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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칼럼] ‘대만 공격’ 4개 시나리오, 한국도 금낭지계를 준비할 때

By | 2021년 6월 27일 | 국제, 한반도, 한승동의 티핑포인트

지난해 9월 대만 마쭈 섬 앞바다를 항행하는 중국의 준설선단. (사진=로이터/셔터스톡)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청와대와 외교안보 라인에선 이런 ‘위기상황’을 상정한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과 대만 사이엔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 직전 상황’이라 평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대만 관계가 긴밀해지자 중국 측은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24일 “대만 독립은 막다른 길이자 전쟁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미중 수교(1979년) 이후 미국은 대만독립도, 무력통일도 아닌 ‘대만해협의 현상유지’를 추구해왔다.
전랑(戰狼) 외교를 펼쳐온 중국은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다. 올 가을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의 3연임 확정 이벤트까지 겹쳐 내·외치 분야의 성과가 절실하다.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인 한승동 필자가 대만해협의 위기 시나리오와 일본의 전략적 대응을 짚어봤다. 한반도 역시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매개로 후폭풍이 닥칠 수 있어서다.  [편집자]

#중국, 대만해협에 준설선 배치해 도발
  심리적 위협 가하는 ‘그레이존 전술’
#대만의 방패는 TSMC 앞세운 반도체
  실리콘 쉴드, 中 통일 욕구 더 자극
#대만 본격 침공 땐 美·日과도 싸워야
  사이버戰, 우발 충돌 가능성 상존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양자택일?
  외교역량 강화, 남북관계 선결 절실

“대만해협, 진치고 눌러앉은 중국선단(船団)-통일을 압박하는 ‘그레이존 전술’, 최전선인 마쭈(馬祖) 주변에 대량의 모래(골재) 채취선”
지난 18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 日經)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마쭈열도는 대만에 속한 섬이지만 중국 대륙에 바짝 붙어 있는 (평균 20㎞ 떨어져 있는) 36개의 작은 섬들이다. 이 지역은 1950년대에 여러 차례 포격전까지 벌어진 양안 간의 최전선이다.

#대만을 겨눈 창, 그레이존 전술

마쭈열도 주변 바다에서 요즘 밤중에 몇 시간씩 중국의 콘크리트용 골재 채취선 수십 척, 수백 척이 환히 불을 켜고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연일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만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는 중국의 ‘그레이존 전술’(gray zone tactics)이다. 2020년 552척을 기록해 1년 전보다 5배나 늘었다. 대만이 2019년 근해에서 추방한 중국 준설선은 약 4000척이었다.

해상 그레이존 전술은 상대를 겁주고 도발하는 저강도 위협행위다. 심리전, 선전전, 법적인 조치 등도 병행한다. 상대방에서 단속 나온 선박을 들이받기도 한다. 준설선들은 물고기 서식환경을 파괴해 대만 어민들에게 어획량 감소라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모호한 상태이기에 그레이(gray)다.

중국 측은 민간선박임을 내세워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연안경비에 관한 협력체계를 갖추고 미 해병대의 지도 아래 함께 대응훈련까지 하는 대만 측은 이를 “중국군의 그레이존 전술”로 보지만, 자칫 무리하게 단속하다간 군사적 충돌 빌미를 줄 수 있어서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
이들 어선과 마쭈열도 인근의 준설선들은 민간선박 형태를 하고 있으나 실은 중국군 소속이며 그 선원들도 중앙군사위 지휘를 받는 ‘민병’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제도(諸島) 주변에 약 220척의 중국 어선이 출현해 진을 쳤다. 그 전에는 베트남 인근 섬들에서 중국 어선들이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악천후로 인해 긴급대피 중인 민간어선과 어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동·남중국해의 섬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중국령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동·남중국해 전체의 약 80%에 해당하는 해역에 이른바 구단선(九段線)을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참조)

중국의 저강도 위협행위는 바다와 하늘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지난 15일엔 중국 군용기 28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비상이 걸렸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중국의 항모와 군함들이 대만해협을 들락거리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이에 맞서 미국의 군함과 군용기들도 대만 방어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대만을 지키는 방패, 반도체

