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45도 상승해, 국제사회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섭씨 1.5도에 육박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하는가에 따라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작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지구 기온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기후 및 에너지 의제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여러 기후회의에서 합의된 것들을 되돌리거나 미적거리는 정부들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도 그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세계 여러 곳에서 중요한
‘기시다의 일본’은 미국의 ‘푸들’일까?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일본이 미국과 한몸처럼 밀착하자, 일본을 두고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이라크 전쟁 등에서 미국 뜻에 충실히 따랐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국제 문제 전문가인 한승동 필자는 이런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구상을 주창해 미국이 수용하게 했고, 그 속에서 일본만의 독자 외교의 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본의 외교력
2월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에 접어든다.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쩍 오른 난방비 고지서는 단적인 사례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판과 공분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물적, 인적 피해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러시아는 무슨 생각인 것일까? 왜 이런 무리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일까?우리의 눈에는 비합리적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이 전쟁을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바둑에서는 다음 수가 보이지 않으
‘실용적 카멜레온.’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이념 가치와 주요 정책에 대한 태도를 카멜레온마냥 바꾸며 입지를 구축해 온 트러스의 삶과 정치 궤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이자, ‘제2의 대처’로 불리는 트러스가 경선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영국 총리가 된 배경은 뭘까. 트러스는 산적한 영국의 난제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영국 런던에서 살며 국제 문제를 두루 관찰해 온 윤영호 필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56대 총리 트러스를
차기 영국 총리로 리쉬 수낙과 페니 모던트 중 한 사람이 유력하다. 한국 사람들 눈에는 '영국 보수당'에서 벌어진 '인도계 비주류'와 '주류 백인 여성'의 대결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영국은 제국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사회 최상층에서는 인종적 관념이 거의 없다.리쉬 수낙은 영국 정치인의 엘리트 코스인 옥스포드 PPE(정치-철학-경제학 연계전공) 졸업자로, 스탠퍼드 MBA를 취득했다. 처가는 인도의 재벌이다. 흔히 재무장관으로 번역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챈슬러'는 장관 중 한명이 아니라 영국 내각의 부동의 서열 2
일주일이면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킨다던 푸틴의 초반 기세와는 달리 어느덧 전쟁은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남기고 100일을 넘겼다. 칼럼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자들의 생생한 상황을 전해 온 런던의 윤영호 필자를 메디치 보이는 라디오가 영상으로 연결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바라 본 분석적, 논리적인 칼럼의 홍수 속에서 윤영호 필자의 인터뷰는 당사자, 피해자, 참여자들이 개인의 관점에서 토로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여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인간다운 인간의 얼굴을 하기 어려운 전쟁이라는
✔ 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CIS) 결성 등 구소련권 지역 통합 꾸준히 추진✔ 경제적 지원 능력 약화, EU 형성과정에서 독일만큼의 리더십 행사 못해 ✔ 구소련권 독립국가간 분리 갈등, 영토 분쟁에 무력 개입해 인심 잃고 관계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안에서도 희귀하지만 신중한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러시아 내 신중론, 균형론의 대표는 안드레이 코르투노프(Andrey Kortunov). 역사학자이며 국책 싱크탱크인 러시아 국제문제 위원회(Russia International Affairs Council
세계 최초의 방송국이며, 인력 규모로 세계 최대인 영국의 BBC. 한때는 전 세계 공영방송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던 BBC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한 탓에 어느새 국민의 세금만 잡아 먹는 거대 공룡 신세가 되었다. 이는 BBC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성 언론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최근 대선 후보들과의 인터뷰로 주목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비를 보면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감이 잡힐 듯 하다. 과연 모든 존재는 늙으면 필연적으로 낡을 수 밖에 없는가? 레거시 미디어가 노땅이 아닌 노장으로 남을 혁신의 길은 없는
한국에서 최근 공정 논란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 공정에 앞서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가진 정체성 때문에 차별이나 차등을 받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61만 원과 53만 원. 내가 매달 지출하는 나의 건강보험료와 남편의 건강보험료를 한화로 계산한 액수다. 한국의 피부양자 제도와 달리 스위스에서는 가족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보험에 가입한다. 민영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수십 개의 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 가입할 의무가 있다. 같은 보험사라도 거주 지역이나
여럿이 모여 사냥을 떠난다. 사슴을 잡을 수도,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사슴을 잡으려면 협력이 필수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하고, 한 명이라도 맡은 길목을 벗어날 경우 사슴 사냥은 실패한다. 반면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사슴 고기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함께 사슴을 사냥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눈앞에 토끼가 지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망설임 없이 토끼를 쫓아간다. 자기 때문에 동료들이 사슴을 놓친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이것은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
