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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12.07, 00:00

[이광재의 ‘미래 대담’② 김서준·신상훈 대표] 플랫폼 경제를 넘어 따뜻한 新자본주의 모델 찾아야

By | 2021년 3월 19일 | 위크엔드 컬처, 이광재의 미래 대담

왼쪽부터 차례로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서준 해시드 대표. (사진=김용훈 작가)

“플랫폼 경제를 넘어서 프로토콜 경제를 준비할 때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56세, 3선)과의 ‘미래 대담’에서 두 명의 젊은 창업가가 4차산업혁명의 현실과 대안을 압축한 말이다. 코로나19 위기와 자산거품 현상 속에서 자본주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디지털경제가 가속화되고 인류문명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도 적잖다.
김서준(36세) 해시드 대표는 4차산업혁명과 미래교육, 블록체인 등을 화두로 삼아 뛰고 있다. 그는 “프로토콜 경제의 원형은 비트코인이라고 본다”며 “마치 협동조합처럼 한 커뮤니티에서 각자 기여한 만큼 (수익이나 가치를) 나눠가지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나 소비자, 이해관계자들이 원할 경우 회사 주식을 받아 장기간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상훈(41) 그린랩스 대표는 외국계 금융사의 펀드 매니저로 출발해 IT 업계에서 창업 경력을 쌓아왔다. 그가 주목 받는 이유는 농업에 IT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으로 농장 운영을 돕고 유통 정보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농업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앱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날씨, 농산물 시세 정보, 농사 지식인, 농약 정보 등의 정보형서비스는 물론 농자재 상점도 운영한다. 장차 농업혁명을 주도해 테슬라 못지 않은 ‘농(農)슬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이광재 의원은 대담 말미에 “미래 문명을 선도하려면 우리 정부가 규제 혁파와 함께 제도 선진화, 인력 양성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두 시간쯤 진행됐다. [편집자]

▲이광재 의원(이하 이 의원)= 요즘 젊은 세대들이 볼 때 지금의 자본주의는 뭐가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부모 세대에겐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2030 세대한테는 기회가 너무 적다, 자본주의가 병이 난 게 아닌가,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걸 많이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김서준 대표(이하 김 대표)= 정말 많이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젊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상장회사 대표 정도 되는 분을 만나도 “솔직히 현금을 들고 있는 게 불안하다”고 말씀하세요.
요즘 부동산·주식 시장이 급등하면서 ‘벼락 거지’라는 자조적 의미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그중에서도 플랫폼 잘하는 회사들의 주가 자체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니까요.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산상승 혜택을 받을 기회가 거의 다 없어져 버린 느낌을 받는 거 같습니다. 20대 초반 대학생들도 몇몇이 모이기만 하면 전부 주식 얘기만 하더군요. 정상적인 사회는 아닌 거 같아요.

김서준 해시드 대표.

#함께 성장하는 이익공유제 사회

-중앙집권화된 플랫폼 기업, 이익 독점
 우버·에어비앤비, 노동자에 주식 분배
-기여한 만큼 나누는 ‘프로토콜 경제’
 자본가-노동자 공존하는 사회 돼야

▲이 의원= ‘쿠팡’이 엄청난 적자를 내다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했는데 시장가치가 60조를 넘었다고 합니다. 플랫폼 사업으로 엄청나게 독점적인 이익을 얻게 됐는데 우리 사회는 어떻게 공존의 길을 찾아야 될까요. 새로운 경제 트렌드 속에서 이상적인 모델은 과연 뭘까요?

▲김 대표=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극도로 중앙집권화 되어 있어요. 회사 내부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심지어 커뮤니티가 회사 운영을 도와주는데도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이득만 내주면서 거기서 쌓인 모든 이익을 플랫폼이 가져갑니다. 하지만 요즘 잘하는 회사들을 들여다보면 참여자들에게 스톡옵션 발행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익 공유 모델을 잘 설계한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 뿐더러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을 포함해 블록체인 상에서 만들어진 프로토콜 경제를 추구하는 회사들이 이런 현상을 증명하고 있죠.
저는 프로토콜 경제의 원형이 비트코인이라고 보는데요. 여기에는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아예 없고, 창업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회사의 대표나 CEO도 없습니다. 프로토콜만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비트코인을 위해서 협업하고, 네트워크의 채굴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보안성을 높이는 활동을 하게 되죠. 거기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채굴 물량을 공정하게 나눠가져요. 마치 협동조합처럼, 비트코인을 함께 만들고 나눠가지는 이 커뮤니티 모델이 프로토콜 경제이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토콜(protocol)의 사전적 의미: ①공식 행사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한 형식 체계 ②과학적 연구를 할 때 따라야 할 규칙 또는 의학적 치료를 위한 정확한 방법 ③서로 연결된 컴퓨터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만드는 언어

