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건물이 들어선 서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 초기와 달리 서울 도심 내 역세권 등의 용적률을 올려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책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밀개발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이른바 ‘콤팩트시티론’으로 집대성됐다. 최경호 필자는 이런 콤팩트시티론이 서울의 집값 문제 해결과는 무관하게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고밀화에 따른 부작용 역시 심층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펀집자]

#文정부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 급등  서울 및 도심 공급확대론 전환#용적률 상향 통한 고밀 개발 대두  콤팩트시티론, 이론적 토대로 활용#서울은 인구 밀도상 이미 콤팩트시티  초고밀 개발 부작용 함께 논의해야#근본 해법은 '분산-다핵 국토개발'주거-통근-업무상 이동의 효율적 연결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해결책으로 도심 공동주택의 용적률 상향이 추진되고 있다. LH와 SH등에서는 공공재개발할 경우 용적률 한도를 현재의 두 배인 50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조건만 충족하면 700%까지도 올릴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 4대문안 도심의 용적률을 1000%로 올려서 초고밀화한 후 공동주택을 공급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집값뿐만 아니라 도시의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다.

고층과 초고층 건물을 통해 시설을 집중시키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은 콤팩트시티(compact city)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콤팩트시티론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2011년 작 <도시의 승리>를 통해 토대가 탄탄해졌다. 자가용과 단독주택 위주로 방만하게 배치된 도시보다는 대중교통과 공동주택 위주의 콤팩트 한 도시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요가 몰리는 곳을 고밀개발하면 그만큼 다른 곳의 환경을 보전할 수 있고, 교통으로 인한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글레이저가 제기한 콤팩트시티의 문제의식은 용적률 133%의 뭄바이나 인구밀도 29명/ha의 미국 교외 지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현재 이미 용적률이 600%인 서울 도심 일반상업지구나 인구밀도가 헥타르당 137.8명인 강남구, 462.3명이 이미 몰려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세대당 2.5명 기준)에 적용할 규범으로 볼 순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문제 해법으로 각 도심의 용적률을 ‘점(點)이 아니라 면(面) 단위에서’ 크게 끌어올려 주거와 업무의 집적화를 추진하겠다는 초고층고밀도시론은 ‘틀린 콤팩트도시론’이다. 교통환승지구 위주의 제한적인 지역에는 고밀화를 처방할 수 있겠으나, 산업구조 및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국토의 다핵화와 스마트한 연결이 국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주택시장도 안정화 할 수 있는 근본 해법이다.

고밀화 따른 일조량 감소 등 난방 부담 증가

서울의 경우 2016년 에너지 소비분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건물 부문이 67.5%였다. 달리 말하면 주거의 집중을 통한 에너지 고효율 이전에 기존 건물의 에너지 절약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밀화한다고 건물을 촘촘히 지어 건물 내 일조량이 감소하게 되면 난방 부하가 증가한다. 고층화가 되면 건물 전체 연면적에서 지붕면적의 비중이 줄어든다. 그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는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최근에는 외벽이나 유리도 태양광발전 패널의 역할을 할 수 있다지만 그때에는 건물의 가로-세로 비율이나 표면적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무조건적 고밀화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학계의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인구의 순밀도 기준 500/ha를 초과하는 도시의 경우 오히려 도시 전체의 교통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논문도 나오고 있다. 2013년 7대 광역시 74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적정 개발밀도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순밀도 기준 528명(/ha), 총밀도 기준 220명(/ha)이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서울의 강남의 대단지 아파트 인구밀도가 어떨까?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200%인데, 가구당 2.5명 기준으로 잡으면 현재 헥타르당 462.3명이 산다. 만약 용적률을 300%로 늘린다면 헥타르당 693명이 넘는다. 밀도만 놓고 보면, 서울은 이미 충분한 콤팩트 도시다.

일부 역세권의 ‘환승 지향 복합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의 차원에서 점(點)적인 범위에서는 용적률 500% 이상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면(面)적인 차원, 특히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지역에서의 용적률은 300%가 한계로 봐야 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서 가구원수가 줄거나, 일부 상가, 관공서,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커뮤니티 케어(돌봄) 시설 등을 넣어 복합용도개발을 한다 해도 330% 정도가 최대치라고 봐야 한다.

