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당한 이란의 2인자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3일 새벽 0시 47분, 미국이 운용하는 드론 한 대가 이라크의 바그다드공항을 나서는 자동차 두 대에 폭탄을 몇 발 떨어뜨려서 타고 있던 사람 열 명을 모두 사살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이 노린 것은 이란의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이자, 이란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에 이어 사실상 제2인자인 거셈 솔레이마니였다.

이라크의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은 삽시간에 전 세계에 알려졌고, 트럼프의 무모한 행위는 미국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로선 지난해 말부터 솔레이마니의 지휘 아래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이 공격을 받는 등 대미 테러 위협이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비록 이 모든 일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이란과 합의한 핵협상을 트럼프가 무효화하면서 시작되기는 했다. 하지만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크리스 스티븐스 주(駐)리비아 미국 대사가 살해당한 것을 두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무능하다고 비난한 트럼프였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 중 그와 흡사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솔레이마니를 죽인 것은 중동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의 배후에 이란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겼을 뿐, 솔레이마니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표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죽이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일개 테러조직의 리더가 아니라 엄연한 주권국가의 장군이었기 때문이다. 교전 상태에 있지 않는 나라의 공직에 있는 인물을 죽이는 것은 암살(assassination) 행위이고, 암살은 미국법상 금지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일찌감치 솔레이마니가 지휘하는 쿠드스군을 테러조직으로 지목해 놓았기 때문에 솔레이마니에 대해 ‘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 테러리스트’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트럼프를 비난한 것은 사실상 전쟁을 시작한 것과 다름 없는 행동을 하면서 의회 지도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미국 밖에서 트럼프를 비난한 것은 서방국가들이 함께 서명한 2015년의 핵합의를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모자라, 이란의 장군을 죽이는 무모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자바드 자리프, 미국 유학 뒤
37년간 외교관 활약한 베테랑

이란은 보복을 다짐했고, 미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중동은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 중동에서 이란의 최대 적수라고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동생인 칼리드 빈 살만을 워싱턴으로 보내어 미국을 진정시켰을 만큼 상황은 급박했다. 이란과 미국을 둘러싼 모든 강대국들이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들어갔다.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도 각자 자신들의 입장을 세계에 호소하는 선전전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미국과 이란의 실력 차이가 드러났다. 미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그의 상대는 이란 외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다. 폼페이오는 2011년부터 7년 동안 하원의원을 지내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되었고, 이듬해 국무부 장관이 된 트럼프의 충복이다. 하지만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국제무대의 외교 경력은 사실상 전무한 인물이다.

그에 반해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 장관은 1982년 이란의 유엔대표부 일원으로 외교에 뛰어들어 37년간 활약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특히 2013년 외무장관이 된 후 2015년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폐기 협상을 이끌어낸 이란 외교의 핵심 인물이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에서 고교 및 대학을 졸업하고, 덴버대학에서 외교학 박사까지 받았을 만큼 미국에 익숙한 인물. 평생을 외교에 종사하면서 국제사회에 인맥을 쌓았고 (2015년 핵협상 당시 협상 상대였던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과는 서로 이름으로만 부를 만큼 절친한 사이라고 전해진다) 전 세계의 오피니언 메이커들을 쉽게 동원해서 이란의 국익을 대변해왔다.

CNN 인터뷰 응한 이유
미 진보매체 활용 계산 깔려

그런 자리프가 솔레이마니가 암살당한지 나흘 만에 미국 TV에 등장했다. CNN과의 인터뷰였다. 국제적으로 긴급한 취재와 인터뷰에서는 CNN을 따를 매체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임기 내내 CNN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해왔고, CNN 역시 트럼프 비판의 선봉에 선 매체인 만큼 자리프로서는 영리한 선택을 한 셈이다.

그렇게 마련된 CNN 인터뷰에서 자리프는 자신의 외교실력을 선보였다. 자리프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길지 않은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 특히 미국의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트럼프의 행동을 규탄하고 이란의 주장에 수긍하게 만들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비록 미국이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이 도발을 하도록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 측이 미국대사관 공격 외에도 추가 공격을 준비하는 징후가 있었던 것도 대체적으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암살당한 솔레이마니가 각종 테러 공격으로 미군을 비롯해 중동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작전을 지휘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시대 외교관 언어 모델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은 자신의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본국의 정부, 지도자가 내린 결정을 변호하고 그것을 외국 정부를 상대로 관철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따라서 자바드 자리프가 CNN 인터뷰에서 아무리 이란에게 유리한 외교적 화술을 펼쳤다고 해도 그의 말은 이란의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프의 CNN 인터뷰를 여기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평생 갈고 닦은 외교라는 기술(craft), 특히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어려운 위치에서 상대국의 언론 매체를 다루는 솜씨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단어, 그의 침착하고 단호한 태도, 그리고 질문을 던지는 CNN 인터뷰어를 다루는 기술에서 마스터의 기량과 솜씨가 느껴진다. 따라서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어떤 표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간략하게 살펴본다.