▲신상훈 대표(이하 신 대표)= 배달의 민족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올해 첫 번째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됐어요. 소상공인들의 매출, 비용, 각종 판매 데이터 등의 정보를 모아서 어떤 기관에 전달하고, 소상공인들은 그 정보를 이용해서 본인들 사업에 활용하는 제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데이터 축적을 통해 그들이 신용평가를 다시 받게 해준다든지 금융지원을 해준다든지 하면서 플랫폼 경제에서 프로토콜 경제로 약간 진화하는 시도를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란 게, 저희 회사가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굉장히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는 각 농장에서 경영 상태, 농장 운영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참여자들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코칭도 해드리고 있거든요.
예컨대 딸기 종자 가운데 설향이란 종자를 예로 들면, 종자 1000개를 경북 상주에서는 개당 1만 원에 샀는데, 충북 음성에서는 개당 7천 원에 팔린다는 정보를 저희 회사가 플랫폼 참여자들한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2000평의 딸기 농장을 하는 분에게 ‘당신의 예상수익은 평당 얼마로 추정되는데, 당신과 10km 떨어진 지역에서 똑같은 모종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 농장은 지금 평균치보다 떨어지는 상황인데 뭐가 문제인지 점검해보라’는 식으로 조언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참가자들이 플랫폼에 각자 정보를 올림으로써 그 데이터들이 쌓이고 그걸 잘 활용해 본인의 수익을 더 올리는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더 잘하기 위해 자기 정보를 내놓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남들의 정보도 보면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방법들을 계속 제공받게 되는 셈이죠.

▲이 의원= 그러니까 생산, 경영, 매출 등의 데이터를 공유해 결국 맞춤형 학습도 되고 사업모델 진화도 일어나는 거네요. 제가 네덜란드에 갔을 때 보니까 6만5000여 농가가 1년에 130조 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10만 농가인데 겨우 10조 원밖에 수출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농업 혁신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독점을 넘어 공유경제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업체를 손꼽아보자면 어디일까요?

▲김 대표= 가장 유명한 공유경제 회사의 원형 두 개를 꼽자면 아마 우버와 에어비앤비일 텐데요. 두 회사는 2018년 9월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한테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주식을 나눠줄 수 있게 법률을 바꿔 달라는 요구를 계속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새로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불만이 커져 회사 욕을 하면서 떠날 경우 스스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결국 2020년 11월에 플랫폼 노동자에게 연봉의 15%까지 주식을 줄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플랫폼 기업도 회사 경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의 기여분 중 일부를 주식으로 줄 수 있게 된 거죠. 이러면 참여자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일하는 플랫폼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loyalty)가 있으면 주식을 최대한 많이 받으면 되고요. 훗날 그 회사 주식이 10배, 100배가 됐을 때 노동자도 부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겁니다.

▲이 의원= 일종의 신(新)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과거에는 자본가-노동자가 대립하는 형태였는데, 플랫폼 경제를 넘어 서로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쓰러지는 부분도 해결해 나갈 수 있고요. 그러려면 주식 공유 형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겠네요.

▲신 대표= 쿠팡이 기업가치 60조 원짜리 회사가 됐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6000억도 안 되는 회사였지 않습니까? 회사가 더 많은 주식을 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차피 쿠팡 노동자들에게 계속 비용을 써야 하는데 그들이 원할 경우 어차피 나갈 돈의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주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선택적으로 받고 더 열정적으로 일한 사람들은 이 주식가치가 10배, 100배 오르게 되면 그만큼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그럴 경우 돈을 많이 벌어 조기 퇴직을 원하는 사례도 나올 겁니다.