스위스는 지구상에서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장 잘 작동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인구 850만의 강소국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풍광이나 경제력보다 ‘국민투표’라는 독특한 정치시스템을 자랑할 정도다. 스위스는 4개의 공용 언어(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로망슈어)에다 26개 칸톤(州)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다. 그러다 보니 국가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자투표는 비용이나 시간에서 그리 어려운 방식이 아니다. 한국도 장차 헌법 개정 등을 통해 폭넓게 도입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정치 불신이 심화되고 진영 싸
코로나 바이러스(COMVID-19) 재난이 난민 문제, 국가 간 격차와 불화,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등 여러 난제로 해체 조짐마저 보이는 유럽연합(EU)을 다시 통합강화 쪽으로 방향을 돌려놨다.이런 방향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메르켈은 지난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5000억 유로(약 683조원)의 유럽부흥기금(European recovery fund) 조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유럽통합 프로젝트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글로벌 현안들에 대해 논평하고 분석하
유럽에선 최근 소셜미디어를 달군 그림이 하나 있다. 5월 28일 공개된 네덜란드 시사 주간지 EW의 표지다. 위아래 절반으로 나뉜 이 그림의 위쪽에선 금발 머리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톱니바퀴 나사를 돌리고, 비즈니스 정장 차림의 여성은 바삐 걸어가며 업무 통화를 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의 뒤 배경은 회색 빌딩숲이다. 그런데 그림의 아래쪽은 딴판이다. 붉은 셔츠에 검은 머리,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남성이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다.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은 물가에서 스마트
인터넷은 사회를 분열(분단)시킬까? 인터넷 등장 이래 증폭돼 온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두 명의 전문연구자를 등장시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2020년 3월 3일치 기사의 큰 제목은 “인터넷이 사회를 분단?”이고, 한 면을 좌우로 나눠 배치한 대립하는 두 논자들의 주장을 압축한 제목은 각각 ‘과격한 언설, 배외의식을 확산’, ‘중용파가 다수, 보이지 않을 뿐’이다.말하자면 한쪽은 인터넷상의 과격한 주장이나 더 과격한 배타적 댓글들이 사회를 분열로 몰아간다고 주장하고, 다른
지난 1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가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에 진출해있던 영국 출신 의원(MEP: Member of European Parliament) 73명은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1월 29일, 유럽의회는 브렉시트 안을 통과시켰고, 영국 출신 의원들은 더 이상 EU의 일원이 아니었다.그런데 그날 유럽의회 회의장에서는 잠깐 동안 소란과 함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회의장에서 발언한 내용 때문이었는데, 여성 세 명의 발언과 남
영국이 이달 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결행한다. 1월 18일자 아사히신문은 데이비드 레이놀즈(David Reynolds·68세) 캠브리지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로 한 개 면을 채웠다. 그는 20세기 외교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는 필자의 뇌리에는 영국보다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 더 강력하게 떠올랐다. 일본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는 요즘 혐한·혐중 심리, 아베노믹스의 위험성, 트럼프에게 휘둘리는 아베 외교에 대한 비판 심리 등이 엿보인다. 이것 역시 일본인의 ‘섬나라 근성’이 낳은 결과
서울디지털재단의 고한석 이사장이 지난 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0(CES 2020)에 다녀왔다. 서울시는 CES 2020의 스타트업 전문관인 ‘유레카 파크’에서 서울 지역의 스타트업 회사 20개와 함께 ‘서울관’을 개설하였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서울시로부터 해당 사업을 위탁받아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책임을 지고 진행하였다.※관련 언론 보도: https://news.joins.com/article/23678216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쇼가 된 CES 2020를 취재·보도하기 위해 전 세계 많은 매체들이 앞 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연일 격돌하고 있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샅바싸움을 벌여왔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비례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이번 총선에서 보수·진보 진영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4년간 여의도 권력의 향방은 물론 차기 대권구도까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그런 가운데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정치지형이 보수 쪽에서 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
1991년에 등장한 격월간 은 무한성장 신화 속에 빠져 있던 한국사회의 진로와 한국인이 추구해 온 삶의 가치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던 영문학자・문학평론가 김종철(1947~ ) 교수가 창간한 이 잡지가 이후 30년 가까이 추구하고 전파해 온 ‘녹색적 삶’의 가치는 한국사회 담론의 지평을 인류보편 영역으로 확장하고 현실변화의 새로운 에너지가 됐다. 기본소득과 생태적 소농체제로의 전환을 주창해 왔으며, 자칭 타칭 ‘녹색당 전임강사’이기도 한 김종철 교수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운동에도 앞장서 온 투철
증오와 혐오가 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두 주먹 불끈 쥔 ‘세심’ 나경원/이해찬 대표는 ‘총기’ 흐려졌나 정무적 판단은 사라지고 즉자적‧감정적 대응만: 리드하지 못하고 끌려 다녀 보스가 사라졌다. 의사결정 구조도 무너졌다 문자폭탄에 18원 후원금: 정치인들 눈치 보기 급급 신문‧방송 몰락: 유투브‧소셜미디어 통한 확증 편향 강화 팩트에 따라 신념 바꾸던 시대에서, 신념에 따라 팩트 버리는 시대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 트럼프, 브렉시트, 마크롱 등장. 우리는? 정치혐오 심화→극단주의 강화→반정치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