“TSMC와 대만의 반도체산업은 구미에서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과 조합한 말인 ‘실리콘 쉴드’(silicon shield. 실리콘 방패)로 불린다. 이 회사를 비롯한 최첨단 반도체 산업을 활용해 구미의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그것을 방어무기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이 연재하는 ‘대만해협 위기 시나리오’(5)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6월 8일자)

반도체가 대만 안보의 버팀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도 산업진흥예산, 연기금 운용자금 등을 투입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주식 7%를 보유하고 있다.
마크 류 TSMC 회장은 지난 5월 CBS뉴스 ‘60분’에 나와 “전 세계가 대만의 첨단제품을 갈망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여기서 전쟁이 일어나도록 그들이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건 세계 모든 나라의 이익에 반할 테니까.”

그러나 이건 양면성이 있다. 실리콘 쉴드는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지켜 주는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그 가치가 커질수록 그것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욕구도 그만큼 더 강해질 것이다. 미국과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 등 첨단기초부품의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20년의 자급율은 15.9%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800억 달러에 달했다. 원유 수입액(1763억 달러)보다 훨씬 많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산업의 쌀’이 원유에서 반도체로 바뀐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이 같은 반도체 해외의존은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중국에겐 치명적 약점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 측 조치들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만과 한국의 첨단반도체 제조 능력과 기술은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려는 미국에도 사활적인 요소가 됐다. TSMC의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지난 4월 “중국은 반도체 제조기술에서 TSMC에 5년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조급해하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창과 방패가 맞부딪치면

미국, 일본과 유럽 등 서방 언론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중국과 반(反)중국 진영 간의 전쟁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무력통일 위협이 끊이지 않았지만 미중 충돌이 격화되면서 긴장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대만 간의 ‘양안(兩岸)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물론 반도체 때문만은 아니다.
“대만은 중국에게 통치의 정통성이 걸린 문제여서 반드시 통일하려 할 것이다. ‘할까 말까’가 아니라 ‘언제 할까’의 문제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그것을 빨리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2027년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하나의 고비인데, 시진핑 체제 3기째인 그때 통일이 달성되면 4기째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오하라 본지 ‘사사카와 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아사히신문 6월 10일자)

중국에게 대만은 포기할 수 없는 주권 문제이자 “핵심 이익”이다. 시진핑 주석은 양안 통일과 관련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필수불가결하다면서 그것을 방해한다면 “정면에서 통렬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무력행사 불사 의지를 과시해왔다.
지난해 5월 리커창 총리도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정부활동 보고에서 대만과의 ‘재통일’을 언급하면서 통례적으로 넣었던 ‘평화적’이란 구절을 삭제했다. 양안 전쟁뿐만 아니라 대만 주변 해상봉쇄나 진먼다오(金門島) 등 대만 부속 섬들에 대한 공격만으로도 반도체 공급이 차단되면서 세계적인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커트 캠벨(Kurt Campbell)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대만 때문에 미중 군사충돌이 벌어질 경우 “그 영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 5일자)

#중국의 대만공격 4개 시나리오

1. 대만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
2. 대만 주변 외딴 섬들을 점령
3. ‘하이브리드’ 전쟁
4. 우발적인 충돌

이것이 미일 전문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양안 전쟁’의 네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아사히신문은 설명했다.

지난 3월 9일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2050년까지 미국을 넘어서겠다고 얘기해 온 중국이 그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만은 분명 그들이 지닌 야망 가운데 하나다. 그 위협은 앞으로 10년 안에 분명히 현실화할 것이다. 실은 6년 이내일 것이다.”
그의 후임 존 아퀼리노 사령관도 의회에서 그런 일이 ‘6년 이내’ 또는 그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왜 6년인가?
2011년에 퇴역한 대만해군 함장 출신의 군사평론가 뤼리스(呂禮詩)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진핑 주석이 대만 통일에 집착하고 있지만 중국군 전투기의 성능이 미국·일본보다 뒤떨어지고 항공모함을 활용한 군사훈련도 아직은 실전에 투입할 수준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일본도 상대해야 한다. 동중국해 등의 중국군 움직임은 아직 공격적이지 않다. 적어도 향후 5년간 대만 침공은 없을 것이다.”