▲이 의원= 그러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되겠네요. 그런데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들의 1주 가격이 비싸서 실제로 노동자에게 주식을 분배할 때 0.1주, 0.5주일 수 있는데 현재는 1주로만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개선을 하면 0.1주, 0.5주 이렇게 주식을 공유할 수 있는 거죠. 과거에는 주주가 소수였지만 앞으로는 참여자 거의 모두가 주주가 되고, 결국 이익공유제와 같은 사회를 지향하게 되는 거죠.

▲김 대표= 플랫폼 노동자의 개념을 조금 더 넓게 가져갈 수도 있어요. 가령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도 플랫폼 참여자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죠. 왜냐면 그들이 사줬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했거든요. 요즘 쇼핑몰들의 마케팅을 보면 물건을 살 때 적립금을 주지 않습니까? 그 포인트도 원화 화폐 기반이어서 가치가 더 증가하지 않는데요. 거기서도 선택적으로, 말하자면 쿠팡 주식의 가치와 연동된 토큰을 주는 옵션을 제공한다면 참여자들의 로열티는 더 높아질 겁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빅데이터의 수집과 한 발 빠른 혁신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얽매이다 발목
 시장 선점 위해 과감한 포기도 전략
-빅데이터 확보와 활용은 곧 경쟁력
 정부, 블랙홀처럼 모으고 개방하라

▲이 의원= 현실적인 질문을 하나 하죠. 미국 의회에서 페이스북 창업자를 불러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어느 민주당 의원이 “나는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나 같은 사람이 모여서 지금 같은 페이스북이 됐다. 그런데 페이스북 창업자는 1년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나는 왜 돈을 못 버는가?”라고 물었어요.
마찬가지로 구글, 네이버, 다음도 수없이 많은 블로거나 이용자들이 활동한 덕에 성장했는데, 요즘 네이버에 광고를 하려면 시골동네 펜션 하나도 1년에 2000만 원씩 광고료를 내야 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서도 뭔가 해법을 찾아야 플랫폼 기업과 참여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업 쪽에선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합니까?

▲김 대표= 조지 길더가 쓴 <구글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플랫폼 회사들 다수가 자기들이 만든 비즈니스 모델을 스스로 부정하지 못해 망하는 회사들이 많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프로토콜 모델은 아니지만, 2011년부터 카카오톡이 등장한 과정을 보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취했던 전략을 반면교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이동통신 3사에게 가입자들이 건당 몇십 원씩 냈고요. 국제전화를 쓰려면 1분당 500원, 1000원씩 내야 했습니다. 통신사들이 그 네트워크를 독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카카오톡이나 다른 스타트업들이 문자메시지 비용도, 국제전화 통화 비용도 다 없애버렸죠.
그러니까 그 무렵 통신사들이 집중했어야 할 가장 중요했던 전략은 자기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해체하면서라도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즉 자기사업을 포기하는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면 더 큰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죠. 그런데 그러질 못했고 그 결과가 쌓여 카카오톡이 이동통신사들보다 훨씬 더 큰 기업이 됐죠.
같은 맥락에서 페이팔(PayPal) 같은 회사는 지금 처절한 자기해체를 하고 있습니다. 페이팔은 원래 결제수수료로 먹고사는 회사인데, 비트코인을 유통하는 지갑을 오히려 가장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있거든요. 비트코인을 도입하면 결제 시에 비트코인 지갑을 가진 거래 당사자들은 어떤 금융기관한테도 수수료를 내지 않고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페이팔이 앞장서서 고객들에게 이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차피 나중에 사람들은 블록체인 위에서 금융회사들을 끼지 않고 디지털화폐를 주고받는 환경으로 갈 텐데,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면 페이팔도 이동통신사 ‘문자메시지’ 사업부처럼 된다는 생각인 거죠. 그러니까 아직 디지털화폐와 가상화폐의 지갑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을 때 페이팔은 자기 고객 3억 명에게 차라리 더 빠르게 가상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운영하는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시장을 선점하려 는 겁니다.

