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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의 ‘과학과 세상 사이’] 코로나19 시대, 외계인보다 문어가 더 궁금한 이유

by | 2020년 10월 6일 | 기획 · 연재, 최준석의 '과학과 세상 사이'



코로나19 시대에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넷플릭스를 보는 이가 주변에 많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제작업체인데, 재밌는 콘텐츠가 너무 많은 듯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주위 사람에게 재밌는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장편의 ‘시리즈물’은 마다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리즈물에 빠져들면 그게 끝날 때까지 밤을 새워 보게 되고, 사나흘씩 폐인처럼 보내게 된단다.

나는 넷플릭스의 계속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있다. 집에 TV가 없는 덕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와 관련된 화제가 범람하다 보니, 내 눈과 귀에도 이런저런 정보가 들어온다. 최근 넷플릭스의 히트작 중 하나가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이라는 얘기도 그렇게 들었다. 한 마디로 문어가 지능이 높은 바다생물이고, 인간과의 공감을 나눌 수 있을 정도라는 대목에서 보통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듯하다. 그런 화면을 캡처해 몇 개의 장면을 SNS에 띄운 출판사 사장도 보았다.
혹시 유튜브에 관련된 영상 정보가 있을까 궁금해 한번 찾아봤다. 원작은 잘 안보이고, BBC 등 일부 언론매체의 관련 보도가 있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어느 환경단체가 아프리카 남아공의 인근 바다에서 10년간 촬영했다고 한다. 물속 자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나의 문어 선생님> 속에서 문어들과 만나본 60대 남자는 이런 말을 한다.
“문어를 호기심의 대상, 혹은 애완 야생동물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문어가 나의 선생님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어의 세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밀스러웠다. 그리고 문어 눈을 들여다보면 한 마리 동물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자연 세계는 얼마나 소중한가, 그 시스템을 우리가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문어는 가르친다. 즉 자연과 인간이 같은 실로 짜여 있으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마침 내 책꽂이에는 문어 책이 한 권 있다. 오래도록 놔두고 보지 않았다. 글항아리 출판사가 낸 «문어의 영혼»이다. 이 책은 무척추동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다는 평을 받았다. 어느 논픽션 작가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잉글랜드수족관의 문어들을 관찰하고 경험한 얘기를 썼다. 문어의 수명은 18개월밖에 안 되기에 그의 문어 체험은 한 마리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가 이 수족관에서 만난 문어는 ‘태평양거대문어’(Giant Pacific Octopus)다.

책 속에서 ‘문어는 지루해한다’는 문장을 보고 문득 내 눈길이 멈췄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영리한 동물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뉴잉글랜드수족관 측에선 수족관의 태평양거대문어에게 놀이를 위한 장난감을 주기도 한다. 레고 블록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관리인이 잠시 방심하면 문어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창의적인 일을 찾는다. 그것은 수족관 관리인 입장에서 보면 대개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터모니카 소재의 한 수족관(Heal the Bay Aquarium)에 있는 문어는 따분했을 때 수조 밸브를 갖고 이리저리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수족관 사무실에 1000ℓ가 넘는 물을 쏟아내는 대형 사고를 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에 갇혀 있는 인간이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에 우리가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다 보니 막상 문어에 관해 아는 게 없다. 문어를 흔히 ‘외계인과 같은 생물’이라고 우리는 표현한다. 우선 생김새가 인간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몸의 구조가 머리, 몸통, 다리 하는 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되어 있는데, 문어는 머리에 다리가 바로 붙어 있다. 몸통이 없다.
화성에서 온 생명체는 대개 이런 모습일 거라고 어려서 읽은 공상과학소설(SF)은 말하고 있었다. 문어는 외관만 다른 게 아니고, 안을 열고 보면 또 다른 게 있다. 피가 푸른색이다. 응급환자가 있어 병원에 실어왔는데 그의 피를 채취했더니 푸른색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응급실의 의사와 간호사는 그가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놀라 자빠질 것이다.

