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유엔 주최의 COP28 총회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원국 간 당사자 총회로 풀이할 수 있으며, 28이란 숫자는 28차 총회라는 뜻이다.이 국제회의의 목적은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묶어놓는 데 있다. 화려하고 분주한 듯한 회의장 분위기와 달리 화석연료의 퇴출 속도를 놓고 어떤 합의를 낼지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구 환경 변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공업국가들의 미지근한 태도에 산유국은 더 강한 태도로 빠른 퇴출에 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서울 광역화 구상은 여권이 야심차게 준비한 수도권 선거 대책으로 보인다. 여권으로서는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야 했던 것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선거구는 최근 20년 동안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왔기 때문이다. 3년 반 전의 총선 결과로는 민주당이 수도권 전체 의석수 121석 중 85%인 103석(서울 41석, 경기 51석, 인천 11석)을 차지했다.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우위가 잠시 나타났으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보면, 내년 총선 투표 성향은 2020년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국
권석준 필자의 3부작을 읽다 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중 패권 경쟁 이후 선도 기술 개발의 초경쟁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 일극체제의 세계화에서 어렵잖게 기술을 구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속도는 소용돌이처럼 빨라지고 있으며, 국가 간 과학기술 장벽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속도와 장벽의 난제다. 이제 막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궤도에 올라탄 한국은 막바로 추락의 위험에 직면했으며 여기에 우회로는 없다. 직공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도 시원찮을 마당에 예산 총액의 삭감, 기초과학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국제 무역환경의 흐름과 방향을 모른 채 세일즈를 잘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놓고 제기되는 우려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는 차치하고, 2030년 이후에 국제 무역의 핵심 규범이 될 ‘탈탄소’에 대한 인식과 처방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안이하기 때문이다.이유진 필자는 이번 기본계획이 산업계의 하소연을 너무 받아들여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나치게 낮추고,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책임도 다음 정부로 과도하게 떠넘겼다고 지적한다. 윤
수출, 수출, 수출….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수출 제일주의’가 2023년 대한민국의 제1 목표가 됐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의 탈출구로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다시 외치고 있다.그런데 수출로 우리 경제가 예전의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올들어 우리나라는 40여 일 만에 176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적자 행진이다. 왜 이럴까? 박현 필자는 세계 경제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무역구조가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진단
‘뾰족수가 마땅치 않다.’ 미국의 거센 반도체 공세에 중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분업체계를 거부하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며 동맹국에까지 중국 압박을 위한 ‘신질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맞설 확실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권석준 필자는 중국이 시진핑 3기 체제 확립 이후 일단 ‘양날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쪽 날개는 자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덩치 부풀리기’이고, 다른 날개는 미국 중심의 기술 표준에서 벗어나는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 개발이다. 일종의
‘소크라테스 프로젝트’. 1980년대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에 밀리자 레이건 행정부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마련한 산업정책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물론 초강대국 지위 유지였고, 미국은 그 목표를 이뤄냈다..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의 재구축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을 노리는 것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중국의 도전을 떨쳐내려는 ‘제2의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라고 진단한다. 특히 이번에는 경제적 주도권 차원을 넘어 외교군사적 목적까지 내포하고 있어
네옴시티는 온통 ‘장밋빛 신세계’인가?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700조 원 가까운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사우디가 국운을 건 이 신도시 건설이 침체 상황인 한국 경제에 ‘희망봉’이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970년대의 ‘중동 붐’처럼.하지만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정'보다 ‘냉정’이라고 충고한다. 중동 건설 사업에 참여한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중동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탓이다. 상대는 한국 건설사들의 의중을 냉정하게 간파하며 실속을 챙
2023년 현대자동차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팔릴까?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한·미 통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큰 궁금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들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우리 전기차의 경쟁력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를 넘어 전기차·배터리 산업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고래 싸움’에 한국 관련 산업의 ‘새우등’이 터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초강수는 중국이 주도하는 전기차·배터리의 글로벌 생태계에도 변화를 줄 게 분명하다. 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관식’이나 다름없는 이번 당대회에 쏠리는 지구촌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가 ‘시진핑 3기 체제’에서 누가 권력 핵심부를 구성할 것인지라면, 다른 하나는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 것인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략 중에선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선언한 패권 전쟁, 특히 기술패권 전쟁에 대한 대응 방침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지금 두 나라는 다음 100년의 세계 질서를 걸고 사활적인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한 세대 동안 두 나라는 참 많이 변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성장했고, 중국은 G2로 불리는 슈퍼파워가 되었다. 경남연구원에서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는 남종석 박사(경제학)는 이러한 변화가 한중 수교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두 나라가 세계 제조업 2위, 3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반성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미중 패권경쟁의 시대를 맞아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종석 박사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할 말은 해야 하고, 그렇게 해도
