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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교수 인터뷰] 문제는 균형발전!…베이비부머+지방도시+중소기업 ‘삼자연합’을 추진해야

by | 2021년 1월 7일 | 정책

대한민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문제는 부동산값, 일자리, 인구감소, 수도권 과밀(지방소멸)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정치권이 단기대책에 골몰하다 보니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문제들이다. 어느 것 하나 근본대책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대한민국의 취약한 메가트렌드, 즉 풀기 힘든 장기적 난제들에 도전하고 있는 학자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시장 대책들에 대해 “(지금 같은 대책이라면) 부동산값이 계속 오르내리는 fluctuation(변동)이 반복될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답답한 감정을 드러냈다.
마 교수가 구상하는 근본대책은 베이비부머의 지방행(行)이라고 할 수 있다. 1·2차 베이비부머 1700만 명 가운데 200만 명 정도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빠져나가 지방도시, 중소기업에서 ‘인생 다모작’을 일굴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한꺼번에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썼던 책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모두 국토균형발전을 역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부여당의 정책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동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과 시장 흐름, 이것들을 정부 정책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호랑이가 있으면 그 등에 타서 호랑이를 잡아야지, 호랑이와 정면으로 맞서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부동산대책과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손꼽았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마 교수의 연구소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산다
-은퇴 이후 고령층으로 대거 편입
최소생활비 170만원 충족 힘들어
-非수도권 지역에 타운하우스 조성
중소기업 일자리 제공 땐 윈윈윈

▲부동산시장 문제는 국토균형발전, 세대 갈등과 연관되는 문제 같다. 마 교수께선 지난해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의 부제가 ‘청년과 지방을 살리는 귀향 프로젝트’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집값 폭등, 출산율 저하라고 본다. 총체적 난국 상황인데 근본 원인은 공간쏠림현상, 즉 수도권 일극화(一極化) 현상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첫째로 산업구조가 변동한다는 거다. 새로 떠오르는 신산업은 예전 구산업과 입지 특성이 매우 다르다. 2차 산업혁명 때는 도심 지향성이었고,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도시 외곽에 산업단지와 공단을 지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복합이 가능한 도심으로 신산업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한다.
둘째는 인구구조 변동이 급속히 진행 중이다. 그 중 핵심은 거대 인구계층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자로 편입되는 것이다. 거기에 출산율이 극도로 낮아지는 현상이 맞물려 미래 전망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비(非)수도권에서는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지방 도시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요컨대 대도시, 수도권 중심으로 인구·산업의 쏠림 현상이 너무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문제가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메가트렌드다. 또한 합계출산율이 0.84까지 떨어졌다. 저출생-고령화가 한참 진행된 일본도 1.4 정도 되는데 그보다 훨씬 낮다.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기준(현재 65세) 상향, 정년 연장, 국민연금 개편 등 논의해야 할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 베이비부머의 다모작 경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두 차례 있었는데 1955~1964년에 800만 명, 1965~1974년에 900만 명이 태어났다. 40대 후반~60대 중반에 해당된다. 앞으로 20년간 매년 70만∼90만 명이 고령자로 편입될 전망이다. 저출생 못지않게 고령화가 심각한 이슈다. 쓰나미처럼 닥치는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문제의 핵심은 고령자 계층의 경제력이 취약해 여생을 제대로 설계할 수 없다는 거다. 정확한 수치는 제가 쓴 책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에 실려 있다. 설문조사 결과 부부 기준으로 적정 생활비는 240만원을 조금 넘는다. 최소생활비는 그보다 낮은 170만원 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연금으로 그것조차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연령은 평균 72세다. 늙도록까지 일해야 하는데다 일자리 질도 낮고 보수도 적다.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이유일 것이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일하는 복지’를 통해 국가 재도약을 꾀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감소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과연 베이비부머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있을까?