△인터뷰어: 당신은 이란이 술레마니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할 경우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disproportionate) 반격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위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리프: His threats will not frighten us. But what [sic] he is showing something, he is showing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he has no respect for international law, that he is prepared to commit war crimes because attacking cultural sites is a war crime and disproportionate response is a war crime. But he doesn’t care, it seems, about international law.

(우리는 그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위협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사회에 자신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쟁 범죄를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 범죄입니다. 받은 공격보다 더 큰 공격을 하는 것은 전쟁 범죄입니다. 하지만 그는 국제법에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인 1월 6일,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 내에 있는 52개 거점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이란의 문화유산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서 전 세계인의 분노를 샀다. 미국이 그동안 비난해온 탈레반이나 무장테러단체 ISIS 같이 행동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리프는 그 지점을 파고 들고 있다.

특히 ‘전쟁 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양심적인 세력에게 호소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이란이 각종 수단을 동원한 보복공격을 다짐했기 때문에 나온 것인데, ‘전쟁 범죄’라는 표현을 써서 공을 미국에게 넘긴다. 하지만 미국인을 향한 프로파간다 솜씨는 그 다음에 등장한다.

“But has he made U.S. more secure? Do Americans feel more secure? Are Americans welcome today in this region? Do they feel welcome?”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을 전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었습니까? 미국인들은 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오늘날 미국인들이 중동지역에서 환영을 받나요? 환영을 받는다고 느낍니까?)

미국인 관심사 꿰뚫어 정확한 공략

자리프의 언어 구사가 뛰어난 것은 (제3세계 국가의 지도자나 외교관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고 아주 짧은 문장을 사용하되, 자신의 말을 듣게 될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가장 의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정확하게 그 지점을 공략하는 데서 드러난다.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인들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한 셈인데, 그 결과 오히려 테러를 더 걱정하게 된 것 아니냐는 미국인들의 의구심과 걱정을 파고드는 말이었다. 게다가 “트럼프가 미국을 전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었느냐?” “미국인들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느냐?” 같은 짧은 말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인용하기 쉽게 최적화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매체에서 이 표현을 인용했다.

△인터뷰어: 이란 정부, 지도자, 군은 보복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어떤 보복을 할 겁니까?

▲자리프: Well, the United States violated three principles: Iraqi sovereignty and the agreement that they had with Iraq—they got a response from the Iraqi parliament. They violated the emotions of the people; they will get a response from the people. They killed one of our most revered commanders and most senior commanders, and they too responsibility for it.

(자, 미국은 세 가지 원칙을 어겼습니다.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했고, 미국이 이라크와 맺은 협정을 어겼습니다. 그 결과 이라크 의회가 대응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또한 이 중동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습니다. 중동사람들도 이에 대응할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장군, 가장 계급이 높은 장군 중 한 명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주권을 침해당한 이라크의 의회는 미국에게 병력을 철수하라고 했고, 미국은 (모양새 빠지게) “우리가 이라크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못나간다”는 말을 해야 했다.

“This is state terrorism. This is an act of aggression against Iran. And it amounts to an armed attack against Iran. And we will respond. But we will respond proportionately, not disproportionately, because we are committed to law. We are law-abiding people. We’re not lawless like President Trump.”

(이건 국가 주도의 테러리즘입니다. 이것은 이란에 대한 공격이고, 무장도발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이에 대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수준으로(proportionately) 대응하지, 더 큰 공격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법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법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트럼프처럼 무법자가 아닙니다.)

사실 이란 입장에선 나라 전체가 초토화될 생각이 없는 한 미국에 대한 공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받은 것보다 더 공격할 수도 없고, 실제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제한적인 공격을 가하고 끝났다. (미군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는 법에 따라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다”고 표현함으로써 '힘이 없는 나라’가 아닌 ‘국제법을 지키는 나라’로 포장한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를 “무법자”라고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인터뷰어: 그래서 이란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이란은 그 지역에서 무장단체들을 통솔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지역의 많은 나라에 있는 무장병력이 이란 편인데요.