언론은 그간 철(steel)을 산업의 쌀이라고 해석해왔다. 쌀로부터 음식이 시작되듯이 제조업은 철없이 시작할 수 없었다. 현대 산업에서는 철의 역할을 반도체가 담당한다. 가까운 예로 자동차 산업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51%이상 전자산업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차가 보편화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 상태의 자동차에는 1백 개 쯤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자율주행차에는 1천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 ‘쌀 산업’에서 한국은 세계 정상급이다. 그리고 미국, 중국이 각각 따로 노는 반도체 블록화는 시장 축소, 원가
미국이 반도체 생산-소비의 블록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불거지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뛰어난 해설가인 권석준 필자는 이번 글에서 그런 시도로 중국이 갈라파고스 섬처럼 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편집자가 보기에는 이것이 2억년전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북반부의 로라시아(Laurasia) 대륙과 남반구의 곤드와나(Gondwana) 대륙으로 분리되는 것의 시작은 아닌지 궁금하다. 가까운 과거로는 1990년 사회주의 몰락 이후 도래했던 전세계 단일시장(single market)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들 말한다
상상을 한번 해보자. 소행성에서 희귀광물을 캐와서 획기적인 배터리도 만들고, 인류가 다행성종족으로 나아갈 때 달과 화성에 먼저 가서 기지도 짓고 영토도 얻고, 난치성 유전질환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고, 논리연산을 잘 할 뿐 아니라 감성도 느끼는 인공지능도 먼저 개발하고, 기존 슈퍼컴퓨터로 100년 걸릴 계산을 하루 만에 해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도 먼저 만들고, 대기 속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착해내는 탄소중립장치도 먼저 상용화하는 등등 우리가 인류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15-16세기의 스페인, 포르투갈,
삼성전자 개발인력으로서 임원을 지낸 양향자 의원이 CES 2022에 다녀왔다. 양의원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의 CES에서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의 약진을 목격했다 말한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분발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마침 통과된 반도체 특별법에서 미진한 점 세 가지를 예로 들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의 분발을 당부하는 그의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CES 2022의 인기 검색어 삼성, LG, 소니✔ 기술 강국의 상징이자 원천, 시작도 끝도 반도체✔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가는 초석, 반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 청와대 집무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2019년 여름부터 격화돼온 한일관계의 연착륙을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한해협 건너 ‘가깝고도 먼 나라’와의 관계가 장기간 파행상태를 면치 못한데 대해 국가지도자로서 현상타개 방안을 궁리할 것 같다.文 대통령, 올림픽 개막식 불참 결정문 대통령이 끝내 도쿄올림픽 개막식(23일)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한일 외교안보라인이 화해 분위기를 살려 추진했던 두 정상 간 만남의 장(場)이 사라진 것이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면을 성공리에 끝냈다. 문 대통령은 23일 밤 귀국 직후 SNS를 통해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직접지원,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로 손꼽았다. 국내외 시각은 한국이 앞으로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쏠린다. 대체적인 평가는 한미동맹이 굳건해졌다는 것이다.한미 정상은 6월 11일 영국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도 만난다. 여기엔 한국, 호주, 인도가 초청을 받았다. 영국이 제안한 이른바 ‘D10’(민주주의 10개국) 구도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Marco Rubio의 공공선 자본주의와 좋은 일자리’란 보고서를 돌려 화제를 낳았다. 1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국 상원의원(플로리다 주)인 마코 루비오(공화당, 49세)가 2019년 11월 ‘퍼블릭 디스코스’지에 기고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평생 화두로 삼아온 김종인 위원장이 보수개혁의 새로운 활로를 공공선 자본주의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부닥친 거대한 화두가 됐다. 보수든 진보든 이것을
2020년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버티지만 권력의 추는 바이든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인물 경쟁 못지않게 정책 경쟁이 치열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즉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을 위한 경제, 복지, 보건의료 공약들을 많이 선보였다. 특히 트럼프에게 2016년 대선 때 빼앗긴 러스트 벨트 3개 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를 탈환하기 위해 백인 노동자들을 겨냥한 공약들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세금정책과 관련해 "트럼프는 '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이겼지만 미중 무역·기술전쟁, 특히 반도체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거의 모든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다. 미국 정부는 이미 국가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은 미국 경제 번영과 국가안보의 원동력”이라고 규정했다. 바이든은 36년간 상원의원을 하면서 외교·국방 분야에서 주로 활약해왔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70%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차지한 메모리 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