#제1 시나리오 ‘본격 침공’은 당분간 불가능

그렇다면 ‘대만해협 전쟁’은 6년이 지나 언젠가 일어나게 될까?
그 실현 가능성을 4개 시나리오 순으로 살펴보자. 먼저 1번 ‘중국군의 본격 침공’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스콧 해럴드는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의 대만침공은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만 동해안은 산악지대, 서해안에는 간석지(개펄)도 있다. 게다가 해안선에는 많은 도시들이 있어 대규모 상륙작전에 적합하지 않다. 또 점령이 목적이라면 공격 쪽의 병력 규모가 수비 쪽의 몇 배는 돼야 하는데, 대만 육군이 13만이니까 중국군은 45만~80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군은 항공, 해상 모두 병력 수송능력이 결정적으로 부족해 민간선박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민간선박은 취약한 표적이 돼 쉽게 침몰당할 것이다.”(아사히신문, 6월 10일자)

해럴드는 또 중국의 강습양륙함(強襲揚陸艦) 수가 한정돼 있어서 대만군이나 미군 등의 공격을 받으면 중국군은 상륙작전 수행능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본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은 해외 지원군이 가까이 못 오도록 장거리 미사일, 잠수함, 기뢰, 사이버 능력 등을 키우려 할 것으로 그는 봤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중국은 최초의 강습양륙함을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취역시켰다. 또한 미사일 전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커버하는 단거리 미사일 외에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개입을 막기 위해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정밀유도탄 DF21, 미국 괌 기지를 겨냥한 ‘괌 킬러’ DF26 등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A2·AD(접근저지, 영역거부)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군사력을 수십 배나 키웠다. 특히 대만해협 주변의 전력증강이 현저하다. 2025년께 서태평양의 미중 양국군 예상 전력비교를 보면, 항공모함은 미국 1척, 중국은 3척이고, 다기능 전투함은 미국 12척인데 비해 중국은 108척이다. 잠수함 수는 중국이 미국의 6배 이상, 군함 총수는 미국의 9배를 아시아지역 최전선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기는 현재 미국 250기, 중국은 1250기인데 2025년까지 중국은 1950기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항모 11척을 비롯해 전체 군사력에서 여전히 절대 우위지만 대만 주변지역만 놓고 보면 오히려 중국 전력이 압도적이다. 유사시 미국이 미국 서해안이나 알래스카 등의 배치 전력을 증파할 경우 중국이 설정한 자국군 전력전개 목표선이자 대미 방어선인 제1열도선(일본-대만-필리핀)에 도착하는 데만 소요시간이 2~3주나 걸린다.

미국의 핵추진 항모 ‘시어도어루스벨트’(왼쪽)와 중국의 헬기 항모 하이난함. (사진=미국 해군 트위터/중국 CCTV)

