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프랑스의 생화학자이자 세균학자 파스퇴르는 미생물학에서 거둔 성공만큼이나 열렬한 와인 애호가이자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와인이 있는 식사나 술자리에서 인용하기 좋은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한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 "와인이 없는 식사는 햇빛이 없는 날과 같다." 등이 특히 유명하다. 그는 "와인이 있는 곳에는 슬픔과 걱정이 날아간다."라고도 했는데, 이제 그 말은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후위기는 세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와인산업도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로는 상황의 심각성을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주목 대상이다. 합계출산율에서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된다. 한국만 저출생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저출생 경향이 커지면서 걱정이 크다. 인구 문제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였던 프랑스도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인구 재무장’을 호소했다. 저출생이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은행은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키를 쥔 것은
'책'을 고르는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눈닿는 온라인 장소 어느 곳에서나 인공지능(AI)이 당신의 취향이라며 강권하거나, 혹은 서점의 판매 순위 상위나 소셜미디어 속 명사들의 리스트를 따라가보는 독서도 있을 것이다. 2023년, 독서는 점점 진기한 체험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상을 되돌아보고, 사회를 응시하고, 시대정신을 품어보려는 노력에 가장 든든한 벗이자 스승은 역시 책이다. 메디치미디어의 저자, 피렌체의식탁의 필자,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생각의 이웃들에게 조용히 무심하게 청탁했다. 당신이 읽은 2023년도는 무엇인가.
휴가철이다. 주변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행선지도 가까운 일본부터 멀게는 유럽까지 다양하다. 정작 유럽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여행 1번지'로 통하는 이탈리아나 지중해 대신, 비교적 기후가 온화한 북서유럽으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짧게 체류하던 과거와 달리,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선택하는 교통수단에서는 더 큰 변화가 보인다. 비행기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든, 버스나 기차 같은 수단을 의도적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2022년이 딱 열흘 남았다. 올해도 모두 부지런히 땀을 흘렸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예전보다 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제각각은 나름대로 ‘불행하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김도훈 필자는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비교한 뒤, 북유럽 국가 국민은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중시한다’고 특징짓는다. 반면에 한국 국민은 ‘고립된 개인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사회에서 행복 쟁취를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정리한다. 한국에서 행복이란
한국과 중국의 사이가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였을까? 한·중 관계에 밝은 이라면 우선 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시대를 떠올릴 듯하다. 당시 두 나라는 순탄한 미·중 관계의 토대 위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상호이익을 추구했다. 미·중 패권 대결의 격화 속에서 한·중 관계가 살얼음판인 요즘과 견주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그 ‘화양연화’ 시대의 한 축이었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세상을 떠났다. 중국 전문가인 문일현 필자(중국정법대 교수)는 장쩌민의 시대를 돌이켜보며, 미국 일변도로 치닫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이 과연 바람
뿌리를 옮겨 새로이 정착한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신선한 시각이 있다. 로 전쟁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온 윤영호 필자가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인터뷰를 시도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카자흐스탄에서 나고 자라, 터키에 정착한 국제 정치학자인 아나르 소문추올루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구소련의 아이였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맞서는 터키에 정착한 아나르 소문추올루. 소비에트, 카자흐, 터키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골고루 가진 그의 시선에서 바라 본 우크라이나 전쟁. [편집
믿기 어렵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돌봄 지원 정책은 획기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좋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육아가 힘들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 이런 정책들이 잘 활용되지 않는 이유, 워킹맘이라는 용어는 있어도 아무도 워킹대디란 말은 안 쓰는 이유는 같다. 육아가 여성에게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육아는 더 이상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정책은 시대를 따라잡았으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자녀를 돌보는 세상이 아니라, 부모와 국가가 함께 돌보는 세상. 기존에 보던 것과 다른 형태의
한류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시작은 우리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전 세계가 우리 가수들과 함께 웃고,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그 뿐인가. 더 이상 한 시절의 유행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조류가 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정호재 필자는 초기 한류의 최전방이라 할 동남아시아에서 한류가 대조류로 변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본 목격자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 역동의 원천을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교류하며 함께 쌓아 온 보편성이라 보고, 아시아적 보편성을 토대로 커 온 K콘텐츠가 그 추동력을 유지해 간다면 범세계적 공감대를 이루어 갈 수
