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책'을 고르는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눈닿는 온라인 장소 어느 곳에서나 인공지능(AI)이 당신의 취향이라며 강권하거나, 혹은 서점의 판매 순위 상위나 소셜미디어 속 명사들의 리스트를 따라가보는 독서도 있을 것이다. 2023년, 독서는 점점 진기한 체험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상을 되돌아보고, 사회를 응시하고, 시대정신을 품어보려는 노력에 가장 든든한 벗이자 스승은 역시 책이다. 메디치미디어의 저자, 피렌체의식탁의 필자,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생각의 이웃들에게 조용히 무심하게 청탁했다. 당신이 읽은 2023년도는 무엇인가.
수많은 일들에서 '국가란 무엇인지' '국가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묻게 되는 시대다. 2023년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특정 기관에 따라서는 22일까지) 대한민국 행정부가 운영하는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했다. 수많은 민원처리 업무들과 공적 처리가 필요한 일들이 며칠 동안 마비되는, 나름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왜 그런 것인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여전히 명확한 답이 없다(답이 없다기보다 답을 내놓으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단지 전산망 마비가 아니라 더 많은 일상의 마비, 일상의 위기로 이어
한 '어머니'가 있다. 일하는 여성이다. 10월의 그밤에 아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아이를 찾으러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정혜승 작가는 이렇게 '이태원'에 자발적으로 연루되었다. 몇 번이고 현장을 보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기자로, 민간기업에서 홍보 전문가로,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도 일을 했다. 그런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묻고 또 물었다. 세월호에 이어 왜 이런 참사가 또 터졌는가? 우리 사회 위기관리의 차원에서 파헤치고 들어갔다. 32명을 인터뷰했다. 법은 하급 공무원의 책임을 묻지만, 참사의 재발 방지를
이번 글은 고성능, AI 반도체가 어떻게 각 산업의 진일보를 가능하게 하는가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인간 유전체의 데이터를 읽어내는 속도가 노트북급에서 슈퍼컴 급으로 빨라지면 치료나 예방 기술 개발이 그만큼 빨라진다.사우디의 네옴시티 계획은 의외로 이 도시에 설치될 수많은 엘리베이터들의 제어 기술에 성패가 달려 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또한 대형 원전급으로 공정 제어가 가능하다면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권석준의 반도체 강의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보시길. [편집자 주]반도체와 커플링 되어 더욱
권석준 필자의 3부작을 읽다 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중 패권 경쟁 이후 선도 기술 개발의 초경쟁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 일극체제의 세계화에서 어렵잖게 기술을 구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속도는 소용돌이처럼 빨라지고 있으며, 국가 간 과학기술 장벽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속도와 장벽의 난제다. 이제 막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궤도에 올라탄 한국은 막바로 추락의 위험에 직면했으며 여기에 우회로는 없다. 직공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도 시원찮을 마당에 예산 총액의 삭감, 기초과학
권석준 교수의 R&D 3부작을 읽다 보니 1960년대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거의 필수적이었던 교육보험 가입이 떠올랐다.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없는 살림에 보험을 들어 등록금과 납부금을 준비하던 부모의 마음. 그 덕에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고 기업들은 고급 인력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 결과가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 선진국이다. 정부는 올해 특별한 근거 없이 ‘R&D 카르텔’을 거론하며 내년도 연구개발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현장에서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없이 사는 집일수록 교육보험
다시 챗GPT다. 이번에는 챗GPT 자체가 아니라, 챗GPT로 촉발된 빅테크들의 총성 없는 기술 전쟁, 패권 경쟁 이야기다.테크 세계는 한번 주도권을 뺏기고 나면 되찾아 오기가 쉽지 않은 전쟁터다. 오랜 시간 와신상담하며 내부에서 확실한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이미 거대한 제국을 완성한 기업들이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는 까닭에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유리한 고지로 상대를 끌어들여야 한다.지금 챗GPT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도안구 필자는 이 열기가 단순한 거품일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 10년을 이끌 변화가 지금 우리 곁에
의도한 것은 아니나 참으로 공교로운 시기에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대구대 교수)을 방송에 모시게 되었다. 김 교수는 ‘세계 경제위기 대처와 일본의 경제안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사건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이 왜 이렇게 상반되는지, 왜 일본은 한국에 ‘수출 규제’라는 무모한 도발을 했는지, 경제안보가 왜 중요한지,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김 교수의 혜안을 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본을 예로 들어 경제와 안보가 긴밀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 명 안팎으로 다시 늘어났다. 예견됐던 수치라 해도, 코로나 재유행에 따른 시민들의 심리적 위기감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안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10개국이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 재유행을 올해 초의 유행 상황과 비교 분석한 뒤, 차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는 현 국면에 대해 ‘국난 극복’이라는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만큼 사회적 위험이 크지 않으며,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필
경제도 국방도 외교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를 모시고 인간과 지구의 생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오미크론의 폭발적인 증폭과 함께 코로나19는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변종이 등장하고, 원숭이 두창 등 다른 종류의 인수 공통 감염병이 뉴스를 오르내린다. 인간은 어떻게 독점적인 지구 사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다시 배울 것인가.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생태학자 베니스
지구상에 슬픔과 고통은 여전하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관심은 흩어졌지만 미얀마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시아 연구자인 정호재 필자가 5월 중순 미얀마에 입국해 1신을 보내왔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일단 성공’이라는게 칼럼의 요지다. 군사정부는 내년 8월에 총선을 통해 새 정부와 지도자를 뽑는다지만 진정한 새 권력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두드러지는 미얀마 군부와 불교의 결착 사례 등을 보면 역설적으로 한국 민주화의 성공 요인도 보인다. 민주화, 경제발전, 사회발전의 마이너스 팩터와 플러스 팩터를
메디치미디어가 ‘메디치 보라(보이는 라디오)’를 시작했다. 시작 프로그램으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를 초대, 세계정세와 한반도를 주제로 연속 대담을 갖고 있다. 앞으로 2-3년 정도까지의 세계정세를 한반도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중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새 대통령과 한반도 정세 등 3가지 주제를 6회에 걸쳐 들어보게 된다. 4월 4일 메디치미디어 스튜디오에서의 첫 대담에서 문정인 교수는 1971년 키신저의 비밀 방중 이후 미중 관계가 관여, 협력과 경쟁에서 점진적으로 대립과 갈등으로 전이해 온 역사를 설명했다.
