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주목 대상이다. 합계출산율에서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된다. 한국만 저출생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저출생 경향이 커지면서 걱정이 크다. 인구 문제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였던 프랑스도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인구 재무장’을 호소했다. 저출생이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은행은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키를 쥔 것은
2024년은 '선거의 해'다. 1월의 대만 선거에 이어 2월 14일에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도네시아 대선이 싱겁게 끝났다. 6월 결선투표까지 가리라는 전망 대신 1라운드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56.4%)로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자 수비안토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그 자신 적극적으로 민주화 인사를 탄압한 구시대적 인물인 데다, 부통령 당선자 기브란은 현 대통령 조코위의 아들로 내세울 거라고는 '젊음'뿐인 정치 경력 2년차의 신인이다. 이런 조합을 택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선거의 속사정을 살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2일 오전 10시 30분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위 내용을 보도한 많은 기사들이 '외교부 판정승'이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냈다. 30여 년 기자, 데스크로 일해왔던 한 언론인이 이에 대해 긴급 기고를 해왔다. 사법부가 판결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중간에 제대로 밝혀진 정보가 부족하다면 정정보도가 아니라 반론보도여야 한다는 것, 그러니 '판정승'일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그리고 공적인 장소, 수많은 눈과 귀가 있는 곳에서 태연하게 비속어를 사용한 지도자와 국가의 품격에
연내에 온다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개시도 못했다2023년이 이제 2주 남았는데, 올해 안에 온다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명 도입' 시범사업의 개시 소식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논의는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3월 조정훈 의원(당시 시대전환, 현 국민의 힘)은 이 업종에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어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지시했다.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1923년부터 2023년까지 1백세를 살다간 헨리 키신저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 전 세계 많은 미디어에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그가 거둔 외교적 성공과 실패가 지금도 논쟁적인 평가를 받듯 부고 기사들의 논조도 다양했다.키신저가 살다간 시대는 제국 미국의 시대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 미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으며, 그 개입의 일부는 부적절하거나 문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키신저는 그 미국의 시대에 협력과 세력균형을 중시하는 외교를 제안하였으며, 정책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
아침 출근길 지하철, 휴대폰에 코박고 있는 동료시민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무슨 재미난 걸 보시나 힐끔하면, 높은 경우의 수로 에버랜드의 판다가족 동영상이다. 고백하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3년 국내 첫 자연번식의 산물 푸바오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면, 요새는 생후 백일을 넘겨 걸음마를 시작한 루이바오, 후이바오 쌍둥이 자매의 잔망애교 덕에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도 하루의 시작이 평화로울 수 있으리라.판다에 몰두하는 오늘 여기의 현상은 각박한 경쟁의 한국사회를 관찰하는 사회심리학적 주제인데, 국제적인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에 의해 계획된 전쟁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은 1위 국가 영국과 2위 국가 독일 간의 우발적 전쟁이었다. 자유무역이 왕성한 가운데 영국, 독일 간에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지금은 바로 그 1차 대전 직전과 비슷하다. 신냉전이 아니다.’많은 학자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을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비에트 러시아 간의 냉전에 비유하고, 니얼 퍼거슨 같은 학자는 아예 지금을 신냉전이라고 분류한다. 고한석 필자는 지금은 냉전 때와 달리 한 국가 내 이념과 계급의 대립이 약하며,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1990년 사회주의 붕괴 때까지 그리 많지 않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유엔 말고는 지금처럼 다자외교의 장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장들끼리의 만남은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 패권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대개 ①후발 패권국이 선발 패권국과 대등하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 ②정상회담 아니고는 해법이 없는 위중한 현안이 있을 때, ③저쪽이 진정성있는 변화를 보일 것같다고 판단될 때 같은 조건절에서 성사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11월에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 회담은 주목할만 하다. 고한석 필자는 미국과 중국이 아
인도네시아 하면 큰 나라라고만 생각한다. 마치 중국과의 교역 초기에 '중국 사람들에게 뭘 하나 팔기만 해도 10억 개가 넘는다'는 말처럼 시장 개념으로만 해석한다. 맞는 말인데 아쉬운 말이다. 인구나 가능성, 협업의 조합 등 여러 측면에서 한 나라와 제대로 친해지려면 정치와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은 세 번째 투자 대국이다. 이 나라의 미래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이 이미 많다는 얘기다. 덜 알려진 사실인데, 한국 FDI 1호의 목적지도 인도네시아였다. 정부 간 교류와 기업투자가 그만큼 활발했다. 문