고층건물 증가 땐 수직교통비용도 상승

교통 에너지의 측면에서 봐도 무조건적인 고밀화는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고밀·고층화로 ‘수평’ 교통비용이 줄어든다 해도 정작 ‘수직’ 교통비용 증가를 상쇄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어서다. 수직교통비용이란 지표면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이다. 쉽게 말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 시간이 고층일수록 많이 든다는 것이다.

수평 교통비용은 ‘직주근접’이 되어야 줄어든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직장과 주거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자리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많은 이들이 ‘강남에서 판교로 출근하고 다른 이는 판교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처지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강남과 판교를 고밀화해봤자 경부고속도로와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만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직주근접을 강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지역과 지역의 관계에 산업과 일자리, 교육 및 인구 사회학적 측면 등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풀리는 문제다. 콤팩트시티가 단순히 고밀화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콤팩트시티가 의도한 바는 ‘이동거리’를 줄이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이동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고층화시 면적의 한계이익 체감’의 측면도 간과됐다. 단층 건물은 계단이 필요 없지만, 2층부터는 계단이 필요하고, 더 높아지면 계단과 함께 엘리베이터도 들어가야 한다. 법적으로도 5층 이상이면 엘리베이터, 높이 31미터 이상의 경우는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필요하고 건물 높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계속 추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나 공조, 배전 등에 투입되는 면적과 에너지도 늘어난다.

고층화될수록 사람과 자원을 위한 ‘수직 동선’에 필요한 ‘코어 면적’이 증가한다. 다시 말해 한 층이 쓸 수 있는 면적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여의도 63빌딩의 경우 저층부는 3분의 1 정도가 코어면적이다. 게다가 초고층의 경우 중간중간에 피난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잠실 롯데타워의 경우 20개 층마다 1개 소다. 따라서 70층 이상 높아지면 추가로 높아지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 한국화재소방학회의 2006년 연구결과다.

건물들이 고층화되면 인동간격(이웃하고 있는 건물과의 거리)도 그만큼 널리 띄워야 한다. 그럴수록 지표면에서 차지하는 면적의 비중(건폐율)이 줄어든다. 물론 건폐율이 작으면 그만큼 녹지나 오픈스페이스가 많아질 수는 있다. 그런데 현재도 17% 정도까지 떨어진 고층아파트 단지의 건폐율을 더 이상 낮추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 상태에서 높이를 높인다면 (높이에 비례하는) 인동간격의 규제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기껏 확보한 녹지와 주택에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난방비용이 증가한다.

초고층아파트, 중산층·서민 주택난 해결 못해

다음으로 ‘고급화’의 측면이다. 굳이 비용을 들여 초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면 한계이익이 체감하는 만큼 단위면적당 수익성이 좋아져야 한다. 따라서 초고층건물에는 저렴한 주택이 들어갈 수없다. 단위 면적당 가격이 비싸질뿐더러, 면적도 대형화된다. 우선 코어 하나에 현관이 여러 개면 동선이 꼬여 많아야 4세대, 대개 2세대가 같이 쓰게 된다.

다음으로 층수나 세대수가 많아지면 엘리베이터를 더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수록 주거전용면적도 줄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타워형 아파트들은 층당 3세대에 엘리베이터 2대를 넣는 절충안을 쓴다. 결국 주택 가구당 면적의 대형화를 피할 수 없다. 대다수 시민의 주거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용적률 700%를 상회하는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와 목동의 하이페리온, 부산 해운대의 위브 더 제니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들을 보면 대부분 대형평형의 주택이다.

용적률을 높인 초고층주거건물을 통한 콤팩트시티 개발이 가진 문제점이 또 있다. 높이가 높아지면 그만큼 인동간격이 줄게 되어 그늘이 많이 진다. 법적 기준도 지키고 집값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인동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판상형 건물을 날씬한 타워형으로 바꾸고 엇갈리게 배치한 것이 지금의 ‘건폐율 20% 안팎, 30층 안팎’의 아파트들이다. 건폐율을 다시 늘릴 수 없다면, 용적률을 늘리는 것은 고스란히 높이에 반영된다. 그런데 지금의 30층 아파트가 나중에 재개발할 때 90층이 될 수 있을까?