-100세 시대에는 2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30년간 일하고 나머지 70년간 누군가에게 부양을 받아야 되는 구조가 된다. 우리 경제나 재정 능력으로 지탱할 수 없다. 그래서 다모작 경제를 강조하고 싶다. 그 핵심은 갈수록 소외되고 있는 비수도권, 중소기업, 중장년층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중장년층은 청년층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종의 사회적 잉여 비슷한 개념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중장년층이 은퇴 이후 비수도권에서 제2의 삶을 가치 있게 살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공간-기업-인구가 경제시스템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다모작 경제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잉여’를 적절히 결합해야 대한민국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
다모작 경제는 원래 김태유 교수님이 주장했는데, 안타깝게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 마디로 젊은 세대가 잘하는 일이 있고, 중장년층이 잘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거다.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젊은 층은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데 50세 정도가 넘어가면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 높아진다. 경험과 연륜에 의한 판단력을 갖게 되고, 일을 더 할 역량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50세 넘으면 은퇴를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할 만큼 했다, 은퇴해라.’ 제도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김태유 교수님께선 직업도 연령별로 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행정직이나 서비스직은 나이 들어서도 할 만한 직군이 적지 않다. 매년 통계청에서 기대여명(期待餘命) 표를 발표한다. 2019년 기준으로 55세의 기대여명은 30.2년이다. 이들이 20~30년 동안 등산만 할 순 없지 않은가. 건강한 노인들이 많고 축적된 지식·경험이 많은데도 유휴화(遊休化)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부터라도 다모작 경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깊이 고민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한데 노동시장 차원에서 베이비부머를 활용할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정부나 기업, 베이비부머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첫 번째다. 꼭 양질이 아니라도 좋다. 지금부터 설계를 잘 해야 한다. 인구가 격감하는 비수도권,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들, 일자리를 찾는 베이비부머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한다면 굉장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결합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인구소멸지역과 관련된 특별법이 5개 정도 발의돼 있다. 거기에는 지자체 지원 방식, 인프라 구축 등이 포함돼 있는데 그 핵심은 일자리다. 비수도권 지역 중소기업들이 베이비부머들을 고용할 경우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책이 많다. 고용·입지·임대 보조금, 조세감면, 특별지원금 등 각종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LH 같은 공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주택단지를 조성해주고, 장기 임대를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 5년 임대가 아니라 원할 경우 20년, 50년까지 살 수 있도록 아파트, 타운하우스, 단독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지방 중소기업들의 일자리 중에는 3D 업종이 많아서 젊은 세대가 기피하고,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나이 많은 은퇴세대가 과연 제조업 현장에서 힘든 일을 할 수 있을까?

-지방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정말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베이비부머와 중소기업의 시너지가 좋을 수 있는 게, 이분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분들이 행복한 여생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은퇴세대의 삶의 질, 행복감을 높이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사람들과의 교류다. 셋째는 안정적 주거공간이다. 내가 얘기하는 다모작 경제는 이 세 가지를 한 방에 해결을 해주자는 거다.
제조업 현장에는 뿌리산업이란 개념이 있다. 주조(鑄造), 금형(金型),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한 것들이다. 이것들에 대해 정부 정책으로 고도화, 고부가가치화, 자동화, 첨단화를 지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결합될 여지가 많다. 원래 R&D와 제조는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제조업을 경시하면 국가경쟁력,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젊은 세대가 그동안 기피했던 3D 업종도 고도화 땐 충분히 좋은 일자리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도시 시즌2 성공하려면
-아파트·행정기능만 있으면 혁신도시?
  일자리·인프라 있어야 사람 모인다
-‘시즌1’의 나눠주기 대신 융복합 필요
  중심점 높은 지역과 외곽을 연계해야

