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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국면, 중국을 현명하게 활용하라

By | 2018년 8월 12일 | 한반도

ⓒ 셔터스톡

한반도 종전선언은 중국을 포함한 남북미중의 4자 공동선언이 타당한가, 남북미의 3자 선언 체제가 타당한가, 최근 베이징 관계자들은 4자 선언을 낙관하면서도 막바지 협상 카드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중 무역 전쟁 중에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미 협상력은 약화된 편, 그러나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는 중국이 포함된 4자 체제가 훨씬 강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과 북한에 중국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참여를 어느 정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베이징이 보기에 그렇게 움직이는 게, 중국의 한반도 기득권을 인정하고 중국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안심효과가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 이후 기다리고 있는 현안들, 북핵 폐기, 사드, 평화체제 구축, 주한미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한국 정부의 태도에서는 중국의 참여시기를 종전선언부터냐, 평화체제 준비 단계부터냐로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끼어들면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분명 있다. 필자는 그럼에도 중국의 조기 참여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또 그렇게 만드는 게 한국 외교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동서남북에 핵보유국, NO라고 말하는 중국

이유는 명확하다. 어떤 경우든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중국이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이 자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믿고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자국을 겨냥한 안전위협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북한도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 핵을 반대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중국 국경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70km 떨어진 핵 실험장에서의 사고는 동북 3성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다. 한국, 일본, 대만이 핵 개발을 결심하면 중국으로서는 재앙이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핵에 포위당하는 것도 견딜 수 없다. 핵을 가진 북한이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누구 편을 들지 결정하기 전 일단 거래해 보자”고 나서면 악몽이다. 북한이 말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 것인지 보장도 없고 확신할 수도 없다.

6자 회담이 진행 중이던 2007년 때 일이다.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을 받은 김계관 북한 전 외상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북한 핵이 꼭 미국에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북한이 핵을 갖도록 미국이 용인해준다면) 북한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미국과 한 편이 돼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중국에 귀띔했다. 중국이 왜 북한 핵 저지에 적극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혈맹이라던 중국과 북한 관계가 올해 봄까지 최악이었던 것도,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것도 바로 북한 핵이 원인이다. 중국이 올해 들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게 된 건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갈등의 핵이 해결된 셈이다.

 

북미 비밀거래를 우려하는 중국

중국 내에는 핵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비밀거래를 걱정하는 시각이 꽤 강하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쿠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본토 안전확보 차원에서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전량 폐기하는 대신 소량의 핵과 중단거리 미사일은 묵인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은 북한 핵 위협에서 빠져나가고 중국과 인접국만 남게 되는 경우다. 이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도 강력히 반발하겠지만 최종 당사자인 북미 간 예상치 못한 전격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성과에 굶주려 있다. 베이징의 비관론자들은 북미가 나머지 핵 폐기를 별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한중일을 상대로 한 현금외교의 가능성까지 상정해왔다. 민간의 여론도 종전선언부터 참여해야 한다는 쪽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사망 18만 명, 부상 71만 명, 실종 2만 명의 당사자다. 시진핑 체제 강화가 최근 들어 내부 역풍을 맞고 있어서 중국 지도부로서도 이런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7월 중순 비밀리에 한국을 찾았다. 정치국위원 겸 국무위원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건 1992년 수교 이후 26년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판의 변화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교부 한반도 담당 쿵쉬안유 부부장도 북한과 한국을 오가며 중재 외교를 벌이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빅 딜’ 판에 초대를 받긴 했지만, 초대자의 속셈이 제각각이어서 중국이 과연 얼마만큼 협상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북한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연내 종전선언에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비핵화 이행에 속도를 내도록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길 희망한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비핵화는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부터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해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북한의 자발적 조치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최소한 핵시설 명단 정도는 제출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그때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 한미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싱가포르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려면 그에 응당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정반대 이유로 중국을 찾고 있다. 한국의 중재역할을 기대했던 북한은 최근 들어 한국의 대미 설득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종전선언에 조속히 나서도록 중국이 미국을 설득해주길 바라고 있다.

연내 종전선언 성사여부는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 3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에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되고,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이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되며,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을 제약하는 대신 북의 비핵화 이행은 지체시킬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미중 3국의 이해는 정확히 일치한다. 한미 입장에선 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비핵화 목표는 오간 데 없고 미-중의 G2 프레임에 갇히는 것만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당 대 당의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간 정상적 관계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당 대 당의 특수관계라 하면 1945년 2차 대전 종전이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전까지 최후의 국공 내전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 공산당에 보여준 성의에서 발생한 관계를 말한다. 그 시절 중공군은 만주지역에서 국민당 군대와의 전투에서 불리해지면 스스럼없이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피신하곤 했다. 부상자를 치료하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아낌없는 협조를 제공했다. 국민당 군이 압록강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한 협조체제였다. 두 나라의 혈맹관계는 이때 형성됐다. 북한이 주는 쪽으로 시작한 관계다.

이런 중국은 지금 가난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편입돼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정상국가로 변모하는 것을 원하고 지지한다. 한미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공통의 목표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것처럼 북한 또한 중국을 준(準) 동맹국으로 여기면서 미국과 경제협력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남북한 경제협력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므로 우리로선 금상첨화다. 한국으로서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강조하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은 국익을 위해선 매우 단호하다. 한중 수교 직전인 91년 10월 5일 중국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베이징에서 접견한 마지막 외빈은 김일성 주석이었다. 김 주석은 중국이 한국과 수교할 경우 북한은 대만 수교를 고려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덩샤오핑은 “역사는 동맹이 결코 깨질 수 없는 것임을 확실하게 증명하지 않는다”면서 동맹 파기를 경고했다. 배석했던 중국외교부 우젠민 당시 대변인의 회고다.

시진핑 주석도 북한 핵에 대해선 단호하다. 중국 전·현직 원로 지도자들은 지금 하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집결해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한반도 상황 등이 주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집권 6년째 시 주석은 뜻하지 않은 내부반발에 부딪혀 있다. 정권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겪는 진통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지나치게 좌파 성향으로 흐르고, 시 주석 개인숭배가 도를 넘어섰으며, 과도한 국력과시로 작금의 화를 자초한 데 따른 일반인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 때문에 차제에 어떤 형태로든 내부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교는 내치(內治)의 연장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로선 초미의 관심이다. 8월 중순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면 시 주석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중국은 물론 관계국들이 숨죽이며 지켜볼 대목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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