아세안 정상회의(인도네시아)와 G20회의(인도)까지 열려 초가을 아시아 외교가는 분주했다. 결과는 밋밋하다. 아세안 회의에는 바이든과 시진핑이 빠졌고, G20회의에는 북방의 두 축, 러시아(푸틴)와 중국(시진핑)이 불참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일부 소강상태에 빠진 점,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 역내 주요국의 선거 랠리가 내년초부터 시작되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 주요국의 정치경제 상황은 실제로 만만치 않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내년 1월 대만의 총통선거부터 11월의 미 대선까지 격랑이 예상된다. 2024-2025년의 아시아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미국과 일본, 유럽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다. 그런데 공장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동 인력의 채용과 훈련, 임금 체계와 조직 문화가 아시아권과 사뭇 다른 나라들이다. TSMC가 그간 성장해 온 방식은 해외에서도 통용될 것인가? 미국 팹의 미국인 엔지니어들이 대만인 엔지니어들처럼 3교대·365일·24시간 근무를 할 준비가 되었을까. 자국 소비 시장은 좁고 수출 시장은 넓은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대만과 달리 자동차, 가전 등에서 현지 공장 운영의 노하우가 있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Cruise)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절반 구역 내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된다. 안전하고 편안하다. 이용료는 우버의 절반쯤. 자동차의 미래다. 세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지만 그곳을 만든 것은 스탠퍼드 대학이다. 연구 개발의 정신과 자수성가의 프런티어 정신이 결합해 학교와 기업을 낳았다. 마약 중독자, 도심 공동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혁신, 기회, 유레카 같은 단어가 더 떠올랐다. ‘우리’ 안에 생각보다 미국이 많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 여행이기도 하다. 지리학자의 문화답사기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결에 있어 장기적인 빅 픽처를 그리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이 사실상 미국의 러시아 피 말리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쟁이라는 것은 발발 후 1년이 지나면서 거의 공인된 해석이다. 그런 러시아가 청나라 말기 이후 160년 만에 자발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 개방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경제력과 해군력이 극동 러시아에 가세하면 이 에너지는 북극 항로를 타고 미국(해군력)과 유럽(경제력)으로 향할 것이다. 푸틴이 중국의 힘을 업고 동북아시아 해역에서 미국과의 제2 전선을 열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라시
불교, 방콕 사원, 국왕, 군부 쿠데타, 탁씬 가문…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의 나라 태국을 생각하면 흔히 떠올려지는 이미지들이다. 그렇지만 5월 치러진 총선(하원)을 통해 태국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태국 정치를 주도해온 친군부 보수정당이 야당에 과반의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특히 왕실과 군 개혁 등 선명한 기치를 내건 까우끌라이당이 제1당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태국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인 탁씬 전 총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야당인 프어타이당은 제2당으로 밀렸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거셌다는 뜻이다
✔ 한·미·일 안보 협력만 강조, 실리 추구 없는 ‘빈손 외교’✔ 외교⸱안보 리스크와 직결된 경제, 우려스러운 대중 관계✔ 대출 규제·세금 완화가 서민 정책? 경제 주체 신뢰 잃어✔ 높은 정부 부정평가율, 국정 동력 떨어뜨려…극우화 우려✔ 대화 없는 윤 정부, 토론·타협하는 방향으로 거듭나기를 1부 우이독경 영상 바로 가기내로라하는 전문가 세 사람이 모여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격정적으로 토론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에 담았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정치 분야), 이
‘기시다의 일본’은 미국의 ‘푸들’일까?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일본이 미국과 한몸처럼 밀착하자, 일본을 두고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이라크 전쟁 등에서 미국 뜻에 충실히 따랐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국제 문제 전문가인 한승동 필자는 이런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구상을 주창해 미국이 수용하게 했고, 그 속에서 일본만의 독자 외교의 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본의 외교력
‘그저 그런 소주가 아니다!’ 중장년층의 술, 소주가 MZ 세대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삼겹살과 함께 떠오르는 쓰고 독한 뒷맛의 그 소주가 아니다. 젊은 층의 개성과 취향, 특히 젊은 여성들의 기호에 부응하는 특색을 지닌 소주다.술 평론가이자 막걸리학교 교장인 허시명 필자가 MZ 세대 음주문화에서 달라지고 있는 소주의 현주소를 여러 각도로 살핀다. 그 변신의 양상과 함께, 변화의 밑바탕에 깔린 MZ 세대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편집자 주]✔ 독주의 상징 '소주', 달콤한 맛으로 신분 세탁✔ 한국
‘Made in India’. 애플의 아이폰14에 이런 생산지 표시가 붙기 시작했다. 애플이 2022년 말부터 중국 공장의 최신 아이폰 생산 물량 일부를 인도로 돌렸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프라, 거대 소비시장을 갖춘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애플의 ‘탈출’이 시작된 것이다.애플의 인도행은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제기된 ‘중국 리스크’가 기업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다. 박현 필자는 이를 두고 “후세 역사가들은 2022년을 글로벌 공급망의 대격변이 시작된 해로 기록할지 모른다”고 평
‘소크라테스 프로젝트’. 1980년대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에 밀리자 레이건 행정부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마련한 산업정책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물론 초강대국 지위 유지였고, 미국은 그 목표를 이뤄냈다..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의 재구축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을 노리는 것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중국의 도전을 떨쳐내려는 ‘제2의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라고 진단한다. 특히 이번에는 경제적 주도권 차원을 넘어 외교군사적 목적까지 내포하고 있어
한국 사회에 묵직한 ‘화두’ 하나가 던져지고 있다. 한국은 핵무장이 필요한가? 핵무장은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긴장감만 높이는 것인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핵은 필요한가? 핵무장을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핵무장을 미국이나 중국이 용인할 것인가?올 하반기 들어 북한발 ‘핵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도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핵 개발론’은 기왕의 ‘핵무장론’이 보수 진영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것과 달리, 온건·중도 진영에서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북한 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