초고층 위주 재개발로 해당 지역의 인구가 늘어났을 때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도로, 상하수도, 교육시설 등 기반시설에 미치는 부하가 커진다. 이를 증설하는 데 따른 비용을 각종 분담금이나 환수금으로 매겨 거둬들일 수 있는지도 논의의 여지가 있다. 토지지분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초고층 재개발로 생기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그 단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생기는 비용은 사회화한다는 지적 역시 훗날 세대 간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본질적인 우려는 단순히 집값을 이유로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대거 초고층 공동주택을 공급한 이후다. 용적률을 3배로 늘리는 것이 이번에는 가능했다고 치자. 30-40년 뒤에도 가능할까? 한국은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국가다. 한국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서울의 주거용 건물 용적률을 3배로 늘리면, 지금 서울 인구의 2배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인구가 전 인구의 절반이 넘었다. 모든 지역의 인구가 다 와도 모자를 수 있다. 만약 서울과 수도권이 다른 지역의 인구를 흡수하는 블랙홀로 계속 유지가 된다면 한국의 지역 소멸을 막을 대안은 무엇인가?

주거-기후 위기, 다핵 국토와 시간-공간 통합 접근해야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콤팩트시티론을 한국에 적용할 때 보다 세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극화된 국토에서 서울을 더욱 과밀화하는 것으로 콤팩트시티론을 해석하면 안 된다. 우선 에너지 효율적이지 않으며 중산층·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으로 시작했다가 자칫 소수의 경제적 상위계층만 들어갈 수 있는 초고층아파트만 늘어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로 훗날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시공간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일상적 생활권과 업무상 활동권역을 적절히 위계화하도록 국토의 다극-다핵화를 진지하게 추진해야 한다.

일상적 출퇴근은 그 ‘콤팩트’한 각각의 핵으로 하되, 업무상 이동은 다핵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다핵 국토’가 답이다. 이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도 잃지 않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2050 넷 제로’도 달성하며, 동시에 집값도 잡을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다. ‘with코로나’ 시대에 맞도록 재택근무와 거점 오피스의 활성화하는 것과도 통한다.

사람들이 자주 마주쳐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니, 업무상 이동은 신속하게 할 수 있어야 경제의 발전과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해법은 서울을 과밀화하여 서울 내부의 교통난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다. KTX와 GTX의 역세권에 업무 시설이 자리 잡고, 각 역세권에서 주택까지의 일상적인 통근 교통은 지역 내 친환경 교통으로 해결하는 것이 답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의 철도역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중앙역에서는 길만 건너면 정부 부처 건물이 있고 의회까지도 도보 10분 거리다. 기차역도 복합 개발되어 오피스가 입주해있고 플랫폼에서 에스켈레이터 한 번이면 시내로 들어갈 트램과 버스 환승장이 있다. 다른 도시에 살아도, 평소에는 자기 도시의 철도역 근처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중앙부처나 대기업의 지사에 일이 있어 큰 도시로 가는 길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물론 봉건제의 전통으로 분권화된 발전경로를 통해 인구가 분산된 독일이나, 산이 없는 평지 위주의 네덜란드의 국토공간구조를 그대로 베껴올 수는 없다. 그러나 일상업무지구와 주거지구는 근거리에 배치하고, 업무지구와 업무지구를 광역 쾌속교통망으로 연결하는 정책을 배워야 한다. 철도역과 같은 광역 교통 결절점이 도심 내 위치하며 대중교통지향형 개발 방식인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를 , 일상의 업무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만 고밀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주거-통근-업무상 이동의 체계가 위계화되어 효율적으로 연결되면 ‘분산-다핵’의 국토 공간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의 활성화 등으로 통근 횟수를 줄여야 한다. 주 3일이나 4일 통근이 정착되고 그나마의 출근도 지역 거점 오피스로 할 수 있게 되면, 굳이 땅값이 비싼 동네로 몰려들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행과 같이 거점마다 사무실이 있는 회사들은 본사 직원들이 각자 집 근처의 지점으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본점 폐쇄의 위험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콤팩트시티의 문제의식 자체는 시비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안정화를 이유로 높은 건물만 짓겠다는 콤팩트시티는 틀렸다. 국토의 ‘공간과 시간의 결합 체계’를 콤팩트 하게 만드는 것에 더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공론화 없이 만들어진 서울과 수도권 도심 고밀개발 공급론의 부작용은 결국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정책위원장

주네덜란드한국대사관 선임연구원,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 민선7기 서울시 공약조정위원회 <더깊은 변화위원회> 위원 등 역임.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주택제도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는 중이다. 도심 편입 버스종점부지 복합화로 커뮤니티 시설과 사회주택을 짓는 건축학과 졸업작품으로 ‘대한민국 건축대전’에 입선한 이래 도시계획과 주택정책 분야로 옮겨와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