▲일각에선 베이비부머 200만 명이 지방행을 선택한다면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고 지방경제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주택문제 못지 않게 의료·복지·문화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구심력이 너무나 강대해지다 보니까, 인구·산업을 계속 뺏기면서 비수도권은 점점 인구밀도가 낮아졌다. 이러면서 효율도 낮아져 생활 SOC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경영상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쓴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는 지방도시들을 밀도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융복합 에너지가 발생하고 기반시설, 생활시설이 들어와도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 이런 시설이 자꾸 사라지는 이유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진주의료원 폐쇄가 그런 예다.
도시계획학 관점에서 최소 인구는 대략 25만~30만 정도다. 그래야 응급의료센터가 들어올 수 있고, 고급백화점이 들어올 수 있다. 전국적으로 15만 이하의 도시들이 무지하게 많다. 그러면 생활 SOC도 점차 사라진다. 가장 높은 위계의 생활 SOC들은 버티질 못한다. 스타벅스 같은 경우도 관광지가 아니라면 인구 10만 정도가 하한선인 것 같다. 영화관도 10만 이하 도시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의 지방도시 80~90%에는 영화관이 없다. 그런 곳에서 과연 젊은 세대가 살려고 하겠나. 인구 25만 이하로 내려가면 그 지역은 인구의 하방압력을 받는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생활 SOC들이 빠져나가고, 그러면 또 인구가 감소하고 … 악순환 고리에 빠진다. 나중에는 남아있는 게 없는,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되고 만다. 그 곳을 살리려면 청년 세대가 오거나 실질적으로 이주 가능한 인구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에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한 ‘이촌향도’의 중‧후반부를 주도했다. 이들을 만나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엄청 남아있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4년 출생) 가운데 60% 정도는 고향에 가서 살고 싶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짐을 쌀 준비를 하는 세대가 15~20%나 된다. 그러나 망설인다. 고향에 가면 없는 게 많아 불편하고,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군(郡)  지역으로 베이비부머의 이동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추임새를 넣어 줘야 한다.
지역 발전을 이뤄내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일본에서도 2014년 ‘입지적정화계획’을 도입해 그런 정책을 펼쳤다. 공공기관, 의료, 문화, 복지 등 생활 인프라를 모이게 하고 주변에 주거 유도 지역을 놓는다. 주거기능을 강화시킨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서 살게 하고, 이 지역에 주택 건설 때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도시 공간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시설의 재배치를 통해 인구 재배치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800만 명인데,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 출생)도 900만 명이나 된다. 결국 1·2차 베이비부머 중 10~20%, 약 200만~350만 명을 상대로 맞춤형 정책을 준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 2018년 기준 자료를 보면 시골로 가는 흐름의 종류가 다양하다. 내가 쓴 책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에서는 U턴 중심의 사례를 소개했다. J턴도 있고, I턴, O턴 등 그 유형이 다양하다. U턴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O턴은 오도이촌, 즉 닷새는 도시에서 머물다가 이틀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순환 유형이다. 경험해보고 괜찮으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정착률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50% 이상 된다. 귀촌 정착률을 높이려면 일자리도 제공해주고, 거주 공간도 단지화를 통해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서 단지화는 어디 산을 깎은 전원주택이 아니다. 도심과 10km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 도시 인프라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는 곳에 단지화를 시키고 일자리도 같이 있는 형태로 설계해야 한다. 일자리가 보장된 정주환경 속에서 현지 주민들이랑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은퇴 경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대한민국 미래 생존이 달려있다. 비수도권도 살고, 청년도 살고, 베이비부머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요즘 인터넷에서 나오는 ‘50만 귀촌…’ 이런 기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인구이동 통계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서울 외곽의 경기도 위성도시, 예컨대 남양주의 어느 신도시로 청년층이 이동한 것이었다.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간 인구를 보고 그런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비수도권에서 이모작 경제 설계를 하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수도권으로의 공간집중현상, 공간쏠림현상과 관련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비수도권으로 가서 일자리도 갖고 자아실현도 할 수 있다면 수도권 집값도 내려가고 청년들도 더 이상 튕겨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선 수도권 과밀 억제와 고령자 취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에서 이도향촌을 통한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일극화 현상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힘들다. 합계 출산율 0.84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생들과 얘기하다보면 미래가 막막하다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다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뭔가? 김경수 경남지사는 부산-울산-경남의 협력을 통해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부울경 ‘메가시티’를 조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광역지자체들이 ‘메가시티’를 만들려면 교통-교육-일자리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26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서울처럼 발전하겠다고 말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이런 얘기를 하면 그곳 단체장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지만, 예컨대 경북 안동의 경쟁상대는 수도권이 아니라 이웃 예천과 경쟁하는 거다.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산업기능을 어떻게 배치할지, 인프라를 어디에 놓을지 갈등이 증폭된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기초자치단체들이 각자도생하고 있다. 그래서 부울경 메가시티론, 대구경북 통합, 광주전남 통합처럼 큰 단위로 한 번 살펴보고, 광역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수도권 독식현상을 막으려면 이렇게 광역 단위로 설계하는 윈윈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교통·통신 발달로 이런 광역도시계획 시설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협의체나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더 큰 공간적 단위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요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다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혁신도시를 활성화해 수도권 과밀 억제, 국토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시작된 지방혁신도시가 전국에 10곳 가량 지정돼 그동안 100개 넘는 공공기관들을 이전해왔다. 마 교수님이 주장하는 베이비부머-지방도시-중소기업의 삼자연합 차원에서 지방혁신도시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국회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효율성 측면에서 세종시로 국회를 이전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공무원들이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것은 국토균형 발전 논의, 비수도권 발전 논의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그걸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면 그야말로 서울이란 공간을 정말 무시한 거다. 지역발전의 핵심은 행정기능, 입법기능을 이전하는 게 아니다. 어떤 국회의원이 ‘국회는 세종으로 보내고, 헌법재판소는 광주로, 대법원은 뭐 대구로 보내자’는 의견을 내놓은 걸 보고 그야말로 ‘허걱’ 했다. 산업에 생태계가 있듯 행정에도 생태계가 있다. 어느 언론에서 그걸 보고 ‘나라가 장기판이냐’고 비판했는데, 나도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니다. 그렇게 해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다. 도시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경제기능이다. 기업과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그들을 위해 행정은 자연스레 서포트(support) 되고, 문화-복지 기능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행정기능이 옮겨간다고 기업들이 따라가지 않는다.

