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금융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ESG가 주행 중 턱에 걸렸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내로 묶어두자는 국제사회 합의에도, 이를 위한 행동은 작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가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10명 중 7명을 넘겼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를 위한 대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그린피스로 적을 옮긴 신지윤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금융 활동인 '기후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와중에 불거지는 ESG 무
2030년 엑스포는 사우디의 리야드에 돌아갔다. 엑스포 중에 가장 권위 있는 ‘등록’ 엑스포가 불과 2년 전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렸는데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다시 걸프국가인 사우디로 돌아간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2022년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렸는데 2034년 월드컵도 사우디 차지가 되었다.저자는 불과 60년 전의 걸프국가*는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불모의 황량한 사막에서 천막생활을 하며, 자신의 발아래 세계 최대의 유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라 가난 속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유목민이었으며, 석유가
우리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저 먼 우주나 깊은 바다, 땅속, 혹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일 그리고 그 내일들이 이어지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건 강력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예전 사람들은 신탁(神託)에 기대 그 궁금증을 풀고자 했고, 지금도 점 등을 보며 개인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하 )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해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 가까운 미래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3회에 걸쳐 《2024 세계대전망》이 전하는 미래 - 20
인터뷰를 마치고 중국의 고민이 깊다는 게 실감났다. 중국을 ‘빵’으로만 보는 시각에서는 경제의 후퇴와 하락을 걱정한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리더십의 위기, 체제 위기가 더 크다. 시진핑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 더구나 1인 지도 체제를 구축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30년 지속돼 온 체제를 급전환하면서 군 지도부, 민간 기업주, 고급 관료와 관계에서 한계에 직면한 느낌이다. 3선 개헌과 유신헌법 공포를 통해 절대 권력을 틀어쥔 박정희가 막상 그 이후 지도층의 과당경쟁, 중산층의 독재 비토 심리, 국제
‘금융위기의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이다. 30년이 훌쩍 넘는 경제관료 이력 중에서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의 커리어가 특히 두드러지는 김 전 차관의 경고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는 올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도 금융위기 예방을 꼽았다.2023년 한국 경제의 현주소,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국내외 경제 질서, 정부의 정책 과제 등 여러 영역에 대한 김 전 차관의 견해를 전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 자급률은 낮은데 각종 의존도는 높은 한국✔ 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겼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뚜렷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전쟁 양상과 비슷하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 역시 러시아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푸틴의 ‘돈줄’을 죄려는 석유 수출 제재가 석유 수입국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러시아 석유가 암거래되는 ‘회색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것은 단적인 사례다. 송현석 필자는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전략 속에서 석
2월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에 접어든다.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쩍 오른 난방비 고지서는 단적인 사례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판과 공분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물적, 인적 피해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러시아는 무슨 생각인 것일까? 왜 이런 무리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일까?우리의 눈에는 비합리적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이 전쟁을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바둑에서는 다음 수가 보이지 않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서둘러 구속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통탄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에까지 조사의 손길이 뻗칠 것인가?되풀이되는 정치보복 풍랑에 세밑 정국이 몹시도 뒤숭숭하다. ‘박지원의 식탁’의 네 번째 메뉴는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다. 준비되지 않은 정권의 무능을 감추고, 낮은 지지도를 전 정권을 제물 삼아 돌파하려는 관행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보자는
역시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참패하면서, 트럼프가 궁지에 몰렸다. 바이든은 ‘첫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지켜낸 민주당 대통령’이 되며 웃음을 되찾았다.그리고 또 한 사람, 슬며시 미소를 짓는 이가 있다.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트럼프 외에는 ‘무풍지대’ 같았던 공화당 내부에서 그는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드산티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 조사에서 46%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7%p나 제친 여론조사도 있다. 드산티스는 트럼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중간선거의 향배를 정확하게