이상민 필자의 예산안 시리즈 칼럼의 세 번째 시간이다. 첫 회에서는 기재부의 비효율적인 예산 설명 자료와 탄력없이 운영되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 대해 배웠고, 두 번째 칼럼에서는 진보 정권답지 않게 밋밋한 복지 환경 예산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2년 예산안 중 경제 관련 지출액, 그 중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증가한 항목을 중심으로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는 과학기술연구개발, 항공·공항 부문 에너지및자원개발 부문, 정보통신 부문의 예산을 보면 우리의 경제 발
수도권 주민이라면 평택, 수원, 분당 거쳐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앞에 다시 섰을 때의 미묘한 감정을 기억할 것이다. 약간의 안도감과 ‘다시 전투 시작!’의 긴장감이 교차하는 그 시간. 달콤 쌉쌀하다 해야 할지, 단짠단짠이라고 해야 할지? 명절 끝의 귀경길이었다면 그 느낌이 더하다. 이 칼럼의 필자는 서울이라는 공간, 중앙집권적 국가주의라는 신앙은 여전히 절대적이어야 하는가 묻는다. 자유로우면서도 평등한 체제와 삶의 방식을 위해 넓고 넓은 ‘남쪽 바다’로 갈 마음은 없는지 질문한다. 추석을 맞아 우리를 돌아보는 몇 개의 칼럼,
집값 상승에 따른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아킬레스건이다. 2017년 5월 정권 출범 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참여정부 후반기를 능가하는 실정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한국 뿐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들도 대도시 집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수정 필자는 유럽의 복지선진국가 스웨덴도 부동산 문제로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한다. 사민당 연립정부가 '신축 아파트' 임대료 상한선 규제를 풀려다가 오히려 우파 정당에게 불신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50년 전 대규모 공
코로나19 위기와 기후위기를 계기로 우리는 건강과 생명,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의 도전에 부닥쳤다. 65세 이상 노인이 2050년께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인류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이광재의 미래대담⑧’에선 ‘스마트 건강도시’ 건설을 주창해온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올해 61세인 홍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및 환경의학연구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의료를 뛰어넘어 노인-교육-주거-도시 정책
"여성의 징집 여부보다는 국가가 남성들의 병역 부담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회복시키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김신숙 저 중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 만큼이나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에 '추월의 시대'를 언급했다. 한국이 따라가야 할 나라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세상에 없던 첨단 제품과 세상에 없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대표연설 이후 언론과 공동 인터뷰에서 를 보고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한윤형 필자는 지난 연말 출간한 의 공동저자로 '추월의 시대'가 현 시점에서 필요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담론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헬조선'이라는 표현도 여전히 유효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린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나는 일찍 일어날 거야. 머리맡에는 겨우살이, 나는 제일 먼저 일어날 거야.” 내가 어릴 땐 들어본 적이 없는 라는 캐럴이다. 아이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말한다. “엄마, 근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 겨우살이 밑으로 지나갈 땐 그 사람이랑 꼭 뽀뽀해야 하는 거 알아? 유치원 문에 겨우살이가 걸려 있는데 어떡하지?”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웃는다.겨우살이(영어명 M
기획인터뷰 ‘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interviewee)는 안나 아미노프(26세)다. 핀란드 출신인 그는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홍보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고교 1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와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1년간 한국에서 공부한 뒤 핀란드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의 대학으로 진학해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은 이달 중순 안나 아미노프를 만나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들었다. 임신 8개월의 커리어우먼인 그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
금융계와 IT업계 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신용정보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방향을 둘러싸고 가히 ‘OK 목장 결투’ 같은 격전으로 치닫고 있다.2년 전 금융위원회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빅데이터를 결합·융합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 일은 오픈뱅킹(open banking)을 통해 달성된다. 금융기관들이 IT업체들과 고객계좌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기관 쪽에서 보기에 그것은 일방적 양보일 것이다. 금융계에선 오픈뱅킹의 금융 진출 움직
은 창간 2주년을 맞아 ‘가족의 재구성 2040’을 주제로 최근 온라인 방식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앞으로 20년 후 가족·가정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행사에선 모두 6명의 연사가 발표했다.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에 이어 세 번째로 양동수 더함 대표의 강연을 지상 중계한다. 양동수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스테이’라는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해왔다. 강연 주제
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최근 ‘가족의 재구성 2040’을 주제로 온라인 방식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앞으로 20년 후 가족·가정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행사에선 모두 6명의 연사가 발표했다. 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야콥 할그렌(Jakob Hallgren) 주한 스웨덴 대사의 강연을 지상 중계한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에선 40여 년 전만 해도 핵가족 제도가 주류였으나 요즘엔 가족의 50% 정도가 결혼을 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