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대부분의 역사는 사상과 논쟁의 역사로 수렴된다. AI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AI 영역에서도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관점과 접근 방식이 존재해왔다. 마치 수많은 부족이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처럼, AI 연구자들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 자신들만의 철학과 방법론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중에서도 규칙과 논리를 중시한 기호주의자(Symbolists)와 신경망에 기반한 연결주의자(Connectionists)의 대결이 AI 역사의 가장 핵심적인 줄기를 형성했다. 이번 편에서는 이 두 부족의 경쟁을
EU 27개 회원국이 2월 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AI Act, 이하 AI법)’에 최종 합의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안에 마지막 의회 의결 절차만 남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에 AI 법안을 제안하고 3년 만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 제정국’ 운운했지만 어느 순간 논의가 멈추고 지지부진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행정과 이론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송경희 교수가 EU의 AI법을 중심으로 세계의 AI 법제화 동향을 전한다. [편집자 주]EU의 AI법, 세계 시장에 미치는
노래 하나의 날갯짓이 스페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2024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스페인 대표로 참가하는 네불로사의 노래 가 주인공이다. 원뜻은 '암여우' 정도의 단어인데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여성비하 표현이라고. 여성혐오 호칭을 적극적으로 가져와 원래의 소용을 무력화하자는 호평과 지지가 한쪽. 다른 한쪽에서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후퇴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스위스에 사는 김진경 작가가 이를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글을 보내왔다. 먼저 각자 찾아서 노래를 들어보고,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의 논쟁을 다룬 글을 읽어보자.
1923년부터 2023년까지 1백세를 살다간 헨리 키신저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 전 세계 많은 미디어에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그가 거둔 외교적 성공과 실패가 지금도 논쟁적인 평가를 받듯 부고 기사들의 논조도 다양했다.키신저가 살다간 시대는 제국 미국의 시대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 미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으며, 그 개입의 일부는 부적절하거나 문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키신저는 그 미국의 시대에 협력과 세력균형을 중시하는 외교를 제안하였으며, 정책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
고고학자 강인욱 필자가 떠난 실크로드 여행, 그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세계 문명사를 바꿔놓은 당과 아랍 아바스 왕조의 '탈라스 전투'와 중앙아시아에서 활약한 고구려계 '고선지' 장군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 한국인 주도로 탈라스 전투 기념비가 현장에 세워지며 중앙아시아 역사는 폭이 더 넓어졌다. 그 옆에는 실크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 아이샤 비비와 카라한의 에피소드가 있다. 더운 날씨 덕에 더 달달해진 '복숭아'를 비롯해 고려인들이 만든 중앙아시아 버전의 잔치국수 '국시', 구소련 지역을 강타한 컵라면 '도시락' 등 한국 음식과도
메디치미디어는 지난 6월 29일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과 우희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챗GPT, 인간과 종교의 미래’라는 주제로 유튜브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챗GPT 기술로 종교활동을 지원하는 생성형 AI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데이터 기반으로 교리를 안내하고 해석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종교의 본질은 그저 성경이나 불경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 관련 생성형 AI가 이른바 ‘믿음’과 ‘신념’의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산업의 이면에는 그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있다. 국가전략산업을 키운다면, 국가전략기술이라는 개념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12개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했다. 12개 기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필두로,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인공지능, 첨단로봇과 제조, 차세대 통신, 양자기술,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과 해양, 수소, 사이버 보안 기술이다. 국가전략기술을 토대로한 국가전략산업의 필요성은 한국의 첨단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방적 ‘퍼주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놓일 예정이다.이 가운데 경제 이슈와 관련해선 단연 ‘반도체’가 관심사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질서가 대전환을 맞는 상황
재닛 옐런(재무), 데브 할런드(내무), 지나 레이먼도(상무), 마르시아 퍼지(주택도시개발), 제니퍼 그랜홀름(에너지). 곧 이 리스트에 줄리 수(노동)의 이름이 더해진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장관을 맡고 있는 여성들이다. 재무, 상무, 노동 등 행정부 내 비중도 막강한 자리들이다. 그러고 보니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도 여성이다.바이든 대통령의 여성 각료 임명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신은철 필자는 바이든의 '여성 장관' 정치가 ‘다양성’의 가치는 물론이고, 차기 대선을 겨냥한 득표 전략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진정한 노림수는 뭘까? 미국이 1990년대 이래 정착된 글로벌 분업 체계와 글로벌 공급망을 중단하고, 미국 본토 안에서 반도체 산업의 ‘A부터 Z까지 모두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음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구상은 과연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까?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미국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설계-제조 사이의 생태계 독점이 아닌, 앞으로 활용될 기술과 로드맵에서의 주도권, 기술 사용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를 넘어 미래를 장악하는 전