#미중 모두 ‘본토 타격’은 감수 않을 것

중국이 대만을 본격 침공할 경우 미군의 개입 또한 본격화돼 중국본토가 공격받을 위험이 커진다. 미국본토에서 증파되는 전력을 차단하려면 중국은 미 본토 기지들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미군이 아시아에 배치할 계획인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중국이 갖고 있는 이 지역에서의 미사일 우위를 상쇄시킬 수 있다. 최근까지 미국은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으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정권 때인 2019년 중국이 폐기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걸 이유로 이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중국이 보유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은 1250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INF 폐기조약을 파기한 후 미국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실험에 착수했고 2024년 무렵에는 중국과의 미사일 갭을 메울 계획이다. 최근 한미 간에 합의한 미사일 지침 해제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앤 것도 미국의 이런 계산에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보면 미중 어느 한쪽이 쉽게 이길 수 없다. 여기에는 쌍방 자멸로 가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제외된다. 그래서 ‘현상유지’를 원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중국은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군사력을 서서히 축적하고 있지만 대만 주변에서 전투를 하면 필연적으로 중국본토가 미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설사 중국이 미 항모 타격군을 격파한다 해도 중국본토가 공격받게 되면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 쌓아온 경제발전 성과와 공산당 지배체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때는 군사력 관점만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도 군사개입으로 항모 타격군이 괴멸당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오히라 본지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다시 한 번 인용한다.
“중국이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없는데 미군은 중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비(非)대칭적인 조건 아래에서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군사 옵션을 택하기 어렵다. 미군은 중국이 미사일 공세를 퍼부어도 부대를 분산시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1열도선 등에 배치한 정밀타격망으로 중국 A2·AD 능력을 일정기간 저하시킬 전략을 짜고 있다.”

#대만 점령 땐 ‘대만-미·일’과 싸워야

중국은 대만 점령을 시도할 경우 미국·대만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싸워야 한다. 중국 입장에선 주일미군이 대만 지원작전에 나서기 전에 주일미군을 때리는 게 필수여서, 일본은 제3자로 처신할 수 없다. 중국은 맨 먼저 미군의 안보네트워크나 인공위성을 파괴해 미군의 눈귀를 망가뜨린 뒤 후텐마, 가데나, 요코스카, 요코다, 미사와 등지의 주일미군 기지들을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동맹관계인 일본은 이 사태에 거의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무력공격사태 등 대처법’은 ▲중요영향사태 ▲긴급대처사태 ▲무력공격예측사태 ▲무력공격사태 ▲존립위기사태 등 5개 사태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직접 공격이나 중국의 대만 공격으로 대만 인근 자국령 요나구니 같은 섬들이 전란에 휘말릴 경우 ‘존립위기사태’에 해당돼 집단적 자위권이나 개별 자위권 발동, 즉 무력대응에 나설 수 있게 돼있다.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그렇게 해석해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놨다.

한편 한국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에 선택을 요구 받는 처지다.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갔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능성 높은 ‘하이브리드 전쟁’ 시나리오

2번 ‘대만 주변 외딴 섬들에 대한 침공’은 우선순위가 낮은 시나리오다. 외딴 섬을 공격표적으로 삼는 것은 미군의 직접 개입을 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대만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해상봉쇄나 대만이 차지한 진먼다오, 타이핑다오 등에 대한 침공이 포함된다. 대규모 군사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지만, 설사 외딴 섬들의 점령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일본 등 서방세계가 침묵하고 있을 리 없다. 중국의 다음 목표, 즉 대만침공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낳게 된다. 작은 성과를 얻기 위해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나리오다.

3번 ‘하이브리드 전쟁’은 사이버전과 정보전을 혼합(hybrid)한 개념인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사이버 공격으로 중요시설을 마비시키고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회를 교란한다. 해저 케이블을 절단해 통신망도 차단한다. 그리고 대만 내의 친중파를 끌어들이고 동시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미군이 개입하기 전에 단시간 내에 점령상황을 종결할 수 있다. 2014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 때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비슷하게 써먹은 수법이다.

중국군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일상적으로 들락거리면서 대만군이 많은 인력과 비용을 지불하게 해 피폐한 상태로 만드는 것, 일상적인 ‘그레이존 전술’ 구사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1번 시나리오와 같은 본격전쟁이 불가능한데, 4번의 우발적 충돌 또한 그 가능성은 높으나 본격전쟁으로 확전되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3번이 비록 조기 재통일을 포기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3번 시나리오의 관건은 대만 내의 친중파 입지를 넓혀 2800만 대만인 다수가 중국과의 재통합을 바라는 쪽으로 여론을 끌어갈 수 있느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경제적 기회나 비전 제시뿐만 아니라 인권, 민주, 자유 등의 인류보편가치 수호자로서의 이미지를 갖도록 자기혁신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 국수주의 색채가 짙은 중국몽과 전랑외교를 밀어붙인 결과 세계 각국에서 대중국 호감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2019년부터 계속된 홍콩 민주화 탄압 행위는 결과적으로 차이잉원 총통과 대만독립파(민진당)들의 집권 연장을 도와줄 수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대만은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확전 가능성 낮은 ‘우발 충돌’ 시나리오