▲신 대표= 제가 전번에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저희 회사는 ‘농업의 테슬라’가 되고 싶다”고 말했더니 주변에서 ‘농(農)슬라’라는 별명을 붙이더군요. 제 친구들은 제게 “너는 그러면 ‘멜론 머스크’냐”고 그러고요.
저는 우리 직원들을 상대로 항상 이렇게 얘기해요. “왜 우리가 농업의 테슬라인가. 그 이유는 농업 생산성에 혁신을 불러일으켜 식량혁명, 그리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종사자들도 이익을 얻고 우리도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 된다.”
저희 그린랩스는 그래서 일단은 플랫폼을 활성화시켜 농업 종사자들과 관계자들이 많이 모이도록 하되, 이 분들이 최대한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있거든요. 이건 테슬라가 성장하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회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에 서 있고, 자율주행이 메인 키워드가 됐잖아요.
처음에 테슬라는 전기차를 많이 생산해 보급하기만 했는데, 결국 그 수백만 대의 전기차에서 주행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덕에 AI 운영체계는 계속 강화학습을 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AI가 탄생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젠 더 이상 테슬라를 하드웨어 회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핵심은 결국 iOS나 윈도우,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이고 하드웨어를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예요.

▲이 의원= 데이터 활용 문제와 관련해 생각해볼 점이 많아요.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을 10억 명이 쓰고 있잖아요. 그러면 10억 명이 직간접으로 제공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페이스북 내부에 쌓이게 되죠. 마찬가지로 우리의 ‘멜론 머스크’께서 전 세계 농업인을 위한 농업 OS를 운영하게 되면 정말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이게 될 겁니다. 결국 플랫폼 경제에선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나라나 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눈덩이가 불어나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참여자를 모을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규모로 봐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불리한 나라잖아요. 우리가 2030 세대한테 지금보다 더 확장된 미래의 기회를 주려면 기성세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신 대표= 저는 농업 관련 앱을 하고 있으니까 그에 국한해 본다면, 저희가 초기에 성장한 방식이 농민들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저희가 그것들을 통해 다시 농민들한테 더 나은 서비스를 드리고, 그러면 농민들도 더 모이고, 그래서 저희 회사는 더욱 발전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든 거예요.
그런데 처음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사업 덕이라고 할 수 있죠. 뭔가를 일단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날씨 관련 정보는 기상청에서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받고 있죠. 전국의 유통시세 정보라든지 이런 것들도 다 받아서 쓰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 모으는 데이터 양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런 것들을 민간에서 잘 쓸 수 있게 최대한 많이 풀어주고 그 위에서 뛰놀게 한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가 적다고는 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잘 활용해 강화학습을 통한 AI 엔진을 조금 더 빠르게, 반 발짝만 더 빠르게 만들어내 다른 나라 데이터들을 흡수할 수 있으면 그걸로 상대적 경쟁력을 갖게 돼요. 핵심은 그런 프로토콜의 형태를 빨리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블랙홀처럼 모을 수 있는 중심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중심을 만들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한국 내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더 개방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풀어서 민간사업자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워야 한다!

-‘컴사’ 가르칠 교사 배출 年180명뿐
 대학 학과 정원 확대에도 제약 많아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인재난 극심
 새 일자리 만들 엔지니어 육성 필요

▲이 의원= 지금 제가 추진 중인 K-뉴딜의 핵심 사업은 결국 정부가 데이터 댐을 만들어,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채운 뒤 민간 부문에서 좀 더 빨리 쓸 수 있도록 가공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러려면 AI 기반의 엔진을 만드는 인재 양성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교육 현실을 보면 답답합니다. 전국에 6000여 개 학교가 있는데, 중·고교 교사 중에 컴퓨터사이언스를 가르칠 수 있는 분은 1년에 180명밖에 배출되지 않아요. 우리가 미래인재 양성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질의 AI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는 프로그래머를 많이 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담교사 인력조차 없다 보니까 민간 기업들로서는 자기가 원하는 인재들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최근 게임업체의 개발자 연봉 경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 같습니다.

