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내:일의 농사' 다섯 번째 글은 장(醬) 이야기다. 장이라면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여러 가지를 말하는 것 같지만, 뭐니뭐니 해도 장의 주인공은 간장이다. 사전에는 장의 첫번째 풀이로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나는 흑갈색 액체"라는 말이 나온다. 간을 맞추는 데 써서 간장이다. 오래 전 가사시간에 배운 '간이 요리의 기본'이라는 말에서 시작해 장 만드는 풍경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정겹다. 정월 대보름은 장 만드는 철이다. 많은 일에는 때가 있다. 그 '때'에 대한 감각을 장에서 찾는다. [편집자 주]간을 맞추는 게 요리
예상했던 우려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활발한 한국 투자(올들어 6조 원 이상)가 계획상이지만 발표되었다. 이게 자칫 미국의 IRA법이나 FEOC(해외우려단체)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다. 중국이 돈을 대고 한국에서 같이 만든 제품이 막상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다.물론 반도체와 달리 이차전지 산업은 핵심광물에서부터 중국 의존도가 독점적으로 높아서 미국도 함부로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그러나 업계는 투자 유치와 함께 유사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중 분쟁 속에 대부분 업계의 운명이긴
일로부터 자유로운 추석 연휴 며칠이었다. 그렇지만 이 기간에 만나는 그 누군가는 ‘나’의 자유를 넘봤다. 그렇지 아니한가? 조르바는 “하기 싫은 일, 듣기 싫은 말을 강요받지 않는 것이 자유”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현대인을 ‘조금 긴 끈에 묶인 신세’라고 바라본다.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그 자유란 미미하고 협소하다.국내 그리스학의 일인자인 유재원 필자가 소개하는 조르바는 자유를 압박하는 스스로의 손가락을 칼로 끊어낼 정도로 자유에 단호하다. 이렇듯 자유를 추구하는 조르바, 그를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Cruise)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절반 구역 내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된다. 안전하고 편안하다. 이용료는 우버의 절반쯤. 자동차의 미래다. 세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지만 그곳을 만든 것은 스탠퍼드 대학이다. 연구 개발의 정신과 자수성가의 프런티어 정신이 결합해 학교와 기업을 낳았다. 마약 중독자, 도심 공동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혁신, 기회, 유레카 같은 단어가 더 떠올랐다. ‘우리’ 안에 생각보다 미국이 많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 여행이기도 하다. 지리학자의 문화답사기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터는 머리에 쓰는 형태(Head Mount Display)로 예측돼 왔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런칭하면서 'HMD'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 주가가 12일(현지 시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관심 또한 급등하고 있다. 정지훈 필자는 이 부분을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AMMGS) 간의 시장 경쟁에서 바라본다. 과연 세계 정상급 빅테크 기업들의 향후 10년을 좌우하는 한판의 승자는 누구일까? 특히 생성형 AI와의 결합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편집자 주
2023년 들어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월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누가, 왜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선 것일까? 그리고 이 매수세는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이게 될까?부동산 애널리스트인 이광수 필자가 여러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니, 아파트 매수의 주축은 30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산 것으로 분석됐다. 필자는 이를 두고 ‘지금 아파트 시장은 사용가치가 투자가치보다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규정한다. 사용가치가 더 중시되는 시장이라면 매수
‘정원에 삽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순천만 국가공원에서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시작됐다. 7개월 동안 정원이 있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시할 박람회는 올해 방문객 목표가 800만 명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박람회는 축구장 200개가 넘는 크기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만큼, 후회없이 즐기려면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국가정원 식물원의 식재를 설계한 서정완 필자는 기후 위기 느끼기, 정원에서 살아보기, 이야기 나누기 등 세 가지를 정원 여행의 테마로 제안한다. 그의 안내를 따라 내 발로, 느리게 정원을 걸어보자. [편집자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방적 ‘퍼주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놓일 예정이다.이 가운데 경제 이슈와 관련해선 단연 ‘반도체’가 관심사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질서가 대전환을 맞는 상황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기록이다. 나이도 부담이지만 트럼프를 위시한 공화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예상치 못한 낙태 이슈가 터지면서 지난해 중간선거는 선방했지만, 2년 가까이 남은 대선에서도 또다시 사회·문화 이슈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은철 필자에 따르면, 바이든은 현명하게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층을 겨냥한 일자리 정책을 차근차근 성취해나가고 있다. 바이든이 재선을 위해 누구를 타깃으로 어떤 전략
“사망자가 10만 명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튀르키예⸱시리아를 강타한 위력적인 지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망자만 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안타까운 전망마저 나온다. 거대한 비극이다.그렇지만 비극의 한복판에서 감동의 ‘휴먼 드라마’ 또한 쓰여지고 있다. 피해 지역의 구조와 지원을 돕기 위한 지구촌의 손길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로 몰려들고 있다. 중동과 유럽‧아시아 여러 지역을 두루 취재한 채인택 필자는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구호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며 “이제 시민들이 지원으로 하나가 될 때”라고 호소한다. [편집자 주]