▲그런 발상의 결과가 지방혁신도시로 나타났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 정확히 본 거다. 세종시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주민 1인당 공무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래서 세종시에 희망이 있다, 젊은 층이 많아서 합계 출산율이 높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만 내 생각에 세종시는 딱 거기까지일 뿐이다. 중요한 건 일자리가 없다는 거다. 행정기능이 일자리를 끌어오지는 않는다. 혁신도시란 단팥빵이 있는데 단팥 없는 빵과 비슷하다. 혁신도시라는 이름은 있는데 혁신이 없다. 처음에 계획했던 혁신은 뭐냐? 혁신클러스터를 계획했다. 일자리 기능이다. 주변에 있는 공공기관, 대학과 연계하여 이노베이션을 이루는 모양새를 상상했다. 첫 번째 실수는 논밭을 매입해서 택지개발을 한 것이다. 혁신도시는 그렇게 아파트 단지로 변질됐다. 혁신클러스터가 있지만 분양이 상당히 어려웠다. 생태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공공기관들이 이전하고 고급인력들이 머무르기 시작했다. 혁신은 사라진 채 신규 택지가 돼버린 거다. 그런데 신규 택지가 주변 지역의 인구를 흡수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됐다.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 거점을 점점 강화하고 그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 기존에 있던 에너지를 빼앗는 양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게 굉장한 실수였다고 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즌1’ 혁신도시들은 이름에 걸맞게 일자리 기능을 대폭 보완하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시즌 2’가 요즘 지지부진하다. ‘시즌1’은 10곳에 나눠주기 식으로 진행됐다. 비수도권의 에너지를 몇 군데로 모아도 부족할 판인데 나눠주기 식으로 진행됐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즌2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효과가 없을 거다. 시즌2 혁신도시 후보지는 아직 비공개다. 공개된다면 난리가 날 테니까,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있는 이슈다.
혁신도시는 중심성이 높아야 된다. 도시에도 위계가 있다. 그 기준은 일자리에 달려있다. 부동산 문제도 집값만 쳐다보면 풀 수가 없다. 산업정책은 공간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어느 지역에서 이 산업을 특화하겠다며 이것저것 지원해줄 때 A, B, C, D 이렇게 매번 프로그램이 다르다. 정작 지원해줘야 하는 건 그 A-B-C-D의 링크다. 융복합을 통해 어떻게 연결해줄 건지가 매우 중요하다. 혁신도시도 대학-공공기관의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내려간 사람들이 외롭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대화 상대가 없는 외로운 상태에서 어떻게 혁신이 나오겠나.
베이비부머의 귀향은 혁신도시의 주변·외곽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조, 물류 산업들은 기존의 중심점이 높은 곳에 있던 기업들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는 제조업이 없다. 하지만 주변지역에 제조업 기능이 풍부하다. 이처럼 지역끼리 유기적인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베이비부머의 활동 공간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노인들의 천국이냐, 지옥이냐
-중장년-청년세대 일자리는 상호보완
  장기적인 설계로 세대갈등 해소 필요 
-일본, 균형발전 포기 대신 ‘지방 상생’
  한국, 시장에 맞서지 말고 역이용 해야

