 대폭 감소로 당초 예측보다 10년 정도 더 앞당겨졌다.

이런 인구감소 현상은 보통 1인당 명목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작된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설명이다. 그 시기는 일본 1981년, 한국 1994년, 대만 1992년이었다. 인구대국인 중국도 2019년에 1만 달러를 넘었고, 그때부터 출생률 하락이 시작됐다.

동남아시아의 경우도 인구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2020년 합계특수출생률은 1.1, 태국은 최근 1.5 남짓으로 두 나라 모두 조만간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전쟁 뒤 베이비붐이 이어졌으나 최근 합계특수출생률이 2.0 전후로 떨어져 증가속도가 꺾였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약 2억7000만), 필리핀(약 1억1000만)은 당분간 인구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합계특수출생률은 각각 2.3, 2.5 정도까지 내려갔다. 2040년대에 16억 명대로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역시 그 무렵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처럼 경제성장이 빨라지면 그 시기가 일찍 찾아올 수도 있단다.

중국 인구, 21세기 말 절반으로 줄어들 것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에 정점에 도달한 뒤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놀란 듯 중국정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실시해 오던 ‘1가구 1자녀’ 정책을 약 40년 만인 2016년에 ‘두 자녀’ 허용으로 바꿨고, 올해 5월 발표된 제7차 인구센서스를 토대로 다시 ‘세 자녀’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중국 역시 출산율 하락추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2020년 출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2016년(1800만 명)보다 크게 줄었고 196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의학저널 <란셋> (The Lancet)은 21세기 말까지 중국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정부는 2033년에 인구의 약 3분의 1을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드 블란쳇(Jude Blanchette) 미국 CSIS 중국담당 연구자, ‘시진핑의 도박’, <포린 어페어즈> 2021년 7~8월호 참조.

중국의 인구감소는 중국정부나 유엔이 예측한 2029~2030년이 아니라 그보다 8년이나 빠른 2022년부터 시작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리롄화(李蓮花) 도쿄경제대학 준교수, ‘중국-다가오는 인구감소사회와 사회보장’, <세카이> 참조.

이런 인구동향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감속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중국의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7년에 14%였으나 지금은 연 6%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발전 수준이 올라갈수록 성장잠재력 또한 약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마윈의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회사 앤트그룹의 뉴욕증시 상장 중단조치를 시작으로 텐센트, 디디추싱 등 거대 첨단플랫폼(빅테크) 기업들에 유사한 규제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여기에다 게임업과 사교육 사업까지 규제 또는 금지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과 공산당의 통제력 강화를 통해 대내외 난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들이 많다. 거대기업들의 정보력과 대중 장악력이 공산당보다 커지고, 해외증시 상장으로 중국의 빅데이터와 국부(國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를 중국인구 동향에서 찾는 관찰들도 있다. 이런 관찰은 빅테크 기업과 게임업체 규제, 사교육 금지조치 등이 모두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부의 편재’(양극화)와 계급 재생산으로 귀결되는 다수 대중의 과도한 교육열 및 입시경쟁, 취업난, 생활난, 소득정체, 결혼·출산 기피 등의 근본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의 발상 및 정책과 이어져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N포 세대’, 일본의 ‘사토리 세대’처럼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속적 출세와 돈벌이, 그리고 연애·결혼도 포기한 젊은 ‘탕핑(躺平)족’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 지 이미 오래됐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공산당은 결혼-출산-교육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강압적으로 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야심’과 정치적 불안정 고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을 버린 후 ‘중국특색 사회주의 강국’과 전랑(戰狼)외교 실현을 표방하고, 미국과의 헤게모니 싸움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시진핑 체제를 압박하고 있는 핵심요소이자 동력이 몇 가지 있다.

주드 블란쳇에 따르면, 그것은 미국과 서방의 쇠퇴라는 지정학적 변화, 그리고 중국의 인구감소 동향, 경제성장 동력 약화, 생태환경 파괴(기후변화) 등의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로 제시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AI(인공지능), 로보틱스, 바이오·의료공학 등의 과학기술 이노베이션도 시진핑 체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시진핑은 2014년에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당당해지고, ‘중소득 함정’(middle-income trap,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지 여부는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능력에 달렸다”고 했다는데, 이 또한 첨단과학기술인구 육성 등의 인구정책과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서방의 국력 약화는 시진핑 체제에 중국의 빠른 굴기(崛起)를 실현할 수 있는 호기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2005년 이후 평균 10%씩 오르는 노동자 임금, 외자기업들의 탈(脫)중국, 농촌인구의 도시이주민(농민공)이 가져다 준 노동력 공급효과 소실, 대형 인프라 건설 등 토목사업 포화상태 등으로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중국의 이런 경제관련 문제들은 모두 인구동향과 연관돼 있다. 여기에다 환경오염에 따른 엄청난 마이너스 효과까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서방의 상대적 쇠퇴라는 호기를 적극 활용하고 경제성장 모멘텀 상실위기를 극복해 10~15년 안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슈퍼 강국’의 토대를 확립하겠다는 야심(목표)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진핑 2기 집권이 끝나는 내년의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5년마다 개최)는 이런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며 덩샤오핑 이후 확립된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시진핑 독주체제를 승인할 공산이 커졌다. 블란쳇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도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국은 그로 인한 권력승계의 예측 불가능성, 즉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장차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셔널리즘과 GDP 지상주의를 벗어나자

세상을 바꾸려면 오노즈카 교수의 지적대로 인구감소나 제로성장을 망국적 선동으로 받아들일 근시안적인 근대적·현대적 관념의 내셔널리즘부터 극복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타국을 경쟁자 내지 가상적으로 상정하고, ‘국력’ 경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민족국가들의 인구감소 공포와 인구증가 집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사회보장재정의 파탄 우려, 마이너스 성장 공포 등을 불식시킬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노즈카 교수는 정년 연장(또는 폐지)을 통한 고령자의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조건 개선, IT·AI·로봇공학 등을 통한 대체노동력 활용을 제안한다. 또한 가사노동이나 고령자 돌봄 등 시장을 통한 거래과정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아 GDP 계산에서 누락되는 노동력 및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위기가 1년 반이나 계속되고 있다. 백신접종률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또 다시 전 세계적인 확산세를 목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GDP로 포착되는 경제지표의 고저가 아니라 개개인들이 얼마나 안락하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풍요롭고 오염되지 않는 자연환경과 존중받는 직업으로서의 고령자 돌봄 서비스, 여유 있는 생활공간, 균형 잡힌 노동·여가 같은 것은 GDP 지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지라도 향후 미래세계의 디자인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가 아닐까?


한승동 필자
1986년 잡지 <말>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8년 <한겨레> 창간 멤버로 합류했다. 1998년부터 3년간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국제부장, 문화부 선임기자,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동아시아와 민족(통일) 문제는 물론, 환경·생태·과학 분야 등 다른 세상사에도 두루 관심이 많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른바 통섭적 안목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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