대만해협 위기와 관련해 4번 ‘우발적인 충돌’을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단 우발적 사고(충돌)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분쟁 국면에 돌입할 거라는 예측이다.
2013년 중국 항모 ‘랴오닝’의 정보를 수집하던 미 해군 순양함이 중국해군 함정과 충돌 직전까지 갔던 일과 2001년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군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처럼, 대만 주변 바다와 하늘에서 중국군 훈련이 빈번하고 미군 함정과 수송기의 왕래도 잦아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언제든 사고(충돌)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4번 또한 1번과 같은 이유에서 본격침공과 정면대결로 확전되는 것을 미중 쌍방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제기되는 ‘위기론’을 의심하는 이도 적잖다. 미군 고위관리들의 주장하는 중국 위협론과 ‘대만전쟁’ 발발 가능성 자체를 군사예산 유지나 증액을 위한 방편으로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른바 군산복합체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미군은 역사적 전환기마다 이런 식의 ‘군사예산 증액 명분’을 만들어 국내외 군축 압력에 저항해 왔다. 1990년대 냉전 종식으로 옛 소련의 위협이 사라지자 이라크·북한 등 이른바 ‘악당국가’들의 위협을 강조하며 군사비 감축에 반대했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후엔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워 군사예산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하려는 요즘에는 중국 위협론, 나토 강화론을 앞세우며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미국 군부에 동조하면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부각시키는 자민당과 보수 세력의 속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그 대립의 중심에 서 있는 일본이 미중 대립의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다른 여러 국가들과도 협력하면서 일본 독자적으로 국익과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아사히신문의 사토 다케쓰구(佐藤武嗣) 편집위원의 주장이다. 이 얘기는 일본처럼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경제는 중국 의존, 안보는 미국 의존’이라는 2분화는 이미 통용되지 않는다”는 그의 얘기 역시 일본을 두고 한 것이지만 한국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양안 충돌사태가 발생하면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화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일동맹, 한미동맹의 끈으로 묶여 한국 역시 끌려 들어갈 처지가 된다. 미국의 항모 전단과 괌-하와이-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 주한 미군(기지)은 씨줄날줄처럼 얽혀있다.

그렇다고 미국 요구에 그냥 따라야 한다는 양자택일 식 선택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경제, 안보를 나누고 두 대국 중 택일 식으로 의존하려는 전략 자체가 낡은 사고다. 미국·중국만 바라보지 말고 유럽, 러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로 시야를 넓혀 힘을 키우는 독자적인 외교·경제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점은 일본과 유사하지만, 한국이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남북관계 변수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한국 외교·국방·경제에 큰 짐이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영역이기도 하다. 역사의 전기(轉機)마다 불거지는 이웃나라 중일과의 알력과 불편한 관계도 한반도 분단체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한국은 그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중일과의 불편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강대국에 의존하는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고, 유라시아대륙과의 ‘통로’를 회복하려면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국가운명에 활로가 열린다.

한국의 보수 진영은 북한을 탓하고 짐으로만 여기면서 이런 점을 망각했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주변국들도 북한 고립과 남북 분단을 고정변수로 놓고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간 더 지속될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한국이 살아남고 발전해 나가려면 북의 잠재력을 재인식하고 남북한 상생협력을 국가전략상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권 차원을 떠나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일이 터진 다음 고민하기엔 너무나 큰 난제가 될 수 있어서다.


한승동 필자

1986년 잡지 <말>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8년 <한겨레> 창간 멤버로 합류했다. 1998년부터 3년간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국제부장, 문화부 선임기자,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동아시아와 민족(통일) 문제는 물론, 환경·생태·과학 분야 등 다른 세상사에도 두루 관심이 많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른바 통섭적 안목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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