‘소크라테스 프로젝트’. 1980년대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에 밀리자 레이건 행정부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마련한 산업정책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물론 초강대국 지위 유지였고, 미국은 그 목표를 이뤄냈다..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의 재구축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을 노리는 것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중국의 도전을 떨쳐내려는 ‘제2의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라고 진단한다. 특히 이번에는 경제적 주도권 차원을 넘어 외교군사적 목적까지 내포하고 있어
예상대로 경쟁 상대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경쟁 무대는 기술.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1년10개월 만에 처음 내놓은 을 통해 중국과의 첨단 기술패권 ‘전쟁’을 최우선 외교·안보 과제로 천명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 글로벌 패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지를 과시라도 하듯, 미국은 최전선인 반도체에서 무차별적으로 중국 옥죄기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제조업의 글로벌 분업 체계 등의 국제 경제 질서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핫한 ‘뉴스 메이커’로 다시 등장했다.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다. 혐의도 난데없는 ‘간첩법’이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간첩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FBI의 수사 결과는 눈앞에 닥친 11월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2024년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빅 이슈다. 트럼프의 혐의는 무엇이며, 수사는 어떻게 흘러갈까? 대형 정치 일정을 앞둔 민주당과 공화당의 셈법은 무엇일까? 미국 사법 체계와 정치에 밝은 유정훈 변호사가 ‘트럼프 수사’를 다각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절단의 대표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방한하며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낯선 표현이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엠호프는 아내의 부통령 취임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바쁜 변호사 일을 접고 워싱턴의 로스쿨로 자리를 옮겼다. 비록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경력 단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성이 아내 직장에 따라 자신의 커리어와 거주지를 조정한다는 것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20세기 영국에는 이미 여왕이 될 공주와 결혼하며 해군 커리어를 포기한 필립 공과 마가렛 대처 총리의 남편 데니스 대처가
독일의 연립정권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가 공동 명의 칼럼을 통해 ‘아무개는 안된다’고 독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테면, 내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아무개는 경제 부총리 시키면 안된다고 기고를 하는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이번 ‘사건’은 대서양 동맹 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보다 하나로 엮여 돌아가는 세계경제 현실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독일 탐구가인 위민복 필자의 해설과 해당 기사의 전문 번역을 올린다. [편집자 주] #재무부 지원
압하스(Abhas Jha) 박사의 논리는 이런 흐름이다.9.11 테러로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급하게 쫓아냈다. 준비없이 등장한 친서방정권은 부패했다. 미국 주도로 국제 투자와 원조는 상당액이 중앙정부 고위관료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고속도로 건설과 시장경제, 선거제의 도입 등으로 도시 중심의 발전과 민주화는 제법 진행됐다. 문제는 농촌이었다. 미국과 정부군은 댓가없이 양귀비 박멸에 나섰고, 지방군벌은 반대로 양귀비 재배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민심은 떠나고, 탈레반은 세력을 늘렸다. 압바스 박사의 지적은 미국의 베
미중 패권전쟁을 벌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약속이나 한 듯 국내에선 빅테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체제에 관계없이 온갖 데이터를 독과점한 ‘빅 브러더’의 출현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요즘 '네카라쿠배'라는 유행어가 나돈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말한다. 반독점 전선은 한국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 인사를 통해 빅테크 규제의지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 ‘빅테크 규제 3인방’으로 손꼽혔던 인사들을 모두 발탁했다. 연방공정거래위(FTC), 법무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논쟁이 뜨겁다. 딱딱하고 학술적인 이름을 가진 이 이론은 1970년대 미국 법학자들 사이에서 처음 나왔다. 미국에 존재하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은 단순히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겉으로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법과 제도에 이미 내재되어 있어 인종차별 자체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인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에 숨어 있는 인종차별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 이론 자
한국 영화 이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높인 게 불과 1년 전이다. 올해는 한국 배우 윤여정이 한국계 미국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연 이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은 한국인들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심겨주었지만, 과거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흔히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라는 미국의 영화인 단체가 주는 상이고, 미국 영화인들의 잔치로 오랫동안 각인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미국 대통령에게 취임 후 100일은 하나의 이정표, 즉 마일스톤으로 여겨진다. 대선 후보들은 취임 후 100일 내에 할 일을 공약으로 내걸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늘 첫 100일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할 의제를 제시한다.퓨리서치(PewResearch)나 NPR·PBS·Marist 등 여론조사기업 및 언론사의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취임 후 현재까지 바이든은 50%대 중반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취임 100일 무렵에 지지율 60%를 넘었던 사례는 로널드 레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