▲자리프: (인자하게 웃으며) No, we have people on our side in this region. That’s much more important. The United States believes that this beautiful military equipment, according to President Trump, that you spent 2 trillion dollars on these beautiful military equipment. Beautiful military equipment don’t rule the world. People rule the world. People.

(아뇨, 중동에서 우리가 우리 편에 가진 것은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미국은 아름다운 무기를 자랑하고, 트럼프에 따르면 미국은 2조 달러를 아름다운 무기를 사는데 썼다고 합니다만, 아름다운 무기는 세상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사람들.)

미국이 무기를 자랑하지만, 이란은 사람들을 자랑한다. 사람들이 우리 편이다.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평화주의자들에게 호소하는 메시지. 이란이 실제로 그런 나라인 것과는 무관하게 전쟁광처럼 보이는 트럼프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면 사용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전쟁광, 이란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것이 자리프의 프레임.

“The United States has to wake up to the reality that the people of this region are enraged, that the people of this region want the United States out, and the United States cannot stay in this region with the people of the region not wanting it anymore.”

(미국은 이제 잠을 깨어 중동사람들이 분노했다는 현실, 사람들이 미국이 중동에서 나가길 바란다는 현실, 그리고 사람들이 미국이 나가기를 원하는 지역에서 미국은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자리프는 이 대목에서 미국인들이 베트남전쟁을 생각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인터뷰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가치가 있을까요?

▲자리프: Well, he doesn’t need speaking. He has to realize that he has been fed misinformation. And he needs to wake up and apologize. He has to apologize. He has to change course.

(글쎄요,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닙니다. 그는 잘못된 정보를 주입받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깨어나서 사과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자리프가 미국 국민들 사이의 담론을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이를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아래 문장에서 더욱 파괴력 있게 등장한다.

티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자제

“He cannot add mistake upon another mistake. He is making it worse for America. He is destroying the U.S. Constitution. He is destroying the U.S. political process. He is destroying the rule of law in the United States.”

(트럼프는 더 이상 실수에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그는 미국의 헌법을 파괴하고, 미국의 정치 프로세스를 파괴하고 있고, 미국의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헌법을 파괴하고, 정치 프로세스를, 그리고 법치주의를 파괴한다는 말은 트럼프를 탄핵시킨 민주당을 비롯해서 반(反)트럼프 진영과 매체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자리프는 이 말을 사용하면 미국의 진보매체와 반 트럼프 진영이 자신의 말을 가져다가 사용하고 확산시킬 것을 잘 알고 있다. 적대국의 국민들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져서 리더에게 압력을 가하고 그를 정치적인 곤경에 밀어 넣을지를 계산한 무서운 솜씨다.

“But that’s not for me to say. That’s a domestic affair of the United States. He has enraged the people of our region. He has killed people of this region. He has spent a trillion dollars. He said that the U.S. had wasted 7 trillion dollars in our region. He has added another trillion.”

(하지만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입장은 아니죠. 그건 미국의 국내 문제입니다. 그는 중동사람들을 화나게 했고, 중동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는 1조 달러를 썼습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중동에 7조 달러를 낭비했는데, 거기에 또 1조 달러를 쓴 겁니다.)

하지만 너무 티가 나게 말하면 자신의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에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그 말을 할 위치는 아니다”고 말한 다음, 어디까지나 미국의 문제라고 겸양의 태도를 취한다. 이는 너희 미국도 외국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Is the United States more secure today because of that?” (그 결과 미국은 더 안전해졌습니까?)

그는 이 말을 계속 반복한다. 미국 국민들에게 묻는 것이다. 사실 이 표현은 자리프의 표현이 아니라, 미국인들, 특히 트럼프의 무모한 행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자리프는 미국인들의 불안과 불만이 무엇인지를 지켜보고 그들의 말을 가져다 사용함으로써 반 트럼프 진영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확증하게 만든다.

덧>

인터뷰 이후 상황에서 이란은 트럼프의 무력에 끌려가고 있지만, 적어도 자바드 자리프의 외교전만큼은 적대국인 미국의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 국가의 공론장을 잘 꿰고 협상 상대가 가진 정책적·정치적인 약점을 노리되, 그 나라 유권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자리프의 뛰어난 외교 언어는 효과적이었다.

러시아의 푸틴이 미국의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자리프의 인터뷰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외교관의 언어는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박상현 필자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메디아티’에서 일했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에 관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현재 사단법인 코드의 미디어 디렉터이자 미국 Pace University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