▲신 대표= 제가 얼마 전에 모교의 컴퓨터공학부 교수님을 뵈러 간 적이 있어요. 그분은 AI 학장님이자 AI 연구소 소장님인데, 제가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 교육을 주도한다고 하면서 왜 컴퓨터공학부 학생을 연간 100명도 배출하지 못합니까? 천 명, 만 명씩 키워야 하는데 왜 지금은 이거밖에 못할까요?”라고요.
그런데 각 대학교에서 학과 정원을 늘리는 게 만만치 않아서 교육부 허가도 필요하고, 교내에서도 약간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민간에서 원하고 각 학과에서 추진한다 해도 그렇게 빨리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이 의원= 그 점이 우리 교육개혁의 아주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학에는 특정 학과의 정원을 제한하는 제도가 없다고 합니다. 스탠퍼드대학 같은 곳을 보면 컴퓨터공학 전공자를 대대적으로 늘릴 수 있어서 한 해에 천 명씩 늘리고 있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야만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대표= 옛날에는 스탠퍼드의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워낙 적어서 IT 붐이 한창일 때 스타트업 경영진 사이에서 이런 농담도 있었습니다. 스탠퍼드 컴퓨터공학 박사 한 명당 몸값이 10억, 다섯 명 모이면 바로 50억이라고요. 이런 말이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 만큼 고급인력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스탠퍼드 출신들을 만나면 둘 중에 한 명은 컴퓨터공학 전공자입니다. 복수전공을 해서라도 다 학위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니까 사회에서 원하는 속도에 맞춰 대학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공부하고 전공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타이트하게 정해놓았잖아요. 전체 대학정원 중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은 아마 3%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수강생 숫자 제한이 있어 복수전공을 하는 것도 너무 어렵습니다.

▲이 의원= 그래서 인재 양성도 안 되고 일자리도 안 생기는 거잖아요. 젊은이들이 미래를 추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면 결국 기술의 진화를 일으킬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를 어떻게 배출하느냐가 가장 시급한 문제 아닐까요?

▲신 대표= 맞습니다. 저희 회사가 요즘 어려움을 겪는 게 결국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늘리는 부분이거든요. 예전으로 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과 똑같은데, 여기엔 먼저 돈을 들여 설비투자를 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저희 회사 같은 스타트업은 CAPEX(Capital Expenditures,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하는 투자비용)를 인력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걸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거죠. 쿠팡도 그게 안 되니까 상하이(上海)에 개발센터를 만들고 샌프란시스코에도 세우고 있잖아요, 이런 R&D센터 탈출 현상은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점점 더 많이 일어날 겁니다.

#달라지는 세상, 네트워킹에 익숙해져라

-전통 자산, 디지털 형태로 변환될 것
 효율적 자산 배분 위한 제도 마련해야
-미래엔 AR 기기 끼고 지방 가서 근무?
 메타버스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기대

▲이 의원= 아까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프로토콜 경제가 앞으로 플랫폼 경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요. 그럴 경우 한국이나 전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김 대표= 프로토콜 경제 개념이 정착되려면 각종 제도와 기술적 기반을 만드는데 국가가 앞장서줘야 그나마 시작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가상 자산,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이유가 뭐냐면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이 작년에 “모든 주식은 토큰화(化) 될 거다”고 말한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전통적인 자산들이 토큰이란 디지털 자산 형태로 바뀌게 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거나 보상을 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과 관련한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결국 미래 사회의 모습은 한 명이 어떤 회사에서 10~20년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적성과 역량에 맞춰 개방화된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면서 기여하게 될 겁니다. 개인의 비전과 일치하는 조직에서 장차 가치가 증가할 만한 자산을 획득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기업 혹은 네트워크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도 굉장히 많아질 거고요. 사람들은 일한만큼 뭔가 보상을 받는 환경이 주어지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가령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뉴미디어들은 지금도 그런 모델을 일부 취하고 있거든요. 유튜브가 토큰을 주진 않지만, 그래도 유튜브에서 일한만큼 광고수익으로 보상을 해주지 않습니까.

▲신 대표=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요. 어떤 플랫폼이나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로서 혹은 데이터 제공자로서 각기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줘야 되고요. 토큰형 화폐든 다른 것이든 데이터를 내놓은 만큼 가치 있는 자산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준다면 프로토콜 경제 모델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언제부턴가 ‘N잡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한 회사에서 한 가지 일만 하는 세상이 이미 아니거든요. 그렇다 해도 내 수입이 오늘 일하면 그만큼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쭉 어떤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내 재능과 데이터를 계속 기부하면서, 꼭 노동이 아니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부가 축적되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직업의 개념, 노동의 개념이 바뀌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의원=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되려면 소프트웨어 인력이 약 5만 명쯤 더 있어야 된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농업 OS의 참여자가 100만 농가로 늘어나고 신상훈 대표가 꿈꾸는 농업혁명을 이루었다, 혹은 김서준 대표가 꿈꾸는 프로토콜 경제가 본격화됐다, 그럴 경우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어떤 기회가 생길까요?