11월8일로 눈앞에 닥친 미국 중간선거는 원래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낙태 이슈로 50대 백인 여성이 흔들리더니, 이제 민주주의와 기후위기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MZ세대의 친민주당 성향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선벨트의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가면, 트럼프의 재기는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2024년 이후 이 세대가
낙태 이슈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중간선거가 예년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원선거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등장했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4개 주의 선거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때 러스트 벨트 4곳이 모두 공화당에 넘어간 반면,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3개 주를 탈환했다. 대선 승리의 변곡점이었다. 이번 상원선거 결과는 다음 대선의 바로미터가 된다. 러스트 벨트의 공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우리에게는 좀 낯설다. 그러나 이 새로운 국제기구는 지금 유라시아 대륙의 판을 흔들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세계를 좌우하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국제기구는 없다. 새로운 패권의 각축장은 중앙아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었다. 중국은 러시아를 피해 유럽에 가려 하고, 러시아를 믿을 수 없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기꺼이 그 징검다리가 되려고 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조차 전통적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을 넘어, 새로운 국제질서
바이든 정부의 세계전략은 중국 억제와 미국의 경제-군사 패권 유지다. 전임 트럼프와 비교하면 두 가지가 다르다. 동맹을 통해서 억제하려 하고, 군사경제적 패권 유지에 좀더 힘이 실려 있다. 미국 지배계층( Washington Establishment) 의 전형적 자세다.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한 카드들이 취임 일년 반을 맞아 구체화되고 있다. 전쟁은 유럽에서 진행중이지만 바이든 외교의 주 타깃은 중국이 소재한 아시아다. 한국,일본, 쿼드와의 회담 이전에 이미 지난주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불렀다. 아시아 핵심 국가랄 수 있는 일본
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면을 할애한 것은 이 전쟁이 강건너 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싸움은 부차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일 한국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국도 공식적으로 이 전쟁에 개입되기 시작했다. 거절했다고 끝은 아니다. 한국은 경제력에서 세계 10위권 국가이며,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화약고 라인이 터키, 발칸, 우크라이나라면 대만, 말라카 해협과 함께 동쪽 화약고 라인에 해당한다. 지정학과 세계 경제 생산 소비 체계에서 이 정도 규모면 남 일이란 없다. 이해영 필자가 두 번째
✔ 처음도 끝도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전쟁으로 진행 ✔ 휴전 조건으로 유력시되는 6개항은 대부분 러시아 요구사항 ✔ 전투는 러시아의 중규모 대대단위 전술의 승리로 보여 ✔ 키에프 공격은 남부 돈바스 지역 장악 위한 ‘성동격서’✔ 북부 전선은 미끼였다✔ 아랍, 프랑스, 인도, 터키, 이스라엘, 브라질은 독자적 시각과 해석 ✔ 한국 언론은 왜 우크라이나 발표, 서방언론 보도의 최종 하치장인가 러시아군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인가? 미국과 영국의 언론을 통해 전쟁 개황을 살펴보면 러시아군은 매일 크게 패배하고 있다. 이해영
전쟁사가인 유발 하라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입을 열었다. 1차적으로 각 나라들이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증액할 것을 예측했지만 행간에서는 무장평화(armed peace) 시대의 가능성까지 느껴진다. 이미 국제정치학계에서는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냉전(cold war)의 귀환을 당연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좀더 광범위한 국제평화의 후퇴, ‘불안정한 평화(cold peace)’의 보편화를 점치고 있다. 하라리가 참석한 몇몇 대담을 소재로 유정훈 변호사가 향후 추이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우크라이나 사태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은 선거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수·진보 진영은 상대방 캠프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경북 안동의 토크콘서트에서 내년 대선과 관련해 이런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나오지 않는 이상 5% 이상 차이로 패할 것이다.” 2030세대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전력(戰力) 평가를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은 보수·진보 논객들의 글을 기획시리즈로 싣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양쪽을 객관적으
한국에서 폭설이 내린 7일 새벽, 워싱턴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조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하는 상하원 회의를 무산시켰다. 연방의회 의원들과 직원들은 긴급 대피했고 인근 건물에선 폭발물이 발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연설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드러난 미국 정치의 민낯은 사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건전한 공론장이 후퇴하고 진영논리와 양극단 세력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무대 위에서 내려와도 '트럼프
“이제 나는 히데요시가 되겠다.”8월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물러나겠다고 한 뒤 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71세) 당시 관방장관이 했다는 얘기다. ( 9월 19일자) 히데요시, 우리와는 악연인 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1598년)다. 그때까지 스가가 자신의 역사적 역할모델로 삼고 있던 인물은 도요토미 히데나가(豊臣秀長, 1540~1591년)였다고 한다.히데나가는 히데요시의 이부(異父) 동생, 말하자면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었다. 일본 센고쿠(戦国) 시대 (15세기 말~1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