▲국가적 취약 포인트가 된 베이비부머, 지방도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뭐라고 생각하나? 세 가지로 압축해 제시한다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국토균형발전이 지금 당면한 최대 과제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다간 장차 나라가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균형발전, 인구분산, 산업분산으로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의 귀향, 지방 대도시의 강화, 중소기업의 진흥 모두 다 균형발전정책이다. 이 정책이 엄청난 솔루션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를 자꾸 강조하니 청년세대 일자리를 경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두 가지를 상충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OECD 국가들을 조사한 결과 55~64세 고용률이 1%포인트 오르면 청년 고용률도 0.3%포인트 증가했다. 상충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는 의미다. 인구구조 변동을 보면 앞으로 어느 세대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딱 느껴진다. 묵직한 덩어리가 위로 막 올라가고 있다. 노인들의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앞으로의 설계에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세대갈등과 장기적 대책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해외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났다. 그래서 우리보다 논의가 빨랐다. 지금 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멱살만 잡지 않았을 뿐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앞으로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매년 70만~80만 명씩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의 사회시스템이 유지되면 세대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이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갖고 정년 연장을 통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인기준 상향, 계속고용제도와 맞물려야 한다. 결국 일자리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다. 정부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 무언가 대비책이 있을 줄 알았는데,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연금조차 개혁을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장기적 비전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20년의 시기를 보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한국보다 먼저 인구감소, 저출생-고령화, 지방소멸, 좀비기업 급증 등을 겪었다. 한국에 주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에서는 2005년께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나올 무렵 균형발전정책을 포기했다. 국토종합계획에서 ‘균형발전’이란 단어를 빼버렸다. 대도시가 성장해야 일본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천명하고, 도쿄-나고야-오사카를 다 묶는 수퍼 메가-리전(super mega-region) 정책을 구상하고, 수퍼 리니어(linear) 신칸센 사업을 시작했다. 지그재그로 가는 신칸센을 직선 형태로 만드는데 100조원 넘게 썼다. 내수 진작과 경제부흥을 꾀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의 지방도시들이 무너졌다. 2014년에 마스다 히로야 보고서에선 ‘지방이 소멸위기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인식을 아베노믹스에 녹여 ‘지방 창생’이라는 이름으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컴팩트&네트워크 전략’이다. 국토 전반에 대도시권을 강화해서 컴팩트하게 모으고 그 도시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우리 정치권이 요즘 너무 급하다. 계속 단기정책만 쏟아낸다. 제일 답답한 건 경제정책, 산업정책, 공간정책 모두 장기 전략을 세워야 펀더멘털한 계획도 가능한데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 수도권 정책은 메가트렌드다. 공간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나온 대안이 3기 신도시 건설이었다. 그러면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외곽에다 아파트·주택만 몽땅 건설해놓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자족성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앞세워 그곳에 산업용지를 왕창 배치한다. 이게 제대로 성공하려면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과 일자리들을 다 끌어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그 결과를 생각해봐야 한다. GTX는 공간구조를 완전히 바꿀 거다. 광역 교통망이 들어서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방사형 구조는 기본적으로 도시계획에서 중앙 집중도를 강화하는 구조다. GTX가 서울을 다시 한번 무적(無敵)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지역은 더욱 소외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시장의 힘을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보인다.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동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과 시장의 흐름, 이것들을 정부 정책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다. 사람들의 욕망과 메가트렌드, 시장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정책들만 내놓아선 곤란하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되 시장 흐름을 역이용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호랑이가 있으면 그 등에 타서 호랑이를 잡아야지, 호랑이와 정면으로 싸우는 건 현명치 못하다. 요즘 부동산대책,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딱 그렇다.

대담=이양수 편집인
정리 및 사진=한은지 기자


마강래 교수

도시계획학자. 영국 런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7년부터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권의 화제작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통해 국토균형발전을 통한 지방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를 출간했다. 베이비부머가 고령자로 편입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청년도 지방도 살리는 공존공생 대안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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