문어의 피가 푸른색인 건 피 속에 들어있는 산소를 수송하는 금속 원자가 인간과 다르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철(Fe) 원자가 산소를 실어 나른다. 이에 비해 문어, 달팽이, 오징어는 구리(Cu) 원자가 산소를 운반한다. 철 원자가 들어있는 헴(Heme, 헴이 글로빈단백질과 결합하면 헤모글로빈이 된다)은 붉은색을 띠는 반면, 구리 원자가 들어있는 인간의 헤모글로빈에 해당하는 문어의 물질(hemocyanin, 헤모시아닌)은 푸른색을 띠기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사람은 모르면 두려워한다. 가끔 대왕오징어가 일본이나 미국의 해안에 떼밀려 오고, 사람들은 그 크기에 놀란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수없이 많은 대왕오징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길이가 최대 20m이고, 몸무게는 최대 275㎏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죽었으니 그렇다 치고, 살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큰 바다에서 살아있는 대형 오징어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깊은 바다의 외계인‘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프랑스 박물학자 피에르 드니 드 몽포르(1766~1820년)는 선박을 다리로 휘어감은 대왕오징어 그림을 남겼다. 대형 문어나 오징어와 같은 바다괴물로 인해 선박은 꼼짝달싹 못하고, 이내 으스러질 것 같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SF «해저 2만 리»에도 대형 오징어가 등장해 인간에게 벌을 가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9월 중순 영국의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은 금성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때 보이는 가스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금성 대기에서 발견된 인화수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사는 지구 미생물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그러기에 금성에도 미생물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이 미생물은 펭귄과 비슷한 동물의 내장, 늪 지대와 같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를 한 영국 카디프대학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이는 생명체가 발산하는 요소로 금성의 대기에 미생물 등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생명체가 지구 바깥 외계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하다고 본다. 가령 지구와 화성은 인접한 행성인데, 두 행성은 많은 물질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 한 해에 지구-행성 사이에 교환되는 물질의 양은 연간 100㎏이라는 얘기도 있다.(미국 유전학자 크레이그 벤터의 얘기. 책 «궁극의 생명»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다)
생명이 우주 공간을 통과해 옮겨가기란 쉽지 않겠지만, 바이러스를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이러스는 생명과 무생명 사이의 존재이고, 물이 없이 박제된 상태로도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성에는 지구발(發)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고, 지구에는 화성발(發) 바이러스가 뿌리를 내렸을지도 모른다.


외계인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1982년 작)나 미국의 SF 작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2002년)는 외계인의 지구 방문을 모티브로 한다. 테드 창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2016년 작품·사진)도 사랑받았다. 외계인은 왜 사랑받을까? 우리의 상상력 때문이다. 상상을 만족시킨다.

그렇지만, 이 이슈는 내게는 그리 흥미롭지 않다. 고등지능을 가진 외계생명체가 아니라면 그리 놀랍지 않다. 내게는 나와 같이 행성 지구에 살고 있다는 다른 생명체가 더 중요하고 그들을 더 알고 싶다. 그들은 인류와 뿌리를 나눈 존재다. 생명의 나무에서 그들과 나는 이어져 있다. 가령 문어와 호모사피엔스는 5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 조상을 만난다. 문어의 선조와 인간의 선조가 같다. 생명의 기원이 달라서 나와 ‘피’가 섞이지 않은 외계인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지구 행성에 사는 나의 친척들에 관해 알고 싶다.

우리는 외계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보다, 지구의 생태계 동료들로부터 배울 게 많다. 가령, 우리 집 고양이들을 통해 나는 나를 새롭게 볼 수 있다. 우리 집 고양이 ‘메주’와 ‘모찌’는 동물본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메주와 모찌는 먹이를 먹은 뒤 그 먹이를 흙으로 덮는 듯 하는 행위를 한다. 둘은 집안에서 살고 있기에 마루 바닥이나 흙 같은 게 주변에 없다. 그리고 집안에는 고양이들이 경계할 천적도 없다.

그런데도 집고양이들은 들고양이들이 하듯이 먹이 그릇을 흙으로 덮는 동작을 한다.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행동이거나(nature), 엄마로부터 어릴 때 배워서 입력이 된 것이다(nuture), 이 경우는 ‘본성’(nature)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메주와 모찌의 그런 행위는 내게 거울이 된다. 나의 본능적 행동 중에서, 나보다 지능이 높은 존재가 그걸 보았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이라고 실소하게 만들 것으론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인간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 중에 그런 게 적잖게 있을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건 분명하니까.

한때는 사람만이 꿈을 꾼다고 인간들이 착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어의 영혼» 책을 보니, 전기뱀장어도 꿈을 꾼다. 나는 우리 집 고양이들을 보아왔기에 고양이들이 꿈꾼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전기뱀장어가 꿈을 꿀 줄은 몰랐다. 우리는 이렇게 지구 생태계의 동료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러니 지구라는 같은 행성에 사는 생물들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는 ‘외계인’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생물학적 분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에서 새로운 종을 계속 발견하고 있다. 바다에는 말할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게 인간이다.
코로나19 격리 시대에 가만히 앉아 생각해본다. 미지의 세계는 멀리 외계가 아니라 우리 곁에, 지구 도처에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컨택트(contact)’는 우리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줄 거라고 믿는다. 그걸 하는 게 과학이고 과학자다.


최준석 과학 작가/주간조선 선임기자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2019년)를 썼다. 과학책을 읽다가 과학책에 빠져 과학책을 썼다. 그래서 과학 작가가 되었다. 30여 년간 신문사 기자, 주간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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