▲김 대표= 저는 10~20년 뒤에 현실 세계의 전통적인 일자리는 거의 없어질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이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뭘 하고 살아야 되냐? 가상세계 일자리가 훨씬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수많은 플랫폼에서 가상의 우주, 메타버스(Metaverse)가 무한하게 만들어질 거고, 거기서 그런 일을 많은 사람이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의 원형을 가장 잘 구현한 회사가 로블록스(ROBLOX)인데요. 미국에서 16세 이하의 60%가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레고를 사주면 방구석에서 혼자 만들고 놀고 그렇게 끝났잖아요. 이제는 레고를 가상세계에서 만들고, 또 그걸 잘 만들어놓으면 다른 아이들이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해 사갑니다. 그러니까 아이들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미 그 플랫폼에서 월 1억 넘게 버는 사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부가적인 가치창출, 창작활동, 예술활동 등을 하면서 남들과 더 재밌게 교감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에겐 기계가 하는 일보다 못한 일자리밖에 안 남을 겁니다.

▲신 대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나왔듯이 결국 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서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거나 뭐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저도 농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를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상상해보자면, 농장에 모든 센서가 설치되어 있고 실제로 작업은 로봇이 해요. 그 로봇은 우리 지시를 받지 않고도 움직이지만, 지시가 들어갈 때도 있고요. ‘나’라는 사람은 농업 전문가고 아침에 출근해서 AR 기기를 끼고 충북 음성에 갑니다. 메타버스에 있는 농장에 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온도계, 습도계를 본 다음에 딸기의 화방들을 체크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다음엔 경북 상주의 메타버스 딸기 농가로 가서 작업을 또 해요. 고개만 옆으로 돌려서요. 실제 작업은 그곳에 있는 인부나 로봇이 하겠죠.
그런 미래의 일부 비슷한 버전을 저희 회사에서 이미 시작했어요. 뭐냐면 저희가 충북 홍성에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50개 농가의 데이터와 화면들을 119구조본부 종합상황실처럼 다 띄워놓고 관찰합니다. 가령 ‘3번 농가에 문제가 있다’고 화면에 뜨면 바로 전화해 그쪽에 코칭하고 그런단 말이죠. 이런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특정 영역의 전문가로서 지역적 한계와 언어·인종에 상관없이 활약할 수 있는 직업의 형태가 훨씬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의원= 확실히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 세상에서 선두주자가 되면 좋은 일자리는 크게 늘어날 겁니다. 거꾸로 그 반대일 땐 굉장히 힘든 상황을 맞이하겠죠. ‘Z세대’라는 새로운 세대와 전통산업에 종사하는 기성세대가 어떻게든 서로 손잡고 산업과 기술과 사회의 진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거 같습니다. 또한 한국이 미래 문명을 선도하려면 우리 정부가 규제 혁파와 함께 각종 제도의 선진화, 고급인력 양성 등에 적극 앞장서야 할 거 같습니다. 정치권이나 정부, 교육기관의 분발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담 정리=이형진 작가
사진=김용훈 사진작가
편집=한은지 기자


김서준 대표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수료하고 IT 스타트업 분야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노리(Knowre)’라는 온라인 AI 수학교육 프로그램의 공동창업자이자 부대표로 일했으며, 소셜 데이트 서비스인 ‘정오의 데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적도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스타트업 투자전문회사인 ‘해시드(Hashed)’를 창립했으며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벤처파트너로도 일한다. 2년 전부터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공공분야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신상훈 대표
1980년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BOA메릴린치에서 트레이딩 프로그램 개발 및 펀드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금융공학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자책 플랫폼인 ‘리디북스’의 투자자 겸 경영진으로 일했으며, 온라인 데이팅서비스 ‘아만다’를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 ‘넥스트 매치’를 창업했다. 2017년에는 2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린랩스는 국내 유일 클라우드 기반 농장환경제어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업 플랫폼 ‘팜모닝’ 앱을 통해 농작물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농업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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