2022년이 딱 열흘 남았다. 올해도 모두 부지런히 땀을 흘렸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예전보다 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제각각은 나름대로 ‘불행하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김도훈 필자는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비교한 뒤, 북유럽 국가 국민은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중시한다’고 특징짓는다. 반면에 한국 국민은 ‘고립된 개인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사회에서 행복 쟁취를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정리한다. 한국에서 행복이란
2023년 현대자동차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팔릴까?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한·미 통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큰 궁금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들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우리 전기차의 경쟁력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를 넘어 전기차·배터리 산업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고래 싸움’에 한국 관련 산업의 ‘새우등’이 터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초강수는 중국이 주도하는 전기차·배터리의 글로벌 생태계에도 변화를 줄 게 분명하다. 이
낙태 이슈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중간선거가 예년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원선거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등장했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4개 주의 선거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때 러스트 벨트 4곳이 모두 공화당에 넘어간 반면,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3개 주를 탈환했다. 대선 승리의 변곡점이었다. 이번 상원선거 결과는 다음 대선의 바로미터가 된다. 러스트 벨트의 공
‘실용적 카멜레온.’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이념 가치와 주요 정책에 대한 태도를 카멜레온마냥 바꾸며 입지를 구축해 온 트러스의 삶과 정치 궤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이자, ‘제2의 대처’로 불리는 트러스가 경선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영국 총리가 된 배경은 뭘까. 트러스는 산적한 영국의 난제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영국 런던에서 살며 국제 문제를 두루 관찰해 온 윤영호 필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56대 총리 트러스를
지난 주 세계 언론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의 반성문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필자들이 반성문을 썼다. 자기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히 형식적인 반성만 한 것은 아니다. 왜 그 글이 섣부른 판단이었는지, 간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들어있다. 같은 주제를 시차를 두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다시한번 곱씹은만큼 글의 농도도 진하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도가 높은 4편의 칼럼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손꼽히는 정론지 NY
영화의 제작과 생산 그리고 배급에는 한 나라가 가진 지배 문화의 이데올로기가 깊숙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해 종종 정치적 매체로 분류된다. 패권국 미국과 미디어 콘텐츠의 독점적 강자 할리우드, 무기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석권하는 미국 방위산업기업들의 브랜드가 만나 강력한 브랜드파워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영화를 통해 소개되어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전세계로 팔려나가는 미국의 전쟁 산업 이야기를 권호천 필자가 들려준다. [편집자 주]✔ 미국은 할리우드라는 콘텐츠 생산 도구로 무기체계 과시위협국 타깃 내세워 우방국엔 참여 독려, 적대국엔 경고✔
가장 흔한 탈것인 자동차는 일상의 일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산업 자체가 가진 혁신성을 놓치기 쉽다. 자동차가 탄생할 무렵 지배적인 동력 기관은 증기기관이었다. 하지만 증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가 시장에서 승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체의 혜안과 전략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간 도로망 같은 인프라가 적기에 구축되었고,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사회적 변화의 산물이었고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광범위하게 이끌어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외교와 국방에서 성인국가의 길을 대체로 회피해왔다. 나치의 악몽 때문이다. EU나 NATO에서 군비확충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독일의 역사적 과오는 독일 국민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나 유럽 선도국가의 길을 걷던 독일이 이번 사민당 중심의 연정 수립에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타결된 연정 협상안에는 덩치에 비교하면 미흡하지만 ‘세계적 책임’이 주요 항목으로 명기돼 있다. 탄소 중립이나 이민 문제에서는 선도국가로서의 전진적 자세가 분명하다. 독일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면을 성공리에 끝냈다. 문 대통령은 23일 밤 귀국 직후 SNS를 통해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직접지원,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로 손꼽았다. 국내외 시각은 한국이 앞으로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쏠린다. 대체적인 평가는 한미동맹이 굳건해졌다는 것이다.한미 정상은 6월 11일 영국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도 만난다. 여기엔 한국, 호주, 인도가 초청을 받았다. 영국이 제안한 이른바 ‘D10’(민주주의 10개국) 구도가
2021년을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시대 담론은 과연 무엇일까? 혹자는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안과 불만과 분노를 손꼽는다, 불공정, 불평등 문제도 2030세대 사이에서 핫 이슈가 된지 오래됐다. 그래서인지 지난 70여 년간 추진해온 산업화,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광재의 미래대담’⑩에선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안병진 경희대 교수(미래문명원)와 함께 시대정신을 화두로 삼아 혁신, 성장, 복지, 정치의 위기, 대통령 리더십 등을 논의했다. 세 사람은 차기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