현대의 정치 지도자는 출신이 다양하다.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는 텔레비전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해오다가 인기에 힘입어 대선에 출마했다. 필리핀의 세계적인 프로복서인 파키아오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필리핀에서는 그 전에 영화배우 출신 조지피 에스트라다가 대통령에 두 번이나 선출됐다. 라이베리아의 현직 대통령 조지 웨아는 AS 모나코, AC 밀란, 맨시티 등에서 활약한 축구선수였다.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오픈에 참가하지 못한 노박 조코비치가 미래의 세르비아 대통령에 거론되고 있다. 조코비치는 그야말로
신년이란 인간이 시간이라는 관념을 도입하며 덤으로 얻은 재출발의 장치다. 새로운 해를 맞아 모두 새로운 각오를 한다. 숫자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봐온 김도훈 필자는 새해를 맞아 ‘왜 무엇을 위해 뛰는지’ 묻는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위치감각, 정체성 찾기와 비슷한 듯하지만 좀 더 깊다. 그는 시민에 집중한다.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은 시민인데 엘리트 중심의 사회 지배구조는 여전히 시민을 도구나 객체로 여긴다고 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장기인 회복 탄력성을 다시 한번 살리려면 지금까지 논의구조에서 사실상 배제돼 온 80%의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외교와 국방에서 성인국가의 길을 대체로 회피해왔다. 나치의 악몽 때문이다. EU나 NATO에서 군비확충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독일의 역사적 과오는 독일 국민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나 유럽 선도국가의 길을 걷던 독일이 이번 사민당 중심의 연정 수립에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타결된 연정 협상안에는 덩치에 비교하면 미흡하지만 ‘세계적 책임’이 주요 항목으로 명기돼 있다. 탄소 중립이나 이민 문제에서는 선도국가로서의 전진적 자세가 분명하다. 독일의
독일의 연립정권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가 공동 명의 칼럼을 통해 ‘아무개는 안된다’고 독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테면, 내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아무개는 경제 부총리 시키면 안된다고 기고를 하는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이번 ‘사건’은 대서양 동맹 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보다 하나로 엮여 돌아가는 세계경제 현실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독일 탐구가인 위민복 필자의 해설과 해당 기사의 전문 번역을 올린다. [편집자 주] #재무부 지원
내년도 나라살림에 대해 정부가 짠 예산안, 그 중 두 번째로 복지, 환경예산에 대한 이상민 필자의 칼럼을 소개한다. 복지 분야에서는 ‘부양 의무가 있음에도 부양 능력이 없는 가족’을 둔 소외계층에게 이제부터는 생계 급여가 지원되는게 눈에 뜨인다. 환경 분야에서는 증가액 1.3조원의 96%가 전기차, 수소차 보급을 늘리는데 쓰인다는 게 특징이다. 그럼에도 이들 분야의 증가 추세선은 미미하다. 진보가 복지와 환경에 힘쓴다는 통설은 적어도 내년 예산만 놓고 보면 사실이 아닌 셈이다. 반면 지난 10월 24일자 김동규 칼럼에서 살펴 보았듯
‘예산 읽어주는 남자’ 이상민 필자의 내년도 예산안 이야기를 격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필자는 첫 원고에서 중대한 두 가지를 고발한다. 첫째는 예산철을 맞아 기재부가 발표하는 예산 설명 자료로는 전체 예산의 변동 흐름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좋은 백데이터를 두고도 정부는 굳이 자의적이고 회색으로 분칠한 예산 분류법을 설명에 이용한다. 둘째는 50년 전 만들어진 법에 따라 경직되어 배정되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문제다. 현장의 수요와는 관계없이 배정된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시작될 국회 상임위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의원이 에 K-바이오 비전을 정리해 보내왔다. 코로나 19는 IMF 외환위기 이상으로 한국의 체질을 개선할 호기로 보인다. 고비때마다 위기극복에 성공한 나라에서 그의 제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편집자 주] #포스트 코로나. 방역 모범생에서 바이오 강국 도약의 기회#대한민국을 바이오 백신 허브로 각인시키고, 백신 정상 회담 개최, 이종욱 스쿨 신설 제안, 백신 개발 선언, K-국제의료봉사단 조직 등을 신속히 추진 #메가 펀드 조성, 여의도 의사당 자리에 바이오 클러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이 2030년께 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한국의 인구감소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50년께 인구는 2700만 정도로 반감(半減)할 것 같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뾰쪽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한승동 필자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계기로 인구감소를 보는 시각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혀 인구규모를 국력의 원천으로 보지 말고 지구행성의 생태계 차원에서 고민해 보자는 얘기다. 특히 14억 명의 인구대국인 중국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